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훈의 제주담론] 19 上 우근민 지사님이 모르는 원시시대의 가치, 제주자연이 뜨는 이유

   

계사년 정초, 도지사의 이 한마디,
제주자연의 순탄치 않은 한 해의 시작을 상징하는 도발

우근민 도지사의 한마디가 연초부터 문제 많은 제주도에 또 한 건의 근심거리를 추가하고 있다. 바로 비양도 케이블카 문제다. 이 글의 타이틀로 딴 발언은 1월 16일 오후 4시 제주시를 연두방문한 자리에서 나온 말이다. 지난 연말, 사업자인 ‘라온랜드’ 측이 접수한 ‘비양도 케이블카 사업’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나온 대목이다. 이날 발언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취임 초기) 나는 찬성 안 했다. 왜냐하면 주민들 간에 분란이 있다고 해서(반대했다). 다른 것 때문은 아니”라고 밝힌 것이다. 이는 본인이 3년 전 취임과 동시에 내뱉었던 말을 스스로 뒤엎는 것이기도 하다.

벌써 곶자왈사람들, 제주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제주주민자치연대, 제주참여환경연대, 제주환경운동연합, 탐라자치연대 등 6개 제주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7일 성명서를 내고 “비양도 케이블카 사업 재추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비양도 케이블카 사업은 지난 2010년 환경‧경관 훼손, 특혜 시비 등 지역사회의 또 다른 케이블카 이슈로서 그 논란이 상당했다. 주식회사 라온랜드에서 추진하는 이 사업은 해안에 20m 안팎의 보조타워와 해상 중간에 58m 높이의 탑 2개, 20인승 곤돌라 12대를 설치하는 사업이다. 2010년 3월 열린 제269회 도의회 임시회에서 환경도시위원회가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을 심사 보류한 데 이어 6월 임시회(제270회)에서도 상정 보류 결정으로 제동을 걸면서 일단락되었던 것이다.

당시 인근 마을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비양도 케이블카 관련 환경영향평가 초안 주민설명회에도 주민들 대다수가 격렬하게 반대한 바 있다. 또한 당선자 시절부터 불가 원칙을 밝힌 이후 우근민 도정 내내 수면 아래 있었던 문제다. 하지만 이제 재추진에 나서면서 제주도는 또다시 케이블카 논란으로 시끄러운 연초를 맞게 하고 있다. 여기에 그동안 부동의 불가 원칙을 견지하던 도백이 말을 바꾼 것이다.

우근민 지사는 당선자 시절부터 비양도 케이블카 반대 뜻을 밝혀왔고, 지난해 4월 한림읍 주민과의 대화 자리에서도 “지역주민들이 결정해서 추진할 일이 아니라 제주 전체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판단할 문제다. 50년 100년 후 어떤 결과가 나올지 생각해야 한다.”라면서 사실상 케이블카 추진 불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또한, ‘민선5기 출범 100일 언론 대담’에서도 ‘선 보전 후 개발’ 원칙에 대해 언급하면서 “좀 더 검토해봐야 하겠지만 비양도는 아닌 것 같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므로 그의 이날 발언은 본인이 그동안 견지해 온 ‘선 보존 후 개발’ 원칙의 환경정책의 근간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문제인 것이다.

