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의 제주담론] 13-② 에코 엘도라도의 황금알들

지하수가 개발되기 전까지, 제주인들에게 물은 이 섬 땅에 살기 위한 숙명이었다.


삼다수는 제주의 블루골드이다. 이미 삼다수의 수질은 세계 최고로 자타가 인정하고 있다. 이 불모의 땅, 사람이 살기에는 마땅치 않아 말이나 키우면 좋으리라던 변방의 섬 땅. 필자의 어린 시절만 해도 물을 길어오는 일은 소년들의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였다. 학교 숙제보다 우선하는 일이 물을 길어오는 일인데, 특히 중산간 지역주민들에게 물은 이미 그때에 석유보다 귀했다.

공동수도가 들어오기 전에는 산 중의 샘물을 찾아, 쇠구르마에 항아리를 싣고 몇 km나 떨어진 산길을 따라 물을 길어 오는 수고로움을 감당해야 했다. 다행히 필자의 유년기에는 우리 집 올레목에 공동수도라도 들어와서 물 긷는 고생이 덜했지만, 여전히 우리 집과 멀었던 다른 집 아이들에겐 공동수도에서 집까지 물을 길어 오는 일이 막중한 노동이었다.

 

▲ 지하수가 개발되기 전까지, 제주인들에게 물은 이 섬 땅에 살기 위한 숙명이었다.

그런 물의 역사를 지닌 곳이 제주도다. 하지만, 70년대 지하수가 본격적으로 개발되면서 천혜의 은총이랄 수 있는 섬 땅 아래 대수층에 들어 있는 삼다수의 원수(?)를 길어 올리기 시작하자 제주도는 물의 천국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물허벅은 필요 없어졌으며, 아이들을 포함한 주민들은 식수조달의 노동에서 해방되었다.

   

급기야 신구범 도정 때, 섬 땅의 지하수를 지역경제의 황금알로 만드는 먹는 샘물 사업에 착수해 세상에 나온 것이 지금의 삼다수다. 그렇지만, 삼다수의 유통을 통째로 농심에 넘긴 결과, 삼다수는 유명세를 탔지만 황금알의 알짜는 농심이 차지했다.

물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하고 매출이 증가하면서 먹는 샘물 시장의 선두업체로서의 위상이 만들어지는 동안, 삼다수는 독자적인 유통체계를 만들어내지 못해, 상품은 만들어도 판매는 위탁을 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인 것이다. 만약 그동안 유통물류체제를 지속적으로 구축해 왔다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유통이윤 또한 제주가 취하는, 그야말로 알짜 지방공기업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지난 6월 말 한동안 제주도의 인터넷신문이나, 일간지들은 때아닌 도배광고로 호황(?)이었다. “제주도민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한진제주퓨어워터 지하수 취수량 증산을 허락하여 주십시오.”라고 말이다. 한진에서 취수량 증산을 위해 공격적으로 벌인 읍소광고였다.

그 광고가 지면을 도배할 당시 “제주도 물산업 육성정책이 공수(公水)관리체계 위협”이라는 타이틀과 함께, “한국공항 지하수 증량은 사기업 배불리기”라며, 한국공항의 먹는 샘물 개발허가를 취소하라는 제주지역 환경단체들의 주장과 기자회견 장면이 실렸다. 최근 삼다수 취수량 증산에 편승한 증산 요구를 반박하고 제주도의 부실한 공수관리체계를 바로잡을 것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성명이었다.

 

▲ 한진퓨어워터의 광고사진.

한진은 대기업이다.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잡식성 포식자들이다. 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동네슈퍼와 빵집까지 신규사업시장으로 덤비는 에일리언들이니 말이다. 오랜 법정소송까지 이루어지면서 제주도의 공수관리체계를 무력화시키고, 제주도민들의 공공재를 사유화하려는 저들의 무한포식성은 끊임없이 제주의 블루골드를 노리고 있다.


돌·바람·여자가 많다는 삼다의 섬. 최근에는 여다가 남다로 역전되었다 하는데, 여전히 돌과 바람은 전국적으로 가장 많다. 과거에 제주발전의 걸림돌이었던 부박한 환경의 상징인 돌과 바람은 이제는 제주의 또 다른 황금알을 낳는 거위들이다.

