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박물관도시’로 전락하는, 제주
‘쓰레기박물관도시’로 전락하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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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훈의 제주담론] (18) 上  많아도 너무 많은 박물관

“제주도가 쓰레기박물관도시로 전락하고 있다.” 최근 도내에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박물관과 관련한 문화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사실 이 표현은 당장의 현실에 대한 평가라기보다는 “이대로 방치하면?”이라는 미래형 평가다. 즉, 현 단계에서 제도적으로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조만간 제주도는 쓰레기박물관의 천국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이다. 

필자는 2006년부터 2012년 상반기까지 제주도문화재위원회 박물관 분과 위원으로 활동해왔다. 그동안 제주지역 박물관·미술관의 행정적 승인절차는 <박물관·미술관법>에 따라 문화재위원회의 자문을 통해 이루어졌고, 박물관 위원은 박물관 설립을 희망하는 사업자의 설립신청, 변경신청, 등록신청 시 현장조사와 심의, 자문 등을 수행했다. 그런 연유로 필자는 본의 아니게 최근에 우후죽순으로 건립되고 있는 제주지역 박물관 설립의 다양한 사례들을 접하는 기회를 가지게 되었고, 문화재위원으로서 박물관 승인에 따른 심의 시의 곤혹스러움을 누구보다 절실히 느낀 바 있다.

최근 관광진흥기금 수혜업체가 기금지원을 받아 설립한 테마파크가 박물관 지정에서 제외된 최초의 사례가 나왔다. 특히 이 사례가 된 업체는 과도한 성적 표현의 문제 등으로 경찰의 조사까지 받았다. 이 결정은 지금까지 문화재위원회의 결정 중 가장 완고한 것이기도 했다. 관광진흥기금 융자를 받아 대규모 예산이 투자된 사업이기에, 나름대로 사업자들은 볼멘소리가 나오겠지만, 이제 더 이상 제주도의 박물관들이 이렇게 무질서하게 우후죽순으로 세워지는 것을 두고 보기만 할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솔직히 그동안 박물관 심의를 위해 현장을 찾을 때마다, 최근 4, 5년 사이 점차 질적으로 하향화되는 느낌을 떨칠 수 없었으며, 박물관 위원으로 활동하는 것 자체에 대한 회의를 가져올 만큼 이런 저질화 경향은 뚜렷했다. 이러한 경향은 이제 제도적으로 정비와 보완을 요구하는 시기에 당도해 있음을 알게 한다.