도지사의 이 한마디는, 그가 누구보다 제주의 경관을 사랑하여 무리수를 둬가면서까지 세계 7대 자연경관 사업을 벌인 장본인이라는 점, 당선자 시절부터 ‘선 보전 후 개발’ 원칙을 외쳤던 후보였다는 점, 유네스코 자연유산분야 3관왕이라는 세계적인 천혜자연을 지닌 화산섬의 도지사가 뱉을 말이 아니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또한 그 논란의 대상이 하필 아주 해묵은 구닥다리 케이블카 문제라는 점에서 시대착오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제주도는 천혜의 자연경관을 지닌 덕에 관광객 1천만 시대를 앞두고 있다. 하지만, 제주의 자연은 호시탐탐 이 천혜의 자연을 이용하려는 약삭빠른 자본가들과 사업자들의 먹잇감으로 상시 노출되고 있다. 그러한 호시탐탐의 행태들은 매우 다양하지만, 우선 “먹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개발해야 한다.”, “보존도 좋지만 당장은 경제가 돌아가야 해!”, “자연 보전에 역행하는 개발은 경제활성화를 위해서는 필요악”이라는 명분 아닌 명분, 즉 천혜의 자연을 경제적 활용의 잣대로 재단하는 것들이다. 그리고 그렇게 파괴된 자연경관 위에 세워진 시설들은 돌이킬 수 없는 실패한 사업이 되거나, 도민 모두의 공공 자원을 사적 자본이 독식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2012년 9월 제주MBC가 추석을 앞두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제주지역 현안 가운데 논란이 되고 있는 3대 이슈인 ‘비양도 케이블카 설치’, ‘탑동 매립’, ‘한진 지하수 증산’ 문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 조사 결과 비양도 케이블카 설치에 대해 ‘반대한다’는 응답이 과반수를 넘은 57%였다. 반면 찬성은 36.6%에 불과했다. 탑동 매립과 관련해서는 ‘반대한다’는 여론이 무려 70%에 가까운 69.2%였다. 찬성은 25.2%로 낮았다. 한진 지하수 증산 허용은 반대 여론이 가장 높았다. 제주도민 75.3%가 한국항공 지하수 증산에 반대했고 찬성은 15.8%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세 가지 문제 모두 제주의 자연환경과 자원에 대한 것이란 점에서 도민들의 제주자연에 대한 태도와 가치판단을 엿볼 수 있는 것이었다. 이는 도민들이 이제 제주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특히 과거 행정이나, 민간기업의 경제활성화 명분으로 제주의 자연을 파괴하고 공공재인 자연자원을 사유화한 결과가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는 무소득이었다는 점을 깨닫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동안 부단하게 경제활성화와 고용창출 등의 명분으로 제주의 환경을 파괴하고, 그곳에 제주도 총 경제수입인 10조원의 50%를 상회하는 5조 7천억의 순 역외유출의  빨대를 꽂아놓은 것이 제주개발의 역사다. 그리고 그러한 일들은 대부분 제주도정이 나서서 도왔던 일들이다.

그때마다 그 명분은 ‘원시시대로 살 수 없다.’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제주의 자연이 세계를 대표하는 유산으로까지 인정받는 이유는 원시 그대로의 자연자원들 때문이다. 즉, 자연은 원시 그대로일 때 자본주의 사회의 관광자원으로서의 가치도 높아지는 것이다. 관광으로 먹고 사는 제주도의 자연은 원시시대로 살아야 오히려 밥을 가져다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지사는 원시시대로 살 수 없다고 한다. 이는 관광으로 먹고 사는 섬의 도지사가 내뱉는 언사로서는 적절치 않은 발언이다.


‘라온’의 웃기는 케이블카 추진논리,
행정이 안 하니까 사기업이 한다?

최근 ‘라온랜드(사장 김상훈)’가 사업계획서를 다시 제출하면서 내세운 논리가 상당히 코믹하고 박약하다. 그것은 다름 아닌 비양도 케이블카 사업을 “경관사유화가 아니라 천만 제주관광 시대의 주요 인프라”로 봐 달라는 논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얼핏 그럴듯해 보이는 이 말은 성립되기 힘든 말이다. 왜냐하면 최근 제주가 다시 뜨는 이유는 세계가 인증한 천혜의 자연경관유산들이 보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연경관 자체가 천만관광객시대의 가장 중요한 인프라이거늘, 이를 파괴하는 케이블카 사업을 인프라라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이는 현재 상승세에 있는 제주관광의 인프라를 파괴하는 역행사업일 수밖에 없으므로 이 논리는 시대착오적이며 오히려 반인프라적 발상이기도 하다.

또한 이번에 사업계획을 제출하면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사기업이 지자체를 대신해 관광인프라를 설치하고 있다.’라는 논리를 내세운 점이다. 사기업이 지자체를 대신해 관광인프라를 설치한다는 논리는 상당히 해괴한 논리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자치단체가 케이블카 건설에 나서지 않은 것은 자금을 마련할 능력이 모자랐기 때문이 아니었다. 케이블카 문제만큼은 제주도가 지난 40여 년간 줄기차게 물고 늘어졌던 사업이었다.

