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인 남방큰돌고래가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앞바다 정치망에 걸려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단독] 상처 입어 생존 장담못해...이틀간 허둥지둥 "구조 매뉴얼 시급"

정치망에 걸린 국제적 보호종 '남방큰돌고래'가 제주 어민과 해양경찰, 아쿠아리스트들의 구조작업 덕분에 탈진 직전 생명을 구했다.

그러나 관계기관의 협조에도 불구하고 고래 방류에 따른 행정차원의 어민보상과 매뉴얼이 부족해 이에 대한 대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5일 제주해경은 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 최초 신고자인 어민, 아쿠아플라넷제주와 협조해 이날 오전 10시부터 돌고래 구조작업을 진행했다.

동양 최대의 수족관을 보유한 아쿠아플라넷제주는 얼마전 숱한 논란 끝에 어민들을 통해 반입한 고래상어를 바다에 방류한 업체다. 당시 2마리 중 1마리는 수족관에서 폐사했다.  

구조대상인 돌고래는 3일 오전 6시 제주시 애월읍 고내포구 앞 150m 해상 정치망에서 발견된 멸종위기종 남방큰돌고래였다.

어민들는 3일 새벽 작업을 위해 현장을 찾았다 돌고래 한마리가 어망 속에 있는 모습을 보고 곧바로 해경과 제주시에 신고했다. 고래는 포획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이다.

▲ 남방큰돌고래를 처음 발견한 정치망 주인 고혁용씨가 돌고래 구조를 위해 해경 122구조대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제주해양경찰서 122해상구조대원들이 남방큰 돌고래를 구조하기 위해 돌고래를 그물 밖으로 유인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행정의 협조요청을 받은 아쿠아플라넷제주는 4일 오전 아쿠아리스트와 수의사를 고내포구 현장에 보내 남방큰돌고래의 건강상태를 체크했다.

발견 당시 남방큰돌고래는 몸통 부위에 원인미상의 상처가 있었다. 돌고래 크기는 길이 140~160cm으로 3~7살 사이의 어린개체로 추정됐다.

아쿠아플라넷측은 수의사를 통해 곧바로 상처를 소독하고 건강상태를 체크했다. 이어 해경과 어민의 협조를 얻어 방류를 시도했으나 번번히 실패했다.

남방큰돌고래의 특성상 그물 위를 넘지 못하고 정치망 어망의 작은 구멍도 두려움을 이유로 선뜻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어민은 당초 그물을 잘라 돌고래를 내보내는 방안을 고민했으나 "그물 훼손에 따른 보상을 해줄 수 없다"는 제주시의 답변을 듣고 선뜻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정치망 주인인 고혁용(50)씨는 "그물에 돌고래가 들어온 이후 사흘째 작업을 전혀 못하고 있다"며 "그물 안에 돌고래가 있어 다른 물고기가 들어오지도 않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 사흘이상 돌고래가 정치망에 걸린채 그물 밖으로 빠져 나가지 못하자 어민들이 정치망을 들어 올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어민들이 돌고래를 구조하기 위해 정치망 하단 고정핀을 모두 제거하고 정치망을 들어 올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고씨는 또 "작업도 못하는 상황에서 보상도 없이 그물을 자르면 수백만원의 피해를 고스란히 내가 떠안야 한다"며 "돌고래를 살려야겠지만 어민들이 피해를 봐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결국 고씨는 물속에 들어가 그물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물의 입구를 최대한 열어 하루를 지냈으나 5일 오전에도 돌고래는 정치망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했다.

고심끝에 해경과 어민들은 정치망 밑부분을 어선장비를 통해 끌어 올리고 해상특수기동대 122대원 3명이 물 속에서 고래를 밀어내기로 했다.

30여분간의 작업 끝에 돌고래는 그물 아래를 통과해 힘차게 바다로 빠져 나갔다. 그러나 상처 치료와 별도의 전문적 치유활동은 이뤄지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한 아쿠아리스트는 "돌고래가 수일동안 그물에 갇혀 탈진 된 상태였다"며 "무리를 벗어난 어린 개체가 상처까지 있어 상황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상처를 치료하고 집중치료를 통해 바다로 돌려보내야 생존가능성이 높아진다"며 "무작정 방류하기 전에 건강상태 체크와 치유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 돌고래가 정치망에 갇힌 채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돌고래는 3일 오전 발견됐으며 며칠간 그물 안에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수면 위로 떠오른 남방큰돌고래.

실제 2011년 12월 경남 욕지도에서 정치망에 갇혀 탈진한 상태로 어민에게 발견된 멸종위기종 '상괭이'가 국내 최초로 집중치료를 통해 회복된 바 있다.

아쿠아리스트들은 "어민들 입장에서는 보상이 없다보니 돌고래 방류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물에 돌고래가 걸릴 경우에 대비해 관계기관 협조와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 고래가 그물에 걸려 발견되는 것은 한 해 평균 600여 마리로 추정되고 있다. 발견된 고래는 모두 사체이거나 얼마 지나지 않아 죽는 것이 대다수다.

현행 '고래자원의 보존과 관리에 관한 고시(농림수산식품부 고시 제2010-146호)'에서는 남방큰돌고래를 비롯해 고래류에 대한 포획이 전면 금지돼 있다.

특히 남방큰돌고래는 국제포경규제협약(ICRW)에 따른 국제적 보호종이다. 태평양과 일본 근해에 살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제주도 해역에 10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다.<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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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방큰돌고래가 걸린 제주시 애월읍 고내포구 앞바다의 정치망.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남방큰 돌고래를 구조한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해경 122구조대원과 어민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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