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출신 문대탄씨 둘째와 넷째 사시 동시 합격
셋째는 변호사로 활동…3형제 법조인 제주서 두번째

▲ 지난 14일 발표된 사법고시에 나란히 합격한 문건식 건민씨 남매.
제주출신 두남매가 지난 14일 발표한 제47회 사법고시 2차시험에 나란히 합격했다. 또 이들과 함께 셋째는 이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등 5남매 중 3남매가 법조인의 길을 걷게 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4일 발표된 사법고시 2차 합격자 명단에 한양대를 나란히 졸업한 문건식(33)씨와 여동생 건민(30)씨가 나란히 합격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대기고등학교와 신성여고를 졸업한 후 한양대 법대에 진학한 이 남매는 같은 학교 같은 과 선후배로 나란히 공부하면서 이번 사시에 동반합격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에 앞서 셋째로 제주여고와 고려대 법대를 건영(32·여)씨는 이미 2002년 사법연수원을 31기로 수료하고 현재 법무법인 한결에서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어 다섯 남매 중 둘째와 셋째, 넷째 등 3남매가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됐다.

▲ 셋째 건영씨는 이미 2002년 사법연수원을 마쳐 현재 변호사로 활동중이다.
건식씨와 건민씨는 "매일 같이 어울려 공부를 하다 보니 주위로부터 '애인이 아니냐'는 오해도 받은 적이 종종있었다"면서 "그러나 서로 경쟁도 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어 많은 도움이 됐다"며 기뻐했다. 

건식씨는 "언론계에 종사했던 아버지가 사회문제를 바라보던 시각이 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며 "법률이라는 틀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건민씨는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아 법조인이 되면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좀더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사법시험 도전 동기를 밝혔다.

건민씨는 "오빠(건식씨)와 나 둘 다 2000년에 사시 1차 시험을 붙은 뒤 계속 떨어져 이번에도 둘 중 한 명이 먼저 붙으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동시에 합격해  다행"이라며 활짝 웃었다.

지난 2002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해 이미 변호사 길에 접어들은 건영씨는 환경운동연합 공익환경법률센터 운영위원으로 새만금 소송 등 공익변론에 참여하며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세 자매를 뒷바라지하며 법조인의 반열에 올려 놓은 아버지는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에 반대해 동아일보 기자 중에서 제일 먼저 사표를 내 던지지고 고향인 제주로 낙향한 문대탄씨(66·제주시 연동).

그 역시 서울법대를 졸업한 탓이어서 "아버지의 영향이 자식들에게 미친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자식들이 법대에 진학하는 것을 한사코 만류했었다"며 자신들의 가족사가 언론에 다뤄지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했다.

▲ 5자매 중 3자매를 법조인으로 만들어 놓은 아버지 문대탄씨.
문씨는 "우리사회에서 법조인이란 게 돈만 벌 줄 알았지 사회의 발전에 별다른 공헌도 하지 못하고 있고 국민들의 시선이 나쁘다는 것을 내가 잘 알고 있었기에 둘째 건식이가 법대를 가겠다고 할 때부터 만류했으나 막무가내로 법대를 가더니 그 동생들도 줄줄이 아버지의 말을 안 듣고 법대에 들어갔다"면서 "솔직히 말해 법대에 들어간 이상 아들 딸들이 사법고시에 합격해 기분이 좋은 것은 사실이나 우리사회가 필요로 하는 공학박사도 된 것도 아닌데 언론에서 필요이상으로 관심을 가져줘 힘들다"고 말했다.

문씨는 "자녀들이 어려서부터 내가 은행이나, 행정권력 등 힘있는 기관을 늘상 비판해 왔기 때문에 그런데 영향을 받은 게 아닌지 생각된다"면서 "이제 법조인의 길에 발을 들여 놓은 이상 자신들이 개척해 나가야 할 길이지만 돈과 명예, 권력이 아닌 정말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법조인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문씨는 "다만 한 가지 기쁜 게 있다면 내가 딸들을 아들과 차별없이 교육시켜 왔는데 두 딸이 다행히 열심을 공부를 해 주고 또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무척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문씨의 막내 아들인 건협(26)씨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현재 서울대 법대에 재학중이어서 네번째 법조인이 탄생될 지 주목된다.

한편 문씨는 지난 14일 사법고시 발표 직후 도내일부 언론에서 이 사실을 알고 취재에 들어갔으나 "아이들이 허락 없이 언론에 알릴 수 없다"며 취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날 이날 건식씨와 건민씨가 졸업한 한양대에서 이를 발표해 중앙언론에 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도내 언론에까지 알려지게 됐다.  

도내에서 한 가정에서 세 형제가 법조인에 들어선 것은 강창재(50) 변호사 가족에 이어 문씨 가족이 두번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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