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시대 제주] (2) 4.3해법...국가추념일 지정도 진정성 잣대  

 

제18대 대통령선거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야권의 단일화 지연 등 여러 요인이 겹치면서 이번 대선은 어느때보다 정책 대결이 부족했던 선거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여야를 떠나 지역 공약은 빈약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박근혜 당선인은 제주와 관련해 몇가지 의미있는 약속을 내놓았다. 그는 평소 "실천하지 못할 약속은 애당초 하지도 않는다"는 말을 자주 썼다. '100% 대한민국'의 일원으로서 제주 현안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대목이다. 반면 아직도 진정성을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존재한다. 박 당선인의 공약을 중심으로 제주 주요 현안을 점검하고, 해법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8월1일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분향한 박근혜 당선인. <제주의소리 DB>

박 당선인의 제주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4.3문제다. 그는 이번 대선에서 4월3일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하고, 4.3평화재단에 대한 국고 지원 확대 등을 약속했다. 보수 집권당의 대선 후보가 4.3문제 해결을 부르짖는 것은 과거엔 상상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박 당선인의 4.3공약은 국민의정부, 참여정부를 계승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문 후보의 공약은 완전한 진실규명, 국가추념일 지정, 생계비 지원, 유적지 복원.정비 등이었다. 4.3평화재단에 지원되는 국고가 출연금이고, 이 출연금이 재단의 운영 뿐만 아니라 4.3유족 의료비 지원 등에 쓰인다고 볼 때 두 후보가 다른 점이 있다면 '완전한 진실규명' 이라고 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은 제주에서 직접 4.3문제 해결에 대한 입장을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8월1일 새누리당 경선 후보 자격으로 제주4.3평화공원을 찾은 박 당선인은 방명록에 "4.3희생자 분들의 명목을 빕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더 나아가 그는 기자들에게 "제주4.3은 현대사의 비극이다. 많은 분들이 희생을 당한 안타까운 역사"라며 "다시는 이같은 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 때가 두번째 4.3평화공원 방문이었다. 박 당선인은 5년전 대선 때도 4.3공원을 찾아 참배했다. 임기 내내 참배요구를 외면한 이명박 대통령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2개월여 뒤에도 박 당선인은 제주를 방문, 4.3해결을 언급했다. 10월17일 제주선대위 출범식에서다. 그는 "제주4.3사건은 현대사의 비극으로, 4.3희생자와 가족들이 겪은 아픔을 치유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8월1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헌화하는 박근혜 당선인. <제주의소리 DB>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안타까운 역사의 되풀이 방지를 '기원'하는 수준의 두달여전 방문 때와는 분명 진전된 태도다. 

문제는 진정성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5년전 제17대 대선 당시 "정권이 바뀌어도 제주4.3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것 뿐이었다. MB정부 5년동안 4.3은 정부.여당의 특별법 개악과 4.3위원회 폐지 시도, 보수세력의 끊임없는 4.3폄훼.왜곡 시도에 시달렸다.

이 대통령은 한번도 4.3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았다. 국가추념일 지정 등 4.3진상조사위원회가 제시한 후속과제 실천에는 손을 놓다시피 했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4.3중앙위원회 사무기구는 축소되고 말았다. 4.3중앙위와 국회가 의결한 4.3평화공원 3단계 사업비도 임기 만료를 앞둔 지금까지 집행하지 않고있다.

이런 이유로 18, 19대 총선은 제주에서 만큼은 집권당의 패배로 끝났다. 오죽했으면 선거 때마다 제주도당이 중앙당을 향해 4.3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라고 간청(?)했을까. '4.3민심'이 승부를 갈랐다는 점을 모를 리 없는 제주도당은 선거가 끝난 뒤에도 4.3특위를 구성해가며 4.3민심을 어루만지려 애를 썼으나 피드백은 크지 않았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4.3유족 원로들이 "문재인 후보의 공약이 더 구체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사실상 문 후보 지지를 선언한 것도 집권여당의 4.3에 대한 진정성 부족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당시 방명록에 "4.3희생자 분들의 명목을 빕니다"라고 썼다. <제주의소리 DB>

선언 당시 "임기 5년동안 한번도 4.3위령제에 참석하지 않은 이명박 대통령에 유감을 표한다"는 한 원로의 말이 이런 정서를 뒷받침한다.

"국민께 드린 약속은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박 당선인의 4.3공약 혹은 입장도 뜯어보면 빈약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정부가 채택한 진상조사보고서에 이미 언급됐거나, 후속과제로 던져진 내용과 별반 다를게 없다. 김대중, 노무현 두 전직 대통령은 4.3특별법을 만들고, 공식 진상보고서를 채택했으며, 국가 원수로는 처음으로 제주도민에게 공식 사과 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 자격으로 4.3위령제에도 직접 참석했다.

이 보다 한발 더 나아려는 태도가 못내 아쉬웠다.    

반면 4.3국가추념일 지정은 제주 민심을 얻기위한 일종의 승부수라는 평가가 있다. 박 당선인을 에워싸고 있는 보수세력이 이것 만은 막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 때문이다. 한 4.3유족은 "다른 건 몰라도 박 당선인이 4.3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제18대 대통령이 된 박 당선인에겐 당장 4.3공약의 진정성을 보여줄 사안이 눈앞에 놓여있다. 늦었지만 정부로 하여금 4.3 예산을 서둘러 집행하게 하는 일이다.

2011년 1월26일 4.3중앙위는 4.3평화공원 3단계 조성사업비로 120억원 지원을 의결했다. 이어 정부는 2012년 예산으로 30억원을 편성하고 국회도 이를 심의 의결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여태껏 집행하지 않았다.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30억원의 조속한 집행과 함께 내년 예산 90억원 배정을 결정했지만, 지금까지 정부 태도로 봐선 안심할 단계가 아니다.    

5월30일 국회에 제출된 4.3특별법 개정안 처리는 공약의 진정성을 엿볼 수 있는 가장 큰 잣대다. 민주당 김우남 의원(제주시 을)이 19대국회가 문을 열자마자 자신의 1호 법안으로 발의한 이 개정안은 4.3문제와 관련해 남아있는 핵심 숙제들을 한꺼번에 풀 수 있는 열쇠다.

4월3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고, 희생자.유족의 생활안정, 복지사업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한편, 희생자.유족의 신고기간을 법률로 연장하는 내용 등이 들어있다. 

이중 희생자, 유족 추가 신고는 9월11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4.3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원안 의결함으로써 현재 추가 신고가 이뤄지고 있다. 

4.3유족들은 여기에다 대통령 취임 후 곧 있을 제65주년 4.3위령제에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을 새 정부의 4.3해결 의지를 가늠할 시험대로 여기는 분위기다. 

제주4.3유족회 홍성수 회장은 23일 "'어머니 품으로 국민을 감싸안겠다'는 박 당선인의 말 마따나 대통령 취임 후 제주 초도순시 차 4.3위령제에 참석해 도민과 유족을 위로하는게 화해.상생의 길이자 4.3문제 해결을 말만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길"이라고 말했다.

홍 회장은 또 박 당선인이 제주 방문 당시 적극적인 검토를 약속했다며 4.3평화재단 기금과 별도로 연 30억~50억원의 유족복지 사업비 지원을 요구했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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