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참 0415' 시청서 촛불집회…"썩은 정치 몰아내자"

대통령 '탄핵저지' 운동이 제주에서도 불 붙었다.

11일 낮 한나라당 도지부 등 앞에서 탄핵소추안 발의를 규탄하는 1인 피켓시위에 나선 '제주국참 0415'(공동대표 공종식·정우형)는 밤 7시부터 제주시청 어울림마당에서 '범도민 탄핵저지 촛불집회'를 열었다.

'제주국참 0415'는 '제주노사모'와 '제주국민의 힘'이 주축이 돼 구성한 단체. 별도의 전화 연락 없이 핸드폰 문자메시지를 통해 삼삼오오 모여든 국참 0415회원들은 어울림마당에 도착하자마자 종이컵에 초를 담아 불을 밝혔다.

행사장에는 '근조(謹弔) 16대 국회' '저지하자! 탄핵 쿠데타, 지켜내자! 민주주의' '탄핵발의 국회의원 159인 역사가 심판할 것이다'라고 적힌 플래카드와 피켓이 분위기를 엄숙하게 만들었다. 10대 청소년부터 대학생, 40~50대 아줌마 아저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이 참여했다. 어린 자녀를 이끌고온 부모들도 눈에 띄었다. 전날 탄핵저지 농성에 돌입한 열린우리당 당직자들도 함께 했다.

네티즌 답게 이들은 행사 진행 방식도 남달랐다.

민주열사에 대한 묵념과 함께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를 함께 부른 이들은 공종식 공동대표의 짧은 인사말에 이어 즉석 자유토론에 들어갔다.

공 대표는 "평범한 회사원으로서 나도 이 자리에 서고 싶지 않았다"고 운을 뗀 뒤 강하고 짧게 "힘을 모아 정권찬탈 쿠데타 음모를 막아내자"고 회원들의 동참을 호소했다.

"이제 대한민국 국회는 죽었다"…'분신'소식에 '술렁'

이어진 자유토론에선 탄핵안을 발의한 야당에 대한 신랄한 성토와 함께 탄핵저지를 위한 결의가 쏟아졌다. 서귀포에서 농사를 짓다 왔다는 사회자 김광종씨(42)가 "이제 대한민국 국회는 죽었다"고 선언하자 행사장은 금새 비장함이 감돌았다.

김병찬씨(제주시 일도2동)는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이 정말로 탄핵안을 발의할지 처음엔 반신반의했다"며 탄핵안 실행에 놀라움을 표시한 뒤 "많은 국민들이, 변호사들이, 헌법학자들이 그만한 일은 탄핵사유가 안된다고 했는데 우리 사회는 아직도 상식이 안통하는 것 같다"며 "이는 저물어가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정치 생명력을 이어가려는 의도"라고 규정했다.

김씨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국회 앞에서 시위를 벌이던 노사모 회원의 분신 소식이 날아들었다. 참가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고, 사회자는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줄 알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다시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퍼졌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홍기룡 국참 0415 사무국장은 "금방 분신소식을 들었는데 나도 분신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울분을 삭였다. 그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나는 입당만 안했을 뿐 한나라당과 밀접한 관계였다"고 자신을 소개한 뒤 "결국 자리가 이렇게 돼버렸다. 스스로 온게 아니라 한나라당이 나를 이리로 오게했다"며 배신감을 드러냈다.

이어 "제주도도 1%라는 숫자 때문에 힘들었는데 우리가 여기에 모인 것도 숫자 때문"이라며 "이번 기회에 다수의 횡포를 이겨내자. 숫자가, 다수가 무너질 때까지 끝까지 가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40대로 보이는 오영순씨(여)는 "노대통령은 우리가, 국민의 손으로 뽑았는데 정말 말이 안나온다. 말보다는 소리로 하겠다"며 노래로서 탄핵저지 결의를 다졌다.

"소리로다 소리로다 분노의 소리로다

소리로다 소리로다 분노의 소리로다

어느 놈이 앞장서서 이 나라를 망치는가

어느 놈이 앞장서서 우리주권 빼앗는가



우리 모두 막아내세 힘을 모아 막아내세"

"총칼 대신 의회권력으로 민의를 짓밟고 있다"

노래를 끝낸 오씨는 "대통령을 지켜낼 때까지 이 노래 갖고 같이 싸우자"고 호소했다.

"남원에 사는 50대"라고 밝힌 조석동씨(자영업)는 "좋은 대학 나와서 미국 유학 가서 서울 강남에서 떵떵거리면서 사는 사람들이 한나라당 의원들이다. 한나라당은 국민의 손으로 당선된 노대통령을 불법 탄핵으로 정권에서 끌어내리려 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조씨는 이어 "총칼을 든 박정희·전두환 정권만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 아니다. 총칼이 아니라 더러운 의회권력을 갖고 민의를 짓밟고 있다"며 "이 기회에 썩은 정치세력을 몰아내자"고 열변을 토했다.

한림에서 왔다는 박원철씨(43)는 분을 삭이지 못해 울먹이기도 했다.

박씨는 주변에서 행사를 지켜보는 청소년들을 향해 "여러분 여기에는 20~30대가 아닌, 40~50대가 서 있다. 왜 우리가 이 자리에 서 있는지 한번만 생각해달라"고 주위를 환기시킨뒤 "죄송하다는 말밖에 할말이 없지만 왜 도둑놈들이 한번 잘 해보겠다는 노대통령을 끌어내리려 하는지 생각해달라. 여러분들이 나서 바꿔달라. 다시한번 힘을 모아달라"고 울먹였다.

   
어린 딸을 데리고 온 한경례씨(주부)는 "한·칠레FTA가 국회를 통과한 직후 노사모를 탈퇴했으나 어제 국회가 탄핵안을 발의하는등 작금의 현실이 나를 그냥 놔두지 않았다"며 노사모 재가입 이유를 든 뒤 "국회는 넘어선 안될 선을 넘었다. 파렴치한 16대 국회를 박살 내 참된 민주주의를 실현하자"고 호소했다.

행사는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사회자는 "여기서 그칠 일이 아니다"며 탄핵이 저지될 때까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제주국참 0415는 12일도 1인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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