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의 제주담론] 10 신공항 건설만이 제주도가 먹고살 길이라고?  그건 아니지!

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대뜸 필자를 미친놈이라 할지 모르겠다. 아니면, 현실을 모르는 이상주의자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모두가 신공항을 조성하자고 난리인데, 대통령 후보에서부터, 정당대표들, 국회의원, 도지사, 도의회 등 거도적으로, 국책사업으로서의 신공항을 조기에 완성해야 제주도가 산다고 떨쳐나선 판에 말이다. 신공항 건설 돌다리를 두드리자니 말이다. 저 친구 또 다시 황당한 딴지를 걸고 있다고 비아냥거릴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쥐뿔도 없는 게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고도 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대선 국면 최고의 지역이슈로 떠오르는 일련의 신공항 담론에는 분명 돌다리를 두드려보지도 않고 무조건 건너자는 개발주의가, 제주도민의 애향심을 토건개발산업의 빅 프로젝트 수주를 위한 방편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복선이 깔려 있다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소위 ‘국책’, ‘거도적’, ‘범도민’ 등의 거대담론들을 등에 업은 지역주의와 개발지상주의가 그동안 말아먹은 역사(役事)가 한두 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국민을 팔고 주민을 판 대역사(大役事)의 역사(歷史)는 권력과 이익집단의 근친상간과 투합(投合)의 역사임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 글은 신공한 건설과 관련해 두드려 보아야 할 돌다리들의 이야기다.

언제부터인가? 신공항 건설이 제주의 명운을 가르는 대사(大事)가 되어 버렸다. 지난 18일 <신공항 도민 대토론회>에서 발표자인 최막중 교수는 “관광서비스산업이 중심인 제주도가 먹고살 길은 항공 인프라 확충이 절대적이다.”라고 선언했다. 신공항은 이제 제주도가 먹고살기 위한 절대적인 인프라가 되어 버린 것이다. 거기에 더해 “대한민국의 국부창출”까지 책임지는 것이 제주 신공항 개발이라고 한다.

포스트 후쿠시마의 시대, 피크오일(Peak Oil, 석유정점)을 향해 곤두박질치는 시대, 문명의 종말을 경고하는 수많은 이론과 학자들의 실험결과와 예측치가 넘치는 이 시대에 성찰 없는 신공항 건설의 시의론과 절대론이 제주를 방향 없는 외눈박이 섬으로 만들어 가려 하는 건 아닌지 톺아 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글에서 신공항은 누구를 위해 들어서야 하는지를 중심에 두고 써나갈 것이다. 왜냐하면, 신공항은 제주섬 전체에 사회·경제·환경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장기지속의 형향을 끼칠 ‘변형’을 가져오는 대규모 사업이기 때문이다. 


돌다리 하나, 신공항 담론에서 빠진 무엇? 도항선-도항기(?)

누구를 위한 신공항인가? 최근 신공항 논란에서 가장 중요한 논점은 사라져 버렸다. 제주도민들에게 항공노선은 생활과 직결된 도항선의 의미가 크다. 신공항이 생기면, 제주도민들의 육지 왕래가 지금보다 나아질까?

도항선(渡航船), 섬과 육지를 이어주는 연륙수단을 일컫는다. 연락선이라고도 불리기도 한다. 주민들이 살고 있는 한반도의 모든 부속섬에는 정기적인 도항선이 오간다. 도항선은 섬의 부족한 물자를 날라주고, 사람들의 왕래를 가능케 하는, 섬과 육지의 생명선이요 젖줄이다. 날씨가 나빠지면, 관광유람선들은 일찍이 닻을 내리지만, 도항선은 주의보(注意報)가 내려도 가능한 운항하려 한다. 아무리 낙도(落島)라 할지라도 도항선이 있으므로 그곳에는 대한민국 국민이 살 수 있는 것이다.

제주도도 섬인지라, 과거부터 도항선이 제주와 반도를 이었다. 그러다가 도항기(渡航機)인 항공노선이 열렸고, 처음에는 권력이나 재산이 있는 사람들이 주로 이용했다. 그러다 점차 도민들의 발이 되었고, 짧은 시간 내에 서울 등 목적지에 데려다 주는 항공노선의 존재는 선박을 이용할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편리함을 가져다주었다. 필자가 군대생활하던 때인 80년대 중반만 하여도 육지부 태생의 말년병장들은 귀대한 나의 대한항공 티켓 쪼가리를 추억록에 넣는다면서 가져가는 일이 다반사였으니, 기차 없는 섬 땅 촌놈에게 ‘뱅기문화’는 한참 앞섰다는 문화적 자부심까지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제주관광이 국민관광의 총아로 각광받으면서 신혼여행과 수학여행의 최대 관광지로 떠오르자 도항기로서의 항공노선은 그 지분이 쪼그라져 버렸다. 이른바 항공사의 황금노선인 김포-제주노선은 더 이상 주민들의 삶의 수단으로서의 운항노선이 아니라, 자본의 논리에 의해 움직이는 비즈니스노선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미 발이 되어버린 항공편은 도민들의 연륙생활을 하는 데 있어서 불가결한 요소가 되어 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관광산업의 성업에 따라 노선이 고무줄이 되고, 요금은 기름값 변동에 따라 요동치고, 분통 터지는 것은 급한 업무나 개인적인 일로 서울을 오가려 할 때에 쉽게 이용할 수 없는 수단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2005년 당시 제주특별자치도가 주도한 제주에어(후에 제주항공으로 개칭)가 설립된다고 할 때, 일반 제주도민이 바랐던 것은 단순했다. 바로 우리에게도 도항기 같은 게 하나 생기는구나 하는 바람 아니었을까? 당시 대부분의 제주도민들이 항공사 차려서 경제부흥을 일으키기 위해 제주에어의 설립을 반겼던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특히, 툭하면 관광성수기다 비수기다 하면서 가격이 요동치고, 급하게 육지나들이를 하려해도 항공권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같았기 때문에 도적항공사인 제주항공이 설립되면, 적어도 도항기의 기능은 어느 정도 확보될 것이라는 순진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일테면 제주도민 도항우선쿼터제 같은 것을 두어서 도민의 연륙생활에 최소한의 우선권을 부여하는 제도 등도 시도할 만했었는데,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2004년 9월 제주도의 항공사업 파트너 공개모집에 참여하여 제안서 심사 등을 거쳐 애경그룹이 선정되었다. 2005년 1월 25일 애경그룹(75%)과 제주도(25%)의 공동출자로 민관 합작법인 형태의 ‘(주)제주에어’가 설립된다. 자본금은 제주도가 50억 원(12.5%), 애경그룹 254억 원(63.5%), 산업은행 50억 원(12.5%), 기타 일반 46억 원(11.5%) 등 총 400억 원이 투자되었다. 2012년 현재 지금껏 총 4차례 증자를 통해 자본금을 1100억 원으로 키웠으며, 현재 3년 연속 흑자 운영 달성으로 2014년 증시상장을 앞두고 있다.

제주항공의 지분은 애경그룹 자회사들이 총 81.7%를 보유하고 있으며 산업은행(9.09%), 제주도(4.5%) 등도 주주로 참여하고 있다. 제주항공의 그동안 증자과정에서 애경그룹은 줄곧 제주도의 참여를 요구해 왔으나, 제주도는 예산부족과 제주도의회 동의절차(제주항공 설립 당시 도의회는 공유재산관리변경계획을 승인하면서“출자금이 50억 원을 넘지 않는다.”는 부대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등을 이유로 주식매입에 참여하지 않았다. 설립 당시 50억 원을 출자한 제주도는 전체 25%의 지분을 보유했으나 수차례 이뤄진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현재의 지분율은 4.54%로 떨어진 상태다.

국내 세 번째 정기운행 항공사이면서 저가항공시대의 문을 연, 제주도를 대표하는 도적항공사인 제주항공은 이제 무늬만 도적(道籍)항공사이고, 청정브랜드 가치가 높은 ‘제주’라는 브랜드만 값싸게 날려버린 것이다. 증자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낮아진 지분율은 제주도의 제주항공에 대한 영향력을 감소시킬 수밖에 없으며, 이번 항공료 인상파동에서도 제주도는 제주항공의 일방적인 항공료 인상결정에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없었음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항공은 더 이상 제주도의 항공사가 아니다. 몸집을 키운 제주항공은 적자를 명분으로 소위 국제선 노선개발에만 투자하고 있지, 제주도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서의 도항기로서의 기능엔 관심도 없는 상황이다.

도적항공사의 설립에서 여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제주도의 안이한 대처를 나무라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가 필요해 설립한 저가항공사를 제주도가 너무 쉽게 포기해 버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시작만 요란했고, 뒷심이 빠진 사업대처였다는 것이다. 설립 초기 항공사가 안정화되기 이전까지, 적자운영은 당연한 것이었고, 그때마다 애경은 증자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이 사업이 필요사업이고 설립까지 추진했다면, 제주도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에 응했어야 옳다. 애경그룹은 제주항공의 자본금을 1천억 원대로 불리는 과정에서 그룹 전체 경영이 위축되기도 했다.

제주항공의 추진은 2002년 10월 당시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주)제주지역항공사(가칭) 설립을 추진하면서 시작되었다. 2002년 당시 제주도정은 지방공기업법과 상법에 근거하여 주식회사 형태로 회사를 설립함에 있어 자본금을 200억 원으로 하되 50% 이상인 100억 원 이상을 도내 자본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재원을 도외 자본을 유치하여 충당키로 하였었다. 그리고 2004년 우지사가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한 뒤 2004년 6월 재선거로 김태환지사가 당선되면서 지역항공사설립 사업은 김 도정으로 넘어갔다. 하지만 김 도정은 제주항공에 소극적이었다. 결국 제주도는 자본금 50억 원(12.5% 지분)으로 항공사 설립에 참여하게 된다. 설령 도의회의 부대조건 제한이 걸려 있었다 할지라도 도지사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설득했다면 도의회가 반대만 했을 리는 만무했을 것이다. 