그럼에도 이를 가시적으로 추진하지 못했던 이유는 도민사회의 구성원들이 케이블카의 반환경성을 들어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결국 케이블카 설치는 사기업이 대신해줘서 고마울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온 측이 이렇게 눈 가리고 아웅 하는 듯한 궁색한 논리를 펴는 것은, 그동안 비양도 케이블카 사업이 도민사회로부터 환경‧경관 훼손, 특혜 시비 등 상당한 비판과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사업 착수 3년 만인 지난 2010년 제주도의회의 동의가 무산됐던 경험을 의식한 면피용 발언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순히 개발을 위한 명분을 찾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정 케이블카 사업이 제주관광의 새로운 인프라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라온이 아직도 제주관광에 대해 구태의연한 사고를 하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그것은 바로 개발지상주의 시대의 관점으로 제주관광을 바라보고 있다는 점을 증명할 뿐이다. 필자에게는 앞의 말이 전도되어 들릴 뿐이다. “사실은 경관사유화사업인데, 천만 제주관광시대의 주요 인프라로 봐주면 안되겠남.”이라고.

라온의 김상훈 사장은 인터뷰하는 기자의 “경관보존 가치가 더 크기 때문에, 제주도가 나서지 않은 것 아니냐.”라는 반문에, “지역주민들이 원하고 있는데….”라며 “주민들이 원하면 기업이라도 앞장서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제주의소리)

또한 “이젠 제주도가 1천만 관광객시대가 됐기 때문에 이전의 반대 논리를 폈던 상황과는 많이 달라졌다.”라면서 “특히 다른 지역의 케이블카 사업이 지자체 등에서 추진한 것과 달리 제주에선 지자체나 지방공사가 케이블카 사업을 직접 맡을 의사가 없기 때문에 사기업이 앞장서서 인프라를 만들려고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다른 지역 지자체들이 추진한 이유는 그들의 환경이 우리와 다르기 때문이다. 다른 지역의 상황을 제주도의 상황과 일반화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섬 전체가 산이요 그 산이 세계자연유산분야 3관왕을 얻어낸 곳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러한 상황논리로 개발명분을 쌓겠다는 것은 결코 도민들이 수긍할 만한 일이 못 된다.

▲ 비양도 케이블카 설치조감도. 한림 협재와 비양도를 잇는 길이 1952m의 해상케이블카가 추진되고 있다. ⓒ 제주의소리

또한 더욱 도민을 기만하는 발언은 30년을 운영한 노후시설을 제주도에 기부채납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소도 웃을 일이다. 30년이면 한 세대다. 한 세대 이상 케이블카사업으로 재미를 본 후, 즉 단맛을 다 빨아들인 후에 넘기겠다는 말이다.

“우선 30년을 라온이 운영하고 이후에는 제주도에 기부채납하는 제안을 이번 사업계획에 담았다. 외자유치만 할 것이 아니라 제주에 있는 제주기업에게도 기회를 주는 것도 필요하다.”라는 논리를 이어갔다.

제주도의 자연경관은 주민들만의 것이 아니다. 또한 제주도민 전체의 것만도 아니다. 그것은 이전에 살아온 조상들로부터 물려받은 조상전(祖上田)이며,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공공의 자산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천혜의 자연자원을 두고 주민들의 이득 운운하는 것은, 보전의 원칙을 폐기하기 위한 수순적 언설일 따름이다. 논리박약하기 그지없는. 참 썰렁한 명분 쌓기다. 그러므로 행정은 이 모두를 고려한 정책적 판단을 해야 한다. 이게 도지사가 해도 된다면 되는 구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특히 도지사는 제주도의 미래와 연관 지어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거시적 관점에 설 때에만 비로소 현재의 가치가 더욱 명징해질 수 있는 것이다. 현재 허가권자인 도지사가 천혜자원인 자연에 대한 명백한 철학과 원칙이 없이 휘둘린다면, 말할 줄도 방어할 줄도 모르는 제주의 아름다운 자연은 풍전등화인 셈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자연이 있었기에 인간은 그 자연 안에서 살아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자신을 키워준 자연의 공간을 일시적인 인간의 욕망 앞에 내맡긴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제주자연에 대한 인위적인 개발유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 지사가 취임 초 가졌던 원칙이 중요하다. 그의 말처럼 주민들의 욕구는 영구적인 것이 아니다. 주민들의 욕구는 변화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오늘 일부 주민들이 찬성한다고 해서 그것이 모든 판단의 기준이 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 경관은 소위 가름(제주어로 제주의 전통적인 마을 안의 장소를 일컫는 용어) 안의 풍경이 아니다. 경관은 가름을 넘어서서 걸쳐 있는 풍경이다. 그러므로 그것은 어느 마을만의 것이 아니다. 백번 양보해서 지역주민들의 발언권을 인정한다 해도 지역주민이 그 경관 전체를 좌우할 권한을 도민들로부터 위탁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케이블카와의 지독한 악연, 슬픈 제주자연

