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칼럼> 현재의 제주개발주체의 사고로는 제주미래 담보 못해

지난11월24일 방영된 “유럽 휴양지화로 쫓겨나는 모로코인”이라는 KBS 특파원 현장보고는 관광산업 제일주의를 표방하는 제주를 고향으로 두고 있는 필자로 하여금 많은 것을 깨우치게 해 주었다.

사실 아프리카 북서쪽에 위치한 모로코하면 연상되는 것이 할리우드 스타“그레이스 케리”왕비이고, 인구 300여 만 명의 왕정국가이면서 카지노업을 주된 산업으로 유명한 관광대국이다. 그런데 특파원현장보고는 최근 모로코가 이런 긍정적인 자랑거리보다는 오히려 사회경제적으로 심한 후유증을 앓고 있음을 경고했다.

그 발단을 특파원현장보고는 최근 10여년 사이 모로코가 휴가철을 가장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부자 유럽인들을 위한 관광지로 부상되면서라고 진단하였다. 물론 이날 방영내용은 주로 지중해와 사막을 끼고 있어서 자연이 아름답고, 그 문화 또한 독특하여 휴양지로 인기가 높은 “마라케시 시”에서 현지인 인터뷰와 나름의 실상자료를 분석하여 소개하였다.

# 관광개발수요 급등은 지가(地價) 상승을 부추킨다

최근 마라케시 시 지역이 별장개발이나 리조트(resort)개발을 위한 투자적합지로 부상되면서 유럽 부자들의 투자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행정당국이 이들에게 특별한 제한조치 없이 별장을 지을 땅을 쉽게 내주고, 또 리조트를 지을 땅을 내주다보니 정작 현지주민들의 주거공간은 도심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더욱이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가운데서 실업율도 덩달아 이만저만 높은 게 아니다보니 국민들의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제주지역 땅값이 치솟다보니 이에 편승해 서귀포시지역이나 중산간지역의 주민들 또한 토지비축명분에 부응하거나 투자자 또는 투기꾼 등들에게 쉽게 땅을 팔아치우고 있다. 물론 이들의 명분은 제주시에서 편안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다. 땅을 파는 제주개발의 모순을 지적하는 뜻있는 사람들은 이에 대하여 본래 땅주인이었던 도민들이 조만간 제주원주민으로 전락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행정이 투자자들을 위한 토지비축제도, 제한적 토지수용제도, 투자진흥지구지정 등 행정적ㆍ재정적 특혜 조치를 스스럼없이 공시함으로써 주민들의 안이한 토지매각행태를 부채질하고 있다.

말하자면 행정은 중국기업이나 국내 대기업이 제주에의 투자를 유인하기 위한 비위맞추기 수단을 총동원하여 제주의 땅을 바겐세일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이들 지역의 주민들이 제주시지역의 집중적인 택지개발정책에 힘입어 제주시지역으로 집중 유입되고 있다. 제주도 인구가 제주시로 집중되고 있는 기현상을 낳고 있는 것이다. 덩달아 제주시지역의 물가는 오르고 있고, 주거환경 또한 종전보다 못하고, 소득수준도 크게 향상되지 않고 있다.

날씨 좋고 독특한 멋이 있어 특히 중국인이나 일본인들이 즐겨찾는 제주처럼  마라케시 시  역시 유럽 부자들이 즐겨 찾고 있다. 이들은 여기저기에 별장들을 소유하고 있다. 관광객들을 위한 호텔업도 여기저기에 크게 번창하고 있다. 도시 전체가 우후죽순처럼 유럽 사람들을 위한 주택이나 호텔들로 채워지고 있다. 반면 모로코 전통의 주거용 가옥의 명성 또는 문화적 가치는 크게 퇴색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최근 구제주시지역의 구도심개발문제를 연상시키고 있다. 지난 개발기간동안 문화적 가치를 무시하는 도정들의 파헤치기 개발의 치적에 따라 서구풍의 빌딩중심의 제주개발이 이루어짐으로써 구제주시지역의 구도심문제는 제주개발의 그림자라는 점에서 모로코의 경우와 전혀 다르지 않아 보인다.

