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의 제주신화 이야기] 39 운명의 여신-가믄장아기 신화 1

막상 내쫓으려 하니 어머니는 부모의 정 때문에 섭섭하여, 큰딸애기에게
“저기 나가 보라. 네 동생 아직 보이거들랑 식은 밥에 물이라도 말아먹고 가라고 해라.”
똑똑한 동생을 시기해서 떠나버리길 바랬던 은장아기는 노둣돌 위에 올라서서 소리쳤다. 
“설운 아우야, 빨리 가라. 아버지 어머니가 곧 너 때리러 나온다.”
“설운 큰형님, 노둣돌 아래로 내려서면 청지네 몸으로나 환생하십서!”
큰언니의 뻔한 속셈을 아는 가믄장아기가 저주하니 큰언니가 청지네로 변해서 노둣돌 밑으로 들어가 자취를 감추었다.

첫째 은장아기가 도통 돌아오지 않자 어머니는 이번엔 둘째 놋장아기 불러 놓고
“너라도 저기 나가 보라. 네 동생 아직 보이걸랑 식은 밥에 물이라도 말아먹고 가라고 해라.”
놋장아기 마음에도 부모님 사랑을 받는 막내에게 시기심이 일었다.
“아이고 설운 아우야. 빨리 가라. 아버지 어머니가 곧 널 때리러 나온다.”
“설운 둘째언니, 거름 아래로 내려서면 용달버섯 몸으로나 환생하십서!”
가믄장아기가 둘째언니의 뻔한 속셈에 저주하니 둘째언니도 버섯으로 변해 거름에 박혀 서버렸다.

강이영성과 홍은소천은 큰딸아기 소식도 없고 둘째딸아기 소식도 없어 무슨 일인지 하여 문 밖으로 내닫다가 문 위 지방에 눈이 걸려 둘 모두 한날한시에 장님이 되어 버렸다. 강이영성과 홍은소천은 앉은 채로 먹고 입고 써 가니 그 많던 재산을 모두 탕진하고 예전처럼 동냥바치가 되어 갔다.

▲ 가믄장 아기 공연 포스터(출처 http://mecenathicket.co.kr)아동청소년극을 전공한 전문가들로 꾸려진 극단 북새통의 가족극 <가믄장아기>는 연장공연되는 성황을 이루었다.

집을 나선 가믄장, 모진 고생을 겪다

한편 검은 암소에 옷가지와 쌀을 싣고 집을 나선 가믄장아기는 이 재 넘고 저 재 넘고 신산만산 굴미굴산을 넘고, 달빛도 없이 미여지벵뒤 만여지벵뒤 허허벌판을 고달프도록 걸었다. 해는 일락서산에 다 지어가고 월출동령에 달은 안 솟는데 산중 산 앞에 있는 머물 곳을 찾다 보니 쓰러져 가는 초막이 보였다.
“넘어가는 행인인데 하룻밤 머물렀다 갈 수 있습니까?”
“우리는 마 파는 아들이 삼형제 있어 누울 수 있는 빈 방이 없습니다. 함부로 여자 아이 들였다고 욕합니다”
“부엌이라도 좋으니 제발 하룻밤만 머물게 해 주십시오.”
할망이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말했다.
“그건 그리 하십시오.”

가믄장아기, 이 집의 아들 삼형제를 만나다

들어가 앉아 있는데, 와르릉탕 와르릉탕 소리가 바깥에서 들려왔다.
“아니 이건 무슨 요란한 소리입니까?”
“우리 집 아들 마 파서 둥글어오는 소리입니다.”
조금 있어, 큰마퉁이 들어오고 휘 둘러보더니 대뜸 화를 냈다.
“요 우리 어머니 아버지, 우리가 애쓰게 마를 파다가 배 불게 먹이다 보니 꿈에만 꾸어도 흉물인데, 외간 계집아이를 데려다 놀 틈이 어디 있습니까?”

와릉탕 와릉탕 소리와 함께 둘째 마퉁이 들어오더니, 큰마퉁이처럼 화를 냈다.
“어머니 아버지, 우리가 땀내며 마를 파다 잘 먹이다 보니 길 넘어가는 계집아이를 머물게 했습니까? 우리 집 마당엔 전혀 소도 안 매었었는데 어인 풍운조화가 들었습니다.”

조금 있으니 소르릉 소르릉 소리가 났다. 막내마퉁이가 마를 파서 돌아와서는 어머니에게 인사부터 하고 집을 죽 둘러보았다.
“아이고 이거, 우리 집에 난 데 없이 검은 암소도 매여지고 사람도 들어와 있으니 필시 하늘에서 돕는가 봅니다.”며 온 이가 다 떨어질 것 같이 보이도록 허우덩싹 웃으며 먼 올레로 들어왔다. /김정숙


*현용준「제주도 무속자료사전」, 문무병「제주도무속신화」를 바탕으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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