박물관은 문화의 꽃

국제박물관협회(ICOM)는 “박물관은 인류와 인류 환경의 물적 증거를 연구·교육·향유할 목적으로 이를 수집·보존·조사연구·상호교류(교육·전시)하는 비영리적이며, 항구적인 기관으로서, 대중에게 개방되고 사회발전에 이바지한다.”라고 박물관을 정의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박물관·미술관 진흥법>에서는 박물관을 “문화·예술·학문의 발전과 일반 공중의 문화 향수 증진에 이바지하기 위하여 역사·고고·인류·민속·예술·동물·식물·광물·과학·기술·산업 등에 관한 자료를 수집·관리·보존·조사·연구·전시하는 시설을 말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위 두 정의를 놓고 볼 때, 박물관은 ‘비영리적이고, 공중의 문화 향수 증진에 이바지하며, 사회발전에 이바지하는 공공적 시설’임을 알 수 있다. 즉, 사립이건 공립이건 상관없이 박물관은 모두 ‘공공적 기능의 시설’이란 말이다. 또한 박물관사업은 고도의 문화사업이다. 컬렉터, 컬렉션, 전시공간으로 이루어진 박물관 생태계는 여타 산업과 달리, 공공성이 가장 강한 분야이기도 하다. 박물관에 대해 세제혜택이 주어지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어느 나라든 박물관의 기원을 살펴보면 그 시초는 중세왕조나 귀족들의 유물들을 일반 국민들에게 공개화하면서부터다. 우리나라 박물관의 태동도 마찬가지다. 대한제국 순종 황제 당시인 1912년에 이왕가박물관(李王家博物館)에서 시작되었다. 유럽의 경우는 중세의 왕가 및 귀족들, 그리고 제국주의시대 각 식민지에서 약탈해 온 진기한 이방의 전리품들을 제국의 우월성을 과시하기 위해 전시한 박물관들이 근대적인 박물관의 기원이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왕가나 귀족들만의 소장품을 대중에 공개한 일들은 일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성격이 크다. 즉, 가진 자들이 못 가진 자들에게 공동의 문화적 유산으로 활용케 한 사회적 관용의 문화인 것이다. 또한 그러기에 박물관을 문화의 꽃이라고도 부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엄밀히 말해 모든 박물관은 비영리기관이기도 하다. 즉, 애초에 영리를 목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박물관 본연의 설립 목적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제주도 내의 박물관의 실상은 이러한 고전적 의미의 박물관의 모습에 부합되지 못하는 듯하다. 도내 어떤 박물관 또는 전시관들은 그야말로 천박한 돈벌이로 전락한 박물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는 박물관이 지니는 기본적인 성격을 망각한 채, 방문객 1,000만 돌파를 눈앞에 둔 제주관광의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해서 관광수익사업의 하나로 박물관사업이 허가되는 경로가 만들어지면서 두드러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상은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루어진 일들로서 소위 ‘관광형 박물관’들이 속속 들어서면서 빚어지는 일들이다. 박물관은 기실 문화관광의 꽃이기도 한데, 문화관광은 관광의 종류 중에서도 꽤 높은 단계의 관광에 해당한다. 그러나 제주도의 박물관문화는 거꾸로 가고 있는 셈이다.


박물관·미술관 현황

2012년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지역문화 정책 분석 및 발전방안>에 따르면, 조사시점인 2011년 현재 전국에는 총 1,979개소의 문화시설이 각 광역시 및 시도별로 분포되어 있으며, 분야별로는 문예회관 192개소 / 박물관 318개소(사립 포함 655개소) / 미술관 35개소(사립 포함 145개소) / 도서관 756개소로 조사되었다.

박물관의 인구 100만 명당 시설 수는 9.62개소로 나타나고, 지역별 인구 100만 명당 시설 수는 제주 28.1개소, 강원 27.6개소, 충북 16.2개소, 경북 13.4개소 순으로 나타나, 제주도가 인구비례로 가장 많은 박물관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또한 미술관의 경우도 인구 백만 명당 시설 수는 1.15개소인데, 지역별 인구 백만 명당 시설 수는 제주 7.0개소, 강원 4.0개소, 대전 1.3개소, 충북 1.3개소 순으로 나타나 제주도가 선두자리를 매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제주도와 강원도의 박물관 미술관 보유수는 타 시도를 압도한다. 이는 제주도와 강원도가 국내관광지 중에서 최고의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는 박물관의 입지환경이 작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즉, 유동인구의 유입률이 가장 높은 지역이 박물관의 입지로 선호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제주도의 경우, 2012년 현재, 등록박물관의 수는 69개소로, 박물관의 경우, 국립 1개소, 공립 8개소, 사립 54개소다. 이 중 사립의 경우, 박물관이나 미술관보다 전시관이 압도한다. 미술관은 공립 6개소, 사립이 12개소이며, 전시관·자료관의 경우 20개소이다. 이외에 미등록박물관 등을 포함하면 100여 개소가 넘는다. 특히 박물관 건립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 5~6년 내의 일인데, 이때 등록된 박물관․미술관․전시관이 2012년 6개소, 2011년 5개소, 2010년 8개소, 2009년 9개소, 2008년 10개소, 2007년 13개소로, 최근 6년간 개소된 박물관이 전체의 74%에 이른다. 현재 문제가 되는 박물관 및 전시관들은 대부분 이때에 등록되거나 건립된 것들이다.