그 결과 김 지사 재임기간 내내, 그리고 우 지사가 다시 도지사에 당선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주항공에 대한 증자는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현재는 4%대로 지분율이 쪼그라져 버린 것이다. 하지만, 섬과 뭍을 연결하는 운송수단을 일반 공기업사업쯤으로 인식한 것은 연륙수단의 중요성과 제주관광객의 증가에 따라 산업적으로도 유망하다는 점을 내다보지 못한 근시안적인 실책이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왜 제주도민들이 독자적인 항공사를 만들고 싶어 했는지에 대한 깊은 생각이 없었다.


돌다리 둘, 제주지역항공사의 설립은 제2의 자주운항운동이었다

일제시대 제주에서 벌어졌던 ‘자주운항운동’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이 운동은 아나키스트적 저항운동으로 경제적 주권회복운동이었다. 1922년 12월 일제는 조선과 일본 간의 ‘자유도항제’를 실시한다. 이어서 1923년 12월 제주와 오사카 사이에 직항로를 개설하고 일본인 선박회사가 취항한다. 일제시대를 살았던 어른들이 곧잘 얘기하던 군대환(君が代丸 기미가요마루)이 바로 그 배다. 직업을 구하기 힘들었던 식민지 시대의 제주사람들은 대거 일본으로 일을 찾아 떠났고, 특히 오사카를 중심으로 한 일본의 공업지대에는 취업을 위한 잔류 제주인이 급작스럽게 많아져 1934년에는 5만 명을 넘어선다. 이는 당시 제주도 총인구의 1/4에 해당하는 수이다.

1930년을 전후해 도항자와 귀환자 중 부산, 목포 등 제주도 이외 지역의 13개 항구에서 왕래하는 자들보다 제주인들의 수가 10배 이상에 달했고, 그만큼 수익을 보장해주는 항로였다. 곧 제주-오사카 간의 항로는 일본인 선박업자들에게는 황금노선으로 인식되었다. 지금의 김포-제주 간의 항공노선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 항로를 독점적으로 운영하던 일본선박회사인 조선총독부의 관허(官許)회사 <조선우선(朝鮮郵船)>과 민간기업인 <니기기선(尼崎汽船)> 등의 회사가 1928년 들어 뱃삯을 전격적으로 인상한다.

요즘의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쯤 될 것이다. 종전 8원 하던 운임을 12원 50전으로 갑자기 올려 받았는데, 뱃삯의 인상은 제주도민들의 생계에 큰 위협이 되는 것이었다. 그 비용은 당시 직공 월급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였기 때문이었다. 도민들은 선임 인하를 위한 대회를 열고 강력하게 요구했다. 또한 오사카에서도 제주도민 대회를 열어 같은 해 4월 뱃삯 인하와 승객 대우 개선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아나키스트였던 고순흠은 동지들과 함께 자주운항운동을 전개하기로 하여, 같은 해 12월 ‘제주항해조합’과 ‘기업동맹기선부’를 설립하였다. 그리고 두 기선회사의 횡포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제주-오사카 간의 독립항로 개설을 천명하고 1928년 12월 1일부터 임대한 <제2 북해환(第二北海丸)>을 출항시키나 곧 경영난에 빠져 문을 닫게 된다.

 

▲ 보통 <군대환>으로 알려진 배는 <제2 군대환>을 일컫는다. 이 배는 원래 러시아의 군함이었다. 제1 군대환 좌초 후인 1926년부터 새로 취항한 이 배는 1945년 미군의 폭격으로 침몰할 때까지 오사카-제주노선을 오갔다.

이와 달리 제주도민들을 조합원으로 하는 소비조합을 만들어 조합직영 선박운영을 계획한 것은 김문준이었다. 그는 1929년 4월 제주도민 유지 간담회를 열어 제주통항조합준비위를 조직할 것을 가결하나 재일조선노총에서의 활동으로 지속하지 못하고, 문창래, 김달준 등이 바통을 이어받는다. 이들은 ‘우리는 우리 배로’라는 슬로건으로 조합 결성에 나서서 오사카의 제주인 4,500여 명을 모아 오사카에서 ‘동아통항조합(東亞通航組合)’을 출범시킨다. 창립 후 조합원 수는 10,000여 명에 달한다.

이렇게 준비를 끝낸 조합은 1930년 11월 1일, 교룡환(蛟龍丸)을 임대하여 종전의 8월보다 훨씬 싼 뱃삯인 6원 5전으로 처녀 출항한다. 그러자 일본 선박회사들은 일거에 뱃삯을 3원으로 내린다. 마치 제주에어가 취항할 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요금 인하조치와 같은 수법이다.(당시 아시아나항공은 제주항공이 본격 운항을 시작하는 6월 한 달간 김포-김해 구간을 운항하는 항공편 전편에 대해 인터넷 판매가를 20% 할인한다. 또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김해공항의 국내선 카운터를 제주항공에게 반납하지 않아 공항 당국과 제주항공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세월과 시대가 바뀌어도 기득권의 힘과 방법은 어찌 이리 똑같을까?

교룡환은 ‘부르주아의 배에 타지 말 것’, ‘일시 싼 뱃삯에 속지 말 것’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운항에 들어갔다. 그러나 일제당국과 일본인선박회사는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제주도민들의 자주운항운동을 방해공작하기가 일쑤였다. 또한 여객선의 주요 수입은 승객요금보다 화물운송수입이 큰데, 조선사람의 화물은 많지 않아 수지가 맞지 않았다. 1931부터는 복목환(伏木丸)으로 교체 운항했으나, 결국 1935년에는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만다. 하지만, 이 운동은 식민지하에서 5년 동안 이어진 제주도민의 자주의식과 독립정신을 드높인 항일운동으로 평가받고 있다.

▲ 본격 취항에 앞서 2006년 5월 4일 양양공항에서 시험비행하던 터보프롭 Q400 기종(왼쪽), 2006년 6월 5일 첫 취항기에 탑승하는 승객(오른쪽). 항공기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승객 51명을 태우고 제주공항 활주로를 이륙했다. 이날 제주도 언론들의 머릿기사는 일제히 제주항공의 취항 소식이었다. 일제 당시 교룡환의 취항을 보던 제주도민들도 같은 심정이었을 것이다.

대한항공 요금 인상으로 도민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던 지난 2001년 3월, 제주도는 ‘지역항공사설립연구단’을 구성해 외국사례 연구와 함께 ‘제주도를 거점으로 한 국내선 항공운송사업의 타당성에 관한 연구’를 시행,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결론 나자 지역항공사 설립을 본격 추진했다.

위의 인용문은 2006년 1월 1일자 한라일보의 기사다. 제주항공 취항 원년을 보도한 기사 중의 일부인데, 이 기사는 흡사 1928년 군대환의 요금 인상에 격분하던 제주도민들의 반응과 매우 흡사하다.

제주에어(나중에 제주항공으로 변경)를 출범시키던 당시 하루가 멀다 하고 항공료가 인상되면서 제주도민들은 대기업 항공사에 휘둘리지 않는 안정적인 연륙수단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당시 우 도정은 이러한 도민의 뜻을 받아 제주지역항공사의 설립을 주도했던 것이고, 바로 이 지점에서 일제하의 자주운항운동과 겹치는 필요성이 존재한다. 그것은 우리들 스스로의 운항수단을 갖지 못한 불편한 상황이 마치 식민지 치하의 불평등한 상황과 같다는 것이다.

섬은 결국 연륙수단에 의지하여 경제활동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원초적인 조건에 처해 있다. 또한 섬의 경제를 차지하는 수입과 수출의 수단은 결국 교통수단인 것이고, 이러한 항공운송의 주도권을 누가 가지는가에 따라 섬사람들의 생활의 편리가 좌우되는 것이기에, 이미 가장 중요한 연륙수단인 항공운송은 제주도민들에겐 식민지 시대와 같은 굴욕과 불편을 느끼게 할 만큼 중요한 사안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4%지분대로 쪼그라든 제2 교룡호인 제주항공의 소유구조와 영향력 없는 지분은 아무것도 건지지 못한 바보 같은 도정의 결과일 뿐이다.

제주도민들에게 항공교통은 연륙을 위한 대중교통수단과 다름없다. 그럼에도 기존 항공사는 잇단 요금인상으로 도민과 지역경제에 적잖은 부담을 안겨 주었다. 이에 따라 항공요금 인하를 요구하는 도민들의 목소리와 경영의 논리를 앞세운 항공사 간에 마찰음이 지속됐다. 제주항공의 설립 구상과 액션은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제주항공은 제주도와 애경의 합작으로 설립됐다. 국내 굴지의 기업인 애경은 설립자가 제주에 연고를 갖고 있어 더욱 특별한 의미가 있다.

위의 인용문은 제주항공 취항 다음날인 2006년 6월 6일자 한라일보 사설이다. 사설의 논조를 보면, 항공교통의 가치와 지역항공사 추진배경을 정확히 밝히고 있다. 거기에다 제주도와 애경의 연고성까지 밝히면서 제주도민을 위한 항공사가 되어주길 기대하는 도민의 마음을 표출하고 있다. 그런데, 지난 13일 제주도와 아무런 사전협의도 없이 전격적으로 요금인상안을 발표, 제주도민의 뒤통수를 냅다 쳤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힌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공항의 건설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줄까? 신공항을 만든다고 항공요금이 줄타기를 하지 않을까? 신공항만 만들면 언제든 출륙귀도(出陸歸島)가 손쉬워질까?

