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 1일 제주 희망콘서트서 ‘새로운 100년 즉문즉설’ 청중 '열광'
“통일 한국은 미래 100년 첫 걸음”…또 다시 5년 까먹지 말아야

 

▲ 희망 2013 콘서트 조직위원회가 10월1일 오후 7시 제주 웰컴센터에서에서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새로운 100년 즉문즉설’을 주제로 ‘2013 제주 희망 콘서트’를 열었다. 강연 중에 청중들과 함께 활짝 웃는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 ⓒ제주의소리

막힘이 없다. 꾸밈도 없다. 그런 중에도 주제와 맥을 놓치지 않고 정곡을 찌른다. 해박한 지식은 동서고금을 자유롭게 넘나들었고 시대와 계층을 뛰어 넘었다. 때문에 저절로 듣는 이들의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래를 향한 나침반 같은 힐링(healing)의 야단법석(野壇法席)이다.

설하는 이도, 강연을 듣는 청중도 모두 삼매경에 빠진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의 즉문즉설(卽問卽說)이 제주에서 열렸다.

희망 2013 콘서트 조직위원회(공동대표 임문철·양길현, 조직위원장 허진영)는 10월1일 오후 7시 제주 웰컴센터에서에서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새로운 100년 즉문즉설’을 주제로 ‘2013 제주 희망 콘서트’를 열었다.

밝아오는 2013년부터 우리 사회가 1%의 특권층을 위한 사회가 아닌 99%의 소시민들이 행복해지는 사회가 되길 소망하며 시작된 제주 희망콘서트다. 그 여섯 번째 무대의 주인공으로 ‘법륜 신드롬’의 주인공, 법륜 스님이 초청됐다. 스님의 강연은 섬세하고 부드럽지만 절대 에두르는 법 없이 정곡을 찌르는 것으로 유명해 최근 국내외에서 대단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법륜 스님은 ‘새로운 100년’이라는 화두로 새로운 한국, 새로운 사회에 대한 비전을 제시했다. “답답하면 물어라”라고 했던 석가모니 부처님 당시의 대기설법(對機說法, 병에 따라 약을 주듯, 가르침을 받는 상대의 능력이나 소질에 따라 그에 알맞은 가르침을 설하는 방법) 형식으로, 청중들이 현장에서 즉시 묻는 질문에 스님이 즉시에 답하는 ‘즉문즉답’ 방식으로 진행됐다.

강사가 스님이고 강연 방식이 불가(佛家)의 것이라 해서 불교 이야기를 하는 자리가 아니다. 주제는 ‘새로운 100년’이었지만 청중에 따라 정치·경제·사회·문화뿐만 아니라, 자녀교육·부부문제·진학·취업·연애에 이르기까지 막힘과 경계가 없었다.

▲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 ⓒ제주의소리
▲ 이날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은 시작 전부터 일찌감치 자리를 채워 입추의 여지가 없을 만큼 성황을 이뤘다.  ⓒ제주의소리

# 강정마을은 ‘작은 4.3’
“보수·진보보다, 남·북 갈등보다, 상처 더 깊어”
주민이 무슨 잘못? 국가가 첫 단추 잘못 꿰어

법륜 스님은 이날 기조강연의 시작을 제주해군기지 찬·반 갈등을 겪고 있는 강정마을 이야기로 풀어냈다. 법륜 스님은 이날 희망콘서트에 앞서 오후 1시부터 소셜테이너 김제동씨와 함께 강정마을에서 ‘한가위 마을 큰잔치’를 벌여 해군기지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 강정주민들을 위로하고 온 직후였다.

스님은 “오늘 강정마을에 가서 마음이 무거웠다. 마을에 다녀보니까 찬성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마을에서 소수였다. 그러나 찬성과 반대 주민간의 갈등이 우리사회의 보수·진보보다 더 상처가 깊고, 남북갈등보다 더 상처가 깊었다. 제가 만나본 사람들 중에 가장 상처가 깊은 집단이었다”고 말했다.

당초 법륜 스님은 자신이 이끌고 있는 평화재단을 통해, 해군기지 찬·반을 떠나 조상 대대로 마을에 뼈를 묻고 살아온 강정 사람들에게 그동안의 분노·갈등·원망들을 모두 내려놓고 예전처럼 자연스럽게 이야기 나누고 막걸리 잔 기울이는 자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날 마을잔치를 준비했다. 그러나 그 상처가 워낙 깊고 커서 쉬이 아물지 않을 것임을 알아차렸을까.

