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당성 검토 제대로 않고 급조된 업체에 3억 지원...3년째 사업 감감 '레드카드'

 

▲ 제주도청 전경. <제주의소리 DB>

특혜가 아니고선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사업자 선정이 제주도에서 이뤄졌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22일 제주도 종합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2009년 '마른멸치 가공설비 지원사업'에 대한 보조금 3억원이 지원됐는데도 아직까지 설비가 가동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고 사업자에게서 사업계획을 제출받을 것과 관련자 징계를 제주도에 요구했다.

내막은 이렇다.

제주도는 청정 제주 멸치에 대한 새로운 수요 개발과 부가가치 제고로 어가소득 증대, 지역특화 산업 육성을 꾀하기 위해 2009년 예산에 마른멸치 가공시설 지원 보조금으로 도비 3억원을 편성했다.

이어 2009년 2월27일 제주시 한경면 A영어조합법인을 사업 대상자로 선정해 A조합이 마른멸치 가공시설(건축, 가공설비 등)을 갖추자 보조금 3억원(총사업비 4억2988만원)을 지원한 후 같은해 12월17일 정산을 완료했다.

제주도 보조금 관리 조례와 시행규칙에 따르면 보조사업을 시행한 부서는 사업이 끝난 후에도 보조금이 교부목적에 따라 사용.관리되고 있는지 관리해야 한다.

하지만 제주도 관련부서는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검토부터 너무 소홀히 했다.

통상 멸치 건조는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멸치 가공선, 운반선 등을 포함한 선단으로 운영된다. 전문화, 규모화를 통한 경제성이 생명이다.

그런데도 A조합은 인근 부두(서귀포시 대정읍 항구)에서 구입한 멸치를 항구 물양장에서 가공한 후 한경면 용수리 건조시설로 옮겨 말리는 비경제적인 방식을 택했다. 특히 비수기에 건조시설을 이용할 계획도 없이 여름철에 주로 생산되는 꽃 멸치를 원료로 건조멸치를 생산할 계획이라고 밝히는 등 사업타당성이 낮은데도 제주도는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더구나 2008년 12월30일 설립된 A조합은 보조금을 타기위해 급조한 인상이 짙었다. 멸치 건조 사업 실적이나 경험이 없는데도 제주도는 공모도 거치지 않고 2009년 2월27일 사업대상자로 선정한 후 보조금을 지급했다. A조합은 조합원 5명이 총 5000만원을 출자해 만들었다.

그 결과 A조합은 정산검사를 한 후 2년이 지나도록 꽃 멸치가 잡히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업장 가동을 하지 않고 있으며, 향후 계획도 제시하지 않아 보조금 3억원만 낭비될 처지에 놓였다.

감사위는 앞으로 사업타당성이 없는 보조사업자를 선정, 사업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지역특화 육성산업의 사업자 선정을 철저히 하라고 주문했다.

감사위 관계자는 "(특정업체에 사업을 밀어)주려고 한 흔적이 있지만, 정산이 끝나서 사업비 환수를 하지 못하는게 아쉽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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