제주언론사에서 가장 오랫동안 다루어진 기사가 무엇일까? 검색하면 아마도 단연 케이블카 관련 기사가 압도적일 것이다. 40여 년이 넘었으니 말이다. 40년이면, 한 세대를 넘기고도 강산도 한번 더 바뀔 세월이며, 케이블카사(史)만 따로 정리해야 할 판이다. 그 덕에 케이블카 하면 경기가 들 정도로 이골이 난 것이 제주도민들이다. 

1962년 당시 김영관 제주도지사가 제주관광개발을 제창하면서 “한라산을 널리 개방하는 것은 한국의 보고를 발굴한다는 의미와 통하게 될 것이다. 스키와 수렵장 그리고 국립식물원이 이곳에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하계캠프와 케이블카 등제시설이 각추어져야 할 것이다. …(1962년 10월 6일자 경향신문 기고문)”라며 언급한 것이 케이블카와 제주도와의 질긴 악연의 시작이었다.

특히 이 당시 제주도는 케이블카의 설치를 위한 기술적인 조사를 한국삭도회사의 설계과장인 신량식 씨에 맡겨 현지답사를 끝내고 설계도면까지 완성했다. 조천면에서 산 위의 1천 9백 미터 지점까지 총연장 9.1km에 달하는 동양 최대의 케이블카를 구상했다. 예산은 당시 1억 원으로 잡았으나, 재정여건 미비로 구상에 그쳤다.

1968년 당시 서울 소재 삼우상운이 성판악-사라악-왕관릉-백록담-영실을 잇는 10.6km 구간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는 사업신청을 낸다. 또한 그 해 12월에는 삼우관광도 사라악-왕관릉-백록담-오백나한에 이르는 9.02km 구간의 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신청한다. 한 해에 두 회사가 사업신청을 한 것이다. 이에 교통부는 삼우관광에 대해 사업허가를 내준다. 하지만, 이 사업은 민간자본에 의해 한라산에 케이블카 설치를 추진하려다가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거센 여론에 밀려 포기했던 첫 번째 사례다.

▲ 1966년(왼쪽)과 1977년(오른쪽)의 한라산 케이블카 논란 관련 기사.(경향신문)

1977년 건설부는 제주종합관광개발계획의 하나로 한라산에 케이블카와 국제 규모의 스키장 시설사업을 벌일 것을 계획한다. 이에 따라 제주도는 한라산천연보호구역인 영실지구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기로 결정, 문화공보부에 천연보호구역 내의 문화재형상(형질)변경 허가 신청을 낸다. 계획에 의하면, 서울 소재 민간기업인 한라건업을 유치하여 남제주군 중문면 하원리 산1번지(현. 서귀포시 하원동) 영실휴게소(해발 1,240m)에서 해발 1천6백30m 고지인 병풍바위까지의 길이 1천70m의 케이블카(索道)를 시설하기 위해 기점과 종점에 각각 정류소 1개소씩을 설치한 뒤 4기의 철탑을 세우고 한꺼번에 40명을 태울 수 있는 곤돌라 2대를 운행한다는 것이었다.

(위 오른쪽 기사) 원래는 한라건업 측이 76년 12월 문화재형질변경승인을 문공부에 요청했으나, 문화재보호법(제20조, 54조)에 의해 문화재에 사적인 권한을 설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문공부가 관리단체인 제주도가 나서서 승인신청토록 회시한 결과에 따라 제주도가 나선 것이었다.