 

▲ 제주항공 취항노선도(제주항공 사이트 WWW.JEJUAIR.NET). 필자가 보기에 제주항공은 이제 제주도와는 아무 상관이 없는 무늬만 ‘제주’항공이다. 노선도를 보면, 여느 항공사와 다름없는 항공사일 뿐이다. 제주기점의 정기노선은 일반항공사와 다를 바 없다.

전혀 아니다. 제주항공이 취항하고 나서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달라졌는가? 물론 저가항공시대를 열면서 제주도를 오가는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데 일조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양대 항공사에서 저가항공사를 운영케 하면서 전반적으로 항공운임이 낮아진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항공료는 요동치고, 표 구하기는 더 어려워졌다. 이런 상황에서 신공항이 만들어지면, 좌석난이 해결되고 제주관광이 흥할 것이라는데, 좌석난이 공항의 크기와 수용능력으로만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다. 왜냐하면, 항공사의 노선과 좌석 수는 항공사의 이문이 보장될 때만 결정되는 것이고, 그 이문은 수요가 공급보다 많을 때만 남는 것이기에 언제든 시외버스 타듯 항공노선을 이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즈음에서 도민들은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신공항이 들어선다는 것의 의미를 말이다. 신공항을 가장 강력하게 원하는 집단이 누구들인지, 신공항이 들어서면 가장 큰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누구인지 말이다.

따져 보자. 신공항이 생기면, 누가 좋을까? 우선 공항 조성 기간 동안 대기업과 컨소시엄으로 공사에 참여하게 되는 지역 내 건설업자들에게 ‘꺼리’가 생길 것이다. 즉, 건설업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이다. 또한 공항이 들어서는 곳의 토지주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요동칠 것이고, 그리고 조성되고 나면, 가장 큰 돈을 버는 것은 항공사다. 그리고 그렇게 실어 나른 사람들이 자고 먹는 시설들, 즉 호텔과 골프장, 관광관련 각종 업체들, 렌터카업체 등이 흥하게 될 것이다. 신공항이 생기고 24시간 관광객들이 들어오고 나가는 소위 자유시간관광지가 된다면, 이들 산업의 이윤은 극대화될 것이며, 관광은 활성화될 것이다. 그들이 제주에 체류하면서 쓰고 가는 재화들은 제주도의 산업수익으로 들어올 것이며, 제주관광의 활성화와 극대화의 결과 제주도민은 모두 잘 살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신공항 조성의 논리다. 딱 여기까지.

그런데 문제는 이제부터다. 신공항 조성 타당성과 장기간에 걸친 사업기간에 따른 여건들을 쉽게 로드맵 할 수 없다는 곤란함을 동반하는 것이다.

신공항 조성 시기는 빨리 잡아도 앞으로 10년에서 15년 정도 걸릴 것이다. 물론 전문가들의 의견에도 편차가 존재하지만 말이다. 앞으로 10년이면 2023년이며, 길면 15년, 즉 2028년경에나 완성된다는 이야기다. 바로 이 긴 조성 기간에 걸쳐 있는 것이 피크오일의 문제이다. 피크오일 얘기하면 코웃음 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이 친구 뭘 몰라도 한참 모르는군! 그건 이론일 뿐이고, 당장은 현실이야!”라며, 필자를 물정 모르는 먹물로 치부할지 모르겠다.

흔히 환경의 음모론 등등 하는 부류들이 있다. 그 부류들 덕에, 아직도 도쿄의정서는 ‘허명이문서’이고, 지구온난화는 자본의 기획에 발목 잡혀, 오늘날처럼 당연한 과학적 현상으로 인정하는 데 오랜 시간을 낭비한 채 국제적인 대처를 늦추어 버려 지구인들의 총체적 대안은 이미 시한을 넘겼고 말이다. 또는 언제 닥칠지 모르는 피크오일 때문에 오늘을 살아야하는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럴지도 모른다.


돌다리 셋, 피크오일(Peak Oil),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미래의 블랙아웃

블랙아웃(Blackout)이란 말이 있다. 어느 날 전기가 나가는 것이다. 갑자기 한반도의 전력공급량이 수요량을 감당치 못해, 서 버리는 것이다. 전기로 운영되는 모든 작동이 멈추면 무엇이 문제인가? 수술실의 모든 기계가 멈춰 버린다. 핵발전소의 냉각기가 멈춰버린다. 은행의 모든 전산망이 마비되어 버리고, 교차로의 신호등이 꺼져 버린다. 그 다음의 상황은 말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소위 블랙아웃이다.

이번 여름에도 우리나라의 전력관계기관과 시설의 전문가들은 폭발적인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전쟁을 치렀으리라. 우리나라의 경우 2011년 9월 15일, 완전한 블랙아웃은 아니었지만, 부분적 블랙아웃인 순환정전이 발생했다. 평소 5%이상이어야 할 전력예비율이 0.35대까지 떨어지면서 벌어진 일이다. 전국 656만 가구와 신호등, 은행, 병원, 가릴 것 없이 무작위로 돌아가며 전력공급이 중단됐다. 전국적으로 5700여 개의 기업이 피해를 봤고 2900여 명이 119 등에 구조를 요청했다. 이 블랙아웃이 석유라면, 어쩔 것인가?

과장하면, 피크오일은 블랙아웃 같은 것이다. 문명의 블랙아웃인 것이다. 현재, 언제든 피크오일이 오는 것은 시간의 문제일 뿐이고, 그러므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하지만, 지구상의 어떤 나라들도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유수의 선진국들은 최선의 대안으로 순환형 에너지원인 자연에너지 활용을 극대화하는 데 우선 초점을 맞추고 이에 대한 투자와 점유비율을 높여 나가는 데 골몰하고 있다.

대체에너지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바로 석유 때문이다. 특히 석유에너지는 매장되어 있는 유한한 자원을 사용하고 있기에 고갈은 기정사실이고, 더욱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찍힌 지 오래다.

피크오일(Peak Oil)이란 우리말로 ‘석유생산정점’이라고 번역될 수 있겠는데, 대부분 ‘석유고갈’과 혼동하여 쓰이면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피크오일은 최대 생산 시점이고, 석유 고갈은 석유 저장량 및 공급량이 없어지는 시점을 말한다. 피크오일은 국제 석유생산량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가 특정 시점인 석유 추출 속도 최대치에 이르러서, 그 이후부터는 생산 속도가 줄어들기만 하는 시점을 말한다. 이 이론은 1970년대 미국 내 각 유정 및 관련된 유전에서의 석유 생산 속도를 관측한 결과를 토대로 만들어졌다.

유정이 석유를 생산해내는 속도는 지속적으로 급격하게 증가하다 정점을 지나 유전이 고갈될 때까지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석유의 수요는 여전히 많은데, 공급은 매우 부족해져서, 유가가 폭등하거나, 석유분쟁이 발생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매우 심각한 에너지난이 생긴다는 이론이다.(위키) 피크오일 이론은 1956년 미국의 지질학자 매리언 킹 허버트(Marion King Hubbert)에 의해 정점을 지닌 종 모양의 그래프인 ‘허버트 곡선’에서 나왔고, 한 국가의 국내 생산 속도 및 전 세계의 생산 속도에 적용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 SBS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코난의 시대>의 화면캡처이미지. 수요보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

피크오일은 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이론이기도 하다. 이는 그동안 수많은 미래학자나 에너지 관련 전문가들이 예언해 온 피크오일의 도래 시점이 마치 지구종말일을 예언하듯이 번번이 늦춰져 온 데서 기인하는 것들이다. 피크오일 이론에 대해 극단적인 평가들이 오가는데, 어떤 이들은 피크오일 이론은 틀렸다고 정면으로 반박하기도 한다. 또한 피크오일은 정치적이고 경제적인 문제일 뿐 실제 매장량과는 상관없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특히 최근의 비재래석유자원인 타르샌드(Tar Send-오일샌드, 역청질 모래(油砂)), 오일셰일(Oil shale: 함유세일, 유혈암(油頁岩)) 등의 개발과 새로운 유정의 발견으로 예상매장량의 추출이 잘못되었으며, 이에 기반 할 때 석유자원의 사용은 100년, 길게는 400년이라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심지어 피크오일 이론은 비석유에너지 산업을 부양하기 위한 경제적 음모라는 입장도 존재한다. 특히 대형 석유회사들은 피크오일론에 가장 공공연하고 적극적으로 반대하며, 이 이론을 반박하는 전문가나 연구기관에 대한 재정지원을 통해 이론의 불합리성을 찾아내고 논박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이는 각국 정부가 석유소비보다는 대체에너지 개발에 집중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편이기도 하다.

《값싼 석유의 종말》을 쓴 ‘안 르페브르 발레이디에(Anne Lefevre-Balleydier)’는 석유종말이나 오일 피크론과 관련해, 주로 경제학자들이 낙관주의자들이며, 지질학자들은 비관론자들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지질학자들은, 석유회사들은 정치적인 자료를 제시하며, 자신들은 기술적 자료에 근거한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세계적인 전문가들이나 관련연구기관들은 그 도래시기만 다를 뿐 제한된 자원인 석유는 기하급수적인 수요, 특히 최근 중국과 인도 등 개도국들의 산업화에 따른 석유 수요의 급증에 따라, 석유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며, 피크오일은 반드시 도래할 것이라는 데 큰 이의를 달지 않는다.

 

▲ 피크오일과 관련한 서적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감각인 지적인 예감, 징후의 발견은 이처럼 수없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의 권력과 시스템은 들으려하지 않고 보려 하지 않는다.

