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자연대자본 '제주바닷물'
제주자연자본주의 원조 '삼다수'가 거울
통제불능의 '난장개발 ' 더는 안돼
 
 

고홍철 <제주의소리> 대표이사.
예로부터 물을 다스리고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것은 정치의 근본이자 주요 덕목이었다. 이른바 치산 치수는 말그대로 치자의 본분이자 나랏일의 핵심가치였다.

오늘에 이르러 그 핵심적 가치가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여전히 물을 다스리는 일, 자연을 다스리는 일이 핵심과제다. 특히 물 부족, 자연자원 고갈현상이 세계적 세기적 걱정거리가 되면서 더욱 그렇다.

다행스럽게도 제주는 시대가 걱정하는 것에서 한 발 물러서 있는 듯 하다. 먹는 물인 지하수가 풍부하고, 사면에 바다와 같은 자연자본이 한결 여유롭다. 지금 당장은 그렇다. 하지만 오늘의 여유가 내일까지 이어지리라는 보장은 없다. 어제 오늘의 관행처럼 물과 바람과 돌 같은 자연자원이 무주물 상태이며, 영원한 무한재란 착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그렇다. 더더욱 깊은 성찰없이 저질러지는 무개념 개발이 지속되는 한 그런 보장은 그림의 떡이 될 것이다.
 
제주의 지하수는 먹는 샘물로서 개발되면서 세계적 명성을 얻고 있다. 바닷물 역시 청정 제주 용암해수란 차별성이 강조되며 개발이 서둘러지고 있다. 이 역시 지하담수 이상의 성과가 기대되고 있다. 자연자원개발의 새로운 원칙에 입각, 독과점적 지위를 일궈낸 '제주삼다수' 개발의 선례가 있기에 그렇다.
 
제주 지하수개발은 비교적 자연자본주의 이론에 근접한 것이었다. 가히 제주자연자본주의의 원조개발이라 해서 지나칠 것 없을 만큼.

자연자원의 공개념에 입각, 자원의 생산성 향상, 자원의 재생, 그리고 재투자를 염두에 두고 이뤄졌다. 공공개발을 앞세워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당시 민간기업들에 의한 경쟁적 난개발 의도를 차단했다. 그럼으로써 자연자원, 자연자본의 낭비와 고갈을 사전 방지하고자 했다.

뿐만 아니라 생산과 판매, 과실상환에 이르기까지 공공관리함으로써, 개발주체인 제주도민들의 삶과 직결시킨 개발의 수범적 사례였다. 의식을 했던 아니했던 자연자본 개발의 기본 원칙에 입각한 이른바 통합적 설계와 통합적 관리가 있었기에 그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작금 시도되고 있는 또 하나의 자연 대자본인 바닷물의 개발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제주 동부지역의 용암해수개발의 경우가 그렇다. 별다른 밑그림 없이 토지개발 수준에 머물러 있다. 고작해야 기반시설이나 해주고 민간분양에 의존하는 전근대적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여기에 입주 희망업체들은 슬금슬금 발을 빼며 제주도와 암암리에 줄다리기를 벌이는 모양새다.

이대로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니 공공자원인 용암해수 개발권이라도 넘겨달라는 눈치들이다.

안될 말이다. 그것은 지하수개발의 민간개방을 의미, 뒷감당이 어려운 일이 되기 때문이다. 모처럼 확보한 자연자원의 독과점적 지위의 포기는 물론 자연 보물섬인 제주가 자칫 통제불능의 '개발난장'이 될 우려가 다분하기에 더욱 그렇다.
 
용암해수의 개발 역시 통합설계를 바탕으로 통합관리가 가능한 공공개발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뒤늦게 책임있는 도백이 재검토를 시도하고 있다니 더 늦기전에 서둘러 새 그림을 그려내야 한다.

특히 용암해수의 개발은 바닷물이라는 자원의 규모에 있어 지하수와 비교할 바가 안된다. 광범하고 무한대 개발자원이란 측면에서 새로운 개발모델을 그려 낼 수도 있다. 단순히 자연자본의 소모적 이용만이 아닌 자연자본의 확대재생산을 통해 지역자본을 축적하고,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가 있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다.

단순히 지구 내 개발사업에 그칠 것이 아니라 개발지구 밖에 용암해수개발에 따른 유의미한 개발을 더불어 생각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인근에 대형 유수지를 만들거나, 기존의 자연습지 복원사업 등과연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럼으로써 지구내 하수처리는 물론 주변의 생태환경과 더 나아가서는 바다를 살릴 수 있다. 도백의 의중이 무엇인지는 아직 모르나 이대로는  안된다는 진정성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면 믿고 기대하고 싶다.
 
사실이지 자원보고라는 제주바다는 지금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쉴 새없이 몰려드는 각종문명의 찌거기들 때문이다. 특히 예전같지 않은 오염된 빗물의 대량유입은 제주의 대자본을 잠식하고 있다. 

흐르던 대로  흐르지 못하게 하고, 스며들 곳으로 스며들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다스림이 필요하다. 흐르던 곳으로 흐르게 해줘야 한다. 어쩌면 유수지 건설, 습지복원은 그것의 해답일 수도 있다.
 
습지복원, 생태재생은 제주의 대자연 복원에 기여 할 것이다.아울러  그것은 대자연 자본의 축적은 물론 당장에 지역경제 활력화에도 크게 이바지 할 것이다.

섬 일원에 숱하게 널려있던 연못과 같은 습지를 복원하거나, 유수지들을 만드는 일을 상상해보자.

아마도 자연부락 단위의 2-3군데 씩, 섬 전체로는 수백군데에 걸쳐 이같은 '착한 건설'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과 함께 무엇보다 지역의 영세 건설업체들이 살판이 날 것이다. 그 정도의 공사는 대기업의 하도급 설음을 받지 않고도 실속을 챙길 수 있는 것이어서 더울 그렇다.

이 것이야 말로 제주자연 살리고,제주사람 살리고 지역경제 살리는 '일석삼조'의 수확이 아닌가.
 
그렇다.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자 서식지라 하지 않는가. 물은 생명 그 자체이며 자연인 까닭에 인간과 자연은 순리의 관계이며 공생의 관계여야 한다. 인간과 자연이 순리의 관계여야 하는 까닭에 개발은 생명체인 인간을 생각하고 자연을 우선해야 한다. 그것은 물을 다스리는, 또 하나의 제주대자연 자본을 관리하는 자가 취해야할 기본적 덕목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물처럼 흘러야 할 곳에 흐르게 하고, 멈춰야 할 곳에 멈추게 해 줘야 한다.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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