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을

<고현주의 꿈꾸는 카메라> 8 오후 2시, 그녀의 꽃

가을이는 참 독특한 친구다.
그래서 기억이 선명하다.

사진을 찍기 싫어했다.
수업시간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 가을이에게 난 한마디 싫은 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친구들 사진 찍을 때 혼자 저만치 있는 가을이 옆에 가서
조용히 같이 있었다.

가을이가 걸으면 나도 따라 걸었다.
가을이가 앉으면 나도 따라 앉았다.
가을이가 웃으면 나도 따라 웃었다.

그렇게 침묵, 또 침묵...
일주일, 이주일, 삼주일, ,,,
한 달이 지나서야 한마디.

"샘! 저도 할 수 있을까요?"

"할 수 없는 건 없어. 용기가 없을 뿐이지. 한 번 해 볼래? 내가 도와줄게."

"근데 샘! 저는 운동선수였어요. 전 공부도 잘했었어요."

갑자기 옹알이 하던 아기가 말문이 터진 것처럼 자기 얘기를 주저리주저리
쏟아내기 시작했다.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해왔다.

그런 가을이를 아무 말 하지 않고 안아주었다.
가을이가 울었다.
그렇게 한참 동안 조용히 등을 쓸어주었다.

 

▲ ⓒ김가을

그리고 다음 주 사진수업.
누구보다도 열심히 찍기 시작했다.

가을이가 바라본 오후2시의 꽃,
아마 꽃의 변화를 자신의 마음에 투영한 듯하다.

사진은 소통이다.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다리이다.

이 친구들에게 내가 무엇을 가르치겠는가?
난 단지 친구들 마음결을 빗어주는 마음의 머리빗 역할을 할 뿐이다.

사진은 마음의 결 따라 결과물이 나온다.

그래서 마음은 숨어있는 또 하나의 눈이다. /고현주

                       
   

사진가 고현주씨는 제주 서귀포에서 나고 자라 대학교에서 음악을 전공했습니다. 사진가인 삼촌덕분에 자연스레 ‘카메라’를 쥐게 됐고 2008년부터 안양소년원 아이들에게 사진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꿈꾸는 카메라>는 2011년 6월 8일부터 2012년 7월 19일까지 프레시안에서 연재됐던 것을 고현주 작가와 프레시안의 동의를 얻어 앞으로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마다 <제주의소리>에서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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