피크오일 논란에 대한 증거 및 주장을 처음으로 독립적이고 체계적으로 검토한 보고서라고 평가받고 있는 이라는 보고서가 2009년 영국 에너지 연구센터(UK Energy Research Centre, UKERC)에서 발표되었다. 이 보고서에서 전 세계 석유생산이 10년 내로 정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센터는 “최대한 낙관적으로 전망한다면 정점을 2030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며 지금부터 석유 사용을 점차 줄이고, 대체 에너지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처럼 에너지 사용에 있어 석유의 비중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2030년에 닥칠 위기가 먼 미래의 일이 아닐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석연구원인 스티브 소렐(Steve Sorrel)은 “(피크오일에 관한 연구가) 지리적·경제적·정치적 요인들로 정확한 예측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면서도 “분명한 점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피크오일이 빨리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UKERC의 기술정책부문 대표자인 로버트 그로스(Robert Gross)는 “이제 석유를 저렴하고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며 “전 세계는 점점 비싸고 이용하기 어려운 석유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30~40년 안에는 피크오일이 오지 않는다.”는 입장을 일관하면서 오랫동안 피크오일의 문제를 외면해왔던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09년 12월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를 통해 피크오일이 2020년에 닥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2010년 10월의 보고서에서는 세계의 원유생산이 2006년 이미 정점을 지났음을 인정했다. 또한 이 기구의 다나카 노부오 사무총장은 2010년 7월 1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린 ‘에너지 기술 전망 2010’ 설명회에서 “피크오일(석유생산 정점)이 앞으로 20년 뒤인 2030~2035년에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예에서 보듯 그동안의   IEA가 이처럼 급작스럽게 달라진 것은 그만큼 피크오일의 문제가 이제는 먼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적인 것임을 말해준다. 2020년이든 2030년이든 피크오일은 반드시 온다는 것은 기정사실인 셈이다.

석유전문가도 아니면서, 왜 신공항 이야기를 하는 데 피크오일 얘기가 나오느냐고 반문하는 이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석유와 관련하여 가장 예민한 분야가 바로 교통수단이다. 그중에서도 항공기는 가장 민감한 교통수단이다. 유가가 치솟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분야가 항공운송분야이기 때문이다.

2008년 오일쇼크 때를 기억하는가? 당시 가장 먼저 타격을 입었던 것이 항공산업이었다. 항공사들은 노선 감축과 서비스 축소를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황금노선이 아닌 정기노선들은 우선 폐쇄되었고, 그나마 필수적인 노선들마저 편수를 줄여 운항했다. 또한 무료로 이루어지던 기내서비스들은 모두 유료로 전환되었다. 또한 피크오일도 아닌 유가 상승에 따른 ‘오일 파동’에도 각국의 항공사들은 가장 먼저 기사회생을 위한 긴급조처를 취해야 했다. 유나이티드 항공사의 경우 1,500여 명의 감원과 소유의 거가항공사 ‘테드’를 폐쇄하고 항공기 100여 대를 줄였다. 미 항공사들은 항공기 감속운행까지 도입했다.

제주에 신공항이 설립된다면, 적어도 올 대선이 지나고서야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루어질 것이며, 여기에 예산이 뒷받침되어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기본계획 수립에 또 한 해가 추가될 것이다. 그리고 부지 선정 및 국회의 동의와 국무회의 의결 등을 거치면서 다시 1년이 소요될 것이고, 결국 제주신공항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채택되고 아주 운이 좋아 순조롭게 추진된다고 해도 신공항 조성의 첫 삽은 2015년 정도에 뜰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 조성기간이 10년에서 15년 정도 걸린다면, 신공항은 2025년에서 2030년에 완공될 것이다. 딱 IEA에서 예고한 피크오일의 도래시기와 겹친다. 비행기가 날지 않는 텅 빈 새 공항의 활주로를 상상하는 건 아무래도 SF영화의 괴기스런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어디까지나 상상일 뿐일까?


돌다리 넷, 나리타와 하네다의 교훈

신공항과 관련하여 또 하나 두드려 봐야 할 돌다리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현재의 공항은 어떻게 할 것인가의 문제다. 특히 일본의 경우처럼(얼마 전 탑동해녀 아들인 재일학자 ‘신재경 박사’의 글에서 자세히 소개된 바 있다.) 한 도시에 두 개의 공항이 들어섰을 경우의 문제는 어떻게 풀 것인가? 

▲ 하늘에서 내려다 본 하네다공항. 바다를 매립해 활주로 한 개를 더 만들어 수용능력이 확보되자 다시 국제공항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현 국제공항인 치바현의 나리타공항은 기능과 역할, 그리고 접근성 문제로 외면받기에 이르렀고, 이는 중요한 사회경제적 문제로 떠올랐다.(제주의 소리 사진)

공항은 대역사(大役事)이다. 아무리 작은 공항이라도 수조 원대의 천문학적 비용이 수반된다. 21세기 과학문명의 총아인 항공기가 일상에서 작동하는 거대한 시스템이 바로 항공운항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특히 비자발급과 세관시설까지 아우르는 국제공항 시스템은 공항 중에서도 최고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가능한 것이다.

제주국제공항은 현재 규모가 작다고 안달이지만, 1940년대 일제가 사용하던 정뜨르비행장에서 해방 후인 1946년 1월부터 민항기가 취항한 이후 1958년 정부인가의 제주비행장으로 정식 설립되고, 1968년 4월 국제공항으로 승격, 1979~1983년 공항확장공사, 1991~1992년 여객터미널 확장공사, 2006년부터~2012년까지 국내선과 국제선 여객청사 확장공사가 진행되어 오늘에 이르기까지 마치 피라미드를 쌓아 올리듯, 차곡차곡 현재 규모의 시스템으로 확장해 왔다. 이렇게 오는 데까지 소요된 시간과 비용만도 천문학적인 것이다. 현재 제주공항 부지면적은 3,561,679㎡로 100만여 평에 이른다.(자료: 제주공항 웹사이트)

현재 공항의 문제점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활주로 부족 문제와 24시간 자유시간공항 운영을 위한 야간운항 제한(주변 주택가 항공기 소음 문제)이 가장 큰 문제이다. 이를 위해 신공항 조성이 마땅하다는 것이다. 제주도 내에 과연 24시간 자유시간공항이 탄생할 수 있을 것인가?

2010년도 신공항 용역진에서 제시한 제주 신공항의 부지규모는 2개 활주로와 유도로, 계류장, 여객, 화물청사 등을 포함할 경우 최소 200만 평에서 250만 평에 이르는 것으로 내다봤다.

 

▲ 한국의 관문이라는 영종도의 인천국제공항. 얼마나 많은 탄소발자국이 찍혔을까?

2012년 3월 19일 제주 신공항용역 최종보고회에서는 “부지규모가 작아 토지의 수용과 사업비 측면에서 양호하며 기존시설과 가장 근접한 지역에 건설해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연구진의 보고가 있었다.

즉, 신공항은 250만 평에서 300만 평 사이이며, 장소는 24시간 운항이 가능해야 한다는 점이다. 면적도 면적이지만, 500여 개의 자연마을이 빽빽이 들어선 제주도에서 항공기 소음 문제가 걸리지 않는 곳을 찾자면 오사카의 간사이공항처럼 바다를 매립하지 않고는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또한 신공항용역보고서에서 제시된 것은 기존시설, 즉 현재의 제주공항에서 가장 근접한 지역에 건설해 기존 공항 인프라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말은 제주공항을 그대로 존속시킨다는 계획이다. 즉, 김포공항이나 일본 동경의 하네다공항처럼 국내선용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란 말이다. 그렇게 된다면, 제주도의 항공수용능력은 현재의 배 이상, 적어도 3배 정도의 수용능력을 갖출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제주도에 2개의 국제공항급 공항을 만든다는 것인데, 현재의 정석공항까지 포함하면 이 작은 섬에 3개의 공항이 들어서는 것이다.

아무리 관광객 급증이 예상된다고 하나, 제주도가 3개의 공항을 호황으로 운영할 수 있을까? 공항도 만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점은, 국내의 공항운영실태를 보면 안다. 국내의 공항들 중 흑자운영에 호황을 이루는 곳은 인천, 김해, 김포, 제주공항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적자운영이다. 국내 14개 공항 가운데 11개 공항이 적자운영이다. 적게는 4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 원대까지, 가장 큰 적자를 본 곳은 작년 10월 이후 항공사의 정기노선이 아예 끊긴 양양공항으로 수익은 3억7천800만원이고 비용은 105억1천800만원에 달해 적자 규모가 101억4천만 원이었다. 지난해 순이익을 낸 공항은 김해공항(664억1천900만원), 김포공항(528억8천100만원), 제주공항(277억1천200만원) 등 3곳뿐이었다. 전체 14개 공항의 순이익 또는 순손실까지 모두 합하면 공항공사는 지난해 957억3천300만원의 흑자를 본 것으로 나타나 김해, 김포, 제주 등 3개 공항이 나머지 11개 공항의 적자를 모두 메우는 구조였다.(2012 국감자료)

이런 상황을 보면, 제주에 두 개의 국제공항급 공항을 운영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적어도 신공항이 생긴다면, 제주공항은 폐쇄하고 완전 이전을 전제로 해야 할 것이다.

또한 공항의 입지 선정은 매우 중요하다. 즉, 핵심도시에 대한 접근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하네다공항의 경우, 공항 포화로 인해 70년대 동경 인근의 치바현에 나리타 국제공항을 따로 조성했지만, 입국 후 동경 진입까지의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 공항이용객들은 하네다공항처럼 도시 내에 있고 접근성이 좋은 공항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결국, 2010년 하네다공항은 기존 활주로 옆에 바다를 매립하여 활주로 하나를 추가시켜 국제선을 취항시키면서 도쿄를 연결하는 국제선 허브공항으로 도약을 시작한다.

