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걱정? 우린 그런거 없어요” 놀라운 고등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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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중앙고 올해 벌써 75명 취업 성공···“이젠 특성화고에 편견 버리길”

▲ 올해 벌써 75명을 취업시킨 제주중앙고. 이 학교의 취업담당 박용범 교사는 "이젠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제주의소리

취업이 모든 가정의 골치덩어리이자 가장 큰 사회문제인 시대. 이 와중에 취업시장에서 웃고 있는 학교가 있어 화제다. 여기서 말하는 ‘학교’는 대학교가 아닌 고등학교다.

제주시 월평동에 위치한 제주중앙고등학교는 2012년 재학생들 중 75명이 벌써 취업에 성공했다. 아직 졸업이 몇 달 남은 것을 감안하면 그 숫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대학교도 아니고 특성화 고등학교로 낸 성과임을 감안하면 꽤 놀라운 수치다. 

사실 이 학교가 처음부터 취업명문은 아니었다. 불과 2009년만 하더라도 취업률이 0.6%, 즉6명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10년 24명, 2011년 65명, 2012년 현재는 무려 75명이나 된다. 3년사이 취업자 수가 12배가 넘게 증가한 것이다. 도대체 그 동안 이 학교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지난 2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이?

▲ 학교 내에서 개최된 취업박람회에 참가한 학생들의 모습. 취업박람회는 다른 고등학교에서는 찾기 힘든 제주중앙고의 독특한 연례행사다. ⓒ제주중앙고등학교

학생들의 취업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2010년이다. 당시 이 학교 역시 학생들을 최대한 대학에 많이 진학시키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박용범 교사는 대학에 진학을 시켜놓은 후 몇 년 뒤 졸업생들을 만나보니 정작 제대로 취직한 학생이 없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졸업생들 만나보면 대학 졸업해도 알바를 하고 있고, 적당한 일자리가 없다고 하고, 게다가 대학생학자금대출로 신용불량자 혹은 신용유의자가 늘어난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 충격을 받았죠. 그래서 애들을 졸업만 시키고 끝이 아니고 졸업해서도 사회생활을 지속적으로 잘 할 수 있도록, 특성화고의 가장 본질인 취업을 우선순위로 하고, 대학을 가더라도 빚지지 않고 어느정도 돈을 모은 후에 갈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죠”

그렇게 박 교사는 부재호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과 함께 학생들을 위한 취업 프로그램들을 고민하게 된다. 업체가 충분히 인재라고 느낄 수 있도록 전문 자격증 획득을 목표로 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방과후 하루에 3시간씩,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때 집중적으로 전산회계반, MOS 마스터, 펀드투자상담사, 은행텔러, 공무원반 등을 꾸려 1년에 1000시간 이상 진행이 되도록 프로젝트를 짜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다. 과연 학생들이 이에 동참할 것이냐는 점. 이 부분이 교사들에게도 곤혹스런 과정이었다. 그래서 우선 진로와직업 과목시간에 학생들의 동기부여를 위한 노력하기 시작했다. 

박 교사는 다소 힘들었지만 큰 변화가 있었던 당시를 종종 회상한다.

“학생들이 대학가는 추세를 보면 무작정 ‘어떻게 되겠지, 남들이 가니까’식이 많았어요. 가정형편이 어려운 데도 학자금대출을 받고 대학을 가는 경우도 많았구요. 그래서 동영상 자료나 뉴스를 보여주면서 학생들을 설득하기 시작했어요. 정말 이거에 대해서 툭 터놓고 일주일에 최소한 2시간 1년 동안 쭉 이야기를 해왔습니다. 그래서 결론을 찾은 게 '선취업 후진학'이죠. 이렇게 학생들에게 다가가기 시작했습니다”

학생들이 바뀌기 시작하다

▲ 2학년 김수환 학생은 졸업이 1년 넘게 남았음에도 벌써 한화의 특별 공채에 합격했다. 방학마다 본사에서 운영하는 교육프로그램을 받고 있는 그는 학교의 취업프로그램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한다. ⓒ제주의소리

고단한 과정이었지만, 교사들의 진정성 있는 설득에 어느순간 학생들의 눈빛이 달라졌단다. 뭔가 해보자하는 의지가 생긴 것. 학교에서 마련하는 취업박람회나 특별프로그램에 150명이 넘는 학생이 참여하는 등 순식간에 폭발적인 호응이 나왔다. 특성화고에 대한 사회의 편견 때문에 자신감을 잃고 있던 아이들에게는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된 셈이다.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니 한 시름을 놓았지만 웬 걸, 이번엔 부모님을 설득하는 게 문제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택하는 것에 대해 부모들의 반응은 대부분 “뭔 소리냐 대학가야지” 이 정도였단다. 교사들은 또 고민에 빠졌다.

그 때 놀랍게도 학생들이 직접 나서 새로운 계획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학부모 설명회를 여는 것. 이것은 학생들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이미 학생들의 마음가짐은 크게 달라져 있던 것이다.