돌은 화산섬의 증거품들이기도 하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바로 그 돌들을 낳은 화산섬 제주의 세계적 가치인 것이다. 이미 돌문화공원이 있지만, 조선시대 600년 경관의 결정체인 제주의 돌담은 그 자체로 세계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 작은 섬에 3만 6천여km로 추정되는 돌담이 둘러쳐져 있다. 아마도 이 돌담은 지금은 천박한 개발논리에 밀려 애물단지 취급을 받기도 하지만, 머잖아 세계문화유산에 오를 것이다. 매우 소중한 경관관광자원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진출 비난에 간판만 바꾼 꼼수가 드러나 빈축을 사고 있다.

또한 <바람 타는 섬>이라는 소설의 제목으로도 유명한 이 섬의 바람은 탈석유시대의 중요한 에너지원인 풍력에너지원으로서 일조량이 부족한 태양광의 약점을 보충하고도 남을 노다지다. 특히 대륙붕상에 놓인 제주섬은 대규모 해상풍력자원으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미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까지 운영하고 있다. 일본이 조사한 국내의 풍질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반도의 새만금 지역과 함께 제주는 풍력에 적합한 풍질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종말시대에 제주의 무한한 바람은 제주섬 에너지원의 중추자원이 될 것이다.

▲ 스웨덴 릴그룬드(Lillgrund) 해상풍력단지 전경.

주곡인 쌀을 중심으로 본다면, 제주는 분명 농업 불모지대요, 화산회토는 물을 머금지 못해 농사에 있어서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문헌에 전하는 것처럼, 제주는 육지부에서 귀양 오거나 목사로 재임했던 조선선비들의 눈에는 참 먹고살기 힘든 땅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대의 기록에도 제주는 장수의 섬이어서 이를 보고 놀란 목사의 기록이 지금에도 전한다. 벼농사 중심이 아닌, 소위 요즘 말하는 웰빙농업의 관점에서 보자면, 제주는 또 다른 먹거리의 보고다. 특히 1800여 종의 식물군을 보유한 한라산은 약초의 보고이기도 하다. 약초는 또 다른 미래산업이기도 하다.

중국의 안후이성(安徽省) 보저우시(亳州市, 박주시)는 약초산업으로만 600만 명이 먹고산다. 약초산업은 현대 제약산업과 결합해,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청정환경에서의 약초 재배와 의학의 성인 ‘화타’라는 명의 때문에 이곳의 약재는 예로부터 유명하다.

쓰촨성(四川省)의 청두(成都)와 허베이성(河北省) 안궈(安國)라는 도시와 함께 중국 3대 약재시장으로 손꼽는 도시인데, 고용인원만 천 명이 넘는 대규모 제약회사가 100군데가 훨씬 넘으며, 외국계 회사도 50개 이상 진출해 있는 국제약재도시다. 중국의 약재 안전성 검사를 하는 국가약재안전국도 이곳에 있다. 인구 중 약 100만 명이 직접 약재를 생산하거나 제약회사에서 일을 한다. 인구 6명 가운데 한 명이 약재와 관련된 일을 직접 하고 있으며, 나머지도 그와 관련된 부가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중국은 영토의 광활함으로 인해 일찍부터 세계적인 약초산업의 중심지가 될 수밖에 없었다. 북방의 한대지방에서 남방의 아열대지방까지 각종 약초군의 서식은 중국을 세계약재시장의 중심으로 설 수밖에 없게 만든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최근 약초산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우리 정부에서도 한약을 소재로 한 한의약산업분야 육성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한방과 한약재를 결합한 방식이다. 경상북도의 안동시는 이러한 약재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 보저우시의 약재시장.

이러한 중국 등과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환경을 지닌 곳은 우리나라에서 제주뿐이라 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아열대에 위치하면서도 고고도의 한라산을 중심으로 위도별로 다양한 약초가 풍부하게 식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감귤산업의 붕괴를 예견하면서 농업의 다양한 출구전략들이 얘기되고 있으나, 별다른 뾰족한 수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약초산업을 감귤농가의 대체농업으로의 이행이 가능한 산업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이러한 약초는 전적으로 한라산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한라산을 제주관광의 중요한 대상지로, 또는 제주의 상징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으나, 실상 한라산은 약초산업의 식물유전자 공장인 것이다.