올해에만도 3만 회에 그치던 국제선 발착 횟수가 급격히 늘어 2014년에 6만여 편을 내다보고 있다. 최근 중국이 하네다공항과 중국 내 주요도시를 연결하는 정기항공편을 두 배로 늘리기로 일본정부와 합의하는 등 하네다공항은 도쿄를 대표하는 허브공항으로서의 위상이 높아지는 반면 나리타공항은 국제공항으로서의 지위가 흔들리는 처지에 몰렸다. 나리타공항은 지위가 흔들리는 것을 넘어서서 대단위공항타운으로 발전한 상황에서 국제선이 하네다로 가는 순간 경제적 타격으로 인해, 공항이 존폐 위기에 내몰릴 수도 있는 처지에 놓였다. 하네다와 나리타의 상황은 제주의 신공항과 관련해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도시에 두 개의 공항이 들어설 경우 생기는 문제점이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경우의 수인데, 나리타의 경우처럼 이미 대규모 공항타운으로 발전한 제주공항 인근의 경제권은 어떻게 할 것인가? 제주를 대표하는 관문인 제주시에 속한 제주공항은 그나마 제주시권(여기서는 행정구역 전체의 제주시가 아닌 신제주와 구제주권만 이름)의 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큰 인프라시설인데, 이 공항 전체가 이전했을 때, 이미 구축된 경제시스템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제주시 구도심권의 몰락한 경제에 제주공항의 이전은 또 다른 타격을 입힐 것이다. 이에 대한 대책 역시 신공항 건설을 위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돌다리 다섯, 적정환경총량을 고민해야 될 시기

이제 다른 측면에서 신공항을 살펴보자. 나우루(Nauru). 오세아니아에 속한 나라로 남태평양 적도 바로 밑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작은 나라다. 면적 21㎢, 울릉도의 1/3정도이며, 인구도 1만 명에 미치지 않는 초미니 국가다. 우리들에겐 매우 생소한 나라인데, 최근 국가 파탄과 해수침수 등으로 뉴스를 타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나라는 한때 세계 최고의 부국이었다. 1970년대에 국민 소득 2만 달러였으며, 80년대에는 3만 달러에 달했다. 이 수치는 당시 미국의 1.5배 수준이었다. 이 작은 섬이 어떻게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가 되었을까?

이 엄청난 부는 바로 오랫동안 철새들이 날아들어 오면서 배설한 분비물에 의해 형성된 인광석(燐光石)을 팔아 얻은 것이다. 인광석은 인산질 비료, 세척제, 비누, 도금의 원료로 널리 사용되는 자원이다. 이 섬나라는 제국주의 침탈을 당하기 이전까지 2,000년 넘게 외부와 단절된 채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지키며 살아왔는데, 영국에 의해 처음 발견된 이후 제국주의 열강들이 번갈아 가면서 나우루의 인광석을 약탈했다. 그리고 1968년 나우루는 독립하게 되면서 인광석 채굴권을 반환받게 되는데, 과거 열강들이 했던 것처럼 나우루사람들은 인광석을 캐어 팔았다. 그리고 1970년대 나우루는 세계 최고 부국이었다.

인광석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는 나우루 사람들을 일을 하지 않아도 살 수 있게 했다. 일을 하지 않아도 인광석 판매로 얻은 수익 중 일부만으로도 국가에서 모든 국민에게 나누어주는 돈으로 살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세금도 없었다. 모든 것이 국가에서 비용을 대었으므로, 나우루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는 초호화 주택에서 고칼로리의 수입가공식품을 먹으며, 걸어서 네 시간도 안 되는 섬을 최고급 승용차로 돌아다니는 것이었다. 그러나 인광석이 30년 만에 바닥을 드러냈고, 2000년대 들어 나우루 경제는 실질적으로 파산 상태다. 또한 환경적으로도 섬 영토의 80%가 인광석을 캐내면서 온통 상처투성이가 되어 농사를 지을 수도 없게 되어 버렸다.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나우루의 진짜 재앙은 따로 있었다.

그동안 파낸 인광석만큼 섬의 해발고도가 낮아져 바다 밑으로 가라앉을 위기에 놓인 것이다. 더욱이 고칼로리의 음식을 즐겼던 덕에 전 국민 대부분이 비만과 비만으로 인한 당뇨병에 걸려 있다는 사실이다. 나우루 성인 90%가 과체중이고, 인구의 40% 이상이 당뇨병을 앓고 있다. 나우루공화국의 사례는 인간에게 자원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가를 가장 비극적으로 보여 주는 예이기도 하다.

 

▲ 인광석을 파내느라 온통 곰보투성이가 되어버린 섬의 전경. 표토를 잃어버린 섬땅은 더 이상 농사짓는 일도 불가능하다. 아니, 나우루 사람들은 그들에게 전수되어 오던 전통농법마저 단절되어 어렵이나 농사도 불가능해져 버렸다.

한 가지 더 살펴보자. ‘공유지(영어: Common Pool Resource)의 비극’은 1968년 12월 13일자 《사이언스》에 실렸던 미국 UCSB의 생물학과 교수인 가렛 하딘(G. J. Hardin)의 논문이다. 이 논문에서 비롯된 ‘공유지의 비극’ 개념은 이후, 경제학을 포함한 많은 분야의 논문과 저서에서 즐겨 인용할 만큼 중요한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그 내용은 단순하다.

공유지의 비극은 모두에게 개방된 초원에 각각의 양치기들이 가능한 많은 양떼를 공유지에서 기르는 사례로 설명된다. 모두에게 개방된 공유지 앞에서 양치기들은 고민한다. 양 한 마리를 추가했을 때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 이 경우 긍정적인 부분과 부정적인 부분이 있는데, 긍정적인 부분은 추가된 한 마리를 판매하면 수익을 혼자 얻게 되기에 예상되는 효용이 거의 100%이므로 이익이다. 반대로 늘어난 한 마리에 의해 발생하는 과대 방목의 효과는 모든 양치기에 의해 공유되므로, 1/N로 돌아온다. 결국 분별력 있는 양치기는 한 마리, 또 한 마리 더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은 공유지를 공유한 모든 양치기가 도달하게 되는 결론이므로 결국 모든 양치기들은 공유지에 더 많은 각각의 양떼들을 추가하게 된다. 하지만, 결과는 공유지의 모든 양떼들이 떼죽음을 당한다는 것이다. 결국, 제한된 자원인 공유지의 목초는 늘어나는 양떼로 인해 고갈되어 버렸고, 목초를 얻지 못한 양들은 죽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파멸하는 것이다. 이렇듯 공유지의 자유를 믿는 사회 안에서는, 각자가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면서 파멸을 향해 달려가게 된다는 것이다.

 

▲ 한국은행 경제교육 사이트 이미지

이 개념은 앞의 나우루공화국의 예에서 보듯 현실에 적용 가능한 과학적인 개념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자원은 유한한 것이기에 이것들이 공공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그 자원은 곧 바닥을 드러낸다는 것이다.

최근 제주사회는 한껏 달아오른 환상의 섬이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세계자연유산의 섬이며, 그것도 자연분야 트리플 크라운(?)이라는 영예를 안았다. 경위야 어떻든 세계 7대 자연경관의 섬이 되었으며, WCC를 통해 환경수도로서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했고, 1천만 관광객시대를 목전에 두고 있으며, 최근 중국관광객들이 몰려오면서 제주관광은 그야말로 눈부시고 비약적인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딱 환상의 시간대다. 이 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내친 김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와서 돈을 뿌려주게 하자.

그런데 이곳은 섬 땅이라 비행기가 24시간 오가지 않으면, 지금의 운항횟수로는 더 이상 확대시킬 수가 없으니, 신공항이 필요하다. 신공항이 없으면 앞에 열거한 모든 조건과 상황도 다 필요가 없는 일이다. 빨리빨리 신공항을 만들어야 해.

허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 반대급부라는 것이 있다. 모든 일에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다는 말이다. 호황의 관광산업의 이면에 지불해야 하는 대가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공유지의 비극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신구범 도정 때인 1997년 제주도는 <제주도 친환경개발을 위한 환경지표설정>연구용역을 (사)한국환경영향평가학회와 제주대학교 환경연구소에 의뢰해 지표개발연구용역을 수행한 바 있으며, 이는 980쪽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로 발간된 바 있다. 15년 전에 발간된 이 보고서를 어렵게 구해 읽어가면서 필자는 적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보고서에서 예측한 지표들의 수치들이 최근의 상황들과 대부분 일치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특히 각 지표평가 이후 조치되어야 할 사항으로 제시된 전략들은 지금도 유효한 것들이 대부분이었으며, 그 당시부터 이 보고서에 제시된 전략적 정책들을 시행했다면, 현재 나타나는 문제들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이 크다. 물론 그 당시 제시된 사업들 중 상당 부분 이루어진 일들도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건이었다.

이 보고서에 수록된 환경용량과 관련된 중요한 결과들만 추려본다면, 제주도의 적정자동차 수는 20~24만 대 / 적정 인구 수는 약 60~70만 정도 / 관광객 수는 연간 5백만~6백만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 평가에 관해 보완제언을 하고 있는데, 이러한 수치는 상대적인 것으로 변화될 수 있는 것이며, 적정 수준이라기보다는 현재 상태(즉, 1997년 당시)에서 적정하게 관리할 수 있는 계획 수준이라는 것을 빠트리지 않았다. 특히 지하수 함양량과 관련해서 반드시 보전하여야 할 산림면적은 제주도 면적의 50% 수준인 약 890㎢로 잡고 있다.

