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이영권씨, 가수 장필순씨 등 초청 북콘서트 서귀포서 열려

 

▲ 6일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는 '서귀포 시민의 책읽기 위원회(위원장 이경주)' 주최로 '작가와 함께하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 저자 이영권씨가 '변방의 시선으로 보는 역사'를 주제로 강연을 펼쳤다.
"제가 농담으로 자주 하는 말인데요, 이성계의 조선건국, 이거 제주도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지도 모릅니다. 최영 장군이 목호의 난을 진압하러 제주에 와서 도성을 비운 틈에 살해를 당했기 때문에, 공민왕의 아들인 우왕이 무서워서 최영 장군에게 도성을 비우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최영이 병력을 이끌고 요동을 정벌하러 떠나는데, 우왕이 평양까지 쫓아와서 울면서 붙잡았잖아요. 그 바람에 최영이 이성계에게 지휘권을 넘겨주고, 그래서 이성계가 마음 놓고 회군을 하게 된 겁니다."

<제주역사기행>(한겨레출판사)의 저자 이영권씨가 모처럼 걸출한 입심을 과시했다. 강연이 이어지는 내내 객석은 진지했다.

10월 6일(토) 오후 4시, 서귀포시 김정문화회관에서는 '서귀포 시민의 책읽기 위원회(위원장 이경주)' 주최로 '작가와 함께하는 북콘서트'가 열렸다. 화가 변명선씨가 잔잔한 목소리로 콘서트 진행을 맡았고, 월드뮤직밴드 사우다지(SAUSDADE)가 오프닝을 맡아 프랑스 집시풍 음악을 선보이며 공연장을 가을의 정취로 채웠다. 

▲ 오프닝 무대를 맡은 월드뮤직밴드 사우다지(SAUSDADE)
이날 강사로 초대된 저자 이영권씨는 책을 쓰게 된 동기를 묻자 "고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면서 도내 시민단체의 요청으로 시민들과 함께 역사기행을 하다가, 우연히 기행에 참가한 출판사 관계자가 출판을 권했다"고 했다. 책이 꾸준히 팔리고 있는지 묻자, 저자는 "지금까지 7쇄를 찍어낸 것을 보면 꽤 많이 팔리는 편"이라고 대답했다.

이날 강연의 주제는 책의 부제가 말해주듯 '변방의 시선으로 만나는 역사'다. 저자는 "고등학교에서 국사를 가르치고 있지만, 제주사람으로서 한국사는 여전히 불편하다"고 말했다. 중앙 중심적 왕조사관에서 보면 제주의 역사가 설 자리가 없다는 말이다. 그래서 제주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변방의 시선으로 한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안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저자는 삼별초를 예로 들면서 "삼별초가 평화롭던 제주섬에 8천 병력을 이끌고 들어와 섬사람들을 전쟁에 동원해서 주민들로 하여금 영문도 모른 채 죽게 했다"며, "국사교과서에는 민족의 자주성만 거론하지 제주 사람들의 고통은 한 줄도 언급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목호의 난을 진압하러 제주섬에 왔던 최영장군에 대해서도, 중앙중심적 사관과 구별해서 해석해볼 것을 권했다. 원의 목호들이 들어와 100년 동안 말을 키우는 과정에서 제주의 경제력이 성장했고 인구도 급증했기 때문에 제주 사람들은 고려 조정보다는 원의 목호들을 더 가깝게 느꼈을 것이라는 말이다.

"당시 말 한필의 값이 노비 3명의 가격과 같은 수준이어서 목호는 당시 1등 신랑감이었고, 제주 여인과 원의 목호 사이에 혼인이 자연스럽던 시절이었습니다. 최영의 2만5천 병력이 처음에는 목호군 3천에 막혀 명월포구에 들어오지를 못했습니다. 가까스로 상륙해서 피비린내 나는 전투를 한 것을 보면, 제주 사람들이 목호군을 도와 최영의 토벌군과 맞서 싸운 겁니다. 중세까지는 민족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제주 사람들이 고려 조정과 동질감을 가질 이유가 없었습니다."

▲ 가수 장필순씨가 서정성 깊은 노래를 선보이며 청중의 심금을 울렸다.
이날 강연이 끝난 후, 가수 장필순씨가 마무리 무대를 맡았다. 장필순씨는 현재 제주에 거주하고 있는데, 오래도록 음반 작업을 하지 않다가 최근에 새로운 음반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했다.

장필순씨는 이날 행사에 맞게 통기타 하나 들고 나와서 '혼자만의 여행',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 등 서정성 깊은 노래를 선보이며 청중의 심금을 울렸다.

'서귀포 시민의 책읽기 위원회'는 지난 2010년에 출범한 이래로 해마다 시민의 책을 선정하고, 독서 분위기의 확산을 위해 해마다 여러 가지 사업을 하고 있다. 위원회가 지난 봄 <그 섬에 유배된 사람들>의 저자 양진건씨를 초청해 북콘서트를 열었는데, 이번 행사는 올해 들어 두 번째로 열린 북콘서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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