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섭 칼럼>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 세계적 박람회로서 기본적인 품위 지켜야

‘지구의 정원(Garden of the Earth)’-.

앞으로 10월까지 6개월 동안의 일정으로 오는 20일 개막되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의 주제다. 강과 바다가 만나는 순천만 일대 111만2천㎡ 면적에 걸쳐 꾸며진 정원에는 이미 200만 뿌리의 꽃과 42만 그루의 나무가 심겨져 개막일을 기다리고 있다. 150년 전 영국과 프랑스 등 유럽에서 시작된 정원박람회가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중국, 인도, 태국을 거쳐 한국에서 선보이는 것이다.

박람회가 열리는 순천만 자체가 자연이 빚어낸 천혜의 생태 보고다. 남해안의 멋들어진 해안선이 고흥반도와 여수반도 사이에 펼쳐놓은 이 갈대밭의 갯벌 정원에는 계절을 바꾸어 철새들이 날아드는 등 온갖 수서생물이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 해안선을 따라 주제별로 만들어진 83개의 정원이 저마다 아름다움을 뽐내게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새봄과 함께 시작되는 지구촌의 축제다. 참가국만 해도 23개국에 이른다.

문제는 박람회가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다.

박람회 개최에 적잖은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행사를 치렀다는 자체만으로 의미를 찾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박람회장 조성에 1천억원 이상이 들어간 데다 앞으로 행사기간을 통해 들어갈 운영비 등을 감안하면 소요 예산이 모두 2500억원 안팎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해 여수박람회를 계기로 도로망이 정비됨으로써 사회간접자본 비용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박람회 조직위원회 측은 적어도 관람유치 인원에 있어서 만큼은 성공을 장담하는 분위기다. 전체 목표로 잡은 4백만명 가운데 1차로 80만매를 예정했던 입장권 예매실적이 이미 70만매에 육박하는 등 비교적 순조로운 진행을 보이고 있다. 순천시와 시의회가 각 지자체를 찾아다니며 박람회의 성공개최를 위해 협조를 요청한 결과다. 박람회에 대한 일반의 인식이 높아진 결과이기도 하다.

중국 관광객 유치작전도 병행되고 있다. 박람회 기간중 상하이와 톈진, 심양 등에서 관광 전세기 200여편이 무안공항을 통해 줄지어 들어올 예정이며 여수항을 통한 크루즈 선박 운항 일정도 확정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박람회장을 찾는 중국 관람객이 대략 4~5만명 선에 이를 것으로 주최측은 기대하고 있다. 중국 여행사로부터 예약을 받은 관람권도 벌써 2만매를 넘어섰다.

국내적으로도 수도권과 부산·경남권에서 순천을 잇는 임시열차가 마련되는 등 만반의 준비가 갖춰지고 있다. 행사장 인근의 주차장 문제나 숙박시설 문제도 거의 대비가 끝난 상태다. 순천 시내에서 자가용차량의 짝홀수 2부제가 실시되며 박람회장 소식을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국내외에 신속하게 전달할 SNS서포터스도 출범한 마당이다. 시민들의 참여의식도 기대 이상이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적인 여건 못지않게 비관적인 전망도 자리잡고 있다. 과거의 사례로 보면 앞서의 의욕적인 목표치들이 허수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여수박람회의 경우가 그러했다. 당초 8백만명으로 제시했던 목표를 넘어 1천2백만명을 유치하겠다고 했지만 결국은 용두사미로 그쳤으니 말이다. 박람회가 끝날 무렵에는 할인권으로 입장한 관람객이 대부분이었다.

이번에는 행사 내용에 있어 흡인력이 더욱 떨어진다는 약점을 지닌다. 여수박람회 때보다 유치목표 인원이 절반으로 축소된 것이 그런 배경이다. 입장권만 있으면 낙안읍성과 고흥 나로우주센터 등 인근의 유명 관광지에 대해 무료입장, 또는 요금할인 등의 혜택을 준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입장권 제시만으로도 특1급 호텔에 대해서조차 50% 할인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니, 앞뒤가 바뀌어도 크게 바뀐 꼴이다.

이미 시작 단계에서부터 체험학습이라는 단서를 달아 중고생은 3000원, 초등학생 이하 어린이는 2000원으로 입장료가 책정된 것도 여수박람회의 전철을 따라가는 모습이다. 보통요금이 성인 1만6천원, 청소년 1만2천원, 어린이 8천원으로 책정되었지만, 이 요금체계가 그대로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는 얘기다. 막바지에 이르러 박람회가 과연 어떤 식으로 운영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중국 관광객 유치목표 또한 다르지 않다.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들이 거의 서울이나 부산, 제주도를 방문해 쇼핑과 카지노 위주로 즐긴다는 점에서 이번 박람회가 흥미를 끌 여지는 그리 크지 않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 여행사들을 통한 관람권 예매를 위해 전남도와 순천시가 상당한 인센티브를 제시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그렇다면 중국 관광객들이 방문한다 해도 기껏 잠깐 들렀다가 가는 경유지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여기에 박람회 준비 과정에서의 문제점도 자꾸 드러나고 있다. 박람회 주제관인 국제습지센터와 순천만을 연결하는 무인궤도열차(PRT)가 박람회 개막일에 맞춘 정상운행이 불가능하다는 것이 그 하나다. 개막식에는 20대만 운행되고 8월에 이르러서야 당초 계획된 40대가 전부 운행될 수 있을 것이라 한다. 관람객들의 입장에서는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구경거리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순천 시내에 들어서리라던 면세점 계획도 시행자의 사업포기로 도중에 무산되고 말았다. 유명 브랜드들이 입점을 꺼린데다 수익성도 내다보기 어렵다는 판단에 발목을 잡힌 것이다. 그 대신 지정 판매장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외국인에 대해 출국시 공항에서 세금을 환급해주는 사후면세점 제도를 시행키로 했지만, 아무래도 격은 떨어진다. 순천박람회의 한계를 말해주는 것이다.

▲ 허영섭 칼럼니스트. ⓒ제주의소리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박람회로서의 기본 품위만큼은 지켜주기를 바란다. 눈길을 끌려고 한류 아이돌 초청공연 등 다른 행사에 너무 비중을 두는 것도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다. 머릿수를 채워 목표인원을 맞춘다고 해서 성공한 행사가 되는 것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국민들이 박람회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이다. 순천이 ‘지구의 정원’으로서 기억될 수 있는 박람회가 되어야만 한다. / 허영섭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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