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순문 전교조 제주지부장, "제발 제주도에 대한 특례라는 말은 그만!"

사실을 왜곡하지 말라
-총리실 추진기획단 소기홍 팀장의 제안을 듣고-

공개 제안을 받고도 답이 늦은 것은 공개적으로 답을 해야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길었기 때문입니다. 국무총리실에 방문했을 때 만나 뵈었었지요? 그 때 총리실 추진단의 태도를 보면서도 느꼈지만, 그 후 공청회가 파행으로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정부와 제주도가 특별자치도 추진과정에 토론과 협의를 통한 여론 수렴의 의지가 있는가에 대하여 매우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팀장님이 말대로라면 외국교육기관이든 자율학교든 국제학교든 제주도 교육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보완재’로써의 상을 그리는 것 같아 보입니다. 그러나 이는 사실을 심하게 왜곡하는 것입니다. 의도야 그럴지 모르나 법안의 내용은 결코 그렇지 못합니다.  

‘제주도에 외지인(외국인 포함)들이 많이 이용하는 학교, 전국 각지에서 모인 우수 학생이 다니는 학교가 생기는 일은 원천적으로 막아야 합니까? 예를 들어, 원주에 있는 민족사관고나 전주에 있는 상산고와 같은 학교가 제주도에 들어오는 길은 결코 없도록 원천 봉쇄해야 하나요?’ 라고 물으셨습니다.

이는 물음이 잘못 되었습니다. 제주특별자치도 법안에 나와있는 외국교육기관, 자율학교, 국제학교가 그런 학교입니까? 민족사관고나 상산고 등 자립형 사립학교는 초·중등 교육법과 사립학교법에 의해 일정하게 규제를 받습니다. 다시 말하면 많은 부분에서 자율성을 인정받으면서도 교육공공성의 핵심 부분은 국가의 통제를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제주특별자치도의 학교가 그렇습니까? 초·중·고등학교에 전면적인 규제를 풀겠다는 것 아닙니까? 심지어 현행 의무교육체제를 무너뜨리는(초등학교에도 수업료를 받는 학교, 기여 입학이 허용되는 학교, 전면 내국인으로 채워지는 외국학교, 국민 기본 교육과정도 이수하지 않으면서 국내학력이 인정되는 학교) 학교를 허용하고 있지 않습니까? 
 
우수한 학생들이 제주도에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왜 그것을 반대하겠습니까? 우수한 학생들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일부 부유층을 위한 특례학교를 반대하는 것입니다.

‘이런 학교들은 화장장이나 방폐장 또는 쓰레기 소각장과 같은, 소위 ‘기피시설’과 같이 취급해야 옳은가요? 저는 특례 학교들을 이러한 시설들과 똑같은 범주로 생각하는 데는 전혀 동의할 수 없습니다.’ 라고 물으셨습니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팀장님 말대로 그렇게 취급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말해 본 적도 없다는 것으로 답을 대신합니다.   

‘특례학교 (외국학교, 자율학교, 국제학교) 설립으로 도내 교육비가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에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이 부분은 생각이 다릅니다.
특례학교의 교육비가 일반학교보다 비쌀 것이라는 데는 팀장님도 동의하실 겁니다. 그간의 현상들을 종합해 보면 연간 2,500-5,000만원 정도 소요되겠지요. 이런 학교는 일반학교에 비해 효용성은 별도로 치더라도 우리 교육 현실에서 일부 부유층에게는 유혹이 될 것입니다. 왜 이런 학교가 제주도에 들어서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제주도 경제 발전이나 제주 공교육의 질을 향상 시키는 데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는데도 말입니다. 좀더 정직하게 말해야 합니다. 교육에 대한 국가 책무를 포기하는 시도를 하는 것이다. 그간 정부에서 교육에 투자를 했지만 경제적 효과는 드러나지 않는다. 하여 교육을 시장에 맡겨 보려는 시도라고 말입니다.  
 
‘특례학교에 다니는 학생들과 일반학교에 다니는 학생간에 위화감이 존재할 것으로 보입니다 .’라고 인정 하시면서도 그리 중요한 문제로 보지 않으시는 것 같습니다. 하나 이는 가벼히 볼 문제가 아닙니다. 교육의 본질적인 면을 굳이 거론하지 않겠습니다. 상대적 박탈감, 현재 한국사회의 가장 큰 의제인 사회 양극화를 심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철학의 문제입니다. 교육이 기회의 보장이 아니라 이를 고착화 한다면 과연 교육의 사회적 역할은 무엇일까요?

아래 부분은 사실을 왜곡하셨습니다. 고의적으로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마도 팀장님께서도 법안의 내용을 꼼꼼하게 검토하지 못한 것으로 이해하겠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율학교나 국제학교의 수업료는 이미 도 조례에 위임된 상태에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특별법에는 수업료에 대한 특례는 아예 포함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라고 말씀 하셨는데, 이는 사실과 다릅니다.
 