 

▲ 작약을 수확하는 성산읍 수산리 농민들.

또한 한라산을 중심으로 동서로 평탄한 내지의 평원지대는 전통적으로 목축을 위한 공간으로 개발되어 고려시대 원의 탐라목장으로 이용된 이래, 조선시대 10소장의 국영목장과 일제하 공동목장으로 운영되어 온 방목의 공간이었다. 이곳은 앞으로도 미래자원의 보고다.

왜냐하면, 풀 먹은 고기를 생산하기 위한 절대적인 자원지대이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그랬지만, 미래에는 이 초지대가 매우 중요한 산업자원이 된다.(지금은 많은 면적이 골프장으로 개발되어 있지만, 언젠가는 다시 소와 말이 풀을 뜯는 초지로 활용될 것이다.)

50년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옥수수를 사료로 먹인 모든 가축들이 지방산의 불균형으로 인해, 인간에게 치명적인 성인병을 유발하는 고기가 되었다는 보고들이 계속되면서, 초지는 약(藥)고기를 생산하는 가장 중요한 목축인프라가 될 것이다. 연구결과들에 의하면, 인체에 해로운 오메가 6가 다량 함유되어 있는 옥수수사료로 길러지는 가축들의 대부분은 음식물로 인간에게 섭취되면서 대부분 그대로 흡수되어, 비만을 초래하는 것은 당연하며, 또한 각종 혈관질환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연의 초지에서 다양한 풀을 사료로 하는 가축인 경우 오메가 3를 다량으로 함유해  지방산의 균형이 이루어지면서, 육류를 먹으면 먹을수록 살이 빠지고, 건강을 유지하게 해주는 약고기로 재조명되고 있다. 인간이 육류 섭취를 멈추지 않는 한 건강한 가축에서 오는 고기 섭취는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이러한 초지에서 사육되는 가축의 육류는 인간에게 산업적으로도 영원한 블루오션이다.

 

▲ 미국 농부 조엘의 농장인 폴리페이스의 이야기를 다룬 KBS 다큐 <미국 농부 조엘의 혁명>. 조엘은 400,000㎡의 초지와 1,800,000㎡의 숲이 있는 ‘폴리페이스’ 농장을 이용해, 자연방목형 자연순환농업을 통해 인체에 이로운 육류를 생산하여 고부가가치를 올리고 있다.

2010년 구제역 파동 당시, 제주는 국가정책으로 인해 결국에는 예방접종을 실시했지만, 800만 명의 관광객이 오가는 가운데서도 구제역을 방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섬의 약점을 이점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한반도 전체가 특정 질병으로 무너진다 해도, 제주도는 방역체계만 더욱 정교하게 가져간다면 질병에 대한 통제가 가능하단 얘기다. 그런 측면에서 미래에 제주도는 질병으로부터의 피난처일 수도 있다. (물론 인간에 대한 질병일 경우, 대다수 인구이동을 제한했을 때 그럴 것이다.)


그러나 최근 이 자원들의 가치에는 눈을 뜨고 있는 듯하지만, 그 자원을 관리하고 가치를 높이는 일에는 아직 역부족인 듯하다. 아직 자원의 가치를 제대로 보고 있지 못하고 있는 데서 오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자원의 가치가 아직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고, 또 그에 대한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서툰바치’ 장사로 망하는 일만은 없어야 한다. 이는 어쩌면, 아들세대의 자원을 미리 팔아먹는 낭패로 귀착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투자유치의 달콤한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아직 제주의 진가는 제대로 드러나지 않았다. 물론 제주의 가치를 이미 내다 본 자본가들은 벌써 수익계산을 끝내고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이윤을 창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을 것이다.

