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안창남 의원

이관규천(以管窺天)이란 말이 있다. 대롱 구멍으로 하늘을 엿보다는 뜻으로 좁은 소견으로 사물을 살피면 전체의 모습을 파악하지 못한다는 말이다.

이 고사성어는 사물을 보는 시각뿐만 아니라 어떤 사업의 진행이나 법령을 개정할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무원 직종개편 관련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의 일부에 그런 아쉬운 흔적이 드러났다. 이 개정안은 공무원 직종 중 별정, 기능, 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주요골자였다. 하지만 의회소속 별정․기능․계약직에 대한 인사권이 문제였다. 그동안 이들 3개 직종에 대한 인사권은 제주특별자치도의회는 의장이 갖고 있었고, 전국의회는 처(국)장이 단체장으로부터 위임을 받고 있었다. 문제는 전부 일반직이 되면서 인사권은 의회가 아닌 단체장으로 넘어갈 처지에 놓였다.

답답하기는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전국의회보다 더했다. 특별자치도가 되면서 비대해진 단체장의 권한을 견제하는 장치로 그나마 의장에게 일부 인사권이 부여되었던 것이다.

우리의회의 사무처장과 의회운영위 정책자문위원은 몇 차례 국회를 방문하면서 우리의회의 특수사항을 설명했고 다행히 전문위원 수정안에 우리의 입장을 반영시켜 계약직에 대한 인사권을 의회에 유지하는 것으로 통과시켰다.

그리고 얼마 전, 나머지 직종인 별정, 기능직에 대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장 임용권을 예전처럼 유지하게끔, 국회에서 의원발의를 하면서 다시 개정됐다. 이 개정안은 행정안전부와 사전협의를 거친 사항이라 별 이견 없이 원안이 통과될 것으로 전망한다.

따져보면 몇 달 뒤에 개정안을 낼 만큼 사정변경이 되지 않았는데, 왜 처음부터 행정안전부는 제대로 된 법을 성안하지 못했나 하는 아쉬움이 여전히 남는다.

그건 대롱구멍을 통해 하늘을 엿보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행정안전부가 3개 직종에 대한 일반직 전환에 초점을 맞추었지, 지방의회가 20여년을 넘게 외쳐왔던 인사권 독립에 대해선 소홀했던 것이다.

지방의회의 인사권독립에 대한 요구는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한 후 끊임없이 전개되어 왔다.

일부에선 인사권독립에 대한 의회의 지속적인 외침을 오해하거나 본질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기관대립형의 우리나라 제도 하에서 의회는 집행부를 감시·견제해 균형을 유지하도록 되어 있다. 그래서 집행부와 의회의 양 기관을 빗대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양 날개로 비유한다.

하지만 날개의 크기가 다르다면 어떻게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겠는가? 또 일반직 공무원의 입장에서 승진과 평가의 전권을 쥐고 있는 집행부의 눈치를 안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무엇보다 의회직원에 대한 인사권 독립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디에 소속되어 있느냐에 따라 역할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이는 똑같은 과도(果刀)를 어디에서 쓰느냐에 따라 과일 깎는 일에도, 남을 해치는 일에도 쓰이기 때문이다.

▲ [의정칼럼]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안창남 의원
그래서 행정안전부의 역할은 누구보다 지방자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그에 맞게 시스템을 잘 정비해야 한다.

이제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행정안전부가 안전행정부로 바뀐다. 이관규천(以管窺天)이라는 고사성어의 주인공인 편작(扁鵲)은 죽은 사람도 소생시킨다는 명의로 소문났다. 하지만 그는 “죽은 사람이 아니고 죽지 않은 사람을 고친 것”이라고 말한다. 좁은 대롱에서 보면 산사람도 죽은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앞으로 바뀔 안행부에서는 좁은 대롱이 아닌 지방의회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길 간절히 바래본다. /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운영위원장 안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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