법안 제176조(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의 특례) ①항을 보면,
‘제주자치도에 소재하는 국·공·사립의 초·중등학교에 대하여는 도교육감의 지정을 받아 「초·중등교육법」 제8조 · 제19조제3항 · 제21조제1항 · 제22조제2항 · 제23조제2항 및 제3항 · 제24조 · 제26조제1항 · 제29조 · 제31조 · 제39조 · 제42조 · 제43조제2항 · 제46조 및 제47조 제2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하는 학교 또는 교육과정(이하 “자율학교”라 한다)을 운영할 수 있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초중등교육법 제8조가 무엇을 규정한 것입니까? 학교규칙(학칙)을 규정한 조항입니다. 학교규칙 기재사항(시행령 제9조 6항)을 보면 수업료 입학금 기타 비용의 징수를 학칙으로 정하게 되어 있습니다. 

법안 제176조 ①항처럼 제8조의 적용을 배제할 경우 자율학교가 초·중·고등학교가 수업료의 자율권을 갖게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특별법에는 수업료에 대한 특례는 아예 포함되어 있지도 않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을 현저하게 왜곡하는 것입니다. 이 내용은 초등학교에도 수업료를 징수하여 의무교육체제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학교가 제주도에 생길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영리법인의 학교 설립은 각계의 의견을 반영하여 제주도 측의 당초안을 수용하지 않고 2단계 검토과제로 돌렸다. ’ 라고 말하는데, 이 부분도 명확하게 규정하지 않아 왜곡될 소지를 그냥 남겨두고 있습니다.

법안 제176조(학교 및 교육과정 운영의 특례) ②항을 보면,
‘국가ㆍ지방자치단체 또는 학교법인은 도교육감의 승인(국ㆍ공립학교의 경우를 제외한다)을 얻어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자율학교의 운영을 다른법인이나 단체 등에 위탁할 수 있다.’ 고 되어 있습니다.

이 조항을 문구 그대로 해석하면 사립법인이 설립한 학교는 설립 법인이 학교를 운영하지 않고 다른 법인이나 단체에 위탁하여 운영할 수도 있다고 분명하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이 때 다른 법인이나 단체에 영리법인은 안된다는 규정이 분명하게 명시되어 있지 않아 영리법인이 위탁을 받아 운영할 수 있음을 열어 놓고 있습니다. 왜 설립 법인이 운영하지 않고 위탁 운영할 수 있는 불필요한 조항이 들어 있는지 그 의도가 의심스럽습니다. 이 조항은 당연히 삭제되어야 합니다. 스스로 운영할 능력이 없는 법인에게는 당연히 학교설립을 허가해서는 안되지요. 
 
‘외국학교든 자율학교든 국제학교든, 이는 제주도에서 설계하기에 따라서, 현재의 교육 체제에 대한 ‘대체재’가 아니고, ‘보완재’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 라고 하셨는데,

이는 오늘 한국 교육의 현실을 몰라도 한참 모르는 인식 수준을 드러내는 것이라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학벌주의가 만연하고, 대학입학에 모든 것을 거는 현행 입시제도 하에서 외국학교, 자율학교, 국제학교가 대체제가 아닌 보완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너무 순진한 생각입니다.

학교 등급제와 서열화로 이어지겠요. 맨 위에 외국교육기관, 자율학교, 자립형 사립고, 일반학교, 실업계 고교 순으로. 또한 이를 통하여 그간 공교육 시스템을 지탱해온 고교평준화가 해체되고 기여입학제가 허용되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것은 교육에 조금만 관심을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정말로 보완재의 성격으로 추진되는 것이라면 명확하게 법의 통제하에 운영될 수 있도록 규제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런 특례학교는 사실상 규제가 다 풀렸습니다. 다시 말하면 무소불위의 자율권을 갖는 학교입니다.    
       
문제는 이런 특례학교가 제주도에 설립되면 이를 기반으로 전국화 된다는데 있습니다. 그 간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제주도가 갖는 독점적 지위도 2-3년에 불과합니다. 제발 제주도에 대한 특혜라고 왜곡하지 마십시오. 
    

▲ 강순문 지부장
양극화 문제가 오늘 한국사회의 가장 큰 의제입니다. 교육을 통하여 이를 심화하려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허용되어서는 안됩니다. 오히려 교육을 통하여 ‘윗물’과 ‘아랫물’을 서로 소통하게 하여 양극화 현상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해야합니다. 제주특별자치도의 교육산업화 전략은 순전히 윗물을 위한 것입니다. 일부 고소득 상위 계층을 위한 방안일 뿐입니다. 그 어디에도 대다수 제주도민 아이들을 위한 교육의 질 향상 방안이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반대하는 것입니다.  

국가의 교육정책은 공교육 본질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이 가장 기본적인 명제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보시기 바랍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강순문 제주지부장이 국무총리실 제주특별자치도 소기홍 팀장의 제안에 대해 반론을 '제주의 소리'에 보내왔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