마라케시시의 잘 정비된 신도심지역은 부자 유럽인들의 주택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 주택가격은 한화로 적게는 5억여 원에서 많게는 14억여 원을 지불하지 않고는 주택을 구입할 수 없을 정도로 치솟고 있다. 그러다보니 도시전체분위기는 유럽의 고급주택가를 방불케 하고 있다. 현지인들이 외부로 밀려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 할 수 있다.

 최근 제주시지역에서 새로 조성되는 아파트단지의 평당 가격이 전국 평균치를 웃돌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주택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왜곡되어 있음을 반증한다. 이런 기현상은 구제주시지역이 주거 밀집지역으로 계속하여 개발되고 서귀포시지역이 관광단지 나 공공시설단지로 집중하여 개발되는 정책이 유지되는 한, 계속될 수밖에 없다.

서귀포시지역 등 다른 지역으로부터 이주한 이주민 또는 투기꾼들에 의한 주택 수요는 구제주시지역의 주택가격의 등락은 거듭하여 불완전한 상태로 몰아갈 것이다. 제주지역 골프장 또한 공급과잉으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게다가 지방세 체납 등의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수감소가 불가피해 보인다. 그 결과 도민을 위한 복지사업의 확장 또한 커다란 장애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비수기 없는 관광객 폭주 반드시 좋은 결과만 낳지 않는다

 마라케시 시 지역은 사시사철 날씨가 따뜻하여 항상 유럽 관광객들로 북적거리고 있다. 관광비수기가 없이 연중 관광객이 넘쳐 나고 있다.

최근 제주지역의 경우도 관광비수기 없이 특히 중국관광객이 넘쳐나고 있다. 이에 고무된 도정이 신공항 건설을 앞당겨야 하느니 중국어교육도시를 건설하여야 하느니 호들갑이다. 그런데 신공항건설은 도정의 기대와는 달리 난망하기 그지없어 보인다. 더욱이 중앙정부가 전적으로 재정지원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전혀 불가능하다고 본다면 더욱 그렇다. 새로운 정부가 도정의 중국관광객에 대한 애정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지난 대선과정에서 당선자가 언급한 상황논리를 돌이켜 보면 전혀 확실치 않아 보인다.

모로코 정부는 마라케시 신도심에서 불과 몇 km 떨어지지 않은 곳에 도심에서 밀려난 상당수의 도시민들을 위하여 새롭게 빈민촌을 만들고 있다. 이는 이들이 오랜 동안 주거하였던 도시공간이 최근 유럽 부자들의 별장지나 리조트 개발지로 개발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게다가 모로코정부는 마라케시 시에서 14km 떨어진 시골지역에 성냥갑 같은 주거용 건축물들을 지어 이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제주도지역의 경우도 최근 외지인들이 관광단지나 별장개발예정지로 서귀포지역과 한라산 주변인 중산간지역을 주로 선호함으로써 이들 지역의 주민들의 집단적 이주가 연중 계속되고 있다. 물론 주된 이주지는 구제주시지역이다. 이를 감지해서 하는지는 모르겠으나 도정은 이들을 맞을 채비라도 한 듯 구제주시지역에 주택개발지를 마구 넓혀나가고 있다. 조만간 닥칠 제주시지역에서의 부정적 도시문제들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있다. 한라산 꼭대기까지 아파트 개발지로 개발할 위세를 보이고 있다. 더욱 어처구니없는 사실은 행정이 구제주시지역내에 주거단지를 개발을 자랑거리이자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역대 도정은 미래를 위하여, 도민을 위하여 제주도지역 전체의 균형개발에 대한 사려 깊은 안목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특히 산남지역의 낙후화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을 한 후에 사람이 살 수 있도록 하는 가시적인 대비책은 눈을 비비고 봐도 크게 드러나 있지 않다.

