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칼럼> 행정이 자초한 강정, ‘크루즈특구’ 여론몰이 논란을 보며 

최근 정부와 제주도가 공동으로 추진한 강정마을 해군기지 15만톤 크루즈선박 입출항 시뮬레이션(모의실험)검증 결과에 대해 우근민 도지사가 “핵심적인 문제는 해소됐다”며 검증결과를 전격적으로 수용한 것을 두고 다시금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도가 시뮬레이션 결과를 전격 수용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하기까지 강정마을주민들을 비롯한 이해관계자는 물론 도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도의회와도 사전 협의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게 주된 이유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런 분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마치 개선장군이나 되는 것처럼 ‘크루즈 특구지정’ 추진 등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면서 도의회와 정치권 심사를 더욱 뒤틀리게 하고 있다.

# 강정문제 '크루즈 특구'로 변질된 조급한 여론몰이

 제주자치도의 해군기지 여론물이는 그 도를 더하고 있다. 강정해군기지 문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돼 나갈지 아직은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제주특별법을 개정해 강정주변지역을 크루즈 관광허브로 만들기 위한 일환으로 ‘크루즈산업 진흥특구’로 지정하는 정책검토에 들어갔다고 밝히는 등 민첩성을 도민에게 보여주고 있다.

 강정주변지역에 크루즈특구가 지정될 경우 △ 관광객 100만명 △ 크루즈 박람회 개최 △ 해양왕국 탐라국 위상 등이 재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을 곁들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또 이게 현실화 될 경우 지역경제는 활성화되는 것은 말할 것 없고 일자리가 기대이상으로 늘어나 젊은이들 취업 시름도 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마치 해군기지 건설 사업이 제주특별법상 제2차 종합개발계획에 의한 지역개발 사업으로 착각할 정도로 제주자치도는 모의실험 결과 의미를 침소봉대하여 해군기지 개발과 주변지역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원을 미화시키는데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와중에도 전임도정 잘못으로 촉발된 강정지역공동체의 분란을 시정하는데 영일 없이 노력해 왔다는 공치사도 잊지 않는다. 더 나아가 중앙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한 결과 모의실험 검증이 도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올 수 있었다면서 중앙정부와의 제주자치도간의 행정적 네트워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음도 은연중 내비치고 있다. 

 # 강정문제와 관련한 기회주의적이고 얄팍한 공치사 당장 관둬야 한다

 사실 지난 7년 객관적으로 판단하건데, 정치적 혹은 행정적 제스처는 난무했다. 그러나 국민 위함이라는 정의감에 비춰보거나, 아니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집단의 이익에 우선하여 보듬으려는 민주적 공공성확장이라는 점에서 제주도정과 의회 그리고 정치권이 자신들에게 주어질 불이익을 무릎 쓰고 해군기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자신의 직(職)을 걸고 주도면밀하게 대처했느냐고 묻는다면 이들 중 그 누구도 “예”라고 대답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해군기지 문제가 예측불허의 고비를 맞을 때 마다 이들은 만만디로 대처하는 것을 즐기면서 그 본분을 다하지 못했다는 게 지난 과정 일련의 사태들을 들춰 보면 여기저기서 확인되고 있다.

그들은 기회가 주어질 때 마다 정치적ㆍ행정적 제스처를 사용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도민들에게 제대로 밥 값한다는 뚜렷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음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특히 제주도정은 언제 그랬었냐고 반문하듯 해군기지 건설을 정당한 것으로 인식한다고 강변한다. 또 주변지역에 대한 크루즈산업 진흥특구 타당성 연구에 이미 착수했다는 근래 보기 드문 행정의 과단성도 보여준다. 물론 이런 도정의 행태에 대해 도의회나 정치권이 도정에 뒤질세라 강정문제를 처음으로 대처하는 양 엉뚱한 문제제기에 골몰하고 있는 것 또한 썩 좋은 모양새는 아닌 듯하다.

# 강정 해군기지 건설 사업 제주특별법에 의한 제주개발 사업 아니다

 해군기지 건설 사업은 그 표현이 민ㆍ군 복합 항으로 불리든 아니면 해군 항으로 불리든 간에 분명한 것은 주된 설치 목적이 돈 버는 관광을 위한 것이 아니라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는 국책사업이라는 것이다. 더욱이 제주특별법에 따라 추진되는 게 아니라 국방·군사시설에관한법률에 따라 사업시행주체가 중앙정부인 국방·군사에 관한 시설사업인 것이다.

해군기지 건설에 따라 부수적으로 중앙정부가 강정주변 지역개발을 지원할 것이라는 중앙정부 언질 또한 제주특별법상 제주개발을 위한 지원차원에서 발설되고 있는 게 아니다. 국방·군사시설에관한법률에 입각해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면서 동법에 정한 근거에 따라 강정지역 주민들의 이익을 배려하고자 하는 것에 불과하다. 

특히 주된 사업이 군항 건설 사업이라는 점에서, 정치적으로나 입법적으로 관광객 수송을 위한 민항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으로 크루즈 유람선의 기항지로서 관광객 입ㆍ출입이 허용되는 민항 기능이 당연히 보장된다고 장담할 수도 없는 일이다.

