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방어축제'를 앞둔 모슬포의 먹거리에 매료되다.

제주에 모처럼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한없이 내렸습니다. 귤 수확으로 바쁜 시기지만 날씨를 핑계로 시간을 내서 모슬포를 방문했습니다. 모슬포에 살고 계신 종식이 형님 내외분을 찾아 뵌 지도 오래 되었고, 최근 어장이 잘 형성되어 방어가 섭섭하지 않게 잡힌다는 소식도 들려왔기 때문입니다.

종식이 형님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형님 오늘 한가하세요? 한가하시다면 애들 데리고 형님 댁에 놀러나 갈까 합니다."

어서 오라는 형님의 대답을 듣고 모슬포로 차를 달렸습니다. 모슬포 가는 도중에 만난 산방산이 객을 반가이 맞아주고 있었습니다. 구름 낀 모습에서 신비로움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 구름에 덮힌 삼방산이 신비로운 모습 ⓒ2005 장태욱
모슬포 입구에는 방어축제를 알리는 광고판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방어축제가 11월 11일에서 13일 사이에 모슬포 포구에서 펼쳐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 방어축제를 알리는 광고 ⓒ2005 장태욱
방어를 싣고 오는 어선이 입항할 때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모슬포 왔으니 가장 모슬포 분위기가 나는 음식을 먹고 가라."
"그게 뭡니까?"
"혹시 '보말칼국수' 먹어 본 적 있어?"

▲ 보말칼국수 ⓒ2005 장태욱
보말은 바다에 사는 고동의 일종으로 육지부에서는 '팽이고동'이라 불리는 우렁이 모양의 해산물입니다. 보말국은 많이 먹어 봤지만 보말칼국수는 제주도에 살면서도 처음 들어보는 음식이었습니다.

▲ 보말칼국수 속에 들어있는 보말(팽이고동)의 속살 ⓒ 2005 장태욱
밑반찬은 김치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담백하고 얼큰한 게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처음 먹는 우리 아이들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비오는 가을 날 속을 따뜻히 녹일 수 있어서 더없이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모슬포 포구로 나갔습니다. 마침 포구 안으로 입항하는 어선이 눈에 띄었습니다.

▲ 방어를 싣고 어선이 포구로 입항하고 있다.ⓒ 2005 장태욱
배가 포구에 접안하자 어부들은 기다리던 활어차에 방어들을 싣기 시작했습니다. 옆에서 한 사람은 수첩에다 싣고 있는 방어의 숫자를 세고 있었습니다.

▲ 싣고온 방어를 내리기 위해 어부들이 준비하고 있다. ⓒ 2005 장태욱
횟집에서 활어차를 갖고 와서 방어를 싣고서, 자신들의 가게에 있는 수조에 방어를 내려놓는다고 합니다.

▲ 그물을 이용해서 방어를 내리는 모습 ⓒ 2005 장태욱
▲ 방어가 활어차에 실려있는 수조로 옮겨지기 직전의 모습 ⓒ 2005 장태욱
염치 불구하고 횟집까지 따라가 봤습니다. 횟집 주인은 방어가 임시로 생활할 수조와 산소발생기를 점검하고 있었습니다.

▲ 횟집 사장님이 활어가 임시로 생활할 수조와 산소발생기를 점검하는 모습 ⓒ 2005 장태욱

어느덧 저녁이 찾아와서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했습니다. 비 오는 궂은 날씨에 종식이 형님과 형수님께 폐를 끼쳐서 죄송할 따름입니다. 그런데 일주일 후에는 방어축제를 핑계로 한 번 더 오게 될 것 같은데 이 일을 어쩌죠?

일주일 후에는 이 모슬포 포구가 방어의 맛을 즐기려는 많은 사람들로 활기가 넘칠 것입니다. 깊은 가을에 제주를 여행하시려는 독자님들!! 꼭 모슬포 방어축제를 기억해 주세요.

※ 장태욱 시민기자는 제주시내에서 '장선생수학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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