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기자] 해마다 연말이면 공사가 많아집니다

제주의 가을은 예로부터 귤림추색(橘林秋色)이라 하여 영주십경 중 하나로 삼아 그 아름다움을 자랑하였습니다. 만추에 제주의 농촌을 방문하신다면 온 천지에 귤이 익어가는 황금빛 가을의 정취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습니다.

저도 제주에 살고 있고 부모님의 일을 도와서 농사일을 부업으로 삼는지라 요즘은 거의 매일 아침마다 시골로 일을 도우러 가고 있습니다. 아침마다 제주의 가을을 만나는 일은 제겐 삶의 의욕을 키우는 기쁜 일입니다.

가을이 저물어 갈 즈음이면 농민들과 상인들은 수확한 귤을 출하하기 위해 트럭에 귤을 싣고 선과장으로 이동하는데 배가 출항하는 시간에 맞추려면 급하게 차를 몰아야 합니다.

게다가 이 시기에는 제주의 아름다운 가을의 절경을 즐기기 위해 관광객들이 늘어나기도 합니다. 따라서 이맘때쯤 제주의 교통량은 평소보다 크게 증가하게 됩니다.

그런데 연말이 가까워 올 때마다 제주에서는 도로 공사를 많이 합니다. 물론 공사를 진행하는 분들은 각종 민원 때문에 또 계획에 의해 사업을 진행하시는 줄로 이해를 합니다만 매일 같은 길을 갈 때마다 운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경험하는 시민으로서는 답답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제주시 삼도동에서 고향마을인 남제주군 남원읍 위미리를 다녀오는 동안에 경험하게 되는 불편하고 위험한 순간들을 담아봤습니다.

▲ 제주시 보건소 앞입니다.ⓒ장태욱
제주시 보건소 앞 도로입니다. 며칠 전부터 도로 한 쪽을 깊게 파는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 봉개동 대기고 인근의 모습입니다.ⓒ장태욱
제주시 봉개동 대기고등학교 인근에 가까이 가 보니 도로 확장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미 확장된 도로의 양쪽은 대형 트럭들이 점령했습니다.

▲ 명도암 입구입니다. 깊게 파인 도로 옆에서 크레인이 일을 하고 있고 그 옆을 다른 차가 중앙선을 넘어서 지나고 있습니다.ⓒ장태욱

봉개동을 지나 명도암 입구에서는 아찔한 장면이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도로 한 쪽은 깊이 파여 있는데 대형 크레인이 그 반대쪽 도로를 점거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옆을 통과하기 위해 중앙선을 가로질러 굽은 언덕길을 천천히 오르는 차의 운명이 예사롭지 않아 보였습니다.

▲ 명도암 마을에서 공사를 하는 모습입니다.ⓒ장태욱

명도암 마을에서도 공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교통 안내요원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통과하기 위해서도 차는 반대편 차가 지날 때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 한남리에서 도로를 폐쇄하고 공사를 하고 있습니다.ⓒ장태욱

남조로를 통과해서 한남리 마을에 들어서니 다른 공사 현장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 공사는 저의 진로를 방해하지는 않지만 도로를 완전히 봉쇄했기 때문에 통행에 큰 지장을 줄 것 같습니다.

얼마 전 모슬포에 방어를 구경하기 위해 다녀오다 서부 관광도로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서부 관광도로는 개통한 지 몇 년 되지 않았는데 아주 긴 구간에 걸쳐 중앙분리대를 교체하고 있었습니다. 주말이라 경마장에 다녀오는 차들이 더해지면서 이 도로의 통행량이 급증했습니다. 공사 구간에서는 극심한 교통 체증을 경험했습니다.

▲ 서부관광도로에서 중앙 분리대를 교체하는 공사가 진행 중입니다.ⓒ장태욱

공사하는 데는 그만한 사정이야 있겠지만 예산이 크게 낭비될 것 같기도 하고 운전 중에 심한 지체를 받은지라 애초에 제대로 공사하지 않은 분들이 원망스럽기만 했습니다.

예전처럼 남는 예산을 써버리기 위해 공사를 진행하시는 분들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다만 연말 제주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셨으면 좋겠고 같은 공사가 반복되면서 예산낭비와 주민 불편 두 가지 문제가 동시에 발생하지 않도록 더 세심하게 고려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장태욱 시민기자는 제주시내에서 '장선생수학과학교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글은 '오마이 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