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지사-공대위, 20분동안 서로 의견만 확인
"질서 유지해 달라" vs "그렇게 되도록 해달라"

▲ 김태환 지사가 13일 오후 제주도에 도착하자 마자 도청에서 공대위측과 만나 의견을 듣고 있다. ⓒ 제주의 소리
ITOP포럼을 마친 김태환 지사가 13일 저녁 특별자치도 공대위측과 대화를 가졌으나 공대위의 입장만 확인하는 선에서 이날 자리가 마무리 됐다.

당초 예정시간 보다 다소 앞선 오후 7시20분 제주공항에 도착한 김 지사는 공항 103호실에서 미리 대기해 있던 도청 실국장으로부터 그간의 상황과 공대위의 요구사항을 보고받은 후 경찰의 호위하에 제주도청에 도착했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사복경찰로 하여금 김 지사를 호위했으며, 김 지사는 2층 회의실에 들어와 대기중이던 취재기자들과 악수를 나눈 후 도지사실에서 잠깐 휴식을 취한 다음 8시20분 2층 회의실에서 별다른 격식 없이 둥그렇게 마련된 의자에 앉아 의견을 교환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한 양측은 김 지사가 먼저 이야기를 꺼냈다.

김 지사는 "해외에 있을 때 전화통화는 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다 파악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먼저 공대위 여러분들의 입장을 듣고 난 후 결정할 것은 결정하도록 하겠다"며 운을 뗐다. 김 지사는 "지금 이 자리에 대해서는 도민사회에서 관심이 있기 때문에 심사숙고해야 하며, 이 자리에서 답변할 것은 답변하되 논의를 거쳐야 할 사항은 충분히 검토해서 답변을 해야한다는 점을 양해해 달라"면서  공대위의 의견을 제시해 줄 것을 권했다.

▲ 김태환 지사는 공대위측의 요구사항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답변해 주겠다고 밝혔다. ⓒ 제주의 소리
공대위는 주민자치연대 대표가 공대위를 대표해 4가지 요구사항을 꺼냈다.

김상근 대표는 공청회를 원천 봉쇄해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일반도민들까지 공청회 참석을 가로막은 행위에 대해 김 지사의 분명하고 구체적인 공개사과와 함께 이와 관련된 공무원 문책을 요구했다.

또 특별자치도특별법에 대해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 그리고 사태해결 후 사법처리가 되는 일이 없도록 지사가 나서줄 것을 요구했다.

김 지사는 공대위의 요구를 듣고는 신중하게 검토한 후 답변하겠다고 밝혔으며, "질서를 지켜달라"는 표현으로 도청 농성을 철수해 줄 것을 요구했다.

공대위는 "농성철수는 도지사의 답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김 지사는 공대위와 20여분 동안 이야기를 나눈 후 도청을 떠나 자택으로 향했다. 

이날 대화에는 도청에서는 김 지사 외에 김창희 특별자치도추진단장이 함께 했으며, 공보관과 특별자치도 담당관 등이 배석했다. 공대위에서는 강봉균 민주노총 본부장, 김상근 주민자치연대 대표, 강순문 전교조 지부장 , 김재선 공무원노조 본부장, 이태권 농민회장 의장, 고유기 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이 함께했다. 

다음은 김 지사와 공대위 측이 주고 받은 대화 전문이다.

▲ 강문순 전교조 지부장은 누가 원천봉쇄를 결정한 것이지를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제주의 소리
김상근 대표 : 외국에 나가 계셨지만 상황은 충분히 보고 받았을 것이다. 언론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밝혔기 때문에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말을 하기 보다는 지사의 답변을 듣고 싶다.

김태환 지사 : 질문하는 것에 따라 상황이 다르다. 솔직히 저도 간부공무원들과도 의논해서 충실히 답변을 해야 한다. 물론 외국에서 전화 통화는 했지만 한계는 있다 .이 자리에서 요구사항을 주면 답변할 것은 답변하고, 논의를 거칠 사안은 논의를 거쳐야 한다. 도정을 책임진다고 모든 것을 즉각 결정하기는 어렵다.

