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주교 제주교구장인 강우일 주교가 12일 구속자 석방을 위한 시국미사에서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강우일 주교 제주시주교성당서 시국미사..."신자들 평화위해 노력하라"

"평화는 단순히 전쟁이 없는 것만도 아니고 적대 세력들 사이의 균형을 보장하는데 그치는 것도 아니다. 평화는 질서의 고요함이다. 평화는 정의의 결과이며 사랑의 결실이다" [가톨릭 교리서 2304항]

천주교 제주교구장이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 주교가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시국미사에서 가톨릭 교리서 2304항을 읽어 내려가며 평화를 위한 노력을 당부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최근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 명의로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한 논평을 낸데 이어 시국미사까지 열며 공권력 탄압에 깊은 우려를 표했다.

전국 15개 교구 정의평화위원회와 천주교인권위원회는 12일 오후 7시30분 천주교 제주교구 제주시주교좌성당에서 '해군기지 구속자 석방을 위한 시국미사'를 열었다.

제주 평화의섬 실현을 위한 천주교연대 주관으로 이뤄진 미사에서는 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과정서 구속된 평화활동가와 천주교 예수회 이영찬 신부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국미사로 진행됐다.

천주교 수도자들은 올해 1월 강정마을 현지서 해군기지 반대 운동을 벌이다 20여명이 경찰에 연행됐고 3월에는 천주교 사제로는 처음으로 김정욱 신부가 구속됐다.

▲ 12일 오후 7시30분 제주시주교좌성당에서 구속자 석방을 위한 시국미사가 열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강우일 주교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성직자들의 노력을 당부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이후 7개월만인 10월26일 이영찬 신부가 두번째로 구속 수감되는 일이 발생했다. 천주교계는 이에 대해 매우 심각한 유감과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강우일 주교는 이날 미사를 통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가톨릭 교리의 뜻과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거침없는 강론을 쏟아냈다.

18일째 구속수감 중인 이영찬 신부 얘기가 먼저였다. 강 주교는 "이 신부가 구치소로 가기전 유치장에 만났는데 너무 당당하고 힘이 넘쳤다. 내가 오히려 주눅이 들었다"고 말했다.

강 주교는 "자신이 옥고를 치르면서 바깥에 있는 사람들이 강정에 더 관심을 갖고 반대 운동에 동참해준다면 자신은 감사한 일이라는 말을 듣고 감동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평화의 섬을 만들기 위해 싸우는 많은 형제들이 공권력에 의해 연행되고 수감되고 고초를 겪고 있다. 국민의 뜻을 무시하고 짓밟는 모습을 보는 것은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라고 밝혔다.

제주 해군기지가 한반도 국가안보를 위해 필요하다는 정부와 찬성측의 논리에 대해서도 설득력이 부족하다며 접근방법을 달리했다.

▲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구속자 석방을 위한 시국미사 현장이 성작자들로 꽉 차 있다.ⓒ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강우일 주교의 말씀을 경청하는 성직자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강 주교는 "많은 사람들이 국가안보 사업인데 왜 반대하냐고 묻는다. 신자 중에서도 그런 분들이 있다"며 "지금껏 우리사회는 국가안보가 그 어떤 가치보다 우선하고 토를 달수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 주교는 "해군기지가 들어서는 강정의 경우 3.8선에서 가장 먼 곳에 떨어진 곳"이라며 "제주해군기지가 국가안보를 위해 꼭 필요하고 위급한 사업인지 고민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주교는 또 "정부가 주장하는 무역선의 안전한 항해를 위해 최첨단 이지스함과 항공모함까지 정박하는 군사기지가 들어서야 하냐"며 "이는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더 나아가 "제주해군기지는 우리나라가 중국을 상대로 동북아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미국과 함께 하기 위한 전략적 군사시설"이라고 주장했다.

강 주교는 이에 "오늘날 가톨릭 교회가 가르치는 교리와 원칙에 따라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가톨릭 교리서 2304항과 2307항에 따라 평화를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더불어 "이번 강정 사태는 하느님이 전쟁에 대한 문제제기에 소극적으로 임한 한국교회에 성찰하라고 주는 숙제이자 과제"라며 "하느님은 평화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이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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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우일 주교가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한국교회의 책임있는 행동을 당부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 12일 오후 7시30분 제주시주교좌성당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한 시국미사가 열리고 있다. ⓒ제주의소리 <김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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