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칼럼> 행정개편 논의 ‘행정 전유물’이 돼선 안된다 

지난 21일 제주도 행정체제 개편에 따른 법적 쟁점 토론회가 기조발제와 쟁점 사안별 토론회가 열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경향각지 대학 소속 전문가들이 제시한 행정체제 개편안 중에서 도지사 의중이 크게 실린 것으로 정평이 나있는 ‘행정시장 직선․의회 미구성’이란 소위 행정시장 직선제안의 법적 당위성, 필요성, 규범적 정당성을 주로 검증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지역 언론은 나름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도지사 선거공약사항 실천을 염두에 둔 탓인지 시장․의회직선의 이른바 기초자치단체의 부활안에 대한 토론은 ‘의도적으로 배제’되어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시장직선제를 골자로 하고 그 규범적 정당성을 제시한 기조발제자는 ‘제주자치도 행정시장직선제, 제주발전의 제3의 길’이라는 주제를 통해, 행정시장 직선제 안이 제주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행정체제개편안이라면 이에 부응하여 헌법의 해석도 탄력적이어야 한다면서 일정한 전제되는 사항이 충족되는 조치가 이루어질 경우 헌법상 제도로서 보장되는 지방자치제 하에서 행정시장 직선제를 도입하더라도 헌법의 관련규정(제117조 및 제118조)에 위반이 아니라고 보았다.

말하자면 행정시장 직선제가 제주를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체제개편안으로 손색이 없다면서 발제 내용의 상당부분을  행정시장 직선제에 대한 지역공동체의 위헌시비를 잠재우려는데 주안점을 크게 두었다.

 # 행정체제 개편논의는 법치주의 이념 하에서 이뤄져야 한다 

우리나라는 법치국가이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권력행사는 법령에 근거하여 그 범주 안에서 이뤄지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본다. 또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는 국민 또는 주민의 자유와 권리 등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해 각각의 그 존재이유를 실현하는 의미에서 법령에 근거하여 행정을 규제하고 행정의 자의적 판단을 자제하는 것을 그 본분으로 삼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법치주의는 순항하고 있다고 보는가? 이 물음에 대해선 각자 관점에 따라 달리 볼 수도 있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보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최근 행정에 의한 각종 혁신 또는 개선조치가 국민 참여의 범위를 확대하는 의미에서 정당한 절차와 법치주의 근간을 벗어나려는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 사람의 지배가 아닌 법의 지배에 의한 개혁을 추진하되, 공동체 구성원 전체와의 통일적인 조화와 질서 하에서 이를 수행함이 너무도 당연함에도 권한 있는 자의 위세가 비등하여 이러함이 무시되는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법치주의 이념은 공권력이 정당한 목적범위 안에서 법적 절차에 따라 행사되도록 하는 것, 국민의 자유와 권리 보호와 정의의 편에서 법에 의한 지배가 권력욕에 사로잡힌 사람에 의한 지배를 압도하도록 하는 것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법치주의는 사람에 의한 지배가 법에 의한 지배를 밀어내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 주체가 중앙정부이든 지방자치단체이든 약간의 정도의 차이만 보일 뿐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점에서 제주도가 행정체제 개편안을 마련함에 있어서도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공권력행사는 헌법과 그에 근거한 여타 법령에 구속되어야 한다는 법치주의 틀을 벗어나지 않도록 부단히 노력한다. 법치주의에 대한 확대해석도 지양함이 옳다. 아울러 제주공동체 구성원 전체의 의사를 존중함은 물론 통일적이고도 객관적이며 진지한 의견수렴절차를 거쳐서 얻어낸 결과로 확인된 개편안을 중심으로  합일된 공론화를 도모하는 것 또한 지극히 당연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현실상황을  들여다보면 특히 정의감에 비추어 ‘바람직하지 못한 처신’으로 도민들로부터 오해를 받았던 소수의 전문가들이 현학적 모델을 가지고 제주공동체 내부의 관변전문가 그룹의 의견을 마치 공동체 전체의 의견인양 하고 있는 부분에 이르러서는 이번 행정체제 개편논의가 누구를 위해 이렇게 서둘러지는 지 되묻게 하고 있다

 # 행정시장 직선제 일의(一意)있으나 법률만능주의 관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기조발제자는 행정시장직선제가 특별자치도․ 도지사의 법적 지위와 행정시․직선시장의 독자성 사이에 조화로움이 넘쳐나기만 하면 이에 대한 법리적 접근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방자치의 제도보장의 근거로 평가되고 있는 헌법조문(제117조 및 제118조)을 제시했다. 

