양영철 교수,단체장·지방의원 '아전인수' 공방 비판
"기본계획 후퇴 책임은 도정·도의회 NGO보다 못해"

특별자치도 기본구상(안) 마련을 주도한 대통령 직속기구인 청와대 정부혁신지방분권위 양영철 교수(제주대 행정학과)가 28일 오후4시 제주도의정회가 마련한 '특별자치도와 제주도의 미래' 세미나 주제발표에 앞서 사전 배포한 자료를 통해 정치와 특별자치도 추진을 구분할 것을 정치권에 요구했다.

또 제주도정에게는 특별자치도 추진 로드맵을 분명히 도민에게 제시해야 하며, 도의회도 더 이상 방관자 입장에만 머물지 말고 도민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할 것을 촉구했다.  

양영철 교수는 '제주특별자치도 추진과 제주도민의 역할'이란 제주발표를 통해 "처음부터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방정치의 소용돌이 속에 서 있었다"고 전제한 후 "계층구조의 폐지가 중심주제 중에 하나였기 때문에 이는 당연한 것이나 이제는 특별자치도를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 나올 수 있도록 도민들이 힘을 모아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 특별자치는 제주와 중앙정부의 '결투'…지역사회 정치적 논쟁 대상이 아니

▲ 양영철 제주대 교수
양 교수는 "7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의식해 광역자치단체장과 기초자치단체장, 지방의원 그리고 예비후보자들 가릴 것 없이 모두 자신들의 유리한 입장에서 특별자치도를 추진하거나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하고는 "특별자치도가 어떤 내용을 갖추느냐는 제주지역사회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제주와 중앙정부와의 일종의 결투"라고 밝혀 중앙정부와 권한 이양을 놓고 힘겨루기를 해야 한 도민사회의 역량이 정치적 논쟁으로 소모돼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 교수는 "특별자치도 특별법에 어떤 내용이 더 들어가고 덜 들어감에 따라서 제주지역 발전과 직결되기 때문에 지역사회의 정치적 갈등은 도내에서 끝내고 이를 특별자치도까지 연결시켜서는 안된다"며 "행정구조개편 위헌논란도 이제는 헌법재판소에 맡기고 정치적 논쟁 대상에서 특별자치도를 제외시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양 교수는 특별자치도 추진에 있어 제주도와 도의회의 역할부재에 대해서도 질타했다.

# 당초안 보다 후퇴한 기본계획안의 책임은 제주도정이 져야

그는 "당초 제주도가 마련한 기본계획안보다 후퇴한 기본계획을 가지고 특별법을 입안하게 된 제1의 책임은 제주도정에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며 "제주도정이 추진 중심체제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공과는 당연이 제주도정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제주도는 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함과 동시에 이번 후퇴한 부분을 보완할 방안을 조속하게 제시해 특별자치도 추진에 따른 도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제주도는 앞으로 추진일정과 내용을 담은 특별자치도 로드맵을 조속히 만들어 도민들에게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 교수는 또 "로드맵은 도민들에게 약속하는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지방분권특별법처럼 제주특별자치에 관한 법이나 시행령에 삽입하는 형태로 제도화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 도의회역할 사회단체보다도 못해…말없는 침묵의 목소리도 대변할수 있어야

그는 이번 특별자치도 추진과정에서 보여준 도의회의 역할에 대해서도 "아쉬움이 남는다"는 말로 도의회의 역할에 의문을 제기했다.

양 교수는 "시민사회단체가 각종 연대 또는 공동대책위를 만들어 각 분야에 대한 도민설득과 토론회를 만들어 여론을 형성한 반면, 도공식적 조직이자 도민의 대표기구인 도의회는 특별자치도에 대해서 의견개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만큼 특별자치도에 대해서 어떤 세미나나 토론회를 갖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양 교수는 "도의회는 '도의원들이 가장 관심을 보이는 것은 선거구 획정에 대한 것 뿐'이라는 도민들의 핀잔을 의미있게 들어야 한다"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도의회는 재정만 손해를 끼치는 매우 이기적인 집단으로 폄하할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심스레 비판했다.

양 교수는 "도의회가 사회단체들의 의견에서부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침묵의 집단의 목소리까지 공정하게 도정에 반영해야 하며, 도민의 의견이 60~70% 이상 지지하는 부분들이 어느 일부집단의 강경한 목소리에 단순하게 묻혀 버리게 해서는 안된다"며 도의회가 도민의 대의기구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 도공무원 특별자치도 추진할 능력이 있는지 솔직히 의문

양 교수는 공직사회의 책임성 문제도 강력히 주문했다.

그는 "특별자치도가 실현되면 제주도정의 권한은 어느 자치단체 또는 중앙의 어느 부처보다 강력해 지며 제주도지사가 소통령(小統令 또는 도통령(道統令)이 될 것이라는 농담이 진담이 될 수 있다"며 "제주도지사가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는 것은 곧 제주도 공무원들이 이렇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는 말과 동일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들이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지역발전을 조속하게 이뤄달라는 뜻이 특별자치도에 숨은 의도"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도민, 심지어 중앙정부까지도  제주도 공무원들이 과연 권한에 비해 능력과 책임성을 갖고 있는지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솔직히 말해 현재 세간의 평은 부정적인 의견이 훨씬 많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며 제주도 공무원들의 책임성을 강조했다.

# 행정권한 포기하는 한 있어도 핵심산업 양보 말아야

양영철 교수는 이어 제주도가 마지막까지 붙잡야야 할 과제를 제시했다.

양 교수는 "특별자치도의 근본목적과 동인은 제주도정의 권한확대가 아니라 지역개발산업의 수단인 국제자유도시의 신속한 추진에 있으나 지금의 특별자치도 내용은 국제자유도시 추진 '수단'인 행정권한만 확대된 반면, '목적'인 지역개발에 관련한 권한은 미미하게 확보된 역 현상"이라며 "제주도정은 역전현상을 최대한 정상으로 바꾸기 위해 행정권한을 양보하더라도 핵심산업에 대한 핵심권한은 결코 양보해서는 안되며, 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행정권한을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양 교수는 또 "제주특별자치도라는 명분으로 보조금과 기금을 전국 평균보다 상회하는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출발해야 한다"며 "차라리 교부금 수준을 한시적이 아닌 현재 4개 시군이 있는 수준으로 유지해 주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재정의 안정성을 확보라는 도민숙원을 풀어가는 해법"이라고 제안했다.

한편 제주도의정회의 특별자치도 세미나는 28일 오후 4시부터 제주학생문화원 세미홀에서 열리는데, 국무총리실 제주특별자치도추진기획단장인 유종상차관과 양영철교수의 주제발표에 이어 도의회 강창식의원, 홍원영 도기획관리실장, 오재일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 이지훈 제주참여환경연대 공동대표, 한공익 전 도의회의원의 토론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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