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칼럼> 미얀마 개발현장에서 본 제주개발(상)

  3월17일부터 3월23일까지 필자는 후진국개발원조 프로그램을 위해 외교부산하 국제협력단(KOICA)이 주관하는 미얀마지역개발사업의 사전타당성조사단 전문가 그룹의 일원으로 영국축구에 열광하고 우리나라 드라마를 즐겨 보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소위 혼합 공동체 미얀마를 다녀왔다.

(구)수도 양곤(Yangon)시와 인구 99만 명 규모의 신행정수도 내피도(Nay Pyi Taw)지역에 주로 머물면서 원조자금에 의한 지역개발사업의 최적지 조사 등 조사활동을 벌였다. 알려진 대로 미얀마는 1인당 국민소득이 미화 578달러로 유엔이 정한 최빈국(Least Developed countries)이다.

 2011년 새로운 민선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자유화와 개방정책에 힘입어, 게다가 풍부한 부존자원과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제어할 수 있는 군사요충지라는 잇점 때문에 미국 등 서방국가들이 앞 다투어 미얀마와의 관계 개선을 서둘고 있다.

이들 국가의 세계유수 기업들 또한 덩달아 미얀마의 미래발전가능성을 담보로 스스로 알아서 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미얀마 정부 역시 국토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외국 원조자금에 의한 낙후된 농촌지역의 농지정리와 사회간접잔본시설 복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 투자자본은 미래의 실리를 쫓아 움직인다.

 미얀마 국토면적은 한반도 3배 크기이다. 그 중 66%로 정도가 산림지대로 되어 있다. 연평균 27c'를 오르내리는 고온다습한 기후라 가는 곳마다 풍광 수려함이 필자를 압도했다.  현재 미얀마 정부는 경관 수려한 내피도 지역을 집중적으로 개발, 관광 상품화 하려하고 있다. 정부차원에서 이 지역을 호텔개발지구로 지정해 신라호텔급 호텔들을 집중 개발하고 있다. 이런 사실에서 미얀마 관광특수가 도래할 수 있음을 직감케 한다. 

 현지에서 듣기에는 세계열강의 미얀마 투자 열기가 고조되면서 현재 2800여개 숙박객실로는 매일 4천명 정도의 입국외국인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라고 한다. 이런 사실은 내피도에 머물면서 중문관광단지 이상의 면적에 호텔집중개발지역(Zone)을 조성하여 제주신라와 같은 빌라형 호텔 들을 여기저기서 건축하는 현장에서 감지할 수 있었다.

외국 원조자금에 의한 농촌지역개발과 경지정리가 미얀마 중부지역을 중심으로 한창 이뤄지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농촌지역의 낙후성에 비춰 볼 때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런 관광개발에 앞 서 도농(都農)지역 간의 균형개발을 맞추기 위한 범정부적 차원의 지역균형개발정책이 더 시급해 보였다. 농촌지역 주민들의 인간다운 삶의 여건을 조성한다는 의미에서 농촌지역 인프라개발을 위한 개발시책 추진 필요성이 더 커보였다. 

어떻든 미얀마정부의 민주화ㆍ개방화조치로 서방세계가 이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임으로서 다른 동남아지역 신흥개발 국가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자원부국 미얀마가 외국자본의 투자처로 자연스럽게 국제사회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느껴졌다.

# 세계 유수기업들 미얀마의 미래를 담보하고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지역에서 급부상하는 중국세력에 군사적으로 대처할 필요성을 느꼈던  미얀마 정부의 민주화 및 개방화조치는 미국을 위시한 서방국가들에게는 너무도 귀중한 선물이 아닐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긍정적 조치에 대한 보답차원에서 세계열강들은 돈 냄새 잘 맡는 자국기업들이 미얀마의 개발사업 또는 인프라 구축 등에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외교적 노력의 일환으로 지원전략을 물심양면 구사하고 있다.
 
현지전문가 설명에 따르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이 순수 자본주의 국가가 아닌 미얀마에 갑자기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다른데 있다. 미얀마가 티크장의 원자재인 티크, 원유, 천연가스, 구리, 납, 아연, 다이아몬드, 루비 등 각종 천연자원의 세계적인 보고(寶庫)이기 때문에 미얀마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미얀마에 대한 금융거래 금지와 자산동결 등을 해제하고 조만간 실제 달러 금융거래나 미얀마 제품 수입 등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의 대형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는 2011년 여름부터 미얀마에 제품을 판매하고 있고,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인프라 구축분야에서, 쉐브론은 석유가스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 또한 민관 협력 하에서 공격적인 투자진출을 서둘고 있다. 일본정부는 지난해부터 3000억엔의 채무탕감조치와 일본기업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미얀마 진출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미얀마에서의 중국의 정치ㆍ경제적 영향력 또한 당연히 지속되고 있다.