“마치 작은 4.3사건을 보는 것 같았다. 하늘에서 뚝 떨어진 돌덩이 때문에 마을사람들을 갈라놓는 것 같은…. 주민들이 뭘 잘못해서 지금의 고통을 느끼고 있다면 주민들에게 책임을 묻겠지만 주민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국가가 국책사업(해군기지)을 신중치 못하게 결정하면서 일어난 사태로, 첫 단추를 잘못 꿰어 벌어진 일이다. 무심코 던진 돌멩이가 개구리를 죽일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러면서 법륜 스님은 제주도민들에게도 강정 문제에 적극 관심 갖고 참여하기를 당부했다. 찬성과 반대가 아니라 제주도를 위해서, 나라를 위해서, 또한 강정주민들을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것인지를 함께 고민해달라는 당부였다. 직업이 무엇이든, 성별이 무엇이든, 우리 사회 공동체의 목표와 시대정신을 제대로 읽고자 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올바른 판단이 설 것이란 조언도 보탰다.

▲ 강연 중인 법륜 스님 ⓒ제주의소리
▲ 법륜 스님의 강연은 유하고 섬세하지만 문제를 직시하고 에둘러가는 법 없이 정곡을 짚는다. ⓒ제주의소리

# 1900년대 과거 우리나라를 보라, 미래 100년이 보인다!
이명박과 오바마가 친하다? “미국 이익에 철저히 부합하니까”
MB정부 외교 실정 실랄 비판

흔히 우리는 역사라는 거울을 통해 과거를 반추함으로써 현재를 인식할 수 있고 이를 근거로 또한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고 한다. 스님도 오늘을 사는 우리들이 향후 100년을 잘 준비하지 못하면 과거 100년에서 한 발짝도 더 나갈 수 없다고 일침을 가했다.

스님은 “현재는 향후 100년을 희망으로 만들 거냐, 아니면 이걸 까먹어서 암담한 100년이 될 거냐의 분기점에 있다”면서 “왜 분기점이냐, 지난 50년은 어려움은 있었어도 우리나라는 경제 산업화와 정치 민주화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 성공의 비결은 우리의 노력도 있었지만 우리나라가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동안 세계의 중심이었던 미국에 줄을 섰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세계 환경이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스님은 “앞으로 100년은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가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강력한 도전자 중국이 나타났기 때문”이라면서 “중국이 미국과의 세력교체 전망시기가 당초 2050년으로 전망되던 것에서 2030년으로 점점 그 간격이 좁혀지고 있다. 미국의 쇠퇴는 눈에 보이고 한·중 간의 교역이 한·미 간의 교역보다 2배에 달하는 등 한마디로 미국은 지는 해요, 중국은 뜨는 해”라며 세계질서 흐름의 변화를 조심스럽게 짚었다. 

스님은 이어 이 같은 세계질서와 동북아 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읽지 못한 현 이명박 정부의 ‘눈 먼 외교’를 꼬집었다.

“이명박 정부는 한·미 역사상 가장 사이가 좋은 정부다. 그런데 오바마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은 친구가 될 수 없는 사이다. 근데도 가장 좋은 친구가 됐다는 건 뭘까. 우리가 미국의 이익에 제일 부합했다는 것”이라고 지적, “원래는 한·중 수교로 뒤통수를 맞은 북한이 중국과 사이가 나빴다가 한국이 미국에 달라붙으니까 중국은 북한과 혈맹관계를 회복해서 북한의 나진ㆍ청진항을 비롯한 동해 주요항구 4∼5곳의 공동 개발을 추진하는 등 정세가 변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라는 대륙 지진 판이 서서히 충돌하니까, 그 사이에서 미진이 일어나고 여기저기서 화산이 분출하는 형국”이라고 빗댔다.

스님은 또, “이럴 때 우린 어떻게 해야 하나. 남북관계가 좋지 않으니 미국으로 더 달라붙어야 하나, 아니면 일본으로 더 달라붙어야 하나. 요즘 한일군사정보협정이라는 거, 아직 식민통치를 반성 하지도 않고 독도를 자기네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과 군수지원협정과 정보협정을 국민들 몰래 하려다가 들통이 난 게 누구냐”며 “그거 할 때는 언제고 또 독도 갈 때는 언제고, 저도 헷갈린다”면서 현 정부의 외교정책을 비판했다.

특히 법륜 스님은 “남한은 북한 때문에 한·미 관계를 더 강화하고, 북한은 남한을 핑계로 중국과 러시아에 가서 붙고, 이렇게 되면 우리의 미래는 새로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하위변수로 전락하게 된다”고 우려하고, “과거 1900년대의 우리나라를 읽어보면 국제 흐름과 국내 문제를 해결 못해서 지난 100년이 흘러왔다면, 새로운 100년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아야 한다. 내버려 두어선 안되고 길이 어디 있느냐를 바로 봐야 한다. 국제사회의 새로운 세력 개편에 있어서 우리 위치를 제대로 찾으려면 통일하지 않고는 어떤 가능성도 없다”고 진단했다.

