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겁지겁 시작된 새해, 내 가슴을 뛰게 한 것은…
허겁지겁 시작된 새해, 내 가슴을 뛰게 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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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섬의 숨, 쉼] 새해, 내 가슴을 뛰게 한 세 편의 동시

다시 새해다. 비장한 각오를 하고 굳게 결심을 하며 새해를 맞았건만 역시 어제 오늘의 계속인 새해 첫 달이었다. 그런데 다시 새해가 왔다.
태양과 달을 들먹거릴 필요 없이 그냥 쉽게 민족의 대 명절 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온 것이다.

아, 정말 뭐랄까. 기대하지 않았던 큰 선물을 받은 느낌이다. 각오는 했지만 바쁜 연말연시 보내느라 미처 정리하지 못하고 허겁지겁 지냈던 날들이 갑자기 '진짜 시작'을 위한 연습 기간이 되면서 나를 안도케 하는 것이다.

그래서 한 호흡 고른 후 이제 다시 시작해보리라 결심한다.
(왜 이 순간... 공부는 하지 않고 공부 계획만 세웠던 여고시절이 생각날까?)

올해 나의 시작은 아주 예쁜 동시 한 편이다.

어떤 말들이 노래가 되나 

줄지어 고개 숙인 해바라기를 보며 생각한다/어떤 말들이 노래가 되나/거품을 감고
얌전히 누웠는 비누를 보며 생각한다/이런 건 노래하면 안 되나
어떤 말들이 노래가 되나
하늘에 박힌 별/ 먼 데서 흐르는 물/ 닭이 난 따끈한 알/이런 것들은 아직 멀고/내 것이 아닌 것들
구겨진 수건을 보다가/ 시원하게 내려가는 변기 물을 보다가/자꾸만 생각하게 된다
이런 말들은 노래가 되나/ 어떤 말들이 노래가 되나
 <송선미>

 

올해 초 동시 쓰는 친구 따라 간 강연회에서 만난 시다.
처음 본 순간 ' 앗' 소리가 났다.
너무 마음에 들었고.. 이런 시를 쓸 수 있는 시인의 예쁜 마음이 부러웠고.. 나의 재주 없음에 절망하느라.

생각해보라 ,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라는 말을 이렇게 예쁘게 할 수 있다니.
구겨진 수건도 노래가 될 수 있다는 이 시를 보니 먼저 질풍노도를 힘겹게 걸어가는 청소년들이 떠올랐다.
「 하늘에 박힌 별」이 될 것임을 꿈꾸는(혹은 꿈꾸라고 강요 당하는) 친구들에게 「시원하게 내려가는 변기 물」도  ‘ 내 노래’가 될 수 있음을 말해주고 싶었다.

세상에는 많은 노래가 있다. 그 가운데 몇 곡은 아주 뛰어나 시대를 넘어서 사랑 받는다. 하지만 그냥 ‘ 나의 노래’도 중요한 것이다. 남의 평가와 상관없는 ‘나의 노래’. 그리고 그 나의 노래가 진정성과 만난다면 뜻밖의 곳에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이 시는 또 지난 삶과 남은 삶이 비슷해져가는 나에게도 큰 위로가 되었다.
아닌 척 하면서도 자꾸 옆 사람들을 곁눈질하면서 은근히 내 삶과 견주어 비교하는 못된 병에 대한 좋은 처방이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나는 나대로 그냥 행복하게 살면 된다는. ‘자기’ 를 그대로 지켜보고 사랑하자는.

이때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가택침입

오득!/ 생밤 한 톨 깨물었는데/ 밤벌레 동그랗게 누워 있다.
뭘 봐!/ 주인이 방에 누워 있는거 처음 보냐?/졸리니까 문 닫아!
나는 얼른 문을 닫아 주었다.
(어린이와 문학 2012년 12월호, 장세정)

내가 받아보는 잡지에서 만난, 내가 좋아하는 장세정의 동시다. 난 우리 집에 같이 사는 허운데기 공주님에게 이 시를 읽어 주었다.
공주님은 경청했고 진지하게 질문했다.
" 이게 뭐"
" 아니.. 자기 자신을 사랑해야 하는데.. 자신의 입장에서만 상황을 보면 안 된다고."
" 아는데.. 그게 이 동시와 무슨 상관이냐고?"
" 따님, 맛있게 군밤 먹으려고 오도독 깨물었는데 거기서 벌레 나오면 기분이 안 좋겠지. 그런데 그 벌레 입장에서도 자기의 집을 부숴버린 네가 미운 거라. 그러니까 나만 옳다고 고집하면 안 돼."