# 그렇다면 제주도의 상황은 어떤가?

 그렇다면 제주도의 상황은 어떤가?  알려진 대로 제주도는 관광산업을 제일로 하면서 중국관광시장을 타깃시장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국내 거대자본이나 중국자본을 끌어들이는 묘책을 구사하고 있다. 그렇다고 이들이 전적으로 미얀마에서처럼 제주의 미래를 낙관적으로 보고 투자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진다.

최근 보광사건은 투기차원에서 제주투자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제주도가 지금까지 해왔던 사실에 비춰 보면, 어쩌면 국내외 민간자본들은 그들의 투자 필요성보다는 제주도당국이 읍소하면서 제시하는 투자진흥지구지정을 통한 재정지원이나 사업추진의 편이성을 위한 제한적 토지수용제도 등 ‘특혜적 배려’에 탄복해 마지못한 듯 제주도에 투자하고 있는지 모른다. 지난 10여년간 투자목표의 30% 수준내외에서 투자가 이뤄졌던 사실을 통해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자본가 입장에서 제주자치도가 한라산과 그 주변지역의 풍광과 경이로운 지질을 갖고 ‘복고, 지지고, 대피고, 삼는’ 식(式)으로 제주관광을 세계적이라고 우겨대도 구미가 당기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중국관광객의 상당수가 하와이, 몰디브 등과 더불어 가장 선호하는 해외 섬 관광지 하나로 제주를 보고 있다는 최근 지역 언론의 보도는 제주관광개발의 미래가 전혀 녹록치 않을 수 있음을 예감케 하고 있다.

미얀마 사례로 보면 제주개발투자는 중앙정부의 특단의 정책적 배려와 자본가들을 유혹할 수 있는 제주개발의 장점이 부각돼야만 순리적으로 투자가 이루어지고 제주도민 또한 개발의 편익을 나누어가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중앙정부가 시큰둥해 있는 상황에서 지방정부 차원에서 호들갑을 떠는 수준으로는 국내외 민간기업의 제주개발 투자는 ‘투자를 빙자한 투기수준’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제주의 부존자원의 한계상황을 직시하지 않고 이런 저런 이유를 붙여 제주에 투자하면 돈 벌게 해줄 테니 해보라는 식으로는 남 좋은 일만 시키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더욱이 지금까지 제주개발과정에서 야기되는 특혜시비 등 문제들을 볼 때 특별법상 중앙정부의 개발권한을 제주도정의 권한으로 이양 받는 게 모양새는 그럴싸하게 좋을지 모르나 도민의 이익과 제주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유용한 금도끼는 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과도한 개발권한으로 인해 제주공동체의 평화를 깨버리는 도구로 전락해 연일 지역 언론을 통해 특혜논란거리를 읽게 만들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라산과 중산간 지역 그리고 천연자연경관과 해변경광을 가장 세계적인 것으로 자랑하고, 이런 제주의 모든 것을 등짐지고 유네스코에 들락거려야 하고, 세계7대 경관선정에 목을 매여야 하는 등 모든 것을 걸고 관광입도(觀光入道)를 주창하여야 하는 제주도정으로서는 지금 미얀마정부가 즐겁게 맞이하고 있는 호재는 여간 부러운 경사일 것이다.

특히 국가차원에서 해군기지 건설이 기정사실화 되어 있는 상황임에도 진정한 보상차원에서, 물론 그것이 물질적 보상이든 아니든, 중앙정부차원에서 책임 있는 당국자가 제주도민을 위해 사려 깊은, 그러면서도 정중한 언질 한번 주지 않는 상황을 맞고 있는 도정이나 도민은 불행하게도 ‘1%의 한계’를 운운하거나 ‘제주홀대론’만 되뇌면서 처절함을 맛보아야 할 처지로  내몰려 있다.

 국제자유도시조성을 위한 제주개발은 지방정부 주도의 지역개발차원으로는 전혀 실현 불가능한 중차대한 사업이다.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인적ㆍ물적 수단의 제공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수반되어야 하는 사업이다. 중앙정부의 지원과 배려를 끌어들이는데 도정의 역량을 총동원해야 하는 사업이다. 도정이 홀로 고군분투해서 될 일 또한 아니다.

▲ 백승주(고려대 지방자치법학연구회 회장)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개발기간 동안 중앙정부 절대의존적인 제주개발의 당위성이 중앙정부에 의하여 존중되는 경우에만 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별법상 여러 조항들의 의미, 환상적인 국제자유도시비전, 세계환경도시 전략의 유용성 등등도 그런 전제가 충족되는 경우에만 나름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반대의 경우는 어쩌면 사치스런 말장난에 불과할 수도 있다. /백승주(고려대 지방자치법학연구회 회장) C&C 국토개발행정연구소 소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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