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둬 제주도에 비상이 걸렸다.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제주도 사이에 파이프라인 역할을 할 인맥이 도통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이명박 대통령의 ‘제주홀대’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제주현안 해결 및 공약 실천에도 당장 ‘발 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 어떻게 난국을 헤쳐 나가야할 지 제주도와 집권여당의 역할 등을 집중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1>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제주출신 ‘전무’…역대 정부 제주인맥 ‘최악’

제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와 제주도 사이에 파이프라인 역할을 할 인맥이 도통 드러나지 않고 있다. 인수위원은 물론 각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 중에서도 제주출신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다.

박근혜 당선자는 지난 4일 인수위원회 9개 분과별 간사와 위원을 발표한 데 이어 8일에는 각 부처에서 파견한 공무원 51명(국가정보원 2명 제외)의 명단을 발표했다.

신원이 공개되지 않은 국가정보원 파견 2명을 제외한 51명의 전문위원·실무위원을 출신 지역별로 살펴보면 수도권(서울 14명, 경기 3명, 인천 1명)과 영남권(대구·경북 11명, 부산·경남·울산 7명)이 각각 18명으로 가장 많다.

호남 출신은 5명(전남 3명, 전북 2명), 강원과 충청 출신은 각각 6명과 4명이다. 반면 제주 출신은 단 1명도 없다.

이에 대해 인수위 측은 “정부 추천을 존중했고, 공무원으로서의 경력과 전문성, 성실성을 고려했다”고 전문위원 등의 인선 배경을 밝혔다. 그렇다면 제주출신 중에는 전문성과 성실성을 고려해 ‘베스트 공무원 50명’ 안에 드는 이가 없다는 얘기가 되는 셈이 된다.

당초 박근혜 당선인은 인수위원회 구성에 대해 대선기간 동안 강조해온 ‘국민대통합’과 ‘대탕평 인사’에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자 제주출신은 인수위원과 전문위원 및 실무위원 100명 중 ‘전국 1%’를 고려한 1명 수준도 배출하지 못했다.

국정 주요현안과 업무를 인수인계 받아 새 정부가 공백 없이 정권을 이어갈 수 있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인수위원회는 향후 5년간 정부의 정책방향과 철학을 조율하고, 전망해볼 수 있는 조직이가는 점에서 인수위원회 구성이 어떻게 되는 지는 초미의 관심사였다. 때문에 제주도와 도민사회가 박근혜 당선인의 첫 인선에 걸었던 기대만큼 실망감도 크다.

당장 인수위원회는 차기 정부의 국정기조와 세부적인 공약실천 계획을 마련하게 된다. 그런데 이렇게 중요한 인수위원회에 제주인맥이 전무하다는 점은 제주로서는 치명적이다.

신공항 건설과 제주해군기지, 4.3문제, 특별자치도 제도개선, 세계 환경수도 조성 등에 대한 밑그림이 인수위원회에서 그려져야 한다. 인수위원회와 소통 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한 제주도서는 현안해결에 먹구름이 잔뜩 낀 형국이다.

당장 11일부터 국방부를 시작으로 부처별 업무보고가 시작된다.

물론 박근혜 당선자는 후보시절 신공항 건설 등 주요 현안에 대해 제주 도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약속했다. ‘원칙과 신뢰의 정치’를 트레이드마크로 삼았던 박 당선인인 만큼 기대하는 바 큰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제주도 입장을 대변할 인물이 없는 상황에서 인수위가 밑그림을 잘 그려줄 지는 미지수다. 이 때문에 이명박 정부 내내 진행된 ‘제주홀대’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이 대통령은 후보 시절 제주신공항 건설을 약속하고도 취임하자자마 사실상 공약을 폐기처분해 도민들의 원성을 샀다. 4.3문제에 있어서도 극우세력의 ‘공산폭동’ 주장만 부각됐을 뿐 전혀 진전되지 않았다. 이 대통령 자신이 4.3위령제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명박 대통령이 꾸린 인수위에는 제주출신 인사가 있었음에도 제주지역 주요현안을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고, 결국 찬밥신세를 면치 못했다.