헌법 제117조제1항은 자치행정에 관하여 독자성․자주성․ 책임성을 부여받을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는 주민의 복리(증진)에 관한 사무를 처리하고, (해당 자치단체 소유)의 재산을 관리하며, 법령(헌법, 법률, 상위의 행정기관에 의한 입법)의 범위 안에서 자치(행정)에 관한 조례 등을 제정할 수 있다’고 하고 있고, 동조 제2항은 ‘지방자치단체의 종류는 법률(지방자치법)로 정한다.’ 또한 헌법 제118조제1항은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라고 하고 있고, 동조 제2항은 ‘지방의회의 조직․권한, 지방의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 장의 선임방법 기타 지방자치단체의 조직과 운영에 관한 사항은 법률(지방자치법, 서울특별시행정특례에 관한 법률, 제주특별법 등)로 정한다.’라고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조발제자는 지방자치단체를 중층구조(현행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 또는 보통지방자치단체와 특별자치단체 구조)로 하든 아니면 현행 제주자치도 체제와 같이 단층구조로 하든 지방자치단체에 의회를 둔다는 헌법 규정(제118조제1항)은 국회에 입법재량이 허용되지 않고 반드시 이에 대하여 반드시 입법하여야 하는 강행규정이라고 하면서도, 해석론상 만약 행정시장직선제에 따라 행정시장을 주민직선으로 뽑되, 이의 견제기관으로써 지방의회를 두지 않는다면, 그러한 행정시 체제는 헌법규정에서 예정하는 지방자치단체는 아니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행정시장을 주민직선제로 뽑는 행정시와 현행 헌법에서 자치권이 부여된 자치단체와 구별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이에 대하여 필자는 우선 주민직선제로 시장을 뽑는 행정시는 현행 헌법이 예정하는 지방자치단체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알려진 바와 같이 현행 행정시 체제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상 관련 규정과 동법 제174조제2항에 의한 제주자치도 행정특례규정에 따라 제주자치도의 행정체제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그 지위․조직 및 행정, 재정 등의 운영에 관한 특례를 규정한 제주특별법에 의한 자치단체의 한 구성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그것이 시장직선제를 선택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제주자치도가 위의 법률들에 의하여 그 법적 지위 등이 엄연히 보장되고 있음에 비추어 현행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자치조직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둘째로 직선제에 의한 지방의회의 존치가 반드시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구성원을 가진 모든 조직은 자신의 의사를 형성하는 기관이 필요하게 된다. 그래서 현행 헌법은 이런 사정을 감안하여 주민의 대표기관으로 지방의회의 존치를 강행규정화하고 있다. 더욱이 지방의회에 주민대표기관성을 인정하여 해당 지방의회의 행위 또는 활동이 법적으로 지역공동체 주민의 행위 또는 활동과 동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집행기관에 대한 통제기관의 법적 지위를 부여하여 그 의결사항에 대한 집행기관의 이행여부를 통제함으로써 주민대표기관으로써 그 책임을 다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중앙정부 또는 집행기관의 의지와는 별개로, 나아가 그 현실적 호․불호를 떠나서  지방의회의 존치는 어떤 경우든 최우선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로 기조발제자는 헌법조문(제118조제1항)에 비추어 조직운영에 관한 사항은 입법자인 국회가 법률로 정할 사안이라면서 이 헌법규정을 전제로 할 경우 제주자치도와 도지사의 법적 지위, 특히 도지사의 법적 핵심을 해치지 않은 범위 안에서 행정시장을 직선으로 뽑는 것은 헌법(제118조제2항)에 근거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즉 헌법에 전혀 위반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사실 도지사는 헌법과 지방자치법에 의해 포괄적인 권한을 부여 받고 있다. 이런 마당에 도지사의 법적 지위 핵심사항을 발췌해 내는 일은 현실적으로 여간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행정시장 직선제를 도입할 경우 공직선거법 등 정치관계 법령 등의 개정이 불가피할 뿐만 아니라 헌법에 의해 자치권이 부여된 다른 지방자치단체와는 달리 시장을 뽑는 선거권과 시장으로 뽑히는 피선거권만 허용되고, 지방의원을 뽑는 선거권이나 이에 뽑히는 피선거권은 입법정책적인 오류로 인하여 인위적으로 제한됨으로써 도민의 공민권이  본의 아니게 헌법적 관점에서 불평등을 초래하게 되어 위헌여부의 논란을 불러 올 소지가 있다.

넷째로 행정시장 직선제가 온전한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시장 주민직선이 헌법에 위반하지 않도록 관련문제가 심도 있게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필자 또한 이에 적극 동감한다. 그런데 헌법에 위반되지 않도록 할 관련문제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할 것인지를 검토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전혀 쉽지 않다고 할 것이다.

