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 - (9) 전통예술공연단, 노리안마로

사회적기업이 세상을 바꾼다 - (9) 전통예술공연단, 노리안마로

 

최근 ‘경제민주화’가 화두로 떠오르면서 ‘사회적경제’가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제주의소리>에서는 <제주사회적경제 네트워크>와 함께 일반인들에게 다소 생소한 사회적경제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풀어서 제공하는 동시에, 매주 사회적경제를 구성하는 사회적기업-마을기업-자활기업 등을 차례로 탐방할 계획이다. 특히 이들이 우리의 삶과 분리돼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일상 가까이에 있고, 우리와 직접 연관된다는 점에서 독자들에게도 유의미한 기회가 될 것이다.

 

▲ 지난해 11월 제주문예회관에서 열린 어린이 소아암 돕기 공연에 나선 노리안마로. ⓒ노리안마로

사회적경제가 기존 시장경제의 대안으로 ‘사회구성원 대다수의 희망’을 의미한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더 사회적경제의 범주는 더 넓어질 것이다.

좋은 집과 따뜻한 음식, 적당한 휴식과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받는 것은 오늘날 한국사회를 사람들이 꼽는 희망이다. 하지만 제도적 차원이나 어떤 눈에 보이는 결과물이 아니라도 음악, 미술, 연극 들은 우리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만들고 기운을 불어넣는다.

굳이 이 차원이 아니더라도 세상을 구성하는 것들 중 이들을 빼놓는다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희망의 총량을 증가시키는 것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전혀 무관한 듯 보이는 사회적경제와 문화예술이 만나는 것도 이 지점이다.

노리안마로는 사물놀이부터 민요, 판굿 등 전통가무악을 공연하는 예비사회적기업이다. 제주도 각 마을부터 호주 시드니까지 1년 내내 공연에 나선다. 그리고 이 일정 중에는 마을 곳곳의 자생단체나 장애인 단체의 축제에 오르는 일도 섞여있다. 하지만 공연비 대신 사람들의 웃음을 대가로 받는다.

양호성(44) 대표가 선택한 방식은 일종의 재능기부 형식. 그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선택했단다. 세상 누구나 흥겨운 사물놀이와 굿을 접할 수 있다는 것은 문화향유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세상을 더 밝게 만들려는 시도다.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 다 같이 즐길 수 있는 것

 

▲ 양호성 대표는 "시간 남을 때 했던 일이... 나중엔 그걸 사회적가치라고 부르더군요"라고 답한다. ⓒ제주의소리

- 노리안마로는 맨 처음 어떻게 시작됐나요?

2005년도에 ‘사물놀이 마로’가 탄생했죠. 지금 노리안마로의 모체입니다. 5명의 인원으로 시작을 했는데 2010년에는 이름을 사물놀이라는 국한돼 있는 이름 말고 통합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바꾸자 해자 ‘놀다’라는 이름의 노리안... 여기서 안은 코리안 할 때 그 ‘an'의 의미에요. 마로라는 뜻은 최고라는 뜻이구요. 전통예술을 갖고 예술의 극치를 추구하는 단체가 되자... 이런 의미입니다.

- 마로가 매달 제주문예회관에서 ‘허튼 굿’이란 걸 하더군요? 근데 보니까 가격도 낮게 받고 미취학 아동, 노인분들은 무료더라구요?

허튼 굿이 횟수로 4년째인데, 돈을 벌려고 하는 게 아니라 저희들이 알리는 목적이 강하죠. 그리고 그걸 떠나서 편안하게 사람들이 와서 즐기라고 저희들이 하기 전에 떡하고 음료를 제공해요. 떡은 맞추지만 음료는 저희가 직접 끓여요. 3년간 꾸준히. 메밀차, 수정과, 유자차. 끓여서 드리죠. 어떻게 보면 정성인 거고... 또 5천원을 받지만 사실 그게 공연비는 되지 않아요. 저희는 이게 하나의 서비스고, 아니 서비스라기보다는 그냥 즐기라는 거죠.

- 2011년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는데, 사실 여러 사회적기업에 대해 들어봤지만 공연을 주로하는 문화예술단체가 사회적기업이 된다? 이거 참 생소한 거 같아요. 

사회서비스 유형으로 인증을 받았는데 당시 앞으로 이런 이런 일들을 해 나갈 것이다 제시하고 또 그 전에 공연 봉사활동들을 계속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죠. 공연 예술 하는 사람들 경우에는 시간이 남잖아요. 직장에 얽매이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그래서 저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공연으로 그 분들을 즐겁게 하고 우리가 가진 재주로 그들을 하루만이라도 기분좋게 하고 그게 참 좋지 않겠냐 해서 시설 쪽으로 해서 봉사공연을 많이 가죠.

