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후속대책에도 크루즈선 입출항 위험 불식 한계...갈등 치유책도 미흡 

 

제주해군기지 기본설계 상의 서쪽 돌제부두(빨간 원). 하지만 이번 시뮬레이션은 이 돌제부두가 없는 조건에서 실시돼 크루즈선 입.출항 안전성 논란이 완전히 가라앉지 않고있다.  

우근민 지사가 4일 제주해군기지(민.군복합형 관광미항) 15만톤급 크루즈선박의 시뮬레이션 시현 검증 결과에 대해 전폭적인 수용의사를 밝히면서 민.군복합항 논란과 관련한 '핵심적인 문제'가 해소됐다고 강조했으나 여전히 크루즈선 입.출항에 따른 안전성 우려를 말끔히 씻어내지는 못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기본설계에 들어있는 서쪽 돌제부두가 아예 없는 상황을 가정해 시뮬레이션이 이뤄진데다, 우 지사 역시  이 부분에 관해 속시원한 답변을 하지 않아 크루즈선이 자유롭게 드나들기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냈다.

크루즈선 전용 선석인 서방파제 동쪽에 위치한 서쪽 돌제부두는 애초 함정 4척이 계류하기 위한 공간으로 설계된 돌출형 콘크리트 구조물을 일컫는다.  

당초 고정식으로 설계됐으나, 크루즈선 입.출항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팽배해지자 정부가 가변식으로 변경하겠다고 밝힌 바로 그 시설이다.  

돌제부두 운영계획 변경 방침이 공식화된 것은 지난해 2월29일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다. 당시 정부가 '현행 설계대로라도 안전성이 보장되지만, 안전성을 더욱 강화하겠다'며 제시한 보완대책의 하나다.

총리실 기술검증위원회의 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이보다 보름 앞선 2월14일. 이와 때를 같이해 국방부 자체 재검증(2차 시뮬레이션)은 2011년 12월부터 2012년 2월까지 진행됐다.

따라서 돌제부두 운영계획 변경은 설계에 큰 문제가 없다는 기술검증위의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국가정책조정회의가 각계의 우려를 의식해 내놓은 임시처방에 가까웠다.

이후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뮬레이션을 다시 해야 한다는 제주도의 요구를 완강하게 물리치던 정부가 지난해말 제주도의 요구를 전격 수용할 때 합의한 시뮬레이션 조건 중의 하나도 서쪽 돌제부두 조정이었다. 돌제부두를 고정식이 아닌 가변식으로 바꿔 대형 크루즈선박의 선회 반경을 여유있게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와 제주도의 합동 시뮬레이션은 돌제부두가 아예 없는 조건에서 실시됐다.

이에대해 해군기지 반대 단체들은 돌제부두가 없는 조건에서 시뮬레이션을 수행했다는 것 자체가 크루즈선 입.출항의 안전성을 보장하려면 설계변경과 공사중단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라며 설계오류가 재확인됐다는 입장이다.

군사기지저지 범도민대책위원회(범도민대책위)는 이날 우 지사의 기자회견 직후 발표한 성명서에서 "이번 시뮬레이션 결과는 돌제부두 자체를 없앤 조건에서만 안전한 운항이 가능하다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우 지사의 주장처럼 핵심적인 문제가 해소된게 아니라 근본적인 설계오류만 확인됐을 뿐"이라고 우 지사의 발언을 정면 비판했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이번 시뮬레이션 검증 결과를 발표한 이동섭 한국해양항만학회장은 돌제부두가 있으면 15만톤 크루즈선 2척의 동시 접안이 어려울 수 있음을 인정했다.
 
이날 우 지사는 "정부에선 '돌제부두가 없다'는 시뮬레이션 조건 등을 설계.시공 측면에서 구체적으로 현실화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시설적 측면에서 실질적인 민.군복합항이 되기 위해 필요한 돌제부두에 대한 조정은 정부가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도 했다.

이같은 언급이 설계변경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냐고 묻자 우 지사는 "정부나 해군이 (시뮬레이션의)취지와 결과를 존중해달라는 의미"라며 "감놔라 배놔라 그 이상의 표현은 적절하지 않다"고 두루뭉수리 하게 넘어갔다.

우 지사는 그러면서도 "돌제부두 설계 변경이 안돼도 (시뮬레이션 결과를)수용한다는 뜻이냐"는 거듭된 질문에는 "아니"라고 반박했다. 상당수 기자들은 최대한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설계 변경은 필요한데, 정부에 대고 직접적으로 요구하긴 그렇고 알아서 해주길 바란다는 의사표현이 아니겠느냐고 해석했다.

범도민대책위는 "국무총리실이 2012년 3월2일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 크루즈 기술검증 결과 및 조치 계획'을 통해 항만 내 서쪽 돌제부두를 고정식에서 가변식으로 조정, 운영하겠다는 것을 통보하자 우근민 도정은 청문기간 내내 돌제부두 문제가 설계변경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안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했지만 오늘 우 지사의 발표는 이러한 부분을 정부측에 공을 넘겨버리고 책임 마저 떠넘기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이날 회견에서 우 지사가 시뮬레이션 검증의 객관성과 공정성 확보를 강조한 것에 비해 갈등 해소책이나 지역발전계획은 너무 미흡했다는 평가도 따른다.

우 지사는 법적 제재를 받은 강정마을 주민들에 대해 특별사면을 포함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정부에 호소했지만, 갈갈이 찢겨진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나 치유책은 내놓지 않았다.

주변지역 발전계획에 대해서도 국가지원 규모가 확대될 수 있도록 중앙 정부와 적극적으로 절충을 강화하겠다는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

민.군복합항과 강정마을을 거점으로 하는 '크루즈산업 진흥 특구 타당성 연구'에 즉각 착수하겠다며 밝힌 '크루즈 허브항 4대 정책과제'는 2011년 8월 '해군기지 원 포인트 임시회'에서 이미 밝힌 내용이다. 

더 나아가 우 지사는 "제주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에 크루즈선 15만톤 2척이 안전하게 입.출항할 수 있다는 사실은 다른 지역, 국가와 비교했을 때 상당한 경제우위에 설 수 있는 조건임을 주목해야 한다"며 시뮬레이션 검증 결과에 대해 국방부나 해군 보다 더 적극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범도민대책위는 우 지사가 시뮬레이션 후 주민동의를 과정을 밟겠다던 기본적인 약속까지 스스로 부정하고 말았다며 우 지사의 퇴진까지 요구하고 있어 시뮬레이션 검증 수용에 따른 후폭풍이 앞으로도 거셀 전망이다. <제주의소리>

<김성진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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