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칼럼] 어느 큰스님의 주례사

일찍이 소크라테스는 결혼하는 편이 좋은가 아니면 하지 않는 편이 좋은가를 묻는다면 어느 편이나 후회할 것이라고 대답하겠다고 하였다. 이런 이치라면 반반 일터인데 그래도 결혼하는 숫자가 훨씬 많다. 그것은 결혼을 하고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지만  가장 바람직한 것은 후회하지 않은 결혼이다.  요즘이 결혼시즌이라 결혼 청첩도 많고 가끔 주례 부탁도 받는다. 모든 면에서 인품이 뛰어난 사람이 주례를 서야 마땅할 테지만 필자도 간혹 피치 못할 사정으로 주례를 서는 경우가 있다. 주례의 주 기능은 혼례의 집전이지만 대부분 세상 살아가는 이치를 당부한다. 가장 바람직한 주례사는 후회하지 않는 결혼의 비결을 말해주는 것이다.  일생동안 딱 두 번 주례를 섰다는 어느 스님은 주례사에서 손해 보는 삶을 살라고 하셨단다. 독특한 주례사라서 한 구절을 소개한다.

“오늘 두 분이 좋은 마음으로 이렇게 결혼을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고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검은머리가 하얀 파뿌리 될 때까지 살자고 약속을 해놓고는 3일을 못 넘기고 3개월, 3년을 못 넘기고 남편 때문에 못살겠다, 아내 때문에 못살겠다 하면서 갈등을 일으키고 다투기 십상입니다.

왜 그런 것인가 하면 그것은 서로 덕 보겠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선도 보고 사귀기도 하면서 남자는 여자를, 여자는 남자를 이것저것 따져보는데 그 따져보는 근본 심보는 덕 보자고 하는 것입니다. 저 사람이 돈은 얼마나 있나, 학벌은 어떤가, 지위는 어떤가, 성격은 어떤가, 건강은 어떤가, 이렇게 다 따져가며 이리저리 고르는 이유는 덕 좀 볼까 하는 마음 때문입니다. 손해 볼 마음이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그래서 덕 볼 수 있는 상대를 고르고 고릅니다.  사주팔자를 보고 아무리 궁합이 좋아도 덕 보겠다는 심보가 안 바뀌면 사흘 살고 못삽니다.

서로 손해 보는 생각으로 두 분의 마음이 딱 합해지면 아내의 오장육부가 편안해집니다.  여자가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 잉태를 하면 善神을 잉태하고, 심보가 안 좋은 상태에서 잉태를 하면 惡神을 잉태합니다.” 이러한 업보가 계속되면 세상은 점점 나빠진다는 요지이다.

필자도 며칠 전 주례를 섰는데 세 가지를 당부했다. 감사함, 다행함, 부부금슬이다. 

첫 번째 언제나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할 이유는 신랑신부가 오늘까지 살면서 주변에 고마운 분들이 너무나 많을 것이다. 또한 앞으로도 많은 사람과 고마움을 주고 받으며 살아가게 된다. 가장 먼저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 나를 가르쳐주신 스승님, 그리고 형제자매와 친구들, 그 외 관계를 맺는 모든 사람들, 많은 이웃들과 소통을 하게 된다. 크게 생각한다면 이 세상은 감사함으로 가득 차 있다. 사람으로 창조해주신 하느님이  고맙고 거기다가 불심을 주신 부처님에게 감사하고 우주에 태양이 있고 별이 있고 오늘 신랑신부로 맺어준 천생연분도 감사한 일이다. 감사하고 남을 돕는다는 것은 결국은 자신에게 이로움이 되어 돌아온다. 원효스님께서 自利利他는 如鳥兩益이라고 하였다. ‘자리’와 ‘이타’라는 양 날개가 있어야 높이 날 수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 다행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은 긍정적인 마음의 원천이된다. 吉凶禍福이 無常하며기쁘고 즐거운 날이 있는가 하면 슬프고 괴로운 날도 있게 마련이다. 잘 됬다고  너무 거만하지 말고  불행한 일이 생겨도 더 큰 불행에 비하여 이만하면 다행이라는 생각을 가지면 그것이 곧 행복이다.

▲ 김호성 전 제주도 행정부지사.

세 번째 부부금슬이다. 서로 오랫동안 사랑하며 사이가 좋은 부부를 가리켜 ‘금슬이 좋다’고 표현한다. ‘금슬’이란 말은 ‘거문고 금 琴’자와 ‘비파 슬 瑟’자의 합성어이다. 거문고와 비파, 하나는 저음 악기이고 하나는 고음 악기라서 상대방을 배려해야 하모니가 잘 이루어진다. 결과적으로 세상사는  이치도 그렇다  큰 스님의 주례사처럼 손해보는 삶, 배려하는 삶, 상대방을 존경하는 삶을 살아 간다면  이것이 성공하는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 전 제주도행정부지사 김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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