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제주·한라, '군사독재시대·恐청회·반쪽공청회'혹평

제주도정이 '날치기·관제공청회'에 대한 여론의 향방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도내 일간지가 사설을 통해 특별자치도 특별법 공청회를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이는 이번 공청회에 대한 비난이 단순히 시민사회단체 또는 제주도정에 못마땅해 하는 일부 도민들이 아니라 그동안 특별자치도 특별법에 대해 우호적 입장을 보여왔던 언론들 조차도 경찰력을 동원해 일반인들의 참여를 원천봉쇄한 공청회를 '반쪽 공청회'라고 비판함에 따라 제주도정의 무리수가 '역풍'을 맞고 있는 형국으로 번지고 있다.

제민일보와 제주일보, 한라일보는 14일자 사설을 통해 공청회를 원천 봉쇄한 제주도정의 행태를 강력히 비난했다.

제민일보 "지금이 과연 어느 시대인가"

▲ 11월14일자 제민일보 사설.ⓒ제주의소리
제민일보는 '지금이 과연 어느 시대인가'란 제목으로 "특별자치도 특별법(안) 공청회를 보면 시계바늘이 거꾸로 가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정부청사 별관 3층 국제회의장과 제주시 민속관광타운에서 열린 이날 공청회는 암울했던 군사독재 시절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며 파행적인 공청회를 군사독재시절에 비유했다.

제민일보는 "서울공청회는 국무총리실이 경찰 1000여명을 동원, 공청회장을 원천봉쇄한 가운데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의 참석을 제한하는가 하면 반대 토론자들이 모두 불참, 별다른 토론도 없이 흐지부지 끝나버렸으며 제주공청회도 제주도가 500명이 넘는 경찰을 불러들여 공청회장을 통제하며 도청 공무원들만 입장시킨 뒤 관변단체 회원이 들어오면 자리를 비워주는 식으로 시민단체의 출입을 철저히 가로막았다"고 비판했다. 또 "이 과정에서 여경들이 임신 5개월의 여성을 강제로 끌어내다 실신케 해 119 구급대에 의해 병원으로 실려가게 하는 비인간적 모습마저 보여주기도 했다"며 공청회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제민일보는 "특별자치도 특별법안은 정부 스스로가 ‘홍가포르 프로젝트’라고 부를 정도로 제주도민의 생활은 물론 한국 지방자치제도 전반에 걸쳐 엄청난 변화를 가져올 법안인데도 사전에 토론회 한 번 없이 이렇게 막무가내로 밀어붙여도 되는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고는 "도민들을 ‘계몽’의 대상으로 여기는 오만함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김태환 지사의 공개사과와 관련자 문책 및 수용 불가시 김 지사 퇴진운동 불사를 외친 특별자치도 공대위의 주장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며 공대위의 주장에 손을 들었다.

제주일보 "恐청회로 끝날 일이 아니다"

▲ 11월14일자 제주일보 사설.ⓒ제주의소리
제주일보는 이날의 공청회를 공포를 의미하는 '두려울 공(恐')자를 붙여 '恐청회'라고 규정했다.

제주일보는 '恐청회로 끝날 일이 아니다'란 제하의 사설에서 "이유야 어디에 있던 제주특별자치도 특별법안 공청회에서 벌어진 일들을 보면 이런 걸 어떻게 공청회라고 할 수 있나 하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며 "말이 ‘공(公)청회’지 그 살벌한 분위기가 ‘공(恐)청회’를 벌였던 거나 마찬가지다"라고 혹평했다. 또 "우리 제주사회가 아직도 이런 수준인가 하는 자괴감이 앞선다"고 개탄했다.

제주일보는 "가장 첨예한 문제제기는 역시 의료개방이었으며, 법인세 인하, 도전역면세지역화, 항공자유화 등은 특별자치도가 성공할 수 있는 전제조건인 데 왜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느냐는 데 참석자들의 큰 불만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제주일보는 "제주도는 이 같은 우려들을 의식한 듯  '토론자 의견을 (정부에) 건의하고 반영이 안 된 부분은 연구, 검토해 2단계 작업을 통해 추진하겠다'고 답변했으나 다들 미덥지 못한 표정들이었다"고 지적하고는 "입법 일정에 따른 공청회라고 하지만 일련의 진행과정이 보다 깊은 도민 의견수렴을 외면한 채 각본에 따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고 생각하는 듯 했다"며 공청회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제주일보는 "그동안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노력의 흔적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도민합의과정을 생략한 채 끝난 이번 공청회가 어떤 의미를 가질지 의문"이라며 "지금 정부안대로 밀어붙일 경우 파국이 우려될지 모른다. 정부의 특별법 최종안이든, 국회 처리 과정이든 도민들이 ‘이 정도면 됐다’고 납득할 만한 것이 아니었을 때 나타날 혼란과 손실이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님을 지적하는 것이다"라며 특별법안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라일보 "반쪽 공청회로 끝인가"

▲ 11월14일자 한라일보 사설.ⓒ제주의소리
한라일보도 이날의 공청회를 단적으로 '반쪽 공청회'라고 비판했다.

한라일보는 '반쪽 공청회로 끝인가'란 제목의 사설에서 "공권력을 동원해 반대측의 공청회장 입장 자체를 원천봉쇄한 결과, 날치기·관제 공청회라는 한탄의 목소리가 들린다. 도 당국은 힘으로 밀어붙인 공청회에 대해 아직 공식적 해명이 없다. 격앙된 시민단체들은 “공청회의 원인 무효”를 주장한다"면서 "혼란스럽고 어수선하다. 더욱이 특별법안 입법예고 기간은 오늘로 끝이다. 법안 쟁점을 놓고 찬반 의견을 자유스럽게 개진하는 과정 속에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가는 도민 토론의 장, 공청회도 ‘반쪽 행사’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말인가"라며 공청회를 원천봉쇄한 제주도의 무책임을 강하게 나무랐다.

한라일보는 "특별자치도와 같은 중대 사안에 반발이 없을 것으로 예상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관련 당사자의 비판적 목소리를 시행착오를 최소화하는 기회로 만들 수도 있지 않은가"라고 되묻고는 "운영의 묘가 아쉽다. 너무 경직되고 조급해 보인다. 절차적 정당성과 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민주사회 아닌가"라며 시민사회단체의 의견을 물리력으로 봉쇄해 버린 제주도당국을 비판했다.

한라일보는 "산남·북에서 각각 열기로 했던 제주지역 공청회가 제주시에서만 열리고 그나마 반쪽으로 축소돼 버린 지금, 이를 상쇄할 수 있는 대화의 장을 찾아봐야 한다"고 지적하고는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아서는 안된다. 도민 의견 수렴의 미비로 인해 혹 특별자치도와 도민에게 불이익이 돌아온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도의 몫이다. 이 과정에 중앙 정부의 방침이 도민 이익과 배치되는 부분이 있다면 '노!'라고 해야 한다"며 제주도정에 대해 더 이상 정부의 방침에 끌려다니지 말고 제주도의 목소리를 낼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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