김상근 대표 : 지사 뜻이 그렇다면 충분히 논의할 때까지 기다리겠다.

김태환 지사 : 입장 바꿔서 생각해보면 알지만 도민사회에서 관심도 있다. 우리도 여러가지 심사 숙고 의논해야 한다. 오늘은 여러분들이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해달라. 4가지 요구사항 제목만 받았다. 더 상세한 내용을 들었으면 한다. 대표로 말해도 좋고 나눠서라도 이야기 해 달라.

김상근 대표 : 정확히 이야기 하겠다. 공청회와 관련한 여러가지 진행과정은 정확하게 나중에 보고받으면 된다. 세세하게 이야기 하지 않겠다. 분명한 해명과 사과가 공개적으로 이뤄지기를 요청한다. 공청회에 대해 한 마디 덧붙이면 공청회는 제주도민,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자리이다. 몇몇 동원된 사람 외에는 시민단체는 물론 일반도민도 완전 원천봉쇄됐다. 이에 대해 원칙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 제주도가 도민의 참정권을 불법적으로 침탈한 행위이다. 이에 대해 정확한 해명과 공개적인 사과를 요청한다.

다음은 이를 야기시킨 실질적인 책임선에 있는 사람에 대한 분명한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 말로만 유감이라고 표현해서는 사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세번째는 이런 파행적 관제 동원 공청회는 앞으로 백년대계를 결정 짓는다는 입법과정을 비춰볼 때 절차상 온당하지 못하다. 정말로 제주도민들의 공감대를 이룰 수 있도록 원점에서 재논의할 수 있도록 분명한 조치를 취해달라.

한 가지 더 요구할 사안은 사태가 원만하게 정리가 된 이후 사법처리를 당하는 경우가 있어 왔다. 나중에 출석 요구서를 보내고 심지어 재판받아 벌금까지 내야하는 사태가 있어 왔다. 9일 공청회 사건과 관련해 '내사에 들어갔다' '사법처리 하겠다' '체포영장이 발부됐다'는 이야기가 있다. 물론 유비통신이겠지만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후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분명하게 지사가 처리하기를 요청한다.

▲ 김 지사가 공대위 대표들의 요구사항을 적고 있다. ⓒ제주의 소리
김태환 지사 : 김상근 대표가 말한 것 외에 덧붙일 내용은 없나.

강봉균 본부장 : 큰 것은 네가지 이다. 평소 지사가 워낙 언변이 좋아서 정치적인 용어를 많이 써서 감동도 주고 여러가지 어려운 일을 극복하는 모습이 때로는 좋아 보이지만 이번 사태는 그냥 넘어갈 수 없다.분명히 구체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애매하고 모호한 표현으로 넘어가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  이 문제는 한국민주주의를 20~30년 후퇴시켰다고 감히 말할 수 있다. 특별자치도를 이끌만한 역량있는지 판단할 것이다. 전두환 노태우 시절에도 원천봉쇄는 없었다. 분명하게 구체적이고 진실된 표현이 있어야 한다.

김태환 지사 : 이 자리는 공식적인 자리이다. 표현에는 서로 예의를 지키는 게 좋겠다. 언론도 있다. 개인적 자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김상근 대표 : 우리는 예의를 지키고 있다.

김태환 지사 : 말씀 중에 서로가 예의를 지켜달라.

강순문 지부장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 원천봉쇄하라고 지시한 자가 누구냐.

고유기 처장 : 11일 공청회를 앞두고 도에 요청했었다. 9일 공청회는 공대위가 있었지만 토론자 참여를 (도가) 요청하지 않았다. 개별적으로 요청했다. 11일 공청회는 공대위가 교육 의료분야 참여를 요청했고 제주도도 수용했다. 문제는 서울 공청회가 국무조정실에 의해 사실상 참가자 출입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이런 원천봉쇄는 없었다. 이런 식으로 공청회를 하니까 그날 분노한 도민이 한 둘이 아니다. 심지어 도청 공무원조차 해도 너무한다고 하는 실정이다. 설령 중앙정부 , 총리실이 공청회 방침을 시달했다고 해도 제주도 입장에서는 받아서는 안된다. 지사는 아무리 파행이 예상돼도 원천봉쇄는 막아야 했다. 총리실 지시를 일방적 수용인지, 지사가 지시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너무 궁금하다.

