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규탄 창작시] 김수열 시인

(아래의 시는, 헌정사상 초유의 의회쿠테타에 분노한 김수열 시인이, 지난 13일 제주도 20여개 시민사회종교단체들이 공동주최한 탄핵반대 규탄 집회에서 낭독한 자작시이다. 김수열 시인은 민예총제주지회장을 맡고 있다.)

 

차라리 희망이라 하자

                 

                                                      김수열

이천사년 삼월 십이 일을 죽음이라 부르자

백성의 고혈을 빨아 마시지 않고서는 한 순간도

생명을 지탱할 수 없는 저 흡혈귀들이

대한민국을 탄핵한 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탄핵한 날

그날을 우리 죽음이라 부르자

 

저 충청도를 묻어버린 눈사태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는데

강원도를 휩쓸어버린 불씨가 아직 그대로 살아 있는데

의회민주주의의 탈을 쓰고 제잇속만 챙기는 것으로도 부족해

삼천리 방방곡곡을 통째로 말아먹고 개트림도 숨긴채

야만의 얼굴을 한 저 거머리떼들이

내 아이와 내 아내와 내 이웃과 내 마을과

내 겨레의 숨통에 대못을 막은 날

그날을 우리 죽음이라 부르자

 

그러나 우리 희망이라 부르자

저 흡혈귀들의 면면을 일거수 일투족을

두 눈에 담자 가슴에 담자

이천사년 삼월 십이 일을 우리 온 몸으로 기억하자

하여 저들에게 저주를 내리자

우리의 살을 발라 마늘이 되고

우리의 뼈를 깎아 십자가가 되고

우리의 눈빛을 한데 모아 빛이 되는 그날까지

저 흡혈귀들이 먼지처럼 사라지는 그날까지

우리 흩어지지 말자 끝내 하나가 되자

끝내 하나가 되는 그 자리에 민주주의가 있다

마침내 하나가 되는 민주주의는 바로 그 자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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