역대 도정은 제주개발의 알파와 오메가의 기본을 투자유치라고 한다. 사람 중심이 아니라 물질(돈) 중심의 개발만을 주장하고 있다. 말하자면 자본가제일주의 제주개발을 당연한 것으로 발아들이고 있다. 최근 국회국정감사과정에서 드러난 소위“카사델아구아 처분”과정에서의 ㈜부영과의 관계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듯이 자본가들의 위세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 남음이 있다.

# 개발논리 시대정신과 도민의 민생에 부합하여야 한다

모로코 마라케시 시에 주거지를 두고 살아가려면 비싼 월세를 지불해야 한다. 자신의 소유의 주택을 매입하는 것은 그 가격이 천정부지라 전혀 엄두도 못 내고 있다. 그래서 최근 마라케시 도심 인근지역이 빈민촌으로 전락된 데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그러나 주된 이유는 모로코정부가 도시전체를 관광지로 개발한데 따른 측면이 강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모로코정부의 미래를 내다보지 못한 조치로 1999년부터 유럽인들이 대거 마라케시 시의 노른자 땅을 대거 사들이면서부터 빈부격차의 정도가 매우 심각해지고 있다. 특히 유럽 사람들이 마라케시 도심지역내의 주택들을 마구 사들이면서부터 주택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모로코의 이런 상황 최근에는 유럽 재정위기 영향으로 그 추세가 주춤해지긴 했지만, 10년 사이 마라카시의 주택가격은 7배나 뛰고 있다. 유럽인들의 땅 투기로 모로코의 빈부 격차를 더 크게 벌려놓고 있다. 10여 년 전에 비해 모로코 사람들 중 부자가 된 사람들은 더욱 부유해지고 있으나, 가난한 사람들은 더욱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말하자면 모로코의 현실은 개발하면 할수록 그에 따른 현지인들의 빈부 격차는 더욱 심각하게 벌어지고 있다.

10여 년 전에 논밭을 판 모로코의 중산층은 졸부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서민들은 뛰는 물가를 감당하지 못해 더욱 가난해지고 있다. 특히 10여 년 전부터 마라케시를 찾는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덩달아 물가도 껑충 뛰고 있어서 엎진 데 덮진 격으로 민생은 망가지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빈부격차가 양극화로 그치지 않는데 심각함이 있다. 관광객을 상대로 한 전통 시장은 어느 정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현지인들의 고유의 삶의 양식이 유럽화 됨으로써 크게 흔들리고 있다. 마라케시시의 거리 곳곳은 획일화된 유럽식의 관광지의 모습으로 빠르게 탈바꿈됨으로서 모로코적인 모습은 온데 간 데 없어졌다.

최근 제주자치도는 스위스의 사설기관에 의하여 추진된 세계7대 경관 선정 캠페인 행사에 거액의 공금을 사용한 사례처럼, 모로코 정부 또한 국제영화제 개최 등, 각종 이벤트를 마련하여 외국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하지만 모로코 국민의 실업률이 44%까지 치솟고 있다. 물론 제주의 상황도 전혀 자랑거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제주지역경제나 제주관광산업의 영세성에 대하여는 최근 각종 통계가 잘 보여주고 있다. 청년실업의 만연 또한 퇴로 없이 진행되고 있다.  제주의 전체 경제활동인구 29만6천 명 중에서 상용임금근로자 9만2천명이다. 반면 임시근로자 5만9천명, 일용근로자 3만1천명, 비 임금근로자 11만여 명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변변한 대책은 잘 드러나 있지 않다. 특히 비자발적 실업자 문제는 제주지역경제의 어두운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자치도는 상대적으로 많은 공무원을 충원하여 운영하고 있다. 제주개발을 통하여 벌어들이는 세수의 절반정도 이상을 해마다 공무원의 인건비로 충당되고 있다.  이는 제주개발의 실질적 수혜계층은 도민이 아니라 공무원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이에 따른 여타 도민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진정시키기 위하여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잘 보이지 않는다. 제주도에 세금을 내는 납세자인 필자 또한 답답함을 토로하고 싶을 뿐이다.

