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발언 오히려 공대위로부터 '퇴진운동' 자초
오후 급거 상경,추진기획단과 의견조율 결과 주목

특별자치도 특별법 공청회 파행이 김태환 지사를 정면으로 겨냥하면서 예상치 못한 정치투쟁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공청회 파행과 관련한 14일 김태환 지사의 '사과 아닌 사과' 발언이 오히려 특별자치도공대위를 더욱 자극하면서 김태환 지사 퇴진선언으로 이어져 김 지사를 강하게 압박하면서 갈길 바쁜 제주도정의 발목을 잡고 있다.

특별자치도 공대위가 이날 지도부 삭발이라는 강공을 들고 나온 점은 어느 정도 예상되기는 했지만 '김태환 지사 퇴진 선언'은 다소 이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공대위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스스로 밝혔듯이 공대위는 김 지사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들이 요구한 4가지 사항에 대해 만족스럽지는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해법을 제기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공대위가 기자회견을 앞둬 사전에 작성한 결의문에서 공청회 원천봉쇄에 대해서는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김태환 지사 퇴진'을 언급하지 않았던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김 지사가 기자간담회에서 "대단히 아쉽게 생각한다" "도민사회에 걱정을 끼친 점에 대해 좋은 교훈으로 삼아 원숙한 도정이 되는데 촉매제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애매한 말로 이를 언급하면서 사태가 도지사 퇴진이라는 초강수로 급반전했다.

공대위는 제주도가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일반 도민들조차 공청회장 출입을 원천봉쇄하고 공대위 대표로 나선 지정토론자의 마이크를 공무원이 단상에까지 올라가 강제로 빼앗은 점에 대해 일언반구 언급도 하지 않는 사실은 김 지사가 결국 공청회 원천봉쇄를 인정한 게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민선자치 이후 정파간 이해 다툼 또는 정쟁이 아닌 특정 현안을 두고 시민사회단체에서 도지사 퇴진 구호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도 이번 사태와 김 지사의 발언을 받아들인 공대위의 인식이 엿보인다. 그만큼 감정이 격해져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공대위가 선언한 '김 지사 퇴진'운동이 어느 정도 폭발력을 발휘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공대위는 당장 내일(15일)부터 제주시와 서귀포시에서 촛불문화제를 여는 것을 시작으로 19일에는 주민자치수호 서귀포시·남제주군 공동위원회와 공동집회를 열고 특별법 재검토와 김태환 지사 퇴진을 강력히 요구할 방침이다.

그러나 공대위 내부에 이번 특별자치도 특별법 공청회와 서귀포시·남제주군공대위와 공동대응하는데 다양한 입장이 존재하고 있는데다, 9일 공청회 점거무산이라는 부담도 작용하고 있어 김 지사 퇴진운동이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또 하나의 주목되는 점은 이날 김태환 지사의 발언이었다. 김 지사는 이날도 '본질'을 은근슬쩍 비껴나가는 특유의 발언으로 공청회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조심스레 내비쳤다.

듣는 이에 따라서는 '완곡한 표현의 사과'로 해석될 수 있으나 또 다른 입장에서는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해석도 가능할 정도로 김 지사의 이날 발언은 문제의 본질에서 벗어났다. 취재기자들 입장에서도 "이게 다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김 지사의 이날 발언이 공대위에 대한 최종적인 답변인지에 대해서는 아직은 이론이 많다. 김 지사는 이날 "어제 도착하자 마자 시민사회단체와 대화를 나눠, 요구사항도 충분히 들은 만큼 이 문제에 대해서는 조만간 자체적으로 논의하고, 유관기관과도 의논할 사항에 대해서는 의논하면서 책임지고 해결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목을 유추 해석하면 김 지사의 이날 '애매한' 발언은 공대위의 요구에 대한 정식 답변은 아닐 가능성이 많다. 김 지사 특유의 신중함과 시간벌기 전략, 또는 자신의 발언에 대한 여론의 향방을 엿보기 위한 '애드벌룬'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김 지사가 밝힌 대로 유관기관, 즉 총리실과 협의를 거쳐야 할 내용도 있어 보인다.

실제 김태환 지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끝낸 오후 국무총리실 산하 특별자치도추진기획단를 찾기 위해 상경했다. 김 지사는 유종상 단장을 만나 특별자치도특별법 등 관련법안이 이날(14일) 마감됨에 따라 향후 추진일정 등을 협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서 공청회 사태와 관련한 추진기획단과 제주도간의 의견조율을 거친 후 김 지사가 직접 최근의 사태와 관련한 자신의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

김태환 지사 스스로 최대의 공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특별자치도 특별법이 거꾸로 자신에게 '퇴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특별법 정국을 어떻게 돌파할지 김 지사의 대응에 따라 향후 지역사회 민심이 이동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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