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 끝나자마자 예산안 전쟁…4.3·해군기지 예산 처리 첫 시험대 ‘주목’

▲ 내년 정부예산안 처리를 놓고 여·야가 격돌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제주해군기지 및 제주4.3관련 예산을 어떻게 처리할 지가 주목된다. ⓒ제주의소리

대선이 끝나자 마자 여·야가 내년도 정부예산안 처리를 놓고 격돌할 조짐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당선자의 제주공약 실천과 직결된 제주해군기지 및 제주4.3 관련 예산 처리 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대선이 끝나자마자 예산심사를 재개했다. 하지만 ‘박근혜 예산’으로 불리는 6조원 예산증액과 증세방안 등 두 가지를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제주해군기지 관련 예산도 쟁점이다. 지난달 28일 상임위원회(국방위)에서 새누리당이 날치기 처리한 데 반발이 거세게 일자, 여·야는 예결특위에서 보류해놓은 상태다.

내년 예산안에 편성된 제주해군기지 관련 예산(방위사업청)은 2009억원. 제주해군기지를 ‘크루즈관광미항’ 로 건설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만큼 열쇠는 박 당선인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단 없는 추진’에 방점이 찍힌 공약만을 놓고 보면 원안대로 처리될 공산이 크다. 다만 ‘100% 대한민국’을 슬로건으로 내걸며 대통합을 외친 만큼 강정마을과 반대단체들의 반대를 무릎 쓰고 마냥 강행 처리하기도 부담이 만만찮다.

강정마을회와 제주해군기지건설 저지를 위한 전국대책회의 등 3개 단체는 24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주해군기지 관련 예산 전액 삭감을 촉구했다.

이들은 “2011년 국회 예결위는 ‘15만톤 크루즈선박 입·출항 및 접·이안 안전성 문제를 제3의 기관을 통해 객관적으로 검증할 것’을 권고했다”며 “지난 한달간 사업 타당성 검증은 물론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예산을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당선인은 후보자 시절은 물론 그 전부터 ‘해군기지 사업의 중단 없는 추진’을 강조해왔다. 반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는 ‘공사 중단 후 재검토’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다만 박 당선인은 “필요한 지원을 최대한 확대하고, 민군 커뮤니티를 조성해 상생의 틀을 만들겠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명박 정부와의 접근 태도와는 확연히 달라진 점이다.

무엇보다 박근혜 당선인이 ‘국민 대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명박 정부와는 다소 다른 추진방식을 선택할지, 아니면 그대로 답습할 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4.3관련 예산 처리도 관심 사안이다.

당초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예산안에는 편성되어 있지 않은 4.3평화공원 조성 3단계 사업 90억원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추가로 반영됐다.

박근혜 당선인은 대선 기간 4월3일을 국가추념일로 지정하고, 4.3평화재단에 대한 국고 지원확대 등 4.3민심을 돌리기 위한 공약을 제시했다.

특히 박 당선인은 제주를 찾은 자리에서 “제주4.3사건은 현대사의 비극으로, 4.3희생자와 가족들이 겪은 아픔을 치유하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보수 집권당의 대선 후보가 4.3문제 해결을 부르짖는 것은 과거엔 상상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전향적인 태도에도 불구하고, 4.3해결에 대한 약속은 진정성을 의심받는다. 이를 걷어낼 첫 시험대가 바로 내년 정부예산안 처리라는 말은 그래서 나온다.

당초 국회에 제출된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반영된 제주 관련 예산은 1조465억원.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여·야 합의로 787억원이 추가로 증액 요구됐다.

이와 관련 우근민 지사는 24일 오전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새 정부가 출범하는 만큼 어떻게 하면 제주의 이익을 가져올 수 있을 지 새 정부의 정책방향을 면밀히 검토해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지역 국회의원과 공무원들이 발로 뛰면서 추가로 만든 787억원이 끝까지 지켜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했다.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제주홀대’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만큼, 이번 예산안 처리는 해군기지 갈등해소와 4.3문제 해결이라는 공약을 제시한 박근혜 당선인의 진정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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