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제주를 세계평화도구로 좀 더 ‘통크게’ 써보자 

  강정 해군기지에 대해 크게 두 개의 시각이 엇갈린다. 그 하나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논조이다. 이는 주로 해군기지 추진을 찬성하는 사람들이 즐겨 쓰는 외형적 규정이다. 주된 내용은 해군기지이지만, 그래도 군항에 보조적으로 크루즈항이 덧붙여지는 외형에 주목하면 민군복합항이라 불릴 수도 있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박근혜 후보는 17일 새누리당 제주선대위 발대식서 “안보-제주발전 두마리 토끼 잡을 것”이라 말하면서 더 확고하게 민군복합항이라는 외형에 강조를 두었다. 지난 4.11총선 당시 제주 지원유세 때 밝혔듯이 민군복합형 개념은 ‘하와이형 모델’로 제시된 바 있기에, 박근혜가 재차 강정 해군기지를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 언명한 것은 자연스런 것이라 하겠다.

  # 해군기지로 경제협력 공동체 중심에 설 수 있는 경로가 과연 있을까?

  다만 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해군기지)를 추진하게 되는 이유 내지는 근거를 하나 제시했다는 데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간 느낌을 받는다. 제주도가 “황해경제권, 동북아 협력공동체의 정중앙에 있다”는 지정학에 주목하면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 “제주의 미래를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하게 하게 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이 그것이다.

이는 곧 제주가 해군기지를 통해 동북아 협력공동체의 정중앙에 자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것인데, 황해경제권을 얘기하면서 어떻게 대치를 전제로 하는 해군기지가 협력공동체의 토대로 작동할 수 있는 것인지 필자로서는 의구심이 크다. 왜냐하면 군사기지가 경제협력을 증대시켜 나가는 어떤 경로나 경험이 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제주를 이끄는 전략으로 제주국제자유도시가 널리 호칭되어 왔다. ‘사람, 상품, 자본이 자유롭게 오가는’ 국제자유도시는 일면 최소한 관광의 차원에서는 제주의 미래를 이끄는 전략으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왜냐하면 그것은 세계화의 기치로 자리 잡고 있는 대외개방과 국제교류의 조류에 편승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제주는 한편으로는 제주국제자유도시처럼 사람이 많이 오가는 대외개방을 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상품이 자유롭게 오가는 한미-한중 FTA에 대해서는 우려의 눈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다.

 # 혁신적 제주역할의 ‘재구성’...안보보다 평화이름으로 중심체 역할은 어떨까?

  이와 같이 대외개방의 양면성으로 고민이 많은 58만 제주도민에게 정부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으로 대한민국의 안보도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 그 안보의 위협이 북한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아니면 중국이나 일본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여부와 관계없이 미래에 혹 있을 지도 모른 국제적 갈등의 소용돌이에 제주도 참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밀어붙이기의 안보동참 요구에 조금이나마 보상을 해주고자 하는 게 바로 크루즈항일 게다.

제주가 대한민국 정부의 안보 동참 요구에 순응해야 한다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는 사안이다. 그러면서도 일면으로 제주가 다른 방식으로 안보 불안을 덜어내는 데 기여할 여지가 크다면, 그러한 역할을 찾아 재구성하는 것은 어떤가 하는 혁신적 사고 내지는 실험도 존중되어야 하지 않을까. 대한민국 정부가 2005년에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가 어려울 정도의 시도로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했다면, 안보보다는 평화의 이름으로 제주의 지정학을 살려나갈 지혜와 방책에 더 방점을 두었으면 하는 바람을 지울 수가 없다.
 
  필자는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외형보다는 해군기지라는 내용에 더 주목을 하는 두 번째의 시각을 갖고 있다. 왜냐하면 아무리 크루즈항이 옆에 같이 자리한다고 해도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의 본질은 해군기지임을 부정하기가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해군기지 일방적 추진은 평화의 이름으로 무엇인가의 새로운 미래를 찾아보려는 제주도민에게는 기를 꺾어버리는 일이다.

당연히 군이 안보를 위해서 군사기지에 매달리는 것을 나무라서는 안 된다. 그게 군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통령이라면 군사기지를 넘어서는 다양한 방식의 안보 프로세스를 찾아나서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안보 위협을 줄이는 데 전통적인 군사적 접근만이 아닌 협력안보의 방식에 더 관심을 기울일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 대통령이라면 다양한 안보프로세스 찾아야...제주서 남북정상회담을 열면...

  세계평화의 섬 제주는 동북아 평화공동체로 나아가는 긴 여정에서 제주의 지정학을 안보가 아닌 평화의 이름으로 미래를 찾아 나서겠다는 제주도민의 의지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이러한 제주도민의 혁신적-미래지향적 시도를 도와주고 장려하는 데 더 치중해야 하지 않을까. 평화 프로세스 가운데 하나는 당연히 남북정상회담일 것이다. 다음 정부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를 포함하여 국방장관, 외무장관 등 각료회담의 빈번한 만남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18대 대통령은 강정해군기지를 통해 안보 위협을 줄이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세계평화의 섬 제주에서 북한의 김정은을 만나고 또 다양한 형태의 남북한 친선대화를 갖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제주가 동북아 평화수도로 작동하도록 함으로써 남북한 긴장을 완화하고 안보불안을 줄여나가는 데 더 많은 관심과 정책을 펴 나갈 수는 없을 것일까.

  이렇게 보면 강정 해군기지 추진은 일단 중지하는 게 사리에 맞다. 왜냐하면 강정 해군기지가 1-2년 늦어진다고 대한민국의 안보 불안이 크게 위협받지 않으리라 보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러한 돈이 있으면 2019년 제주공항의 포화가 예상되는 데 대응하여 신공항 건설로 나아가는 게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어떻든 강정에 해군기지 하나 더 건설하면 대한민국의 안보도 그만큼 증진된다는 20세기적 군사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군사기지보다는 남과 북이 화해하고 미국과 중국이 협력하면 더 많은 안보가 창출될 것이라는 정치적 접근에 주목하는 게 협력안보의 뜻이다. 그렇다면 제주해군기지는 남북한 평화체제 구축과 동북아 평화공동체라는 미래의 청사진을 하나씩 찾아나서는 여정에서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무엇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폭넓게 의견 수렴하면서 추진해도 무방할 사안이라고 보고 싶다.

  # 노벨평화상 ‘EU'처럼, 평화의섬 제주를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만들면 안될까?

  그래서인지 필자는 제주에 해군기지가 건설되어 대한민국의 안보를 맡는 방향의 군사적 차원의 미래보다는 제주가 노벨평화상 수상 대상이 되는 그러한 정치적 차원의 미래를 꿈꾸게 된다. 올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유럽연합이 선정되는 것을 보면서, 세계 유일의 시도인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한반도 및 동북아에서의 평화구축에 남다른 기여와 역할을 꾸준히 맡아 하고 있노라면, 어느 날인가 논란이 있는 EU 보다는 오히려 제주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지목되지 못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그래서 18대 대통령 후보들에게 한 가지 부탁을 드리고 싶다. 제주를 좀 크게 써 달라는 것이다. 단순하게 안보의 한 수단으로 보다는 진정으로 세계평화의 도구로서 크게 써 먹어야 할 곳이 바로 동북아의 보석 제주가 아닌가 하는 것이다.

더욱이 강정에 해군기지가 건설되는 게 대한민국의 안보증진에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 차근차근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은가. 문득 ‘당신멋저“ 라는 건배사가 떠오른다. 제주가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그리고 저주면서‘ 사는 곳으로 자리하는 날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되는 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양길현 제주대학교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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