2012년 현재 제주특별자치도 인터넷 사이트의 통계정보에 의하면, 제주도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257,154대이며, 관광객 수는 8,740,000명, 정주인구 수는 2012년 현재 583,284명이다. 보고서와 비교할 때, 자동차 적정대수와 관광객 수는 이미 초과한 상태이며, 최근 제주도의 인구증가 추세로 볼 때, 60만에 이르는 것도 향후 10년 이내의 문제일 것이다. 물론 이 예상치들은 다시 변화된 요소들로 인해 재조정되어야 할지 모르지만, 당시 2020년을 예상으로 한 것을 고려하면 벌써 5년이 앞당겨져 15년 만에 제주도의 적정환경용량은 포화상태에 이르렀음을 알 수 있다.

이 보고서의 수용예상치가 절대적인 것이 아님은 이미 당시 연구진이 밝히고 있으나, 적어도 이 수치들을 통해, 현재 제주관광산업으로 인한 환경용량을 적정하게 관리하는 방안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이제는 많은 관광객 유치보다 내실 있는 관광산업의 정착과 관리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특히 그동안 물량 위주의 관광산업 부양정책은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을 깨닫게 하고 있다. 인구 58만이 정주하는 면적 977.77㎢의 이 섬은 이제 적정 환경용량을 관리해야 하는 시점에 이른 것이다.

이번 WCC 동안 탄소발자국 이벤트가 있었다. 환경총량을 줄이기 위해, 탄소발자국을 없애자는 캠페인이었다. 국제 행사 하나를 치르면서도 난리법석을 떨었는데, 하나의 국제공항이 생겨났을 때 탄소발자국은 얼마나 생겨날까?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 WCC 조직위와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행사장에 탄소상쇄기금 모금 데스크를 운영했다. 이번 총회 참가자들에게 ‘탄소 발자국 지우기’ 모금행사에 자발적으로 참여해줄 것을 적극 독려했다. 일명 '인파프로(Infapro) 프로젝트'를 가동한 것. 이 프로젝트는 IUCN 이사회에서 결정된 말레이시아 사바(Sabah) 지역의 산림을 복원하는 프로젝트로,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의 2만5000ha 크기의 열대우림을 말레이시아 사바 지역에 탄소를 흡수할 수 있는 산림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브레이크뉴스 제주 사진)

현재, 1천만을 바라보는 제주관광의 탄소발자국은 누가 감내해야 하는가? 제주의 관광수익자들이 제주에서 발생하는 탄소발자국에 대한 책임은 지고 있는가? 모든 것을 국비로 충당하면 다인가? 제주는 대한민국을 숙주로 하는 암세포인가? 국비는 국민의 혈세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에서 벌어지는 모든 ‘국비’에 대한 논리는 다분히 어느 외국에서 공짜로 약탈해오는 전리품 같은 전제가 깔려 있다. 제주에서 관광업을 통해 수익을 얻는 직접적인 수익자들에게는 제주의 관광으로 인한 탄소발자국에 대한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 그리고 그 환경자금을 통해 제주관광으로 인해 발생하는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제주사회의 시스템을 유지해나가야 한다. 그러므로 신공항이 들어선다면, 적어도 이로 인해 가장 큰 혜택을 얻는 산업분야의 사업자들이 환경부담에 따른 특단의 제도적 환경비용을 부담한다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


돌다리 여섯, 개발·성장·관광 - 자본주의 욕망의 용광로

 

▲ 제임스 구스타브 스페스(James Gustave Speth).

제임스 구스타브 스페스(James Gustave Speth)는 환경 정책 및 지속 가능한 발전 분야의 권위자이다. 그는 지난 40년간 헌신적으로 환경 운동을 이끈 뛰어난 지도자 중의 한 명으로 현재 예일 대학 삼림·환경학부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유수의 세계적인 환경단체의 설립자이며, 지미 카터와 빌 클린턴 대통령의 환경 자문위원으로 일했다. 1993년부터 1999년까지 유엔개발계획 UNDP 사무총장을 역임했으며, 환경문제에 헌신한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으로부터 ‘푸른 지구상(Blue Planet Prize)’을 수상했다. 그는 온건 환경론자로 평가받는 사람이다. 그의 저서인 《미래를 위한 경제학(The bridge at the edge of the world), 이경아 옮김, 모티브북, 2008》은 그의 수십년간의 환경관련 운동을 해오면서 축적된 지식과 경험의 결정판이라 할만하다. 특히 환경문제가 자본주의 경제발전과 함께 심화되어온 것이라는 점에서 환경과 경제를 통섭적으로 설명하는 그의 글은 독자로 하여금 깊은 공감을 끌어낸다.

스페스는 책에서 현재의 자본주의는 본질적으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근본적인 문제를 가지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 체제가 환경비용을 ‘외부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노동, 자본, 토지’ 등 자본주의의 생산을 위한 자원들과는 달리 ‘환경’은 비용에 포함시키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 결과 환경자원을 과다 사용하게 되어 결국은 고갈시키고 만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본주의는 발전할수록 환경과 양립할 수 없는 약탈적 본질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자본주의 재화의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에 영향을 끼친다.’거나, ‘피해를 입힌다.’ 등의 표현은 곧 ‘환경이라는 공공재를 사용한다.’는 말과 같은 말이 되며, 이는 ‘환경비용이 발생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환경비용은 당연히 상품가격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그는 ‘가격 바로 잡기’라고 표현한다. 이러한 지적은 우리가 쉬이 놓쳐버리거나 전혀 생각지 못하는 깊은 성찰을 담고 있다.

▲ 항공산업과 환경과의 관계를 잘 표현한 이미지다. (출처를 확인 할 수 없어 그대로 싣는다.)

항공산업과 환경과의 관계를 잘 표현한 이미지다. (출처를 확인 할 수 없어 그대로 싣는다.)
신공항의 건설은 분명, 제주도의 환경에 영향을 끼친다. 또한 이 말은 제임스 스페스 식으로 말하면, 현재 예상하는 신공항의 건설비용에는 환경비용이 빠져 있는 채 이루어질 것이다. 현재 6조~18조다 얼마다 하며 산정된 가격들은 환경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 자본주의 내의 가격 산정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250만 평에 해당하는 토지와 수조 원에 이르는 건설비용 외에 아직 포함되지 않은 그 값을 매기기 어려운 환경비용이 발생한다. 그리고 이 비용은 섬과 섬사람들이 사용해야 하는 공공재인 것이다.

또한 더욱 큰 환경비용은 공항이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발생한다. 더 많은 관광객이 들고날수록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 동안, 그 비행기가 쏟아 놓은 관광객들이 제주에 머무르는 동안, 제주를 떠난 후의 쓰레기 처리비용까지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신공항 건설이 얼마면 건설될 수 있다는 말은 한참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그 이해 당사자들을 제외하고 나면, 제주의 자연과 주민들에게는 약탈적 사업이라는 말이 된다.

저자는 또한 이 책에서 자본주의 시장의 실패, 즉 환경비용을 외부화함으로써 경제시스템의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실패는 ‘성장’이라는 자본주의 근본속성에 의해 확대 재생산된다고 본다. 또한 우리가 ‘성장’이라고 부르는 것은 세 가지 개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그것은 ‘생산의 성장’, ‘경제의 생물물리학적 처리량의 성장’, ‘인간 복지의 성장’이다. 

첫 번째는 ‘생산의 성장’으로 흔히 경제성장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의미의 ‘성장’이다. 화폐생산과 비화폐생산을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거래되는 재화와 용역 및 정부 지출을 달러로 환산해 국내총생산(GDP) 수치로 나타낸다.

두 번째는 이러한 생산의 성장에 반드시 수반되는 ‘생물 물리학적 처리량의 성장’이다. ‘처리량’이란 “자연계에서 얻어서 경제에서 사용되며 조만간 폐기물로 나타나는 모든 재료를 포함한다.” 처리량과 처리량의 증가는 경제가 환경에 미치는 부담의 근본원인. 경제 확대로 인한 생태계의 부담을 뜻한다. 현 경제에서는 GDP가 증대할수록 처리량 역시 이에 비례해 증가한다.

세 번째는 ‘인간 복지의 성장’이다. 인간이 행복해지기 위한 성장으로 경제성장이나 소비로도 충족이 되지 않는 성장이다. 이것은 GDP로는 결코 표현되지 않는다. 그래서 지속가능한 경제복지지수와 인간개발지수 등으로 측정한다. 스페스가 앞으로 인간이 발전시켜야 할 성장으로 꼽는다.

이상의 구분에 따른다면, 자본주의에서 ‘성장’은 생산의 성장을 무제한적으로 추구함으로써 처리량을 급증시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 복지의 성장을 반드시 가져오지 않는다. 오히려 최근의 성장은 환경을 파괴함으로 해서  

신공항 건설의 논리는 공항의 조성이 이 첫 번째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무엇보다도 그 확대된 성장의 과실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이익집단과 산업분야의 요구이기도 하다. 현재 신공항 건설이 제주의 사활이 걸린 중차대한 국책사업으로 필요하다고, 제주도민 전체가 필요성에 공감하듯이 범도민적 분위기로 몰아가는 것은 기만이며, 진실을 호도하는 일이다.

하지만 신공항 건설에 있어서 첫 번째 성장의 과실과 별반 상관이 없는 대다수 도민들의 경우는 나머지 두 번째와 세 번째 성장의 의미 역시 꼼꼼히 따져 보아야 한다. 그리고 범도민적 공감대란 세 번째 성장의 의미를 구현시킬 수 있을 때, 도출될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지속가능하며, 미래지향적인 제주의 미래 인프라로서의 신공항 건설이 될 것이다. 그때 비로소 범도민적 열망에 의한 국책사업의 당위성과 공감대를 얻을 수 있다.

