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칼럼> 공직선거 투표시간 연장논란에 대하여

 최근 대선정국에서 정치권이 공직선거법상 투표시간 규정의 개정여부와 관련하여 첨예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얼핏 보기에는 이 문제를 가능하다면 국민의 참정권을 최대한 보장하여야 한다는 당위성 차원에서 접근하려 하기보다는 정략적으로 각 정파의 유ㆍ불리 차원에서 국민의 눈치를 살피면서 엉거주춤한 모양새를 드러내 보이고 있다.

사실 우리 헌법은 ‘대한민국의 주권(主權)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하여 소위 국민주권 원리를 천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은 국회입법(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의하여 선거권을 가진다.’라고 하여 각종 공직선거에서의 국민의 국정참여권인 선거권의 중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헌법 규정에 따라 투표시간에 관한 공직선거법 규정(제155조제1항)은 ‘투표소는 선거일 오전 6시에 열고 오후 6시(보궐선거 등에 있어서는 오후 8시)에 닫는다. 다만, 마감할 때에 투표소에서 투표하기 위하여 대기하고 있는 선거인에게는 번호표를 부여하여 투표하게 한 후에 닫아야 한다.’라고 규정하여 선거권 행사 가능시간 범위를 구체화 시켜 놓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민주주의 기본가치라고 할 수 있고, 헌법상 대한민국의 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권력으로서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라는 이른바 ‘국민주권 원리’가 현실적인 제도로서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이 선거제도이고 선거법(공직선거법)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또한 이와 관련하여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주권과 대의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수단으로서 선거권이 갖는 중요성으로 말미암아 한편으로 국회는 국민의 선거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향으로 이와 관련된 법률을 만들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선거권을 제한하는 법률을 만드는 것은 헌법에 의하여 그 정당성을 확보할 수 없으며, 만약 선거권을 제한하여야 하는 경우라면, 그 제한은 헌법에 정해진 사유에 의하여 필요하고 불가피한 경우에만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즉,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에서의 국민의 선거권의 제한은 불가피하게 요청되는 개별적ㆍ구체적 사유가 존재함이 명백할 경우에만 정당화 될 수 있고, 막연하고 추상적인 위험이나 국가의 노력에 의하여 극복될 수 있는 기술상의 어려움이나 장애 등을 사유로 그 제한이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직선거에서 국민이 행사하는 선거권은 공직자를 선출하는 기능 외에도 국정에 대한 국민의 자유로운 의견 교환 기능, 국민의 국정에 대한 통제기능을 수행하는 근거로 인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선거권은 민주주의가 기능하기 위한 필수적 기본권으로써 최대한 보장되어야 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게다가 현재 이론상 다소의 논란에도 불구하고 선거권은 국민각자가 당연히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선거권은 또한 국가의 주요공무원을 선출하는 선거인단에 참여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 또는 자격으로도 인식되고 있다. 물론 선거권은 선거인단에 참가하는 국민이 선거인단이 가지는 선거권을 그 구성원으로서 행사하는 권한에 불과한 투표권과는 구별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선거권은 선거를 하는 권리가 아니라 선거에 참가할 수 있는 권리 또는 선거인단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그래서 선거권은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 중 대표적인 것이다.

특히 이러한 선거권은 국민이 국가에 대하여 가질 뿐만 아니라 주장할 수 있는 공권(公權)이므로 이를 포기하거나 양도할 수 없다고 한다. 더욱이 대리 행사하는 것은 전혀 허용되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물론 선거권 행사의 의무성에 대하여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도의적·정치적 의무라는 점에 대하여는 합일적 의견이나 법적 의무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이와 관련하여 ‘원칙적으로 간접민주정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공무원을 선거하는 권리는 국민의 참정권 중 가장 중요한 기본적 권리라고 할 것이어서, 이런 참정권의 제한은 국민주권에 바탕을 두고 자유·평등·정의를 실현시키려는 우리 헌법의 민주적 가치질서를 직접적으로 침해하게 될 위험성이 크기 때문에 언제나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에 그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는 우리 헌법 아래에서 ‘선거권도 국회입법인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되는 것이므로, 선거권에 대한 입법에 대하여 전속적 권한을 갖고 있는 국회가 선거권에 대한 사항을 정하고 있는 (공직)선거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는 경우 헌법에 명시된 선거제도의 원칙을 존중하는 가운데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 어떠한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여부에 대하여는 그것이 현저하게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것이 아닌 한, 국회의 고유한 입법재량권 행사영역에 속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생각건대 이런 점에 비추어 현재 정파 간에 첨예한 논란의 씨앗이 되고 있는 현행 공직선거법 제155조제1항에 의한 소위 ‘투표시간’규정을 새롭게 개정할 것인지 아니면 현행대로 고수할 것인지 여부는 전적으로 국회의 입법의지에 따른 결단의 문제로 보아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헌법적 절차에 따라 현행 공직선거법상 투표시간 규정내용을 지금보다는 달리 변경하든지 아니면 여러 가지 여건을 내세워 현행 규정내용대로 고수하든지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국회의 자율적 결단에 맡겨진 것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국회가 이 문제에 대하여 어떤 단안을 내리게 되든지 간에, 국회는 헌법적 관점에서 민주주의 기본적 가치라고 할 수 있는 국민주권의 원리가 현실적인 제도로 구체적으로 나타난 것이 선거제도이고, 이런 내용을 엄격하게 정하고 있는 선거법이라는 헌법재판소의 입장에 따라 선거권은 가능하다면 최대한 보장되어야 한다는 기본권 보장의 이상론을 참조하여 결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 백승주(고려대 지방자치법연구회회장)ㆍ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게다가 국회는 ‘막연하고 추상적인 위험이나 국가의 노력에 의하여 극복할 수 있는 기술상이 어려움이나 장애 등을 사유로 그 제한이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 제한이 정당화 될 수 없다.’는 취지의 헌법재판소의 입장을 들추어 보아 그 변경이 가능함에도 의도된 여건을 내세워 현행 규정 내용대로 고수하고 있지는 않은 지를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경험에 비추어 암묵적인 국민 대다수는 각자의 정치적 이념의 차이를 넘어 이 문제에 대하여 한번 고민해 본 후에 분명히 나름의 판단의 잣대를 들이대어 자신의 선거권을 행사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백승주(고려대 지방자치법연구회회장)ㆍ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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