# 통일은 새로운 미래 100년 첫 걸음
유일한 희망이 ‘통일’…북한에 대한 시각도 달라져야

법륜 스님은 미래 100년은 ‘통일 한국’이 유일한 희망이자 대안임을 역설했다.
 
스님은 “우리나라가 지금까지는 비교적 잘 왔지만 앞으로는 깜깜하다. 그런데 우리가 통일을 한다면 어떻게 될까, 통일한국은 영토 면에서도 작은 나라가 아니다. 영국, 프랑스와 비슷한 수준으로 조금만 노력하면 세계 10위안에 들어가는 중견국가가 될 수 있다”며 “그런 역량은 미·중 가운데서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중국이 강하고 미국이 약하거나, 반대로 미국이 강하고 중국이 약해지면, 우리나라가 미·중 사이에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는데, 미·중 두 국가의 힘이 49대51 또는 51대49로 비슷할 때 우리가 10만 되도 저울이 휙 우리 쪽으로 기울 것이고, 그럼 동아시아에서의 우리의 역할이 커질 것임을 강조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 스님은 “그래서 통일된 한국은 우리가 가진 역량 이상의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남북이 분단돼 있을 때는 갈등의 분쟁지에 불과하지만, 통일이 되면 동아시아에서는 한국 때문에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 이게 바로 고 노무현 대통령이 말한 균형자론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통일은 미래의 새로운 100년을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다. 통일 없이 어떤 미래도 만들기 어렵다”고 역설하고, “북한에 아무리 문제가 있더라도 그것을 우리 전체 민족사의 전체 문제로 인식하고 어떻게 통합해 낼 것인가로 바라본다면 북한에 대한 평가가 달라야 한다. 이런데서 과거 청산형 통일이 아니고 미래비전형 통일이어야 한다”며 미래 100년을 위한 통일의 의미에 방점을 찍었다.

▲ 법륜 스님은 이날 "올 연말 대통령 선거는 통일한국으로 가는 중요한 분기점"이라며 "보수나 진보가 아닌 통일지도자가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 ⓒ제주의소리

#  “이 손을 어디에 놀리느냐가 대한민국 운명 좌우”
연말 대통령 선거는 보수·진보보다 통일 지도자 뽑는 날

법륜 스님은 올 연말 치러지는 대선이 통일로 가는 길목의 분기점이 될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연거푸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이 손을 어디에 놀리느냐에 따라 우리의 운명이 바뀐다”고.

스님은 “2012년 연말 대통령 선거는 그냥 정권교체나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문제를 넘어서서 이 문제(통일)의 분기점이 되는 선거”라며 “우리가 하려고 해서 통일이 될까 하겠지만 지금은 틈바구니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즉, “미국은 약간 세력이 약화되고 있고, 우리 배후에 있는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 이 틈바구니를 잘 활용하면 통일의 기회가 온다”며 “이 틈바구니 사이는 앞으로 10년이다. 충분히 통일 기회를 잡을 수 있다”면서 “그런데 어떤 사람이 5년을 까먹어버렸다. 앞으로 또 5년을 까먹어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 그래서 우린 보수 정권이냐, 진보 정권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민족의 중요한 분기점에서 어떤 리더십으로 이 문제를 풀어낼 것인가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해, 연말 대선에서 신중한 권리 행사를 당부했다.

스님은 또, “통일문제는 우리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주변 상황도 맞물려 있다. 더이상 북한은 우리와 협력하지 않고는 버텨내기가 어렵다. 이런 북한 급격한 세력 약화는 통일에 유리하기도 하지만, 더 이상 시간여유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스님은 “만약 북한이 중국에 정치·군사적 귀속이 이뤄지면 통일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더 이상 한국의 정치지도자는 남한만을 어떻게 할 거냐만 가지고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 남한의 정치지도자는 남한은 말할 것도 없고, 북한 전체의 이익을 어떻게 주도할 것인가 하는 안목이 있어야 한다”면서 “이제 새로운 지도자는 이런 안목이 있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해결하기 위해서 2012년도 말 우리의 선택은 앞으로 5년의 희망과 절망의 문제가 아니라, 미래 100년의 희망과 절망의 분기점이 될 중요한 선거다. 시민들의 새로운 각성이 필요한 시기다. 연말 대선서 꼭 웃자”라는 말로 강연을 끝맺었다.

이날 법륜 스님과 함께한 희망콘서트는 시작부터 일찌감치 빈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280석의 좌석을 꽉 채우고도 자리를 잡지 못한 백여 명의 관객들은 좌석이 없이 계단과 플로어 바닥에 앉은 채로 강연을 경청했다. 내내 진지함이 이어졌고, 간간히 웃음과 함성, 박수가 가득한 가운데 ‘제주의 희망과 대한민국의 희망’을 함께 노래했다. <제주의소리>

<김봉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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