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주해군기지 공사에 반대하며 굴삭기 옆을 지키고 있는 강정마을 주민들.<제주의소리 DB>
인권의학연구소, 강정주민 정신건강 조사...평화활동가 70% '우울증' 증상  

제주해군기지 건설지인 강정마을 주민 10명 중 1명은 자살충동이 의심되는 고위험군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일주일 사이 3명 중 1명은 자살충동을 느낀 것으로 조사됐다.

5일 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소장 이화영)와 한국대학생문화연대 보건의료분과 소속 대학생들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강정마을 정신건강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2012년 7월18일부터 7월24일까지, 8월15일부터 8월31일까지 2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지역할당 무작위 표집으로 주민 99명과 현지 자원활동가 29명 등 모두 128명이 조사에 참여했다.

주민대상 설문지는 정신건강 진단을 위한 BSI(Brief Symptom Inventory) 53개 문항과 알코올 의존도 검사(NAST), 자살 충동 문항, 인구학적 문항, 기타 현안 의견을 묻는 문항으로 구성했다.

현지 자원활동가들의 경우는 CES-D(우울증 검사), BAI(불안증 검사), Cohen(스트레스 검사), Staxi(분노 증상 검사) 진단검사지와 자살 충동 문항으로 조사가 이뤄졌다.

▲ 강정마을 주민 정신건강 실태 조사결과<사단법인 인권의학연구소 제공>
조사자료 분석 결과 최근 일주일간 자살충동을 느낀 주민이 31.6%에 달했다. 전체의 9.1%는 심각한 자살충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고위험군에 포함됐다.

특히 남성 응답자의 경우, 알코올 의존 비율이 33.3%로 높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17.1%는 '해군기지 문제가 일어나면서 술을 더 많이 마시게 됐다'고 응답했다.

지역 내부 갈등 문제도 확연히 드러났다. 실제 응답 주민들의 91.8%는 '해군기지 설치 문제로 인해 마을 주민들 간의 관계가 악화됐다'고 답했다.

'의견 충돌이 자주 있었고 지금도 계속된다'는 응답자는 47.4%, '몇 번 있었지만 지금은 없다'가 7.2%였다. 응답자의 절반이상이 해군기지 문제로 가족간 갈등을 빚은 셈이다.

심층 인터뷰에 응한 A씨(75. 농업)의 경우 "어릴때 학교 담임과 교장이 내가 보는 앞에서 군인들에게 총살되는 것을 직접 봤다. 지금은 4·3때 보다 더하다"고 답했다.

해군기지에 대한 찬반 의견도 나왔다. 응답주민들의 80.6%가 '해군기지가 마을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 서귀포시 강정마을의 해군제주기지사업단 정문 앞에서 경찰과 맞서는 강정주민과 활동가들.<제주의소리 DB>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따른 어려움을 묻는 질문에는 '해군기지 공사 강행에 따른 이주, 보상대책 등 미래에 대한 불안'이 35.7%로 가장 많았고 '마을 주민들 간의 불화'가 22.5%, '군대와 외지 경찰의 주둔·개입'이 16.3%, '생업 지장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이 12.2% 등의 순이었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설치 반대 운동을 하고 있는 현지 자원활동가들의 정신건강도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정신건강 위험군으로 파악된 응답자는 전체 41.4%인 12명이었다. 이중 4명(13.8%)은 빈번한 자살충동과 우울, 분노 증상을 겪는 고위험군이었다.

우울증상의 경우 전체 응답자의 72.4%에서 나타나고 있었다. 불안증상은 48.3%, 분노증상은 55.2%다. 스트레스 증상은 응답자 모두에서 확인됐다.

주민 정신건강 실태조사결과(우울증 38.8%, 불안 33.7%)와 비교하면, 주민들이 겪는 우울, 불안 증상보다 자원활동가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이 더욱 심각하다는 얘기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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