기획실들은 머리를 맞댄 지 오랠 것이고, 호시탐탐 도정 책임 선에 로비스트들을 동원해 각종 장밋빛 사업구상들로 낚시질한 지도 오랠 것이다. 그리고 이른바 투자유치에 안달 난 도정을 구슬리는 일은 식은 죽 먹기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제주항공의 예를 보자. 2009년 3월, 국내 최초의 도적항공사로서 청정환경과 국제관광지라는 브랜드가치를 모토로 ‘제주’의 이름을 항공사의 간판으로 내세운 지역항공사로, 제주특별자치도와 애경그룹이 공동 설립했다. 출범 시에 제주도민들은 제주항공이란 이름만으로도 자긍심이 있었다. 이 작은 섬을 기점으로 하고 섬의 이름으로 된 제주도의 항공사가 생긴다니, 또한 관광객 때문에 표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인 터에 조금이라도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 등.

하지만, 설립 당시 제주특별자치도 지분 26%, (주)애경 지분 84%로 시작한 제주항공의 지분은 설립 4년이 지난 지금, 제주도가 투자한 주식 지분은 4%대로 쪼그라들었다. 물론 제주도가 그동안 유상증좌에 참여하지 않았고, 제주항공의 산업적 복합적 가치를 폄훼한 결과이기도 하다. 제주도민의 염원인 안정된 연륙교통수단이라는 공공성 확보의 가능성마저 이미 무너진 상태이다. 궁극엔 제주의 브랜드 가치마저 빼앗기고 말 상황에 이를 것이다.

최근 풍력에너지 개발과 관련해서도 소문이 흉흉하다. 제주특별자치도가 나서서 지방공기업인 <제주에너지공사>를 설립했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제주도의 직접 투자에 의한 사업은 전무하고 효율성이 낮은 기존 시범 단지 관리나, 대기업들의 사업을 지원·보좌하는 기관으로 전락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지난 10월 14일 삼성중공업은 특수목적법인(SPC)인 대정해상풍력발전의 요청으로 7㎿급 해상풍력발전기 12기를 수주해 84㎿의 단지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대정해상풍력발전>은 지난달 한국남부발전과 삼성중공업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이다. 제주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 2㎞ 지점의 수심 약 30m 해상에 건설할 대정해상풍력단지는 전국 풍력발전의 최적지인 제주의 바람을 이용한 풍력단지다.(제주의 소리 기사). 이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사업 승인에 따른 것이다.

김우남 국회의원은 9월 20일 ‘풍력자원개발대금’을 부과·징수할 수 있도록 제주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환영성명서에서 “특별법 개정 전에 외부대자본에게 풍력발전 사업허가를 서둘러 해버리면, 법률 개정 시까지 발생하는 풍력자원 개발이익에 대해서는 개발대금 부과를 소급적용할 수 없다.”고 현 도정의 제도화 이전의 사업승인을 우려했다.

그런 가운데 제주도의 대정해상풍력단지의 사업승인은 법적,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바람자원의 사유화의 길을 터버린 첫 사업인 것이다. 도정의 안목이 안타까운 대목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풍력은 가까운 미래, 제주의 생명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제주도에는 석유를 대체할 가장 중요한 자원이기도 한 것이다. 제2의 삼다수인 것이다. 어찌 보면, 삼다수보다 더 큰 미래자원이다. 

 

▲ 삼성중공업이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앞바다에 오는 2014년까지 조성할 예정인 해상풍력단지 조감도.

삼다수와 관련된 한진과의 오랜 마찰을 보면서도 바람자원을 공공재로 인식하지 못하고, 아직까지도 공풍관리를 위한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쉽게 사유화의 길을 터버린다면, 한진 먹는 샘물 사례에서 보듯 두고두고 후환을 남길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투자유치의 명목으로, 대기업이나 재벌들에게 이를 헐값에 내어 버린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팔아 치우는 것이나 다름없고, 아들과 손자세대의 자원을 아버지가 팔아 넘기는 비정한 짓이라고 손가락질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부다비의 손자세대를 바라보는 자원의 활용과 미래에 대한 투자를 보면서 우리는 우리 손자세대를 바라보고 있는지, 제주도를 진정 엘도라도로 인식하고 있는지, 인식한다면 그 가치에 걸맞게 제대로 활용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투자유치를 통해 제주를 발전시킨다?

