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길현 칼럼>  박근혜 당선자, MB와는 다른 '통합' 리더십을...

겸허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유권자의 선택을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개혁진보의 국민연대가 이루어지면 야권이 승리할 것이라는 생각에는 2%가 부족한 모양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지난 15년간 정치권에서 존재감을 확고히 해 왔던 박근혜의 역량을 누르기에는 문재인-안철수 모두 정치신인이었기 때문일까. 대통령이 되려면 오바마나 노무현에 상응하는 일정 기간의 정치적 단련이 필요한 모양이다.

  19일 11시를 넘어 대선 결과가 확실시되면서 박근혜와 문재인은 각자 승자로서의 웃음과 패자로서의 아픔을 표했다. 승자는 ‘국민의 승리’라고 답했고, 패자는 ‘저의 부족’ 탓으로 돌렸다. 환호와 허탈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안정을 바랐던 승자 측은 안심을 보였고, 변화를 기대했던 패자 측은 아쉬움을 뒤로 했다. 19일 밤 승자와 패자에 속한 대한민국 국민 모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다.  

▲ 19일 치러진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100만표 차이로 누르고 18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 사진출처= 네이버 캡쳐. ⓒ 제주의소리
  75.8%에 달하는 투표 열기는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에 거는 기대가 그만큼 컸다는 것을 뜻한다. 보수의 총동원에 맞서 모처럼 개혁진보의 대결집을 보인 선거이기에 승산이 커 보인 만큼이나 패배한 측의 아쉬움과 탄식은 컷다. ‘국민행복시대’를 열어 나가겠다는 박근혜의 다짐이 향후 5년간 얼마나 구현될 지에 대해서 의구심이 크지만, 그래도 일면 기대를 해야 하겠다. 밎져야 본전이라서가 아니다. 승리한 자에 대한 경의의 표시이기 때문이다. 

  야권을 지지했던 입장에서 보면 이번 대선은 1987년의 민주화 이후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또 한 번의 변곡점을 찍는 계기로 파악되었다. 굳이 ‘2013년 체제’를 운위하지 않더라도 이번 대선 이후 대한민국은 경제민주화로 대표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릴 것으로 내다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수 국민은 그러한 기대가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확인해 주었다. 이명박 정부의 연장에 있는 박근헤나 노무현정부의 후예인 문재인이나 모두 비슷한 것으로 본 모양이다. 새 정치를 내세운 안철수는 준비 부족으로 사퇴를 한 마당에 새 정치는 다음으로 미뤄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 하는 데로 다수 국민들의 의견이 모아졌기 때문이다. 

  문재인은 선전했다. 서울시교육감 선거나 경남도지사 선거에서 나타난 개혁진보 후보의 득표를 보면 여실히 드러난다. 사실상 야권 후보나 다름없는 이수호나 권영길과 비교해 보면 문재인은 100만 정도의 차이로 박근혜에게 위협을 가한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재인이 선전했다고 민주당의 패배 책임이 감면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18개월 후에 치러질 2013년 지방선거에 즈음하여 모종의 대책이 요구된다. 2012년 총선과 대선 모두에서 패한 민주당이 향후 어떻게 이 어려운 과제를 맡아 잘 운용해 나갈 것인지 걱정이 앞선다. 또 안철수에게 기대야 하는 것일까.

  이번 대선을 거치면서 제주에서는 ‘정권교체와 새 정치 실현을 위한 제주 국민연대’(이하 국민연대)가 출범한 바 있다. 국민연대가 출범하면서 내세웠던 새 정치의 구현은 그 시작을 정권교체에서 찾았는데, 그게 좌절된 이 시점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정권교체 없이 가능할 수 있는 새 정치의 미래는 없는 것일까. 국민연대가 선거 때 반짝 등장한 가설 모임이 아니라면, 출범에서 도민들에게 약속한 바대로 새 정치를 위해서 제주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하나씩 기획하고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공약 가운데 가장 명확한 입장 차이를 보인 것은 제주해군기지 문제였다. 그래서 대선이 끝난 시점에서 이 문제에 다시 주목하면서 ‘민생-약속-대통합’을 재확인하는 박근혜 당선자에게 기대를 하고 싶다. 제주사회의 뜨거운 감자인 채로 7년 이상을 끌어온 제주해군기지 문제와 관련하여 문재인의 적극적인 재검토 공약과는 다르지만, 그래도 박근혜도 제주 방문 자리에서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을 책임있게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민의견 수렴’을 강조한 바가 있다. 여기서 도민의견 수렴이란 무엇을 뜻하는 건지 아직 애매하지만 그래도 그것이 이명박 정부 때처럼 일방적으로이란 밀어붙이는 것은 아닐 것이라고 기대하고 싶다. 

▲ 양길현 제주대 교수
  이 지점에서 다시 ‘안철수의 생각’이 떠오르는 이유는, 대통령이 된 다음에 제주해군지와 관련한 고급정보를 접한 이후에 추진 여부를 면밀히 검토하는 게 꽤 일리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대통령 취임 이후 박근혜 대통령이 오바마-시진핑-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갖고 2010년대 동북아 평화질서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하는 과정에서 제주해군기지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세계평화의 섬 제주가 한반도를 포함하여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더 많은 중지를 모아나가는 데서 제주해군기지의 미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그것이 도민의 뜻이 아닐까.   /양길현 제주대 교수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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