다섯째로 주민직선 행정시장을 두는 행정시가 주민의 복지실현에 보다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필자 또한 공감하는 부분도 없지 않으나, 행정시가 복지실현에 보다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을 강구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우리나라 지방자치 현실 하에서 다른 자치단체들과의 형평성문제, 중앙정부의 지방자치대책의 변화무상함 등을 간과한 의견일 뿐만 아니라 특히 제주자치도의 경우 자치행정능력과 여건을 감안하여 적절히 대처할 수밖에 없는 제주지방자치현실을 도외시한 의견이 아닌가 한다. 어쩌면 행정시 직선제안을 논리적으로 정당화 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진 의견이라는 비판이 가능해 보인다.

여섯째로 행정시장 직선제안은 새로운 모델인 만큼 정밀한 규범적 검토와 뒷받침이 요구된다는 의견에 대하여는 필자 또한 전적으로 동감한다. 특히 직선제 행정시장이 공․사법상 법적 문제를 해결하여야 하는 경우 행정시를 대표하여 행정시장이 대외적으로 구속력 있는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검토가 무엇보다 요구된다.

다시 말해 대외적 구속력 있는 결단을 해야 하는 경우 행정시를 대표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 받을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매우 심중한 검토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예컨대 헌법에 의해 자치권이 부여된 자치단체에 특정 사무영역에서 별개의 집행기관 또는 대표기관으로 기능하는 두 개의 기관이 각각 존재하는 경우일지라도 대외적 구속력을 가진 결단을 할 수 있는 공법인으로서의 권리주체는 하나뿐이라는 실무 판례는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또한 일반적으로 헌법에 의해 자치권이 부여된 지방자치단체 장에게는 대표권이 포괄적으로 부여되고 있다고 본다면  법으로 묶으면 다된다는 소위 법률만능주의에 입각하여 지방자치법과 제주특별법에 의하여 부여된 도지사의 대표권을 위의 법령에 의하지 아니하고 제주자치도의회의 조례입법으로 구획하여 행정시장과 도지사의 권한을 나누어도 될 것이라는 의견 또한 신중한 검토가 요구된다.

게다가 이런 상황에서 도지사 권한의 제한 또는 조정이 위헌 또는 위법하게 되는 경우 그것은 중대한 절차상의 하자(瑕疵)로 드러나게 되고, 그 결과 이에 근거한 행정처분이 위법하게 되거나 무권한에 의한 것으로 판정되어 무효 처리되는 상황도 충분히 고려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행정체제 개편 행정을 위한 전유물 아니고 도민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행정시장 직선제 도입여부는 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제주특별자치도제의 도입과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충분한 논의과정을 거치지 않고 시간에 쫓기어 졸속으로 도입여부를 결정하는  것보다는 제주도행정체제의 순기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데 우선 제주자치도정부와 지역지식사회가 혼연일체가 되어 대처해 나감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 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심사숙고 하였으나 현행 헌법체계 하에서 그 대안을 찾을 수 없다면 차선책으로 도민을 충분히 설득하여 현행체제 하에서 당초 제주특별자치도 체제의 도입의 정당성을 내세워 행정체제를 지속 유지해 나가는 것도 그 한 방편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현재의 시점에서 행정시장 직선제의 도입은 도민 중에서 공직선거법 등에 의하여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누구에게나 보장된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경우에 따라서는 불공평하게 본의 아니게 제한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제도의 도입을 서둘러서는 안 될 것이다.

헌법상 도민 누구에게도 다른 지역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부여된 지방선거 과정에서의 참정권이 불평등하게 제한될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모든 국민은 헌법과 지방자치법 등에 따라 평등하게 소속 자치단체에서 행하는 지방의원 및 지치단체장 선거에서 그 선거권을 행사하거나 그 후보자로 나설 수 있는 피선거권이 보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헌법(제118조제2항)에서도 이를 상정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백 승주(고려대지방자치법연구회 회장)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둘째로 지방자치 실시의 헌법적 함의(含意)는 한마디로 국가과제를 지역으로 분산해결하고 지역주민의 자치역량을 강화하는데 있다. 이 점에서 행정의 효율성이나 환상적인 복지 확대는 그 이차적인 행정문제라고 본다면 현행 헌법에 의해 규율되지 않은 매우 특별한 자치단체 유형, 즉 ‘특별법에 의한 특별한 제도를 보다 특별하게 운영하기 위하여 보다 새롭게 단장한자치 모델인’ 행정시장 직선제는 보다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셋째로 기존의 행정시 체제에서와 마찬가지로  직선제 행정시장에 대한 통제와 간섭이 충분히 예감되는 상황도 전혀 가볍게 봐서는 안 될 것이다.

넷째로 행정체제 개편문제는 행정의 문제가 아니라 도민의 생사화복의 문제와 직결된 도민의 현안인 것이다. / 백 승주(고려대지방자치법연구회 회장)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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