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출신 문대탄씨 둘째와 넷째 사시 동시 합격
셋째는 변호사로 활동…3형제 법조인 제주서 두번째
지난 14일 발표된 사법고시 2차 합격자 명단에 한양대를 나란히 졸업한 문건식(33)씨와 여동생 건민(30)씨가 나란히 합격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대기고등학교와 신성여고를 졸업한 후 한양대 법대에 진학한 이 남매는 같은 학교 같은 과 선후배로 나란히 공부하면서 이번 사시에 동반합격하는 영예를 안았다.
이에 앞서 셋째로 제주여고와 고려대 법대를 건영(32·여)씨는 이미 2002년 사법연수원을 31기로 수료하고 현재 법무법인 한결에서 변호사로 근무하고 있어 다섯 남매 중 둘째와 셋째, 넷째 등 3남매가 법조인의 길을 걷게 됐다.
건식씨는 "언론계에 종사했던 아버지가 사회문제를 바라보던 시각이 나에게도 영향을 미쳤다"며 "법률이라는 틀을 통해 세상을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험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건민씨는 "여성문제에 관심이 많아 법조인이 되면 여성의 지위향상을 위해 좀더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사법시험 도전 동기를 밝혔다.
건민씨는 "오빠(건식씨)와 나 둘 다 2000년에 사시 1차 시험을 붙은 뒤 계속 떨어져 이번에도 둘 중 한 명이 먼저 붙으면 어쩌나 고민했는데 동시에 합격해 다행"이라며 활짝 웃었다.
지난 2002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해 이미 변호사 길에 접어들은 건영씨는 환경운동연합 공익환경법률센터 운영위원으로 새만금 소송 등 공익변론에 참여하며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 세 자매를 뒷바라지하며 법조인의 반열에 올려 놓은 아버지는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에 반대해 동아일보 기자 중에서 제일 먼저 사표를 내 던지지고 고향인 제주로 낙향한 문대탄씨(66·제주시 연동).
그 역시 서울법대를 졸업한 탓이어서 "아버지의 영향이 자식들에게 미친게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자식들이 법대에 진학하는 것을 한사코 만류했었다"며 자신들의 가족사가 언론에 다뤄지는 것을 상당히 부담스러워 했다.
문씨는 "자녀들이 어려서부터 내가 은행이나, 행정권력 등 힘있는 기관을 늘상 비판해 왔기 때문에 그런데 영향을 받은 게 아닌지 생각된다"면서 "이제 법조인의 길에 발을 들여 놓은 이상 자신들이 개척해 나가야 할 길이지만 돈과 명예, 권력이 아닌 정말로 사회에 보탬이 되는 법조인이 됐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문씨는 "다만 한 가지 기쁜 게 있다면 내가 딸들을 아들과 차별없이 교육시켜 왔는데 두 딸이 다행히 열심을 공부를 해 주고 또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것은 무척 기쁘다"고 환하게 웃었다.
문씨의 막내 아들인 건협(26)씨도 아버지의 뒤를 이어 현재 서울대 법대에 재학중이어서 네번째 법조인이 탄생될 지 주목된다.
한편 문씨는 지난 14일 사법고시 발표 직후 도내일부 언론에서 이 사실을 알고 취재에 들어갔으나 "아이들이 허락 없이 언론에 알릴 수 없다"며 취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날 이날 건식씨와 건민씨가 졸업한 한양대에서 이를 발표해 중앙언론에 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도내 언론에까지 알려지게 됐다.
도내에서 한 가정에서 세 형제가 법조인에 들어선 것은 강창재(50) 변호사 가족에 이어 문씨 가족이 두번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