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의 제주담론] 11 시청주차장을 시민광장으로

▲ 현재의 제주시청 전경. 근대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청기와지붕의 구 제주도청사 본관. 개보수 과정에서 박공창이 없어져 버렸고,  좌우로 누더기처럼 건물들이 증축되면서 원래 건축물의 이미지가 손상되어 버렸다.(제이누리 사진)

 

제주시청사의 종합민원실이 철거된다고 한다. “제주시는 청사 이전 대신 시청사 앞에 있는 구 한국은행 건물을 매입해 새로운 부속 청사로 활용키로 했다. 매입한 한국은행 건물에는 종합민원실이 들어가기로 됐다.(제이누리 기사, 2012. 10. 05.)” 또한 제주시 관계자는 “현재 종합민원실 건물에 대한 활용 및 철거 여부는 결정된 바 없다.”면서도 “현재 시청사 내 주차장이 협소해 철거 후 주차장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시민복지타운으로 이전해 감에 따라, 제주시청의 사옥에 여력이 생기면서 종합민원실 건물을 철거한다는 계획의 일단을 소개한 기사다. 제주시청사의 본청 건물을 확장시켜 사용해 온 종합민원실 건물은 오래전부터 건물이 낡아 많은 비만 오면 누수현상이 발생해, 매년 방수처리시공을 하면서 사용해오고 있던 실정이다.

이 건물은 2010년 3월 안전진단 결과 C등급 판정을 받았다. C등급이면 보수·보강 후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철거 단계인 D등급보다 한 단계 위에 있지만 한은 건물 매입으로 인해 사무실에 다소 여유가 발생하기 때문에 굳이 유지할 필요는 없다.(제이누리 기사)

 

▲ 노란 선 안의 건물이 철거될 종합민원실(제이누리 사진)

그동안 비좁은 청사를 확장해 사용해오던 시청사의 누더기 건물이 철거되어 본청건물이 본 모습을 되찾게 되었다는 것은 관광도시로서의 제주시의 가장 대표적인 행정청사라는 측면에서, 또한 건축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변화가 될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앞서 시청 공무원이 말한 주차장으로 이용하는 것보다, 시민들의 공간으로 돌려달라는 것이다. 그것도 문화예술이 숨 쉬고 젊은이들이 활개칠 수 있는 만남의 광장으로 말이다. 우리도 외국처럼 시청광장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시청사가 관광지가 되게 하자는 것이다.


역사성 있는 근대문화유산 제주시청사

제주시청사는 역사성을 지닌 청사이기도 하다. 이 청사의 건축은 한국전쟁 와중이던 1951년 11월 8일 기공, 1952년 11월 30일에 준공됐다. 새 청사는 부지 3900평(공설운동장 부지 1600평 포함), 건평 451평의 2층 벽돌조 건물로 지어졌다. 공사비는 5억 5000만 원, 설계자는 당시 전남도청 공무원인 주명록(1921~2002) 씨이며, 시공은 허정 국무총리의 소개로 서울 (주)중앙산업이 맡았다고 한다. 1980년 초까지 제주도청사로 사용돼왔다. 그해 3월 제주도청사가 제주시 연동으로 이전하면서 28년간의 도청사의 일대기를 마감하고, 제주시청사로 변경돼 현재까지 이용되고 있다.

 

▲ 1952년 준공 당시의 제주시청사(당시는 제주도청이었다.) 전경(《제주 100년》사진)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는 부산으로 피난했을 때, 악화되던 전시상황 속에서 제주로 정부기관을 이전했을 때를 예상해, 제3정부청사(또는 청와대)로 활용하기 위해 건물을 신축했으며, 그래서 벽체의 두께가 1m에 달할 만큼, 대포에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하게 지어졌다는 비하인드스토리가 있다고 전해지는 이 건물은, 그래서인지 실제 1952년 12월 16일 열린 도청사 낙성식에 이승만 대통령 부부와 밴 플리트 UN군 총사령관 부부, 백선엽 육군참모총장 등 당대의 정계 군부의 최고 실력자들이 대거 참석해 건물 낙성을 축하한 바 있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건물이다. 지난 2005년 4월 15일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 제155호로 지정 보존되고 있다.