▲ 고유기 사무처장이 김 지사에게 어떻게 공청회를 원천봉쇄를 할 수 있는 것이냐고 이야기 하고 있다. ⓒ제주의 소리
김태환 지사 : 시간도 늦었다. 네 가지 사항을 중심으로 이야기 들었다. 이번에 해외에 부득이 출장가면서 지금까지 입법예고도 했고 그 이전에 도민설명회와 언론보도도 있어 거의 전부가 도민사회에 알려졌고 또 공대위나 시민단체도 알고 있기 때문에 공청회는 원만하게 되리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없던 사항이 나왔으면 문제가 다른데 종전 문제로 공청회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번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안타깝다. 9일 공청회가 원만하게 안되다 보니까 다시 여러가지 관련돼서 일련의 사태들이 일어난 것 같다.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이나 복도에 있는 분들도 다 제주를 위해 하는 일로 알고 있다. 공직자도 제주도의 발전을 위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해 나가겠다. 대표 여러분들도 인정할 것이다. 특별자치도 3가지 법안 입법예고 중 대부분은 긍정적 아니냐. 일부 그 조문 때문에 이견, 찬반이 갈린 것이다. 이 고비를 슬기롭게 넘기느냐에 따라 제주도의 운명이 좌우된다. 이 사항에 대해서는 우리가 깊게 논의하고 검토해서 대표 어려분과 다시 한 번 만나는 시간을 갖자. 오늘은 이해해 달라.

▲ 김태환 지사가 경찰들의 호위속에 도청으로 들어서고 있다.ⓒ제주의 소리
강봉균 본부장 : 특별자치도 자체 인정하는 것 아니냐는 동의를 구했지만 이는 토론할 내용이다.

김태환 지사 : 내용 많은 부분 도민들이 공감하고 그리고 솔직히 이야기 해서 일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다. 

강봉균 본부장 : 일부분이 전체보다 중요하다고 인식하는 도민도 많다. 일부분이 제대로 삭제되지 않으면 특별법 자체에 문제가 있을수도 있다.

김태환 지사 : 그 문제는 입장차이가 있다.

김상근 대표 : 차후 자세한 사항 보고 받겠지만, 상황인식에 대해 차이점이 있는 것 같다. 지사님은 분명히 우리나 밖에서 구호 외치는 분들이나 공무원이나 제주를 위해 애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지사님은 그런 말을 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는 공청회를 참여 못하게 원천봉쇄했다. '너희들은 필요없다' 공권력 동원해 일부 동원된 사람 제외하고는 공청회 자리 못 들어갔다. 지사님이 말한 것이 얼마나 왜곡된 내용이냐.

▲ 도지사와 공대위 대표간의 대화중에 공대위 회원들은 원천봉쇄에 항의하는 구호를 외쳤다. ⓒ제주의 소리
김태환 지사 : 그런 내용도 보고 받겠다.

강순문 지부장 : 토론자도 들어가지 못했다. 토론자가 말하는데 마이크를 공무원들이 빼앗았다.

김태환 지사 : 이 정도로 하자. 우리가 잘잘못을 따질 때 따지지만 질서는 잡아야 한다. 도청에 들어오면서 깜짝 놀랐다. 이래서는 안된다. 한편으로는 얼마나 하면 이렇게까지 하겠느냐 이해하지만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잠시동안 했다. 질서를 유지하는데 대표 분들이 책임을 지고 정리를 해 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부탁한다.

김상근 대표 :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분명히 답변해 달라.

김태환 지사 : 도청은 제주도의 상징이고 여기서 모든 핵심이 이뤄진다. 어제 토요일 오늘 일요일로 공휴일이기 때문에 나름대로 인정은 하지만 월요일 직무시작이 되면 안된다. 오늘 저녘 중으로 질서 잡아주는 게 발전을 위해 좋다.

김상근 대표 : 우리가 아니라 도지사에 달려있다. 우리가 그렇게 되도록 답변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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