인수위 구성만으로 제주홀대를 논하는 것이 이르다는 지적도 있지만 적어도 박근혜 당선자가 꿴 첫 단추가 제주도민의 우려를 키우고 있는 것만큼은 부인할 수 없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소통·협력을 강조하는 등 ‘박근혜 코드 맞추기’를 주문해온 우근민 지사의 입장도 머쓱해졌다.

우 지사는 이번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민생시책추진단’을 신설하면서 “대선 기간 내내 민생을 전면에 내세운 박근혜 당선인의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민생문제 해결과 관련한 각종 시책, 정책을 발굴하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걸었다.

그렇지만 이는 제주도 차원의 노력일 뿐 중앙과의 소통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연결고리는 되지 못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이번에도 우근민 지사의 얼굴만 바라봐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그 동안 예산절충 등에서 우 지사의 ‘과거’ 인맥이 상당 부분 활용된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과거 역대 정부를 봤을 때 참여정부 때 제주인맥은 단연 최고 최다였다.

청와대에만 윤태형, 박진우, 김태형씨 등 12명이 비서진으로 참여했다. 여기에 강금실 전 법무장관, 문정인 전 동북아시대위원장 등이 대거 포진했다. 참여정부 들어 노무현 대통령이 제주4.3에 대해 유족과 제주도민에게 사과하고,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과 제주특별자치도로 지정한 것은 제주 인맥 파워와 결코 무관치 않다.

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참여한 제주인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인택 외교·통일·안보분과위 인수위원과 임재현 수행비서관은 훗날 각각 통일부장관과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라는 요직에 발탁됐다. 대선 캠프에서 국방정책자문단장을 맡아 대통령 당선을 도운 김인종 전 육군 대장은 초대 대통령 경호처장을 맡아 막후 실세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제주신공항 건설 공약이 얼마 되지 않아 폐기 처분됐고, 이명박 정부 내내 4.3흔들기로 제주와의 관계는 가장 껄끄러웠다.

그렇다면 새로운 성공신화를 써나가야 할 박근혜 당선인의 제주인맥은 어디에서 캐야 할까.

딱 부러지게 ‘누구다’라고 내놓을만한 인사는 없다고 봐야 한다. 뒤집어 말하면 박 당선인과 제주와의 인연이 거의 없었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정치계에서는 현경대 새누리당 제주도당 위원장, 경제계에서는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정도를 꼽을 수 있다. 여기에 영국 유학 도중 깜짝 귀국해 선거를 도운 원희룡 전 의원 정도가 ‘박근혜 파워 엘리트’ 그룹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현경대 위원장은 70을 훌쩍 넘긴 나이임에도 제주지역 야전사령관을 맡아 선거판을 종횡무진 누볐다. 자타가 공인하는 박 당선인의 측근으로 멘토그룹 ‘7인회’의 멤버이기도 하다.

2010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패하며 정계를 떠났던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은 대선 경선 때 박근혜 캠프 정책위원으로 참여했다. 5년 전인 2007년에도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미래형 정부기획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이 앞으로 박근혜 정부와 제주를 잇는 ‘파이프라인’ 역할을 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새누리당 제주도당도 도민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대선 승리에 도취해 너무 일찍 샴페인을 터트리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이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신년 인사회 때 도당 차원의 ‘공약실천위원회’ 구성을 약속했지만, 집권여당으로서 중앙정부, 정치권과의 소통을 강화하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새누리당 제주도당 관계자는 “인수위원회는 새 정부 출범을 앞둬 실무적인 차원으로 봐야 하지 않겠느냐”면서도 “앞으로 청와대, 내각에 참여한다면 제주현안 해결을 위해 훨씬 ‘소통’이 잘 되지 않겠느냐”는 말로 제주인맥의 청와대·내각 입성을 희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정권 출범 초반이 중요한데, 대통령과 제주, 청와대·내각과 제주를 연결할 인맥이 아직 없다는 것은 문제”라면서 “다양한 경로를 통해 건의를 해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시대 개막과 함께 1% 제주를 대통령과 핫라인으로 연결시켜줄 제주인맥이 탄생할 지, 이제는 청와대, 내각 인선으로 관심이 자연스럽게 옮겨가고 있다.<제주의소리>

<좌용철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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