난 내친김에 또 한 편의 동시를 들려주었다.

버려진 깡통 속에서
길 옆,/ 버려진 깡통 속에/ 풀씨 하나 쏘옥./ 바람은 알아서/흙을 나르고/햇살은 빛을 보태고/빗방울도 비스듬히/물을 뿌린다./지나가는 사람들/ 발소리가 날 때마다/깡통은 얼마나 가슴을 졸일까?/차이고 밝혀도/혼자였을 땐 괜찮았지./ 하지만 /지금은 지금은......
(박혜선)

나지막히 읊조리다 마지막 지금은 지금은..... 에 이르러서는 내 가슴도 콩닥 콩닥 뛴다.
아름다운 배려.. 따뜻한 기대.


지난 5일 벤처마루에서 열린 이창미 소장(시공 미디어 부설 어린이 교육문화연구소)이 도내 보육인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에서  CQ (Collective Intelligence) 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다.

1960년대 산업화시대... 이때는 돈을 버는 것이 중요했고 그때는 IQ (intelligence quotient)가 중요했다. 1980년대  정보화 사회가 되면서 사람들은 모두  EQ(emotional quotient )를 얘기했다.
그러면 2010년 이후 통합사회로 들어서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집단지능지수 CQ(Collective Intelligence) 라는 것이다.
다가오는 미래 사회의 성공 여부는 공존 공생 협력이 중요한 CQ에 달려있다는 것이 소장님의 주장이었다.

(CQ:집단지능(集團知能)·협업지성(協業知性)과 같은 의미이다. 다수의 개체들이 서로 협력하거나 경쟁하는 과정을 통하여 얻게 된 집단의 지적 능력을 의미하며, 이는 개체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힘을 발휘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은 미국의 곤충학자 윌리엄 모턴 휠러(William Morton Wheeler)가 1910년 출간한 《개미:그들의 구조·발달·행동 Ants:Their Structure, Development, and Behavior》에서 처음 제시하였다. 휠러는 개체로는 미미한 개미가 공동체로서 협업(協業)하여 거대한 개미집을 만들어내는 것을 관찰하였고, 이를 근거로 개미는 개체로서는 미미하지만 군집(群集)하여서는 높은 지능체계를 형성한다고 설명하였다.
[출처] 집단지성 | 두산백과, 네이버 지식백과)

소장님의  말을 들으며 이 예쁜 동시들이 생각났고 동시에 걱정도 다가왔다.
예전보다 점점 이기적이 되어가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공존과 상생을 마음에 다가가게 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은 잘 모르겠지만 순서는 동시를 읽은 그 느낌대로만 하면 될 것 같다.

<어떤 말들이 노래가 되나>를 읽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사랑한다.
<가택침입>을 읽으며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 해 본다
<버려진 깡통속에서>를 읽으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나를 사랑하는 법을 찾아나간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말도 이렇게 예쁘게 하는 시인들의 감성을 보라!!!

이렇게만 된다면 저절로 우리 사회의 집단지능지수는 쑥쑥 올라 갈 것 이다.
나의 새해 결심은 이러한 과정에 적극 참여 하는 일을 해보자는 것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법은 못 찾았다.
그래도 내가 선 자리에서 열심히 길을 찾다보면 보이지 않을까.

 

▲ 바람섬(홍경희).

이번 새해 인사는 그래서 이렇게 하고 싶다.

" 독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하시는 일 다 잘 되길 빌고, 혹시 여력이 있으시면 우리 사회의 집단 지능지수를 쑥쑥 올릴 수 있는 길을 함께 찾아보게요. " /홍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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