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공정.객관성 의구심 증폭 "기지 건설 명분쌓기 노림수" 회의론도 확산   

 

   

한국해양대학교가 수행한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크루즈선 입출항 2차 시뮬레이션(국방부 자체 재검증)과 관련해 총리실이 결과 조작을 지시한 정황이 드러나 총리실과 제주도가 합의한 '최종 시뮬레이션'이 공정하게 진행되겠느냐는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제주도가 요구한 시뮬레이션 2개 케이스가 현실적으로 가정하기 힘든 경우라며 극도로 난색을 보였던 총리실이 제주도의 '최후통첩'을 받아들인게 대선 국면에서 논란 확산을 차단하고 내년 예산 '무사통과'를 노린 꼼수라는 지적이 일던 마당에 새로운 의혹이 밝혀지면서 앞으로 진행될 시뮬레이션 또한 공정성과 객관성을 의심받게 됐다. 

19일 제주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드러난 총리실의 2차 시뮬레이션 결과 조작 시도는 혀를 내두르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왜 제주도 조차 2차 시뮬레이션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고 했는지 이유를 짐작케 했다.

지난해 12월12일부터 올해 2월28일까지 진행된 2차 시뮬레이션 검증을 해군과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의뢰했다는 점은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이날 행정사무감사에 참고인으로 출석한 한국해양대 김길수 교수는 이 말고도 여러가지 추가 의혹을 폭로했다. 김 교수는 총리실 기술검증위원회에 국회에서 추천한 전문가로 참여한 바 있다. 

그는 우선 2차 시뮬레이션 검증 보고서가 기술검증위의 공식보고서로 둔갑했다는 점을 털어놓았다. 김 교수는 "(기술검증위 회의 당시)정부에서 처음 (2차)시뮬레이션(결과)을 보여줄 때는 '참고자료로 봐 달라'고 하더니 나중에 말이 달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제주도 전문가들이 2차 시뮬레이션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그 결과도 인정한 것처럼 왜곡됐다. 그 부분은 너무나 잘못됐다"며 "2차 시뮬레이션이 정식 보고서처럼 비쳐지는게 못마땅하다"고 불쾌감을 표시했다.

이 대목이 중요한 것은 해군기지 건설에 사활을 건 국방부(해군)가 자체적으로 수행한 시뮬레이션이 공신력을 부여받은 기술검증위의 보고서로 그대로 채택됨으로써 해군기지 건설의 명분을 강화해줬기 때문이다.

총리실 기술검증위는 지난해 10월21일 국회 예결특위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기항지)사업 조사소위의 권고에 따라 구성됐다. 

당시 국회 조사소위는 15만톤 크루즈 선박의 입항 가능성에 대한 기술검토를 총리실 주관으로 국방부와 제주도가 협의해 실시하도록 했다. 또 필요할 경우 제3의 전문기관을 통한 검증을 위해 검증위원회를 총리실에 두되 검증 결과를 소위에 보고하도록 했다.

기술검증위가 구성(1월26일)도 되기 전에 2차 시뮬레이션을 시작해놓고 나중에는 "검증위 건의를 수용했다"고 밝혀 주위를 어리둥절케 한 정부(국방부)가 자체 재검증 결과를 기술검증위 보고서로 둔갑시킴으로써 '짬짜미' 의혹까지 받게됐다.   

김 교수는 크루즈선 입출항을 보장하려면 설계를 변경해야 하고 그러려면 1500억원이 더 필요한데 굳이 설계를 변경해야 하느냐는 정부측 입장과, 검증 문제를 서둘러 매듭지으려는 총리실측 발언, 기술검증위 보고서가 제주도에 유리하게 나오면 안된다는 기술검증위 내부의 분위기 등을 소상하게 전했다.  

2차 시뮬레이션 과정에서 15만톤 크루즈선 접안에 동원된 예인선이 2척이 아니라 4척이라는 사실도 드러났다. 박원철 의원이 공개한 동영상에 그런 장면이 고스란히 담겼다. 그동안 정부와 제주도는 3500톤급 예인선 2척이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시뮬레이션 검증 공방을 벌여왔다. 

예인선 4척이 필요하다는 얘기는 제주해군기지에 15만톤급 크루즈선 입.출항이 사실상 어렵다는 의미가 된다. 군항으로만 추진됐다는 의구심을 뒷받침한다.

기술검증위에 사사건건 간섭하려 했던 총리실의 의도와 달리 보고서는 지금 설계대로라면 민군복합항이 어렵다는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최종결론에선 정부의 눈치를 보는 듯한 어정쩡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설계풍속, 횡풍압 면적, 항로 법선(法線), 선박시뮬레이션 등 4개 항목 모두에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민군복합항으로는 15만톤급 여객선이 서방파제 부두에 자유롭게 입출항하기에 어려운 점이 있다고 정리했다. 보고서 공개 직후 "정부가 채택한 보고서의 내용이 이 정도면 도저히 민군복항항이라고 할 수 없다"는 반응이 팽배했다.

기술검증위원의 폭로로 총리실이 2차 시뮬레이션 검증 결과를 조작하도록 외압을 행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뮬레이션 요구를 극구 외면해온 총리실은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는지 의도를 의심받기에 이르렀다.

박 의원은 "제주도의 시뮬레이션 검증 요구를 정부가 받아들인 것은 국회 예산 심의를 통과하려는 술수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럼에도 내년 제주해군기지 예산은 여야 합의처리가 불투명해지고 있다. 

검증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회의론도 확산되고 있다. 시뮬레이션 시현에 참여하는 연구원 3명 중 2명이 정부가 추천한 인사여서 이번에도 정부 입김이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만만찮다. 더구나 2차 시뮬레이션 당시 책임연구원을 맡아 공정성논란의 중심에 섰던 이윤석 한국해양대 교수는 제주도가 끈질지게 배제를 요구했는데도 연구원 일원으로 남게 됐다.

총리실이 시뮬레이션 검증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진 뒤 강정마을회와 제주해군기지 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등은 객관성, 공정성 우려를 제기하면서 이 교수 참여 배제와 함께 각종 변수값을 적정하게 입력한 새로운 시뮬레이션 실시를 촉구했다.

그러잖아도 2차 시뮬레이션과 기술검증위 보고서를 놓고 공정성 시비가 일던 차에 앞으로 있을 시뮬레이션 마저 전문가 참여에 있어서 형식적 균형도 맞추지 못할 상황이어서 갈수록 논란이 커지게 됐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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