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편지] 역사는 정당한 몫의 자기이름으로 불리는 것

ⓒ조성봉
白雲山·(1218m)
백두대간에서 갈라져나와 호남벌을 힘차게 뻗어내리는 호남정맥의 끝자리.
섬진강을 사이에 두고 지리산맥과 마주하는 백운산맥군.

구례에서 남해까지
오르내리며, 서로 바라보며 바다로 바다로.....나란히.
마침내
풍덩.
 

ⓒ조성봉
이미 붉어야 할 것들은 붉었고
아직 넘기지 못할 미련이 남은 어떤 것들은 여전히 푸르다.

ⓒ조성봉
붉지도 푸를 수도 없었던 또다른 것들,
 
산허리 어디쯤,  그만큼의 얘기를 지닌 채
서로의 등을 부비고 있었다.
 
ⓒ조성봉
되돌아 내려오는 길, 문득
산은 짙은 구름으로 뒤덮히고 급기야 하이얀 점들을 찍어댄다.
남도에 내리는 첫 눈이었다.
 
아! 이렇게 또 겨울은 시작되는구나.

ⓒ조성봉
느닷없던 겨울은 휑한 바람에
훅, 떠밀려 지나갔다.
 
툭, 마지막 가을도 떨어진다.

ⓒ조성봉
바람이 차다.
 
이미 지워진 기억의 길을 찾아
지나간 시간의 길을 따라...걷는다.

ⓒ조성봉
화순 백아산에 있던 전남 유격대 총사령부는 51년 겨울동계작전에 밀려
52년 4월 백운산으로 들어온다.
이후 54년 4월 김선우위원장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름 조차 알수 없는 빨치산의 주검들이 여기
이 골짜기에 잠들어 있다. 
 
ⓒ조성봉
누군가는 기록해 두어야 하고

누군가는 기억해야만 한다.

언젠가는 따스한 양지, 그들의 언 가슴 언 발을 녹여,

차디찬 속 울음을 터트려 주어야한다.
 

ⓒ조성봉
도솔봉, 또아리봉, 삼각고지, 유..트, 이..트, 도당사령부트, 환자트..
수많은 비트의 흔적들..
 
역사란,
그 각각이 정당한 몫의 자기 이름으로 불리워짐을 말하는 것.
내가 누군가의 이름을 부를 때
그는 나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오듯이.... 
 
ⓒ조성봉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머물 수 없는 그리움으로
살아 오는 동지여.

※ 이 글과 사진을 보내온 조성봉 감독은 제주 4.3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 '레드헌트'를 만든 감독으로 현재 지리산 자락에 살고 있다.  지리산과 섬진강, 조성봉 감독이 사는 구례 죽마리의 풍경과 일상이 담겨 있는 블로그( http://blog.naver.com/hanee3289.do) 가기 Cl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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