제주1차 산업의 비중도은 전체 제주사업 중 18.8%에 해당한다. 나름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어서 제주농촌경제와 도시지역의 비자발적 실업자의 노동생산성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제주1차 산업의 미래 또한 미국, 중국 등과의 자유무역협정 체제하에서는 그 미래를 속단할 수 없다.

그렇다고 현재 투자유치를 명분으로 하는 도정에 의하여 강조되는 관광산업 제일주의가 제주지역경제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제주도민의 민생을 개선하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주로는 대기업 소유의 관광시설사업이나 외국인 상대의 면세점들만이 반짝 호황을 누리고 있을 뿐이다. 반면 영세하고 경쟁력이 미미한 자영의 관광업자들의 생산성이나 소득수준은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쪼그라들고 있다. 말하자면 제주관광산업이 제주의 미래를 밝게 해주는 향도적인 산업으로서 입지를 굳히지 못하고 있다.

# 자본집약적 산업구조 하에서 자영업자의 생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모로코 주요 도시에선 고물가와 정부의 부패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비싼 집값에 고물가, 특히 모로코 경제를 떠받치는 관광업 종사자 90%가 최저임금을 받는 불평등구조가 주된 이슈가 되고 있다. 사회 불만과 불안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척박한 사막에서 고유의 문명을 발전시켜 온 모로코이지만 이제 유럽의 별장지대로 전락하면서 내적 모순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을 맞고 있다. 모로코는 현재 세계 유수의 관광국가로 포장된 채 대외적인 신인도를 높여가고 있으나, 그 내부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런 여유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어려운 위태로운 상황을 맞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제주의 실상은 어떤가? 2010년 기준 제주지역 사업체수는 4만6천개이고 주로 자영관광업자들이다. 전체 종사하는 도민은 20만 3천명이다. 이들은 주로 영세자업자인 일반음식점, 부정기 육상운송업, 주점 등에 종사하고 있다. 고용인원별로는 1-4명 고용업체가 전체의 84%에 해당하는 3만 9천개이고, 5-99명 고용업체는 전체의 15.7%에 해당하는 7천여 개이며, 100이상 고용업체는 전체의 0.3%에 해당하는 14개정도이다.

이런 제주지역경제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연구보고서가 최근 발표되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경제구조 서비스화 진전의 소득불균형에 대한 영향과 시사점”에 대한 보고서가 바로 그것이다. 그 주된 요지는“영세자영업 중심의 불균형한 서비스업 발전이 소득양극화의 주된 원인”이 라는 것이다.

# 현재의 제주개발주체의 사고로는 제주미래 담보할 수 없다

앞에서 거론 한 바와 같이 제주관광산업의 성패는 주로 도·소매나 음식·숙박업 등을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들이나 비임금·비정규직들의 역량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상황은 제주미래가 암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소득 양극화의 심화시킬 원인자가 제주지역경제에 내재되었음을 의미한다.  물론 관광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자영업자 비중이 높지 않고 재정에 의한 복지적 소득재분배가 정상적으로 될 수 있는 상황이라면 현재의 제주지역경제의 상황도 그리 나쁠 것은 없다.

그렇지만 현재 제주관광산업은 주로 자영업자나 무급의 가족종사자 등 비임금 근로자 중심으로 운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과 임금근로자일지라도 비정규직의 비중이 높아 노동생산성 및 임금격차가 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개선할 수 없다면   행복하고 건강한 제주도민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속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 백승주(고려대 지방자치법연구회회장)ㆍ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생각컨대 필자의 소견으로는 앞으로 도정책임자의 새로운 제주개발의 대안적 정책제시를 통하여 관광산업 제일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제주산업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그렇지 못할 경우 실망스런 제주의 미래만이 우리를 기다릴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현재와 같이 자영업자 및 비정규직 고용중심의 제주산업구조가 고착되는 경우 도민의 소득불균형상황은 어떤 경우이든 완화시켜 나갈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자본의 위력에 의하여 고용 없는 외형적 성장은 지속될 수 있다. 그러나 도민의 민생은 참담할 수밖에 없다. / 백승주(고려대지방자치법학연구회 회장)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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