제도에 의한 박물관 난립
2008년 제주도박물관협회에 의해 조사된 <제주특별자치도 박물관․미술관 관리운영개선 컨설팅 분석 자료>를 보면, 제주도 내 박물관․미술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질 낮은 박물관 난립’ 33.6%, ‘전문 인력 부족’ 24.2%, ‘여행사와 연계한 덤핑’ 21.3%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은 현재에도 진행 중인데, 박물관 난립의 문제가 가장 심각하며, 학예연구사 등 박물관 전문 인력의 부족, 특히 제주관광의 고질적 문제인 육지부 여행사와 연계한 송객수수료가 포함된 가격덤핑 등의 문제들을 들고 있다.

 

   

이렇게 난립되는 박물관들은 전반적으로 제주관광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것은 물론, 방문관광객의 재방문 의욕을 저하시키는 요인들로 작용해 장기적으로 제주도 인문관광의 중요한 테마인 박물관관광을 침체시키고 말 것이다.

사립박물관 전시물의 경우, 오랜 기간 동안 수집한 컬렉터의 정성뿐만 아니라 유물을 보는 안목에 의해 수집되고 소장되어 오던 것을 ‘박물관’이라는 ‘시설’에 담아야 가장 바람직한 전시공간 및 전시물이 될 것이다. 하지만, 최근 대량관광객을 겨냥해 지어지는 박물관들은 대부분 단시일 내에 사업 목적 실현을 위해 자본을 이용해 기존 전문 유물수집판매상의 것을 한꺼번에 사다 진열해 놓는가 하면, 중국의 값싼 유물을 전시품으로 내놓아 구색을 맞추는 경우가 빈번해, 전통적인 개념의 박물관을 보기 드물다. 대부분 어떤 수집가의 것을 한꺼번에 구입하여 전시해 놓거나, 아니면 소위 ‘잘 나가는 박물관’의 콘텐츠를 모방하여 유사콘텐츠를 전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최근 박물관의 추세는 다양하다. 이는 특히 과거와 달리,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이 평생교육적 특성이 강조되는 추세와 맞물려 있다. 최근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은 수․소장품의 전시와 유물의 보존·관리라는 주된 기능과 역할과 달리, 이를 활용한 다양한 문화교육적 기능으로 진화했다. 이런 추세는 다양한 박물관이 등장하는 배경이 되었다.

특히 고고역사유물이 아닌 근대역사문화를 다루는 박물관들이나 다양한 박물 취미의 전문박물관들인 경우, 전시물들은 소장품의 가치가 각양각색이다. 즉, 회화나 도자기류의 미술품이나 발굴유물들의 경우에는 뚜렷하게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으나, 자전거박물관, 인형박물관, 놀이기구박물관 등의 소장물들은 소장품 자체의 가치보다는 문화사적 가치를 중시하는 수집품들인데, 이들의 가치를 정량화하여 객관화하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고 이런 류의 소장품들이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근현대 또는 당대의 문화 특성을 반영한 문화적 흐름을 교육적·문화적으로 바라보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박물관 건립 붐이 일기 전의 전문박물관들은 그 나름대로 컬렉터의 안목과 컬렉션의 수준을 일정하게 갖추었으나, 앞에 언급한 것처럼, 2006~2007년 이후부터 들어선 등록․미등록박물관(전시관)들의 경우는 상황이 달라진다. 이때부터 제주도에는 소위 관광객들을 타깃으로 하는 박물관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법적인 박물관 등록요건의 최소조건만을 충족시키는 선에서 여행사와 연계하여 대규모 관광객을 송객받아 관람시키는 관광형 박물관들이 들어서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더욱 가속화된 것은 2009년 10월 조례로 제정된 <제주관광진흥기금 융자지원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부터다. 사실 이 제도는 질 높은 문화관광을 육성하기 위한 관광활성화정책의 하나로 도입되었지만, 실제 운용에 있어서는 값싼 박물관을 양산해내는 제도로 악용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최근 우후죽순으로 솟아나는 대부분의 전문박물관 계열의 관광형 사립박물관, 전시관들은 이 제도의 융자혜택을 받은 것이다.