▲ 1960년대의 제주시청사. 소위 개발운동장으로 불리던 도청 앞 공설운동장에서의 행사 장면. 준공 당시와는 달리, 건물 좌측 부분이 증축되어 있음이 드러난다. 이 건물은 위의 사진과 비교해보면, 처음에는 좌우대칭의 박공지붕에 전면 사각포치가 중심한 대칭적 건축구조였는데, 후에 건물의 좌측면을 확장했음을 알 수 있다. (《사진으로 보는 제주역사》사진/부분)

 

▲ 같은 장소 앞뒤 양면 두 개의 사진. 제주도청사 낙성식 행사 장면. 이승만 대통령이 연설하고 있다. 당시 도청이 지어진 장소는 멀리 축하객들의 무리 뒤로 삼성혈까지 아무 거침이 없는 벌판이었다. 왜 광양벌이라고 불리었는지 알 만하다. (오른쪽 사진은 《제주 100년》에 실린 사진인데, 사진 설명에는 “군인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4․3 당시의 사진”이라고 잘못 설명하고 있다./왼쪽 사진: 제주시청, 오른쪽 사진: 《제주 100년》사진)

양상호 제주국제대학 건축학과 교수는 이 건축물의 특성과 건축사적 의미를 다음과 같이 서술한 바 있다.

구 제주도청사의 건축적 특징은 강조된 현관포치(건물의 입구에 지붕을 만들어 차를 대도록 한 곳)의 형태에 있다. 한국전통건축에서 박공벽(지붕이 양쪽 방향으로 경사진 건물의 측면에 보이는 ∧모양의 벽)을 정면으로 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처마선을 정면으로 하여 출입한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관청건물은 정면의 중앙부에 현관을 두고 그 상부의 지붕에 박공을 설치하여 현관부분을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건축의 기능적인 필요에 의한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서구에서 이러한 형식을 통해 권위를 표현하려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던 점을 생각하면, 일제의 관청건물이 관청의 권위를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라 추정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일제의 박공형 포치가 권위를 중시하는 고전주의적 표현이라면, 제주의 박스형 포치는 고딕적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고딕건축양식이 갖는 지방성과 대중성을 나름대로 표현하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구 제주도청사에서 일제의 관청건축의 전형인 삼각형의 박공을 배제하고 박스형의 현관포치를 두었음은 일제의 영향을 배제하려는 건축적 표현이라 생각할 수 있다. 구 제주도청사의 이러한 특징은, 이후 지어지는 제주 관청건축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가 되면서 건축적 정형(定型)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건축적인 완성도가 대단히 높은 이 건물은 제주근대의 표징으로서 반드시 보존되어야 할 소중한 문화유산이다.(제주일보 2004. 10. 14.)

하지만, 이 건물도 콘크리트로 지어진 건물인지라 그 수명이 전통목조건축물들보다는 짧을 수밖에 없는데, 지난 2월 8일부터 3월 말까지 국토해양부 지정 안전진단전문기관인 (주)부성이엔씨는 “준공 이후 60년이 지나 콘크리트 중성화 심도가 깊고, 철근이 부식되는 등 노후화 현상이 뚜렷해 건물 노후도와 문화재적 가치를 반영해 보전 차원에서 유지관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시청 본관 건물에 대한 정밀안전진단 결과, 건물 상태 및 안전성 종합평가에서 A~D등급 중 하위에 속한 C등급 판정을 받았다. 시설물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C등급은 “전체적인 시설물의 안전에는 지장이 없지만 주요 재료의 내구성과 기능성 저하 방지를 위한 보수와 보강이 필요한 상태”를 말하는 것으로 사용이 제한되는 최하위 D등급 바로 위 단계이다. 하지만, 가장 문제가 되었던 종합민원실 부분을 들어내고, 본관건물에 보강공사를 한다면, 보존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앞의 신문기사는 이러한 시청사본관을 원래의 모습으로 돌려놓는다는 것인데,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그것은 단순히 종합민원실만 철거하는 것에 그쳤을 경우의 문제다. 위의 준공 당시의 사진에서 보듯 이 건물은 온전하게 전후좌우면이 원래의 모습을 되찾을 때, 역사성이나 건축사적 의미를 온전히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철거소식에는 좌측면의 민원실만 언급될 뿐 우측면 건축물의 철거계획은 들어 있지 않다. 이 기회에 양측면의 추가건축물을 모두 들어내는 게 맞다. 그래야 건축물의 본래 모습을 되찾기 때문이다. 또한 차후에 지붕을 보수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준공 당시의 원래대로 박공지붕 위의 천창들도 복원해야 할 것이다.