여자저차해서 장소를 빌려 학부모 설명회를 열었지만 처음에는 대부분 탐탁치 않은 표정이었다고 한다.

“학부모 설명회 오신 분들 처음에 들어올 때는 표정이 안 좋더라구요, 사실 그 자리에 온 것도 학생들이 ‘한 번만 이거 들어줘라 이거 듣고도 반대하면 안 할게’하고 데려온 거든요. 근데 1시간 동안 준비한 자료에 대해 설명을 하니 나갈때는 99% 동의서를 제출하더라구요”

부모들의 동의까지 얻으니 점점 자리가 잡히기 시작했다. 직업적성검사부터 체계적인 개별상담, 취업캠프, 현장체험, 현장실습까지 포함된 취업아카데미반 프로그램들은 점차 입소문을 타게 됐다. 지난해부터는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산학연계 맞춤형 인력양성 사업도 시작했다. 어느 정도 틀이 잡히니 프로그램들의 질도 높아졌다.

이런 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취업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 기업들도 채용해보니 생각보다 학생들이 더 잘 적응했기에, 입소문을 타고 점점 취업문도 넓어졌다. 그 결과 2009년 6명에 불과했던 취업자 수는 2011년 65명, 2012년 현재 75명에 이른다.

직종도 다양하다. 조경업체부터, 박물관, 유통업체, 금융업계, 테마파크, 이벤트회사, 회계사무소, 건설회사, 호텔, 공기업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대기업에 입사하기도 했다. 2학년 김수환군은 졸업이 한참 남았음에도 한화에 채용이 확정된 상태다. 1학년 때부터 취업 아카데미반에 속해 취업준비를 해왔고, 2학년에 오르면서 전산회계 2급과 MOS국제공인자격증을 취득한 그는 한화그룹 고졸 인턴채용에 합격했다. 지난 6월에는 교육과학기술부-KRX국민행복재단에서 선정하는 전국 우수특성화고 30개교에서 선발된 각 학교 우수학생 30명에게 주는 장학증서를 대표로 수상하기도 했다.

김 군은 “취업이 확정됐을때는 물론 아직도 기분이 얼떨떨할 지경”이라며 “학교의 취업프로그램에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정말 여기 오길 잘한 것 같다”고 말했다.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 이젠 버리길”

▲ 제주중앙고의 정문은 플래카드로 가득하다. 취업에 성공한 학생과 높은 난이도의 자격증 시험에 합격한 학생들에 대한 축하문구다. 70명이 넘는 학생이 취업에 성공했으니 플래카드 붙일 공간이 부족할 정도다. ⓒ제주의소리

‘그래도 대학졸업장은 있어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하는 이들을 위해 학교측에서는 후진학 제도인 ‘재직자 특별전형’이라는 기회를 소개하기도 한다. 교과부와 대학교육협의회가 마련한 이 제도는 특성화고나 마이스터고교 졸업 후 기업에서 3년 이상 근무경력이 되면 무시험으로 입학이 되는 특별과정을 운영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현재 중앙대, 건국대, 경북대 등 23개 대학이 도입했으며, 13학년도부터는 고려대, 한양대를 포함한 대학들이 추가도입을 해 50개가 넘는 대학이 문을 열게 된다. 경력 먼저 쌓고 대학을 간다니 일석이조인 셈이다.

취업담당교사 박용범 교사는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현실적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한다.

“제가 벤치마킹 하기 위해서 서울, 인천 지역 학교를 교장선생님과 많이 방문했는데 서울여상 같은 경우에는 커트라인 20%였습니다. 이해가 안될 정도였죠. 흔히 제주도는 50% 이내는 인문계, 그 이하는 특성화고 이렇게 구분해버리잖아요. 그런데 그 학교들은 달랐어요. 서울에 있는 유명한 대학을 나와도 괜찮은 직장을 못 구하니까 약간 돌아가는 사람이 늘어나더라구요. 심지어 내신 1%인 학생이 특성화고에 진학하기도 했습니다”

2년간 생긴 변화는 단순히 취업자 수 증가 뿐만은 아니다. 학생들의 표정 자체가 달라졌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취업상담실은 학생들이 점심시간 마다 들리는 놀이터가 됐고, 교사들과 학생들 사이의 관계도 많이 가까워졌다. 말 그대로 학교가 통째로 달라진 것이다.

부재호 교장은 “학생들이 자신감 자체가 많이 생겼다. 눈빛도 달라지고 뭐든 열심히 해보려는 의지를 보이는 학생들이 많아졌다”고 최근 달라진 분위기를 전한다.

교사들의 고민에서 시작된 선택은 학교의 분위기는 밝게 바꾸고 지역사회 특성화고에 대한 편견도 바꾸는 단초가 됐다. 취업난과 사회의 편견 속에서도 나름대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이 학교가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주목된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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