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 - (2) "시민들의 동참 없이는 불완전해"

 

최근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회적경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제주의소리>에서는 <제주사회적경제 네트워크>와 함께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사회적경제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풀어서 제공하는 동시에, 매주 사회적경제를 구성하는 사회적기업-마을기업-자활기업 등을 차례로 탐방할 계획이다. 특히 이들이 우리의 삶과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고, 우리와 직접 연관된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도 유의미한 기회가 될 것이다.

대학생 현모(24)씨는 평소 신문을 자주 챙겨본다.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은 만큼 주변 친구들에 비해 만큼 매일 신문과 시사주간지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지만 사회적기업은 여전히 그에게 낯선 단어다.

지난 해 하순부터 많은 신문들이 ‘사회적 경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신년특집으로 사회적기업, 협동조합 등을 다룬 중앙일간지만 해도 대여섯개나 되고 지역언론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방송에서도 사회적기업을 소개하는 일은 발견하기 어렵지 않으며, 출판시장에도 사회적경제를 다룬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에도 사실 사회적기업이 뭔지, 왜 좋은지 잘 체감되지 않는다는 게 현씨의 생각이다.

“사회적 경제가 왜 필요한지 사실 잘 납득도 안되고 기본 개념도 헷갈린다”며 “협동조합, 마을기업, 사회적기업 차이도 잘 모르겠고 회사들을 사례로 소개하지만 와 닿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물며 주변 친구들은 사회적기업에 대해 들어본 바가 없다고 한다.

교육공무원인 김모(여.55)씨 역시 ‘사회적기업’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 평소 뉴스를 꼼꼼히 챙겨보고 가족들과 시사와 관련된 질문과 답변도 자유롭게 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문외한이다.

김씨는 “사회적 기업이 좋은 거라는 건 알겠는데... 사실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국민의 세금이 많이 들어간다는 얘기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언론에서 또 지자체에서 사회적기업에 그렇게 몰두하는 지도 사실 이해가 힘들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에서 물건을 따로 구입해 본 경험도 아직 없다고 했다.

국민 절반 “사회적기업 들어보지도 못했다”

 

▲ 문화예술전문 사회적기업 1호로 잘 알려진 '노리단'. 이젠 공연계에서도 나름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먼 그대'다. ⓒ오마이뉴스

실제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은 아직 높지 않다. 노동부에서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된 지 6년이 됐고 언론에서도 현대 자본주의의 ‘대안모델’로 집중을 하고 있지만 아직 사회적 기업을 들어보지도 못한 이들이 더 많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2009년 조사결과에 따르면  ‘사회적기업 인지도’ 항목에서 ‘알지 못한다’가 50.1%로 가장 많았고, ‘이름만 들어봤다’가 32.9%,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있다’는 17.1%에 불과했다. 사회적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해 본 적이 있냐는 물음에는 90%가 경험이 없다고 답했고, 단 10%만이 구입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의 조사 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적기업활성화 전남네트워크와 목포 경실련이 합동으로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서는  ‘들어보지 못했다’가 51%, ‘이름을 들어봤다’가 41.4%를 기록했다. 사회적 제품을 구입해본 적 있냐는 질문에는 81.9%가 없다고 답했고 18.1%만이 ‘있다’고 대답했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시행된 이후 정부차원에서 사회적기업 육성에 매진하는 것은 물론 각 지자체가 사회적기업 확산에 열을 올리고, 언론마다 앞 다투어 사회적기업을 주목하는 상황에서 다소 맥빠지는 결과다.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준비위원회 정책위원장 황준욱 박사는 “언론에 노출이 되는 것과 ‘인지’를 하는 것은 다르다”며 “언론에서 사회적기업을 다루는 빈도수는 굉장히 늘어나고 있는데 일반 사람들의 관점에서 다뤄지지 않으면 당연히 관심을 안 갖게 된다”고 말했다.

정부의 홍보정책, 사회적기업의 마케팅, 언론보도 등을 통틀어 “사회적 기업을 통해 실제로 어떤 이득이 오는지 설명하는 대신 ‘사회적 기업은 착하다’ 또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해야 된다’는 식으로만 말하면 소비자들은 당연히 이해를 못한다”며 대중들에게 접근하는 방법론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사회적경제를 다룬 기사들이 사회적기업의 입장에서만 쓰여졌고 일반인이나 관심없는 대중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았다”며 “<제주의소리>의 ‘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의 첫 번째 기사 역시 ‘사회적기업이 좋다’는 식으로 사회적기업의 입장에서 쓰여진 건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좋긴 참 좋은데, 이걸 어떻게 말로 설명할꼬”

 

▲ 인간의 삶이 산업화 이후 자본의 도구로, 기계의 부품처럼 변한 것을 유쾌한 고발한 영화 모던타임즈. 사회적경제의 필요성은 이 영화에서 드러난 과도한 노동시간, 보장되지 못하는 근로자의 권리 등 특정 계층을 희생시키는 지속불가능한 자본주의 체제의 결함에 기반한다. 하지만 과연 대중들이 이 필요성을 알아챌 수 있을까? ⓒ오마이뉴스

이대영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기획홍보 본부장은 지난 달 25일 제주에서 정부의 제2차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을 설명하며 일반 대중들에게 사회적기업 왜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잘 체감할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기업이 아직도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소비자와 일반시민’ 입장에서 사회적기업의 중요성을 알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만일 다른 상품보다 가격이 조금 비싸더라도, 질이 약간 떨어지더라도 사회적기업의 상품을 소비하면 ‘내 주변사람과 지역사회, 어려운 사람들, 사회전체가 도움을 받는다 도움을 받는다’, ‘나중에 보니까 환경도 지키고 공동체도 지키는 일이 되더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이 대중들의 인식에 많은 주의를 기울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그 고유한 특질에 기반한다.

일반기업에 비해 영세하고 더 높은 가격으로 상품과 서비스를 생산해 낼 수밖에 없는 이들은 필연적으로 대중이 ‘더 비싸고 귀찮아도 사회적기업을 찾아야 하는 이유’를 필요로 한다. 실제로 지난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의 2012년 조사 결과 전국 사회적기업들이 꼽은 애로 요인 1위가 재정적 문제와 함께 사회적 인식의 부족이었다.

대중들의 인식 제고가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사회적기업이 생존하기 위해 ‘더 많은 물건을 사달라’는 차원뿐만이 아니다.

사회적경제는 단순히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노력만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 1편에서 살펴본 더 바디샵, 빅 이슈, 아름다운가게와 같은 사회적기업 역시 그들의 생존 목적 자체가 사회에 지역사회와 사회에 도움을 되돌려주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시민들의 동참이 없다면 반쪽 자리이기 때문이다.

사회적기업 자체가 ‘단순 영리 목적에서 벗어나 다 잘 먹고 잘 사는데 도움을 주는 기업’이 목표인데 그 잘 먹고 잘 사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반 대중의 지지와 참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결국 어떻게 구체적이고 세련된 언어로 이들을 사회적경제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도와주고 설득하는 길이 정부와 지자체, 학자, 언론들이 ‘그렇게 좋다’고 띄우고 있는 사회적기업에 도움을 주는 길인 셈이다.

<제주의소리>는 3편부터는 사회적기업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그들의 입을 통해, 그들의 고민과 이야기를 통해 도대체 사회적기업이 어떤 면에서 우리에게 좋다고 할 수 있는 것인지, 소비자와 일반 시민 입장에서 왜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를 살펴본다.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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