제주시청사는 문화유산

제주시는 흔히 탐라국 때부터 셈해, ‘천년 도시’라고 한다. 하지만, 이 도시의 어디에서도 천년의 향기는 느낄 수가 없다. 천년의 나이테는 고사하고 100년의 시간의 켜도 느낄 수 없는 도시이다. 우리가 그만큼 도시의 시간, 전근대의 역사, 추억의 삶이 어린 공간들을 지우는 데 열중했기 때문이다. 소위 먹고살기 힘들었던 시대, 낡은 것 오랜 것은 버리는 것, 지우는 것이라는 생각이 만연하던 분위기가 쉽게 옛것을 지워버린 것이다. 어쩌면 그것들은 가난의 증표요, 전근대의 유산이기에. 하지만, 그것들을 지우면서 우리의 기억도 지워버린 탓에, 이제 이 도시는 전부가 신도시다. 우리가 말하는 구도심도 엄밀히 말하면 신도시인 셈이다.

도시공간의 역사는 어쩌면 건축의 역사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도시의 시간은 곧 건축의 시간이기도 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이 오래된 천년 도시에는 유장한 시간으로 이루어진 건축물은 극히 희소하다. 결국, 그 희소성은 유서 깊은 건축물을 오래 보존하지 못한 데서 오는 일이다.

관청청사는 공공건축물이다. 시청이나 도청 등은 지방행정과 권력의 산실이며, 지역주민 모두가 사용하는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그 건물은 그 도시의 역사와 함께한다. 제주시청사도 그러하다. 다른 도시에 가면 시청사는 그 도시의 상징적인 공간이기도 하다.

또한 유럽의 경우는 시청사가 대부분 관광지로 문화유산이다. 파리시청사의 경우는 관람하기 위해 미리 예약해놓지 않으면 당일치기로 방문할 수 없을 정도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시청사들 중 관광지로 알려진 곳은 들은 바 없다. 그만큼 우리의 관공서들은 문화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이 말은 뒤집으면, 우리의 행정 역시 문화적인 안목과 수준을 지니지 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시청사의 존재성은 그 의미를 더한다. 바로 희소한 문화적 관광자원으로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가진 건축유산이고, 건축물 건립과정에서의 스토리텔링요소가 살아 있으며, 건축사적으로도 제주의 근대건축의 표징으로 충분히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즉,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 가면 부러웠던, 남들에게 보여줄 시청사가 있다는 것이다. 문화의 시대 또는 문화관광의 시대, 세계자연유산의 섬, 제주특별자치도를 대표하는 중핵도시인 제주섬에 남들에게 보여줄 만한 시청사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필자는 관광객이나 외지인들에게 보여줄 시청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광장을 조성하자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오히려 시청광장의 필요성은 시청 주변의 공간적 필요성에서 기인한다.


시청 대학로 주변의 공간 읽기

시청 부근은 소위 제주의 대학로로 불린다. 제주시내 4개 대학(과거 교대 통합 이전엔 5개대학) 학생들의 만남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사실 대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이 동네가 대학동이 된 것은 순전히 도시를 멀리한 산중대학들 덕분이다. 외국이나 육지부의 경우, 대학이 도시의 중심적 공간에 위치해 문화생산과 소비의 발전소 역할을 하고, 대학문화가 가장 활력적인 도시문화의 한 축이 되는 것에 비해, 제주의 대학들은 일찌감치 수도원처럼 도시 외곽에 조성되었다.

