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日 청년극장의 '교사, 키타모리의 청춘' 제주공연
계속되는 고이즈미 총리의 신사참배와 독도문제, 교사서 왜곡 등 올해가 한·일국교정상화 40주년 기념 '한·일 우정의 해' 임에도 불구하고 한·일간에 진정한 우정은 다지지 못한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한·일간의 문화적 교류와 진정한 우호를 바라며 실천하는 이들이 있어 두 나라의 관계에는 그래도 희망이 있는 것이 아닐까?
일본 신극계의 선구자인 아키타 우자쿠, 히지카타 요시가 육성한 8명의 배우를 중심으로 결성돼 40년 동안 공연활동 속에서 한국과 일본의 역사적 사건들을 작품화하며 과거 일본의 잘못과 상호 우호적인 미래의 한·일 관계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끊이지 않고 하는 이들.
그 청년극장이 미우라 아야코의 '총구'를 각색해 18일 제주도민들 앞에 선다.
소설 '빙점'으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미우라 아야코. 1999년 세상을 떠나기전 그의 삶의 마지막 단계에서 써낸 작품이 바로 '총구'이다.
이 작품은 1930년대를 배경으로 홋카이도의 한 탄광촌 소학교에 부임한 새내기 교사의 꿈이 군국주의 시대의 광기에 의해 어떻게 농락당하는 지를 보여준다.
극단 청년극장은 한·일 우정의 해를 맞이해 과거 전쟁으로 인한 역사적 아픔과 역사왜곡 교육문제 등을 다룬 '교사, 키타모리 류타의 청춘'을 통해 한국 관객들과의 만남의 장을 열고자 한다.
청년극장은 지난 10월13일 당진에서의 공연을 시작으로 전국 14개 도시를 돌며 순회공연을 진행하고 그 대단원의 막을 제주에서 내리려 한다.
쇼와 12년인 1937년 사범학굘르 졸업한 키타모리 류타는 북해도의 아사히 시내의 작은 탄광마을의 소학교 신임교사로 부임한다. 키타모리는 평소에 존경하던 은사로부터의 가르침으로 '양심의 존중' '인간의 평등'에 대한 이상을 굳게 믿고 희망과 정열에 타오르는 출발을 한다.
키타모리는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겪으며 역사의 흐름 속에서 인간의 연결 고리를 통해 인생을 깨닫고 평화와 교육의 귀중함을 새삼 절실히 느껴 일본에서 다시 교사의 길을 걷는다.
청년극장의 히로토 사토시는 "이번 작품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이지만 오늘날의 한·일 양국의 현실에도 그대로 반영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아직도 여러면에서 아픈 역사의 질곡을 떨치지 못하고 아파하는 한국의 관객들에게 일본의 올곧은 지식인이 생각하는 역사적 진실에 직면할 시간을 제공하는 동시에 상생의 가능성을 공유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총구에서 주인공의 아버지 역을 맡은 카주오 카사이는 "우리의 공연을 보고 벅찬 감동을 느끼는 한국의 관객들을 보며 우리 또한 큰 감동을 받았다"며 "한국의 여러 도시를 순회하며 공연을 했는데 관객의 수와 무관하게 공연이 끝나고 나면 모두 전쟁과 평화, 진정한 교육에 대해, 그리고 한·일 관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는 기회가 된 것 같다"고 한국에서의 공연 소감을 이야기 했다.
일본 극단의 연극이라 '일본어를 모르는데 어떻게 연극을 감상하지?'하는 걱정은 접어둬도 된다.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도 연극 관람이 가능한 것은 이들이 마련한 두개의 커다란 스크린이 있기 때문이다.
무대 양 옆으로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공연 내내 배우들의 대사가 한글로 번역돼 자막으로 제공된다.
공연은 18일 오후 7시30분 제주한라대학내 한라아트홀 대극장에서 마련된다. 한국예총제주도연합회가 주최하고 제주문화예술재단 등이 후원한 이 공연의 관람료는 1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