특히 두 번째 성장의 개념인 ‘생물, 물리학적 처리량의 성장’은 공간적 한계가 크게 작용하는 ‘섬’이라는 환경인 제주도의 경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중요한 문제다. 바로 ‘환경총량’과 직결되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신공항의 조성을 통해서 추가로 발생하게 되는 처리량의 증가는 경제 확대에 의한 생태계의 전반적 환경부담의 증가를 뜻한다. 현 경제에서는 GDP가 증대할수록 처리량 역시 이에 비례해 증가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즉, 늘어나는 방문객 수와 관광산업의 활성화는 결국 제주섬의 생태계 전반에 부담을 주는 확장이라는 점이 분명하다. 결국 수용능력을 넘어선 무한대의 관광객 수의 확대는 제주섬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 제주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용능력인 적정환경용량은 이미 지표를 넘어선 시점이다.

필자는 들로 산으로 자주 나다니지는 않지만, 어쩌다 일 때문에 또는 가끔 제주말로 ‘거렁청하게’ 나들이를 하다 보면, 짜증나거나 위험해지기 일쑤이다. 우선 렌터카의 줄행렬과 그에 따른 교통스트레스다. 이는 차량이 과밀해서만 오는 문제는 아니다. 렌터카를 모는 관광객들이 대부분 낮선 도로를 GPS에 의존해 몰다 보니 곳곳에서 목적지를 확인하느라 주춤대기 마련이고,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마치 오키나와 섬주민들이 미군차량을 피하듯 다녀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또한 마치 군용차량의 이동행렬처럼 7, 8대의 관광버스가 곳곳에서 대규모로 행렬을 짓고 이동하는 모습들은 위압적이다.

또한 어디 관광지라도 한번 들를라치면, 북적대는 인파로 인해 제대로 관람하기가 힘든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관광객이 많이 오는 건 무조건 좋은 일이라지만,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불쑥불쑥 고개를 든다. 점차 쾌적함이 사라지는 것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제주를 찾는 이유 중 하나는 북적대는 도시와 달리, 대자연의 어메니티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절대 싸지 않은 항공료를 하늘에 뿌리며 찾아온 제주의 바다와 한라산 그리고 성산포와 올레코스에서 만나는 제주의 대자연이 가장 큰 자원인 것인데, 그런 제주가 이제 가득가득 차고 있는 것이다. 혹 모르겠다. 입만 열면 100만 제주인을 연호하는 ‘규모경제주의자들’에게는 이것이 진정 발전된 제주의 모습이겠지만, 필자에겐 왠지 ‘공유지에 풀어 놓은 양떼들의 포화 상태’처럼 느껴진다.

이런 몇 가지 예들은 제주가 이제는 적정수용능력을 넘어선 관광객 수의 증가와 그에 따른 관광객들과 정주민들의 환경스트레스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음을 반증하는 사례의 일면들이다. 스페스가 말한 환경비용이 수거되어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다. 즉, 한 호텔에 머무는 관광객의 경우, 그의 관광행위는 호텔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는 성산일출봉과 제주바다와 한라산과 역사유적지 등등 호텔에서의 활동을 제외한 제주의 여타 지역에서의 공공재를 소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호텔 역시 그러한 공공재를 소비하기 위해서 찾아온 관광객의 숙박비용과 서비스 내에서 본분을 다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말이다. 나머지 비용에 대해 지불하는 것은 결국 도민들이며, 감당하는 것은 제주섬이다. 그런 도민들에게 지역의 관광관련 기업들이 감당시키고 있는‘외부화’된 비용은 얼마만큼 될까? 저비용 제주관광 시 항공사의 1인 관광객의 관광비용 중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고 하는데, 그 비중만큼 제주관광의 환경부담 비율도 높을 것인데, 과연 항공사들은 제주에 충분히 그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일까?


돌다리 일곱, 값싼 석유소비시대의 총아 ‘관광’

 

▲ <관광객> 미국의 극 사실주의 조각가 듀안 핸슨의 작품.

자! 이제 마지막 돌다리를 두드려 보자. 20세기를 관광의 시대라고 한다. 실제 국제관광, 그중에서도 대중관광이 성행하게 된 건 세계적으로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부터이다. 종전 후 세계는 값싼 석유소비시대로 돌입하게 된다. 특히 전쟁 기간 좁아진 지구촌은 값싼 석유에 기반을 둔 자동차문화와 고속의 여행수단의 발달로 인해,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대량이동이 가능케 된다. 그 결과 세계는 관광이라는 전대미문의 산업이 호황을 맞게 된다. 그리고 2012년 제주도는 연간 관광객 천만 돌파를 앞둔 기념비적인 해를 맞고 있다. 그리고 제주는 물질적으로는 풍요롭다. 모두는 아니지만, 돈만 있으면, 놀 만한 관광파라다이스가 되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30여 년간 국가주도의 관광산업이 추진되면서 명실상부한 ‘관광’특별자치도가 된 것만은 사실인 것 같다. TV의 7시 저녁뉴스와 9시 지방뉴스 시간에는 관광객 통계가 화면을 채운다. ‘오늘 입도관광객 2만 5천 명’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경제도 문화도 도로도 모든 것은 제주관광의 부흥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처럼, 주간대에 외곽도로들은 렌터카와 관광버스 행렬로 가득하다. 곳곳에 스쿠터로 질주하는 청춘들의 행렬이 있다.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관광지들은 입추의 여지가 없다. 공항은 언제나 만원이다. 최근 부쩍 늘어난 중국인 관광객들은 공항뿐만 아니라, 저녁 시간대 구도심의 지하상가나 신제주의 바오젠거리를 가득 채운다.

감귤이 제주를 먹여 살리던 시대를 넘어, 이제 관광이 대세이며, 제주의 젖줄산업으로 자리 잡아 가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물론 그 관광의 과실이 제주경제와 제주도민들의 공공적 삶과 개인적 삶 모두에 어떠한 과실을 던져 주는지는 아직 구체적인 데이터를 일일이 따진 정확한 결론은 내려 보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제주특별자치도의 정책이나, 언론 방송 등과 소위 오피니언 리더그룹들 역시 관광을 중심에 두고 제주의 경제와 산업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사람 수만 늘린다고 관광이 제주를 먹여 살리는 산업이 되겠느냐는 회의적인 입장들도 만만치 않다. 그러한 회의론은 외형적으로 확대되는 관광산업의 ‘노른 자위’를 누가 먹는가의 문제에서 갈리는 것이다. 관광산업이 과거 감귤산업처럼, 각 가정과 마을에 혜택이 돌아오지 않는다는 얘기다.(물론 감귤농업 역시 과수원 토지와 묘목을 조달할 능력을 갖춘 가계들만 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어쩌면, 몇몇 대자본이 중심이 된 사업체들과 관련업계에만 그 혜택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감귤의 경우 가족단위의 산업에서 출발했다는 점이 지금의 관광산업과는 달랐다.

감귤산업의 경우, 그 해 1년 농사가 끝나고 나면, 적어도 손에 잡히는 수익을 가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고, 가족 중심의 마을 경작지 내의 과수원을 중심으로 한 산업이었기에, 적어도 주민생활의 향상과 경제적 효과가 마을 공동체 내부에 즉각적으로 나타났으므로, 성취감이 높았던 사업이다. 연말에 풀리는 감귤수익은 제주경제를 눈에 띄게 활기차게 했다. 소위 대학나무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해냈고, 환금작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았다. 물론 감귤도 갈수록 큰돈을 들여 소위 시설감귤로 갈수록 그 이문의 규모 역시 더 커진다는 자본주의적 경제원리가 관철되긴 했지만, 가족 중심단위의 가내업적 환금농업이었다는 측면에서 관광사업과는 피부에 와 닿는 감이 달랐다는 이야기다. 결국 감귤이 제주의 생명산업이었다는 데 이의를 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관광은 달랐다. 소위 제주관광의 상징이며, 출발점이었던 중문관광단지가 국가 주도로 개발되면서 관광은 소위 권력과 돈 있는 자들의 산업이었다. 그리고 최근의 올레열풍이나 세계자연유산 타이틀이 세인의 관심을 받기 전까지는 관광은 그들만의 잔치였다. 80~90년대에 이르러 평범한 도민들이 주변에서 관광으로 떡고물이나 챙긴 사람들은 관광식당 영업이나 개인택시운전기사들과 가이드업, 골프장 캐디 취업, 여행사를 운영하는 지인들 정도였다.

현재에도 관광으로 제주도가 돈을 번다지만, 제주관광의 노른자위는 대규모 토지와 대규모 자본을 움직이는 대기업들이 가져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등 대형 항공사 및 저가항공사, 중문단지의 대형호텔들이나 오성급 호텔들, 도 전역의 대기업이 지은 콘도들이 그러하며, 29개의 골프장과 렌터카업체들이 핵심이다. 또한 대규모 시설관광지나 렌터카업종 역시 도외자본이 장악하고 있다. 그리고 나머지 펜션업이나 음식점 등등이 제주도민들의 먹거리다. 

▲ 제주도 골프장 분포도(필자 이미지).

마을에서 시작되고 주민들의 소득증대사업으로 출발한 감귤산업과 국가 주도의 대자본가들이 주도한 관광산업은 똑같은 제주도란 공간에서 펼쳐진 산업들이지만, 주민 주체냐 대자본주체냐에 따라서 달랐던 것이고, 실제 제주의 저잣거리에 풀리는 돈은 관광업계보다는 감귤산업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현재까지도 이 상황은 마찬가지다. 제주도의 경제가 안 돌아간다 했을 때, 그 말은 감귤이 제값을 못 받거나, 건설경기가 주저앉을 때 이야기지 골프장 내장객이 없거나 신라호텔 투숙객이 없다고 나오는 이야기는 아닌 것이다. 아직까지는 말이다.