따라서 다른 학교의 친구들을 만나거나 청년문화를 펼치기 위한 일정 공간이 필요했는데, 그곳이 바로 제주시내 모든 대학을 통하는 교통수단, 즉 버스노선이 지나는 곳인 시청 정류소였다. 90년대 이후, 중앙로와 한짓골을 중심으로 발달했던 학생들의 모임이 좀 더 편한 시청으로 자리를 옮기기 시작한다. 결국, 동네의 여타 식당들은 카페나 학사주점, 커피숍으로 바뀌고 음반점, 서점 등도 이곳에 자리를 잡으면서 자연스레 시청 주변은 젊음의 거리, 청년문화의 본산이 되어버린 것이다. 결국, 대학과는 아무 상관없는 시청 대학로, 대학동이 되어 버린 것이다.

 

▲ 제주시청사 주변의 대학동 분포도와 주요 시설 기관

위의 항공사진에서 보듯, 시청사를 L자형으로 감싸는 구역이 소위 대학동이다. 이 블록 내에는 경제적 능력이 없는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값싸면서도 맛있고 무엇보다 양이 많은 식당들인 학사주점들이 즐비하고, 최신유행풍의 인테리어로 꾸민 각종 커피숍이나 카페가 즐비하다. 그리고 학생들이 놀 수 있는 노래방 등등 젊은이들이 낄낄대고, 속닥대고, 우악질 할 수 있는 업종들이 골고루 산재해 있다.

위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학생들은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서 청춘의 시간들을 이곳에서 보낸다. 하지만, 이곳은 빽빽한 건물들의 숲이다. 청년문화의 본산이지만, 돈을 내고 미팅과 음주를 해결하는 것 외에 자발적이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은 문화 행위를 할 수 있는 장소는 전무하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주체가 된 문화적 이벤트가 벌어지지도 않는다. 소극장이나 전시장 또는 만남의 장소도 없다. 이곳에 성업 중인 영리업종과는 경쟁이 되지 않으며, 또한 천정부지의 임대료를 낼 수 있는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시나 연극공연 등은 이 동네에서 볼 수 없다. 다만, 주변에 CGV상업영화극장이 있어, 영화관람 만큼은 이 동네에서 해결 가능하다. 한마디로 청년문화의 본산이라지만, 청년들의 소비문화의 본산지일 뿐이다.

하지만, 문화기획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곳은 돗자리만 깔면, 꾼들이 몰리고, 지나던 행인도 눈길 발길을 멈출 명당이다. 예로부터 시장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 물산이 모이는 곳에 자연스레 들어선다. 그런 의미에서 이곳은 적어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그것도 젊은 청춘들이 말이다. 그러므로 공공적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문화공간들을 조성해내야 한다. 이는 도 차원의 정책적 차원에서 배려되어야 할 문제다. 아직 이곳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다.

서울 대학로의 마로니에 공원의 경우,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하면서 공원으로 조성된 곳으로, 서울대의 전신인 경성제대 당시 심은 마로니에(침엽수과 낙엽 교목)가 상징인 공원이다. 그리 넓지 않은 이 공원은 대학로의 상징적인 문화공간으로 옛 문리대 건물을 일부 활용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아르코미술관과 아르코예술극장, 예술가의 집 등이 입지해 있는 문화콤플렉스이기도 하다. 이곳은 대학로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마로니에 공원 정비안 모형