최근 제주인의 의식수준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제주도 또는 국책기관의 각종 아카데미가 유행이다. 원래 아카데미는 주로 시민단체들의 전유물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고도의 문화전략의 하나로 유용한 모양인지, 기업이나 기관들이 자신들의 의도대로 대중적 분위기를 확산시키기 위해 요즘은 무료로 열리는 이런 강좌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그중 요즘 막강한 자본력으로 소위 스타강사들을 초빙하면서 잘 나가는 아카데미강좌가 바로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가 운영하는 ‘JDC 글로벌아카데미’다. JDC가 표방하는 아카데미의 개최 목적은 “국제자유도시를 지향하는 21세기 제주의 미래를 열기 위해 제주도민의 세계화·국제화 마인드를 높이고 특별자치도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도민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그 속내를 자세히 보면, 대부분의 주제가 개방과 도전에 대한, 응전의 승리자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소위 한국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한 놈, 튀는 놈들의 생생한 라이브쇼가 대부분이다. 친절과 경제, 글로벌마인드 강화 등이 주 내용이고, 반드시 JDC 핵심프로젝트 현장견학도 진행한다.

 

▲ JDC홈페이지 메인화면에 홍보되는 글로벌아카데미. 도민을 국제화시키는 사업이란다.

예전에는 절이 싫으면 중이 절을 떠난다 했는데, 중이 떠나기엔 이런 절이 세상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눌러 앉으려는데, 말도 못 알아듣고, 노는 품새도 다르니, ‘글로벌스탠다드’라는 기준점을 만들고 맞춤형 절간 만들기에 들어간 셈이다. 물론 이 말에 동의하지 않는 독자들도 있겠지만, 필자의 이런 시각도 존재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의 다양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일 아닐까?

그러고 나면, 뭐가 남을까? 예전 YS정권 시절, 입만 열면 “세계화!”를 부르짖으면서 아시아의 작은 나라 국민들을 글로벌스탠다드하게 세계인으로 만들어 결국은 IMF로 나라 거덜 낸 경험이 있다. 지금, 제주의 형국이 어쩌면 이 글로벌마인드를 강조하고 글로벌 인재, 글로벌 마인드, 글로벌…, 글로벌…, 만병통치 글로벌의 세계로 가자고 하는데. 글쎄! 필자가 삐딱하게 보기엔 글로벌 자본에 제주의 엘도라도를 팔아넘기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현재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의 사업들은 값싸게 제주의 알짜배기 땅을 사서 투자의향이 있다는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의 투자가치를 보장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물론 다 제주를 위한 일이라 하고, 마중물이라 하겠지만.) 이 과정에서 특혜란 특혜는 다 베풀고 있다. 이렇게 가는 행태를 보면서, 제주도민들은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식선의 이해가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럴 거면 뭐 하러 투자유치 하남!”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투자유치란 게 외부의 재원으로 제주를 부강하게 하겠다는 꿈인데, 앞서도 언급했지만, 투자자는 최소의 투자를 원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 투자를 통해 최대의 이익을 가져가려 할 뿐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제주도와 투자자의 동상이몽이 이루어진다. 아니면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이제 마쳐야 할 시간이다. 이 글은 상식에 대한 이야기다. 제주발전은 누구를 위한 발전인가? 개발은 누구를 위한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들은 무한한가? 아니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당연하고 식상한 듯한 우문에 어른들은 이상한 답과 행동을 내놓을 때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현재까지 제주에 뿌리박고 살아 온 주민들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개발이란 무의미하다. 아무리 개발이 밥 먹여준대도 굶기로 하고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들도 있다. 내일 우리의 자식들이 써야 할 자원들은 함부로 건드리지 말자는 얘기다. 최소한 사우디 사람들만큼은 생각하는 마음을 가져야 하지 않겠는가?

투자자들이 제주에 환호한다면, 아마도 대부분은 제주발전을 위해서가 아니라, 제주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이용해 자본의 잉여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환호할 확률이 100%에 가깝다고 필자는 단언하고 싶다.

 

▲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제주의소리

이제는, 아니 이제야말로 제주말로 ‘요망져’질 필요가 있다. 제주섬의 한정된 자원을 꼼꼼히 관리하고, 팔아야 한다면, 제값에 곱절은 받고 파는 기지와 영악함이 필요하다. 그리고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잡아먹는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들도 달걀을 먹어야 하고, 손자의 손자들도 먹으면서 이 섬 땅에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살아야 하니까.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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