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회사에 승선 금지 명단 넘긴 기관 어디? 해경.경찰.국정원 "우린 아니" 발뺌 급급   

▲ 해운회사에 넘긴 해군기지 반대운동 지도부 명단과 생년월일.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이태후'로, 홍기룡 군사기지 저지 집행위원장은 '홍길용'으로 각각 이름이 잘못 적혀 있다.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 지도부에 대해 사정당국이 여객선사에 배표를 끊어주지 말라고 명단을 넘겨 물의를 빚고있다.

하지만 경찰과 해경, 국정원은 서로 자신들이 명단을 작성해 넘겨주지 않았다고 극구 부인했다.

강정과 쌍용, 용산이 함께 연대한 '2012 생명평화대행진'팀은 5일 오후 5시 제주~목포 배를 타기 위해 제주항 6부두에 도착했다.

평화대행진을 위해 제주에서 목포로 이동하는 주민과 활동가는 총 47명. 선발대가 이날 오후 3시30분 매표소에서 승선권을 끊으려고 하자 모 여객선사 직원이 강동균 강정마을회장과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덕진 천주교인권연대 사무처장, 신용인 변호사, 홍기룡 군사기지 저지 범대위 집행위원장은 승선이 안된다며 승선권 발급을 거부했다.

강정마을 주민과 활동가들은 "예약만 하고 구체적인 명단을 매표소에 전달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런 명단을 해운회사가 작성할 수 있느냐"며 "누가 압력을 넣고 명단을 작성했느냐"고 거칠게 항의했다.

▲ 김덕진 천주교인권위 사무처장이 해운회사 매표소 직원에게 명단이 어떻게 작성되고, 누가 넘겼는지 따지고 있다.
매표소 여직원은 "해양경찰에서 승선할 수 없는 사람의 명단을 줬다"고 말했다.

명단이 적힌 메모지는 명함 3분의 2 크기이며, 코팅 처리돼 있었다. 또한 강동균 회장 등 5명의 이름과 생년월일 등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이태호 처장의 이름은 '이태후'로, 홍기룡 집행위원장 이름도 '홍길용'으로 잘못 적혀 있었다.

주민과 활동가들이 경찰과 해경에 확인하자 해운회사측은 "해경에서 내려온 지시가 아니"라고 말을 바꾸고는 "저희가 잘못들었고, 사과드린다"며 나머지 5명의 배표를 끊어줬다.

주민과 활동가들은 해운회사측에 "승선거부 명단을 누가 줬느냐"고 계속해서 항의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 강정 주민과 활동가들이 해경에게 항의하고 있다.
해경측에서는 절대 자신들이 선사에 승선거부 명단을 전달하지 않았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경찰과 국정원도 자신들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현장에 있던 해경 관계자는 "해경은 승선권을 가진 승객에 대한 검사를 하고, 기소중지자나 불법체류자를 검문할 뿐"이라며 "승선권을  끊어주지 말라고 할  권한은 없다"고 항변했다.

경찰 정보과 관계자는 "어떤 기관에서 명단을 해운회사에 넘겨줬는 지 우리도 궁금하다"며 "우리는 단순히 부두에 나왔다"고 말했다.

국정원 관계자는 "지금 세상에 배를 못타게 하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우리도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고 부인했다.

해운회사 관계자는 "양복을 입고 검은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승선거부 명단을 주고 갔다"고 뒤늦게 밝혔다.   

한편 강정주민과 활동가들은 이 해운회사를 개인정보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계획이다. <제주의소리>

<이승록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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