최근 종로구는 마로니에 공원의 기존 마로니에 나무는 유지하면서 공원을 지금보다 열린 공간으로 만든다고 한다. 인근 예술가의 집, 예총회관, 아르코미술관 등과 협의해 현재의 경계담장 등 보행에 불편을 주던 장애물들을 제거해 좀 더 접근성이 좋은 개활지로 조성한다. 이렇게 되면 공원면적은 현재 5,800㎡에서 9,100㎡로 늘어나며 좀 더 많은 시민들이 쾌적하게 공원을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도시들은 조밀한 도심 내에 어떻게든 최대한 공공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 추세이다. 도시 자체가 자연을 대체한 지구촌의 도시문명은, 잃어버린 자연적인 공간이나 사유화되지 않은 공적 공간을 확보해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시민복지 차원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도심 공간 속의 공원이나 광장 등은 지가 상승과 건축물 및 인구밀도가 높은 상황에서 시민들에게 도심의 갑갑함을 해소하는 환풍구이며, 피곤한 걸음과 마음을 쉬게 하는 쉼터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시 시청 부근의 공간들은 공공공간이라 하더라도 관청부지로만 사용되어 시민들에게 쉼터나 문화적으로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나머지 공간들은 사유화된 점포들로 점유당해,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태부족인 것이다. 이는 제주시가 이제 도심 내의 공공공간, 즉 공원이나 광장에 그만큼 투자해야 될 때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 제주시청 어울림 마당(사진 blog.daum.net)

1997년, 과거 시청 담장을 허물면서 생긴 자투리 공간을 정비하고, 빈 벽에 삼성신화 벽화를 그려 넣고, 벤치 등을 조성해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쌈지공원’으로 조성한 시청 ‘어울림 마당’은 그 작은 면적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시청의 문화공간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곳은 학생들과 시민들이 늘 작은 행사들을 이어가는 시청권의 소중한 문화공간이며, 쉼터이기도 하다. 이곳의 공간 활용도를 보면, 이 지역의 문화공간이나 공원·광장 등이 얼마나 절실히 필요한가를 알 수 있다.

밀집도가 높은 도심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현재 종합민원실과 함께 그 뒤의 부속건물까지 철거(현재 어울림마당 포함)한다면, 대략 5,400㎡(1,630평)의 비교적 넒은 면적의 광장을 얻을 수 있다. 인구이동과 건축 밀도가 높은 장소특성을 감안하면, 이것은 금싸라기 땅을 얻는 것과 같은 엄청난 행운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기를 다시 차량 몇 대를 세우기 위한 주차장으로 활용한다는 것은 너무나 짧은 단견일 수밖에 없다.


좀 더 크게 멀리 보자

필자는 이번 종합민원실 철거로 인한 유휴공간과 함께 변화될 시청사 주변의 공간 활용을 위해 기왕 손댈 거라면, 좀 더 적극적으로 시가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즉, 시민의 공간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자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히 철거된 공간에 국한 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기회에 광양권의 제주시청사를 중심으로 한 랜드마크적인 광장을 조성하자는 말이다. 외국들의 시청사들처럼 말이다.

아래 그림처럼, 현재의 주차장을 없애고 그 자리에 시청사를 중심으로 한 광장을 조성하면, 현재 시청사 주변의 대학생들의 거리와 버스정류장, 그리고 벤처마루와 구 한국은행 건물의 유휴공간 전체를 도심공원화(마로니에 공원의 예처럼)하고, 현재의 주차장은 광장으로 활용하면 어떨까 하는 것이다.

위의 그림처럼 벤처마루에서 구 한국은행 유휴부지에 녹지공원을 조성하면, 5,300㎡(1600평)에 가까운 녹지공간이 확보된다. 또한 광장부지로 시청사본관의 앞마당과 이번에 철거할 종합민원실 터 및 어울림마당 면적까지 합하면, 5,400㎡(1,630평)의 면적이 확보된다.

시청 주변의 밀집된 도심공간에 10,000㎡ 정도의 공공공간과 녹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행운이다. 이곳이 공원과 광장으로 조성된다면, 광양로터리와 대학동 시청 주변 시민들의 놀이터와 쉼터로서의 기능을 다할 것이다.

