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삼도1동, 도심 속에 아름다움이 남아있는 곳

결혼하고 사글세방과 임대 아파트 등을 전전하며 이사를 밥 먹듯 다녔던 저희 부부가 '제주시 삼도 1동’으로 이사를 온지 이제 3년이 다 되어갑니다. 과거에 사람들은 삼도1동을 '서사라’라고 불렀으며,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서사라'는 비교적 많은 이들이 모여 사는 제주시의 중심 지역이었습니다.

삼성신화에 의하면 옛날 삼성혈에서 태어난 양을라, 고을라, 부을라 세 신인이 땅이 기름진 곳을 골라, 저마다 활을 당겨 터전을 잡았다고 합니다. 양을라가 사는 곳을 제1도, 고을라가 사는 곳을 제2도, 마지막으로 부을라가 사는 곳을 3도라 칭하였습니다.

서사라는 부을라가 터를 잡아 살았던 한 곳으로 삼성혈에서 서쪽에 있으면서 소용내와 병무내가 합류하는 지점에 있어 토양에 잡석이 섞여 땅이 비옥하고 농사도 잘되어 서녘서, 물가사 혹은 모래사, 비단라자를 써서 서사라(西沙羅)라고 하였다고 합니다.

삼성혈에서 서쪽으로는 전농로가 뻗어 있으며, 전농로 길가에는 오래된 벚나무들이 가로수로 심어져 있습니다. 벚나무 가로수는 봄에 벚 꽃의 아름다움을 안겨줄 뿐만 아니라, 사시사철 자연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해 줍니다.

▲ 봄에 전농로에 벚꽃이 활짝 핀 모습니다.
전농로는 봄이 되면 온천지에 하얀 꽃눈이 날립니다.

▲ 가을이 되어 벚나무 잎이 빨갛게 물들었습니다.
그리고 가을이 되면 이렇게 벚나무 잎에 빨간 단풍이 물들고 사방에 빨간 눈이 내립니다.

▲ 처음 이 동네로 이사왔을 때 중앙초등학교 정원에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서사라의 아름다움은 전농로에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서사라에 있는 중앙초등학교는 시내 다른 학교들이 갖지 못한 아름다움을 잘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 학교에서 제게 가장 깊은 인상을 심어준 것은 이 아름다운 정원입니다.

▲ 가을이 깊어가니 정원에서 다채로운 색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정원 뒤에 보이는 빨간 담쟁이만큼 이 학교 아이들의 마음씨도 착하고 아름답습니다. 실제로 아파트 평수별로 친구를 사귄다는 신도심의 아이들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아이들이 과거 시골학교의 아이들처럼 친구들 끼리 거리낌 없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뛰노는 모습을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 제딸 진주입니다. 이 학교에 입학날 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시내 다른 신도심이 형성되어 감에 따라 이렇게 아름다운 서사라도 점점 과거 영화로운 시절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전농로 길가에는 이렇게 비어있는 점포들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 서사라에는 이렇게 비어있는 점포 수가 늘어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아이들 중에서도 다른 신도심으로 이사 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제주의소리 독자님들, 제주시 서사라는 시내 다른 지역이 갖지 못한 아름다움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아이들을 밝고 착하게 키우시면 그만한 행복이 없을 겁니다. 고층 건물이 즐비한 곳보다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서사라에서 저와 이웃이 되지 않을래요?

[이 글은 오마이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