박물관의 관광진흥기금 지원근거는 문광부장관으로부터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에 의거해 제주도지사에게 권한이 이관되자, 2009년 제정된 <제주특별자치도 관광진흥 조례>에 따른 것으로, 조례 제6조(등록기준) (하)박물관 (거)미술관 조항에 의한 것이다.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시행령> 별표 2 제1호에 따른 종합박물관 또는 전문박물관의 시설을 갖추고 있을 것”으로 미술관의 경우도 동일하다. 또한 이에 따라 관광진흥기금 수혜대상인 신청사업에 대해, 사전 심의 및 사후 등록에 대한 심의 권한을 부여해 문화재위원회의 박물관 분과에서 수시로 이를

▲ *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 시행령>, [시행 2012. 5. 1.], [대통령령 제23759호, 2012. 5. 1. 타법개정].

였다.
 
위의 표는 국내의 박물관 및 미술관의 법적인 등록요건에 따른 분류표이다. 표에서 동․식물원 및 수족관 등의 특수박물관을 제외한 1종 박물관과 2종 박물관의 변별점을 보면, 소장품 수와 면적규정을 빼면(그것도 편차가 크지 않은) 차별성이 떨어지는 것이 현재의 등록규정이다. 또한 이에 따른 부가세 면제 등의 세제혜택도 차별성이 없다 보니, 소위 관광형 박물관사업자들은 그나마 등록사항이 간단한 전시관으로 등록해, 사전 인허가 과정에서의 특례나 등록 후 세제혜택 등에서 대부분 1종 박물관과 같은 지위를 누린다.

 

▲ <국립·공립·사립대학박물관 증가 현황>(* 박소현, 《공립박물관 운영실태 조사연구》, 문광부․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1.)

또한 현재 명칭 역시 변별력 없이 사용하고 있어, 일반 도민이나 관광객들은 1종과 2종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 이 역시 질 낮은 박물관을 양산하는 배경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는 1984년 제정된 박물관법을 대체해 1991년 제정된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 태동하면서부터 지닌 문제점이다. 왜냐하면 당시 법 제정 취지가 구 박물관법의 등록기준 완화 등 전반적인 설립 및 운영상의 법적 규제사항을 완화함으로써 박물관 및 미술관의 설립 및 등록을 촉진시키고자 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법의 제정 시부터 일관된 법의 핵심적인 특징 중 하나는 규제완화를 통해서 박물관 및 미술관을 국가의 중요한 문화기반시설로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었다. 위의 도표에서 보듯이 이는 양적인 측면에서 박물관 시설의 비약적인 증가라는 가시적 성과를 내게 된다.

특히 7차 개정(1999. 2. 8. 전부개정)은 박물관·미술관을 핵심적인 문화기반시설로 육성하기 위한 목적성을 법 개정 취지로 담아, 대대적인 법 규정의 완화가 이루어졌는데, 박물관 규정을 까다롭게 했던 제13조(장부의 비치), 제18조(명칭의 사용금지), 제19조(지도, 조언), 제27조(과태료) 등 4개 조항을 삭제하고, 11개 조항을 신설한다.

 

▲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제주의소리

특히 등록대상 확대를 꾀하면서 박물관 명칭의 임의사용의 금지 조항인 제18조(명칭 사용금지)를 삭제함으로써 1종 박물관으로 등록하는 시설의 경우에도 전시관, 기념관 등의 명칭을 사용하거나, 2종 박물관으로 등록하는 시설이 박물관 명칭을 사용하는 사례가 발생하여, 명칭 사용에 따른 박물관의 기능에 대한 혼선을 초래했다. 이는 현재에도 영향을 미쳐 제주지역의 박물관들에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下에서 계속.

<제주의소리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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