 

   

이 경우, 가장 큰 문제는 민원을 위해 멀리서 차를 몰고 오는 시민들의 불편은 어떻게 할 것인가일 것이다. 물론 당연히 이에 대한 대책은 있어야 할 것이다. 특히 제주도처럼 대중교통이 골고루 편리하게 발달되지 못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필자는 현재 주자창과 한국은행구역을 포함한 부지의 지하에 지하주차장을 조성할 것을 제안한다. 지하 2층 구조의 주차장이 들어선다면 현재의 주차장보다 훨씬 넓은 면적의 주차장이 확보되어 차량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편의성도 증대될 것이다 또한 이곳은 유물산포지가 아니므로 구도심처럼 문화재 발굴 등의 문제도 크지 않을 것이다.

 

위의 그림과 같이 지하주차장을 조성할 경우, 대략 4,000㎡의 주차장 부지가 생겨난다. 지하 2층 규모일 때 8,000㎡로 최소 2,000평 정도의 대규모 도심 주차장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현재 주차장 수용능력의 두 배가 넘을 것이다. 이 경우, 현재 넘쳐나는 시청사 앞의 주차장과 구 시의회청사 앞까지 늘 북적거리는 차량 주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꼭 시청 방문을 위한 운전자가 아니더라도 공공주차장으로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해 시청 주변의 주차난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세계의 시청사 앞 광장들은 주차장이 아니라, 문화와 소통의 공간

세계의 어느 도시에나 그 도시의 행정관청인 시청은 있다. 그리고 그 시청 앞은 우리처럼 자동차 주차장으로 북적거리는 게 아니라, 사람들로 북적인다. 다음 그림에 등장하는 몇몇 도시들의 사례처럼 말이다. 또한 시청사들은 대부분 시의 역사와 함께하면서 유구한 역사를 지닌 건축문화유산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어떤 도시를 방문하든 시청사 역시 관광지로 활용되고 많은 방문객들이 시청사를 관광의 대상으로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경우도 파리에 들렀을 때, 노트르담 성당으로 가던 중 시청사에 들러 아름다운 건축경관에 감탄한 경험이 있다.(내부에는 들어가지 보지 못했지만)

하지만, 국내는 거개의 시청 앞마당이 자동차로 가득 차 있다. 시민 편의를 위한 것이라고는 하나, 사실 자동차 중심의 교통정책의 산물이기도 하다. 자동차 중심으로 모든 업무들이 돌아가는 상황이니,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도 자동차가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최근 국내에서 새로 지어지는 시청사들은 다른 패턴을 보이는데, 청사가 대형화하면서 대부분 신도심이나 도심권을 벗어난 여유 있는 부지를 찾아 조성됨에 따라 청사 마당을 주차장이나 개활지로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제주시청사는 서구의 시청사들처럼, 건축밀집도가 높고 인구이동이 빈번하며 주변 상권이 활발하게 발달한 장소이므로, 시청 앞 광장의 필요성은 필수적인 것이 된다. 우리나라의 얼굴인 서울시의 경우도 시청 앞 광장인 ‘서울광장’은 시민들의 광장이다.

 

▲ 세계의 시청 앞 광장들(시계방향으로). 덴마크 코펜하겐시의 시청광장, 프랑스 앙굴렘 시청 앞 광장,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청광장, 프랑스 파리 시청광장.

위의 사진에서 보듯 유서 깊은 도시의 시청사들은 단순히 시청의 업무용 홀이라기보다는 다분히 관광지로 알려져 있으며, 또한 그 앞마당은 많은 시민들이 자유로이 활용할 수 있는 문화공간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들의 시청마당은 사진에서 보듯 연일 차량으로 들어차 있어, 주차장 기능만 할 뿐이다. 앞의 외국 시청광장들을 부러워만 해야 할 것인가, 아니면 우리도 남부럽지 않은 광장 하나를 얻을 수 있을지는 지역사회의 관심과 논의 속에서 판가름 날 일이지만, 필자의 글은 이번 종합민원실 철거를 단순히 노후공간 철거라는 범위를 넘어서서 좀 더 멀리 보자는 제안이다.

그리고 시청앞마당 광장 조성이라는 이러한 제안이 어불성설이거나 꿈만은 아님을 제언하고자 하는 의미에서 생각의 일단을 내보인 것뿐이다. 행정이나 시민들의 적극적인 논의가 일어나길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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