현실적으로 강정군항이 민항으로서 그 지위가 보장될지 여부는 아마도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통치행위로서의 정치적 결단에 좌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경우에 따라선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위치에 비춰 아예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른다. 왜냐면 국방정책이 지역개발정책에 우선되어야 하는 당위성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 강정 해군기지가 과연 세계적 크루즈관광 기항지로써 제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 누구도 속단할 수 없다. 지방정부 행정기관인 제주도정이나 도의회 경우  정책적 결단의 아웃사이더라는 점에서 더욱 아닐 것이다.

# 제주도정은 강정문제로 만연된 갈등을 최소화 하는데 전력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제주도가 취하고 있는 섣부른 정치적 행태는 도민에 대한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강정해군기지 모의실험 검증결과가 자신들의 부단한 노력으로 좋게 나왔다는 강변은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중앙정부가 제주도의 의중을 받아들여 강정주변지역 개발 사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가능성 또한 현실이 되기엔 충분한 검토가 요구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강정의 희생을 감수한다면 제주개발의 호기가 도래 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는 것은 순리에 맞지 않는 제주도정 중심적 사고에 불과할 뿐이다.

현 시점에서 강정문제를 대하는 제주도정의 행태를 보면서 직감하게 되는 것은 어느 모로 보나 행정의 선후가 뒤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제주도정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첫째, 제주도정은 도민사회, 특히 강정지역 공동체의 갈등과 분란을 통합하고 조정하는데 정책적 배려와 일련의 조치를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 

둘째, 도민사회가 강정 민ㆍ군복합항에 대한 의견 일치를 이루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이에 대한 공론화를 서둘러 나가는 것 또한 도민 화합을 위해 매우 중요한 현안임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셋째, 도정이나 도의회 그리고 정치권 모두는 공치사하기에 앞서 도민화합을 위해 진지하면서도 도민의 상처 난 마음을 충분히 추스를 수 있고, 종전보다는 다른 시각에서 도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소통과 통합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 내야 한다.

넷째, 제주개발의 부수적 현안이라 할 수 있는 해군기지 건설문제를 마치 자신들의 공과에 의해 얻어진 전리품인양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서둘러 제시하면서 도민사회를 우롱하는 가벼움도 속히 거둬들어야 한다.

# 강정문제 대한 제주도정의 아전인수 해석 바람직 하지 않다

 지금까지 강정 해군기지 건설은 도정이나 도의회와 관계없이 중앙정부 의지에 따라 진행 돼 왔다. 이제 얼마 안 있어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정책이 여기에 가미될 것이다. 노무현-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강정 해군기지 정책이 진행돼 온 과정, 이 문제가 갖고 있는 제주지역과 국가 차원의 관심도와 폭발력을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박근혜 당선인은 강정 주변지역 개발문제에 대해 자신의 그림을 내 놓을 것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현재 구체적으로 아무것도 정해지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는 해군기지 건설상황을 아전인수(我田引水)격으로 해석해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유리한 기회 요인으로 삼으려는 이기적 행태는 속보이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속보이는 행동은 차제에 도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스스로 삼가고 자제해야 한다.

제주도정은 그 시간과 열정을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 상황을 점검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는데 쏟아야 한다.  무늬만 국제자유도시로 전락한 상황에 공분을 느끼는 상당수 도민의 정서를 이해하는데 열심이어야 할 것이다. 말하자면 제주특별법에 따른 제주개발의 순기능에 대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데 골몰하라는 충고를 던진다. 

# 강정문제 원인제공자라 할 수 있는 행정은 올곧게 그 본을 다해야 한다

제주도정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겠지만 강정문제는 역대도정의 과시적이고 일방적인 행정행태에서 야기됐다 게 제주사회의 중론이다. 더욱이 강정마을 주민들을 중심으로 해군기지 건설자체를 용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면 원인제공자인 제주도정은 울분을 토하고 있는 주민들에게 심적 보상을 서두는 것은 당연한 행정의 본분이다. 이것은 제주도민 사회가 60년전 벌어졌던 ‘4.3’에 대해 국가에 개 화해와 통합의 정서를 요구하는 이치와 전혀 다르지 않다. 그 주체가 중앙정부냐 지방정부냐의 차이에 불과하다. 

▲ 백승주(고려대지방자치법학연구회 회장)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
강정문제와 관련한 최근 제주도정의 우쭐거림, 또 이를 못마땅해 하는 정치권 행태 그 어느 것도 강정주민이나 도민을 위한 게 아님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구체화되지도 않은 중앙정부의 부수적 지원가능성을 마치 금방 이뤄질 것처럼 현실화시켜 ‘크루즈특구’ 운운하는 건 비록 소수라고 하더라도 도민들 눈에는 치졸한 관료들의 우쭐거림으로 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지난 7년여 동안 지속된,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될 강정주민과 도민사회의 좌절과 고통을 외면하려는 ‘도정의 허세’로 보일 뿐이다. 백승주(고려대지방자치법학연구회 회장)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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