그러므로 사람 수를 늘리는 데 필수불가결한 신공항 건설이 제주도민들의 삶에 꼭 필요한 것이라고 범도민적으로 합의 본 바가 없으며, 이 합의는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하나만 더 두드려보자. 현재의 제주관광은 값싼 석유시대의 산물이다. 물론 아직도 제주관광이 고비용저효율관광이라 느끼는 사람들이 많긴 하지만, 그런 정도의 관광도 2차대전 이후의 소위 대량석유소비시대로 진입하면서 가능해진 일이었다. 그러므로 뒤집으면, 값비싼 석유시대의 도래가 점쳐지는 지금, 제주경제가 관광에만 올인해야 된다는 사실은 상당히 위험한 도박이나 마찬가지다. 정확한 통계를 대지 않더라도 제주관광의 산업비중은 과거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커졌음이 분명하다. 또 그만큼 여타의 산업보다 행·재정적 지원도 따랐으니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값싼 석유시대의 종말을 눈앞에 두고 거기에 더해 지구온난화가 대세인 시대에 우리가 관광에만 올인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일 수 있다. 연간 입도 관광객 8백만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대단한 일이다. 인구 58만이 거주하는 섬 땅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발을 디뎠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지금 관광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그 수가 적다고 한다. 아마도 3천만 명쯤 들어와야 “이제 좀 됐네!”라고 할 듯한 품새다.

지금은 관광산업 몸집 불리기나 관광객 수 늘리기보다는 정책적 입장에서 본다면, 지속 가능한 관광산업의 시스템을 확보하는 일과 내실 있는 관광산업의 육성이 중요한 시기라고 본다. 아직도 송객수수료에 의지하고 보조금에 의지하는 관광객 유치가 대세이고, 그들이 천만 관광객 숫자놀음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면, 제주관광은 늘 그 자리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한 제주의 지속 가능한 산업은 값싼 석유시대가 종말을 고해도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산업이 되어야 한다. 관광은 결국 값싼 석유시대의 산물이므로 그 시대가 저물어가는 지금, 다음 세대가 먹고살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결국 지구온난화와 피크오일시대에 필요하거나 적응 가능하고 생존 가능한 산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70년대 오일쇼크를 겪은 후에도 우리나라는 북유럽과는 다른 길을 걸었다. 그 결과 현재 세계 9위의 석유소비국가이면서 5위의 석유수입국으로 자리 잡았다. 독일이나 일본 등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앞뒤를 다투는 순위에 있지만, 그들은 풍력과 태양광 등 석유를 소비하면서도 자연순환형 에너지 개발에 투자해왔다. 쓰는 한편 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난 30년간 부단하게 석유를 기반으로 한 산업만 키워왔다. 그리고 석유종말시대가 코앞인 현재, 무늬만 녹색성장을 강조하는 정부가 무늬만 녹색산업을 키우자는 슬로건의 시대로 돌입한 셈이다.

중동의 산유국시대 이후 “할아버지는 낙타를 탔고 나는 자가용을, 아들은 전용비행기를, 그리고 손자는 다시 낙타를 탈 것”이라는 그들의 비유 어린 격언은 우리들에게도 적용된다. 그리고 그들은 석유가 바닥났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를 40여 년 동안 준비해왔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것이 두바이 프로젝트이며, 아부다비 프로젝트다. 그리고 엄청난 해수담수화시설이나, 대규모 태양광 단지 조성, 풍력단지 조성 등 사막 위의 녹색도시를 가꾸는 사업들을 수 십 년째 펼쳐오고 있다.

관광으로 호황인 현재의 제주도에서도 이 격언을 통해 배울 점이 많다. 관광객 천만시대에 오히려 제주도는 출구를 마련해야 한다. 현재의 관광산업의 호황과 삼다수 등 제주섬의 자원을 기반으로 다음 세대에 지속 가능한 산업을 발굴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마치며

‘트리플 크라운에 빛나는 세계자연유산의 섬’, ‘세계7대자연경관의 국제관광지’, ‘아름다운 올레트래킹의 섬’, ‘환경수도’ 등 최근 제주가 세계인들로 붙어 받아낸 인증들이다. 공교롭게도 이 모두는 제주의 천혜의 자연을 새롭게 발견한 세계인이 인정한 가치들이다.

하지만, 우리 내부를 들여다보면, ‘불편한 진실들’은 너무나 많다. 그동안 관광입국 40년의 성과들을 보면 그 성적표는 최근 뒤늦게 세계가 발견한 지구의 보물섬, 제주를 부단히 파괴해 온 일들이 태반이다.

제주생태의 보고인 곶자왈과 절대보전지역들이 무수히 팔려 나갔고, 그 자리는 관광개발로 파헤쳐졌다. 환경에 조응한 전통산업인 목축의 터전이면서 삼다수의 수원지역인 중산간 공동목장지역 대부분엔 가장 반환경적인 시설인 골프장이 29개씩이나 들어섰다. 걸핏하면, 케이블카를 놓겠다던 한라산은 지금도 환경용량을 걱정할 정도로 무제한적으로 방문객을 받아들이고 있다. 제주섬을 빙 두른 조간대에는 여지없이 양식장과 해안도로가 들어서서 해안 경관 파괴는 물론 해양생태계마저 파괴된 상태다. 그 아름답던 제주시의 보물인 탑동 먹돌바당은 콘크리트로 매립되었으나, 대형마트가 들어서서 원도심권의 지역상권을 고사시키고, 한 술 더 떠 태풍이 불때마다 상습재해구역으로 변해 앞으로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어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난개발을 방지한다고 시작한 10개 단지 20지구단지별 관광개발은 오히려 또 다른 난개발의 시작이 되고 말았다. 여기에 최근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들어서면서 부동산 중개업자를 자처해 제주의 쓸만한 땅은 다 가려내어 팔아치우고 있다. 또한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에서 주도하는 사업 중 대규모 토지를 이용하면서도 정말 제주의 미래와 시대정신에 필요한 사업들은 별로 없어 보인다. 또한 하천은 하천대로 홍수방지 한다면서 용암하천을 하수구로 만들어 놓은 곳이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국책사업이라는 명분으로 천혜의 경관지인 강정의 구럼비 바위가 유린당했다. 항구가 들어서고 나서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산호의 바다생태계 자체가 파괴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세계가 인정하는 것들은 모두, 원초적인 자연의 것들이고 자연의 산물이며, 애초에 거기 있던 것들이다. 즉 사람들이 손대지 않은 것들만 오늘날 세계 사람들은 제주의 가치로 그것이 지구촌의 보편적 가치로 인정하는 것이다. 역설이다. 그동안의 제주도민을 관광개발은 사실은 아무것도 제주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게 없다는 일이다. 이 점을 우리는 겸허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인위적이고 대규모적인 것들은 결국 제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일 뿐이라는 것. 그리고 그러한 일들은 정말이지 몇 번이고 돌다리를 두드리고 가야한다는 것이다.

이번 신공항 건설도 마찬가지다. 신공항 건설은 수조원이 투자되고 250만 평에서 300만평 가까이 대규모 토지가 필요하다는 점, 또한 10년에서 15년 정도의 장기간이 조성기간이 소요된다는 점에서, 단순히 몇몇 필요성만을 따져보고 타당성을 논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그것은 또한 제주의 미래에 걸쳐 잇는 일이어서 무작정 현 세대가 함부로 그 결과를 예측해 재단할 수 있는 사안도 아니다. 그러므로 이는 ‘범도민추진협의체’라는 단체의 목소리 내기와 소수 전문가들만의 전문적 지식과 판단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범도민적인 사안이기에 범도민적인 의견 개진이 필요한 일이며, 백가쟁명식의 논의를 통해 그 의미와 타당성이 도출되어야 한다. 구시대적 방법으로, 제주도에 국가의 떡고물을 하나 더 가져오는 애향심을 동원하면서 이 길만이 살 길이라고 제주도민 모두를 신공항 조기건설의 열풍에 몰아넣지 말아야 한다. 다원화된 사회인만큼 다양한 가치가 제주에 공존한다. 그 가치는 반드시 신공항 필요하다는 합의를 본적이 없다.

필자는 이 글에서 장황하게 일곱 개의 돌다리를 두드려보았다. 대규모 비용(토지, 시간, 재화, 처리량)이 소요되는 사업들인 경우, 특히 환경과 관련하여 돌이킬 수 없는 변형을 초래하며, 장기적으로 영향을 끼친다. 환경은 분명 보전하는 한 편 이용해야 한다. 인간이 결국 지구 행성의 자손인 이상, 결국 지구의 대지 위에 기생하는 존재일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규모 사회적·경제적·환경적 부담을 요하는 개발의 경우, 필자가 두드려 본 돌다리를 포함하여 더욱 확장되고 심화된 고민이 필요하다. 내년 국비로 조성되는 10억의 신공항용역비용은 신공항 건설의 타당성만을 입증하기 위한 보고서(어떤 명시적 사업을 위한 용역보고서들은 통상 그 사업을 관철시키기 위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관적 필요성을 객관화된 데이터로 뒷받침하려하거나 사업 타당성을 찾아내기 위해 의도적인 경우가 왕왕 있다.)가 아니라 필자가 제시한 영역들을 포함하여 더욱 세밀하게 아우르는, 신공항이 제주도에 정말 필요한가?(확장을 포함하여)에 대한 장기지속적인 측면들을 반영한 보고서가 작성되어야 할 것이다.

제임스 구스타브 스페스는 처리량을 가중시키는 새로운 성장과 개발보다 현재 있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자연을 위해서나 그 자연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을 위해서나 좋은 일이라고 제언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인간의 끝없는 과잉욕망의 확대주의에서 탈피하는 길만이 지속가능한 사회와 발전을 보장한다고 했다. 신공항 건설과 관련하여 귀담아 들을 대목이다.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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