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농부'가 만난 러시아문학과 다차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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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리뷰] 「보드카, 체홉 그리고 백조의 호수」

▲ 박명용 作 「보드카, 체홉 그리고 백조의 호수」.
'보드카, 체홉 그리고 백조의 호수'(박명용 지음, 이카루스미디어)는 러시아에서 러시아 여성을 만나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 저자가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러시아인들의 과거와 현재의 일상적인 생활을 소개하고 있다. 10년 동안 러시아에서 생활하고 있는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러시아인들의 현대적 생활을 묘사하고 있으며, 러시아 문학가 체홉의 '벚꽃동산' '3년' 등의 작품 속에 나타난 그들의 과거생활 풍속도 소개하고 있다.

# 러시아의 기후

러시아에서는 3월이 되면 겨울의 혹독한 추위가 잠시 풀려 따뜻한 날씨가 10일 정도 지속된다. 그러다가 다시 추위가 반복되는 시기를 거쳐 4월이 되면 겨우내 얼었던 눈이 녹으며 큰 물줄기를 형성한다.

러시아에서 무더운 여름을 경험할 수 있는 시기는 7월 한 달뿐이다. 이 7월이 지나고 8월이 되면 '자모로즈끼'라는 0도에서 영하 5도의 가벼운 추위가 한 번 지나간다. 그리고 더운 날이 반복되다가 10월이 되면 자모로즈끼가 한 번 더 찾아오는데 이 시기가 되면 털모자나 신발을 구입하는 등 본격적으로 추위에 대비해야 한다.

11월부터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된다. 12월과 1월의 날씨는 매서운 추위가 지속된다. 저자는 러시아 날씨와 정치를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모스크바 날씨는 러시아 정치와도 같다. 혁명과 피비린내. 경제 도약과 우주선 그리고 장기침체. 그 뒤를 이어 한 시대를 수놓은 프로파간다. 페레스트로이카. 가난 그리고 절망 …… 정치처럼 날씨도 내일을 예측할 수 없다."

# 국경일과 명절

혁명 전까지는 러시아에 공식적인 국경일이 없었다. 기업은 기업대로, 정부 기관은 정부 기관대로,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단체대로 사회조직들이 알아서 명절을 정했다. 그러다 보니 한 공장 안에서도 노동자들마다 노는 날이 달랐고, 노동자들과 농민들은 명절날이면 술판을 벌이고 놀았다.

명절이란 러시아 정교회에서 허가받고 술을 마실 수 있는 유일한 날이었다. 이들 명절 중 가장 거창한 날이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었다. 특히 부활절에는 2주 동안 놀 수 있었다.

1917년 혁명에 성공한 소비에트 정권은 2주일간 노는 부활절을 줄여버리고 크리스마스는 보드카 한 잔 마시는 날로 만들었다. 이 때부터 부활절은 성묘 가는 날로 굳어지게 되었다.
소비에트 정권이 붕괴된 이후에는 다시 크리스마스가 아이들이 선물을 주고받는 날이 됐다.

# 러시아 문학

러시아 역사는 귀족과 농민의 갈등의 역사다. 이 두 계층의 갈등을 없애려는 노력이 맺어낸 산물이 러시아 문학이고 예술이다. 푸슈킨,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와 같은 이들은 부모의 가르침으로 어려서부터 외국말을 중얼거리며 컸지만, 농노출신 유모들 품에서 러시아 농민들의 전설을 들으며 자랐다. 귀족 자식들이었지만 농노한테서 배운 덕에 그들은 농민들이 읽을 수 있는 러시아말로 된 작품들을 남길 수 있었다.

한국에서 문학은 '나부랭이' 취급을 받는 천덕꾸러기에 불과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어려서부터 아이들이 시를 읊고 동화를 쓴다. 초등학교 4학년이면 벌써 '전쟁과 평화'를 읽고, 제대로 된 대학에 들어가려면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문학작품 100편은 꿰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러시아에서는 이공계를 진학하려 해도 문학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문학이 이공계 학생들의 상상력을 키워준다는 확신 때문에 생긴 제도다.

이 나라 학생들은 자신들이 톨스토이나 도스토예프스키, 푸슈킨의 후손이란 사실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러시아에서 만약 톨스토이에게 노벨문학상을 주겠다고 하면 심한 모욕으로 받아들인다. 노벨상 수상작품이라 해봐야 러시아 2류 작품 수준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 다차

다차는 러시아식 주말농장이다.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몰락한 이후에 도시 상점에 식료품이 바닥이 났을 때, 이들이 음식을 구한 곳도 다차며, 낮은 소득 수준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벌이를 보충해 주는 곳도 다차다. 다차는 격변과 혼란 속에서도 러시아 사람들이 빈곤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아주는 완충 역할을 해왔다.

다차 생활은 18세기 표도르 대제의 명령으로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후 다차는 예술가들이 자연과 만나서 예술 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하는 공간 역할을 했다. 그리고 대도시가 아파트 밀집지역으로 변해가자 사람들이 자연을 더 그리워하게 되었는데, 그 와중에 발달한 철도 산업에 힘입어 다차의 대중화 시대가 개막되었다.

현재 모스크바 인구의 50% 정도가 다차 생활을 즐기고 있다. 부자들은 그들 나름대로 다차를 즐기고, 없는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대로 다차를 즐긴다. 그리고 먹고 살 길이 막막한 사람들은 다차에서 먹을 것을 해결한다. 이렇게 계층에 따라 경제논리와 여가 생활 그리고 오락과 품위 같은 것들이 혼재되어 유지되는 것이 현재의 다차 문화다.

다차의 중요성이 최근에 더 부각되는 이유가 있다. 우선 먹거리에 대한 불안감이 '근본도 모르는 농산물'을 먹을 수 없다는 생각을 굳어지게 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차에 시설만 잘 갖추어 놓으면 돈을 올려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부동산 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다차 문화가 활성화 되는데 한 몫 담당하고 있다.

# 러시아를 이해하자

표도르 추초프는 러시아는 이성으로 이해할 수 없고 공통의 자로 러시아를 잴 수 없다고 했다. 러시아인들은 보드카에 취해 비틀거리면서도 '백조의 호수'를 음미한다. 술을 마시고 길거리에 방뇨하는 일이 일상화 되었고, 관료주의와 부조리가 만연한 가운데서도 그 부조리를 고발하는 위대한 문학과 예술이 존재하는 나라다.

저자는 한국과 러시아가 문호를 개방한 지 16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러시아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깝다고 했다.

"한국과 러시아는 서로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나마 러시아한테는 문제가 될 것이 별로 없다. 핵무기도 많고 'made in Korea'가 싫증나면 'made in Japan'으로 바꾸면 되니까. 우리는 처지가 다르다. 그네들을 6자회담에도 불러야 하고 그들한테 물건도 팔아야 한다. 시베리아 석유도 끌어대야 한다. 아쉬운 건 우리지 그네들이 아니다."

저자의 바람대로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천의 얼굴을 하고 있는 러시아와 러시아인들의 삶을 재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 장태욱 시민기자는 제주시내에서 '장선생수학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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