하지만, 이 계획은 그 해 11월 정기국회에서 제주도 케이블카 전면 중지 발표로 일단락된다. 이 문제를 놓고 개발을 앞세워 강행하던 도 당국과 이를 줄기차게 반대해 온 대한산악연맹제주도연맹, 한국자연보존협회제주도지부 등 단체들과 학자, 자연애호가들이 팽팽히 맞서면서 결국 이 계획은 반대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좌초된 것이다.

한라산 케이블카 논란은 우근민 현 도지사 재임시기에도 계속된 문제로, 시민단체들과 한경단체들, 산악인들은 우 지사와도 지리한 싸움을 이어가야만 했다. 1996년 6월 우근민 도지사가 케이블카 설치를 위한 용역비 7억 원을 추경에 반영하면서 문제가 불거진다. 우 지사는 도민공감대 형성을 전제로 장애인과 노약자들에게 한라산 경관을 보여주고, 관광객 유치를 통한 경제 활성화와 지방재정 확충을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사업추진의지를 밝힌 지 9개월 만에 예산을 반영한 것이다.

더욱이 이번에는 반환경적인 시설물의 대표적인 케이블카를 친환경적 시설로 강조하면서 논란이 일어나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오스트레일리아 케언스의 스카이레일을 모델로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환경단체들은 스카이레일의 경우 공사 준비 기간만 7년이나 걸려 만든 세계에서 가장 빼어난 친환경적인 선진국의 케이블카인데, 이를 제주지역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반발하고 나선다. 이 대립은 우 지사가 선거법 위반으로 2004년 낙마할 때까지 이어진다.

▲ 한라산케이블카 역대 관련 계획을 정리한 1999년 6월 24일자 한겨레신문 보도기사.

이후 이 지리한 논란은 종결되는 듯했다. 그것은 2004년 12월 환경부가 마련한 ‘자연공원 내 삭도 설치 검토. 운영지침’을 수립하면서 자연보전지역 내에서의 케이블카 설치조건을 매우 까다롭게 했기 때문이다. 이 지침에 의하면 한라산은 케이블카 설치불가지역이 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태환 도정은 케이블카 타당성 검토 태스크포스를 운영, 찬반 양 진영이 공동테이블에서 타당성을 검토하도록 했으며, 그 결과는 설치불가로 결론이 나고 만다. 급기야 2005년 6월 14일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기자회견을 통해 “‘케이블카 타당성 검토 태스크포스’에서 결론난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불가’ 입장을 받아들여 지난 1973년부터 30여 년 동안 논란이 돼 왔던 한라산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논의를 종결하겠다.”라고 밝힘으로써 케이블카 논란은 종지부를 찍는 듯했다.

하지만 참여정부에서 MB정부로 바뀐 2008년, 환경부가 ‘자연공원 내 삭도 설치 검토. 운영지침’을 12월에 폐지해버린다. 이에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2009년 2월 김태환 도지사는 자신이 종결시켰던 케이블카사업을 재추진할 것으로 말을 바꾸었고, 케이블카의 분란은 다시 시작된다. 참 질긴 인연인 것이다. 케이블카 논란은 오히려 외부에서 가라앉혔다. 그것은 다름 아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서의 제주도의 면모가 점점 진가를 더하면서 이루어진 일이다. 이제 한라산은 천연보호구역(1966년), 국립공원(1970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2002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2007년)으로 등재되면서 천연보호구역 내의 케이블카 설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언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지 모를 일이다.

한라산에 맨 처음 케이블카를 설치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62년 이래, 제주관광진흥을 위한 사업이라는 명분에서부터 오히려 한라산을 살리는 친환경적인 시설이라는 해괴한 명분까지 별의 별 명분을 다 동원하면서 추진을 강해하려 했던 업자들과 그 수족이 되었던 제주도 행정당국 덕에 40여 년간 케이블카 설치와 관련해 몸살을 앓았으며, 제주 언론의 지면에서 빠진 적이 없었던 질긴 인연이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 논란이다.

▲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제주의소리

그런데 이번에 비양도 케이블카가 개발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제주자연과 케이블카의 악연은 참으로 질기고도 오랜 역사다. /박경훈 제주민예총 이사장 

* 下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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