- 복지시설 방문 공연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사회복지시설요. 예를 들어 행사를 열 때 공연팀을 부르고 싶은데 사정상 못 부르는 경우가 많이 있어요. 장애인 관련 단체나 외국인 근로자 센터 같은 곳... 저희는 지역사회에서 이런 곳에 많이 다니는 편이죠.

- 아 그런 걸 인정받아서 사회적기업이 됐군요?

음... 나중에 보니... 그런것들을 사회적가치라고 얘기하더라구요(웃음)

- 그럼 말 그대로 찾아가는 재능기부네요? 이와 비슷하게 했던 다른 일들도 좀 소개해주세요.

저희 같은 경우에는 형식상으로 협약을 맺어서 그 쪽에서 행사할 때 편안하게 부르라고 해요. ‘협약 맺었으니 걱정 말고 마음대로 써라’ 이런 거죠. 대정 청소년 문화센터 공연 때나 표선에서도 그랬구요. 종종 마을축제나 어버이날 행사 때 가기도 하고 그래요. 서귀포 상효동 어버이날 행사 때나 대학 부속유치원 단오 날 축제때 혹은 체육대회 때 가는 거죠.

- 어려운 단체 찾아가고 그런 게?

그죠. 뭐 다른 목적으로 문화예술단체 재능기부하는데...즉 그런 형태. 우리 같은 형태는 사회적기업이다보니 사회서비스, 재능기부 형태로 그 돌려주는 것이죠. 그게 가장 잘 할 수 있는 거고.

- 기억에 남거나 특별했던 일 있나요?

가면 대부분 다 좋아하고... 뭐 기억에 남을 만한 그런 건 없고. 작은 마을 같은 경우에가 가면 또 어르신들이 좋아하고... 별 에피소드 같은 건 없어요(웃음)

저희들도 공연하고나서 감동받고 교류하고 그런 게 없다는 게 아니라, 그 속에서 누군가 번쩍 일어나서 눈물 흘리고 이런 건 (웃음) 저희들은 행사 갔다오면 어르신들께 사진첩을 만들어 드린다. 그 쪽에 있는 분들이 고맙다고 인사는 물론 자주 와요.

 

▲ 지난 2월 호주 시드니에서 공연 중인 노리안마로. ⓒ노리안마로

- 그러고보니 양 대표님은 원래 가무악이나 전통예술을 전공했던 건가요?

아뇨 저는 늦게 시작했어요. 서른하나에 시작했어요.

- 서른 하나요?

네. 그 전까지는 전기 관련 회사일을 하다가. 2000년쯤 갑자기 이게 좋아보이고 심심하지 않을 거 같아서 저는 정말로 우연히 시작한 게 지금까지 업이 된 거죠. 그 당시 친구놈이 표선민속촌에서 일을 한다길래 같이 하다가 애들을 직접 모아서 계획을 짜봤죠. ‘이걸 배우면서 한 번 제대로 해보면 재밌겠다’ 이런 거죠.

- 근데 늦게 입문한 거면 정말 어려움이 많지 않나요? 보통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부터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렇죠 그래서 저희가 노력을 많이 했죠. 시작해서 5년 동안은 거의 배우러 다녔어요. 타 지역 팀과 연계해 올라가기도 하고 선생님들 초대해서 공연에 올리기도 하면서. 우리도 스스로 공연의 질을 높으려고 노력을 많이 한 거죠. 

- 앞으로 사회적가치를 더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사회적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보세요?

저희가 사회적기업으로서 지역사회에 할 수 있는 건 공연으로 환원하는 것 밖에 없는데, 그 부분은 당연히 꾸준히 해 나가야죠. 하지만 우선 이런 걸 하려면 마로라는 단체가 살아남아야 하기 때문에... 마로 살아남기에 주력을(웃음)

- 처음 시작할 때는 5명. 지금은 10명인데 9년 사이 좀 풍요로워졌나요?

굉장히 커졌죠. 안에서든 밖에서든. 하지만 풍요로워지진 않았다. (웃음) 무대에 나설 수 있는 기회는 많아졌습니다.

- 그렇다면 우선 생존의 문제가 중요하기도 하네요. 이런 부분이 사회적기업으로서 성질을 선택한 부분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이왕의 얘기 나온 김에 지금 도내 문화예술인들의 처지가 상당히 어렵지 않습니까? 이 분야에서 계속 살아남은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한 말씀 부탁드려요.

국가적인 지원들은 분명이 많죠. 하지만 국가적인 지원들이 예술인들에게 있는 게 아니라, 행사나 공연장, 극장, 예술인들이 만드는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시설들 그런 기반시설들이 많아져야 되는 거죠. 그런 장이 없으면 일회성이고 힘들죠. 소규모의 극장도 많아져야 할 거구요. 그런 것들에 대해 공연자들이 공연을 할 수 있게끔 지원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동시에 예술가들이 좋은 작품을 만드려고 노력할 것이고...

문화적으로 풍토를 일으켜주는 동시에 나머지 예술인들은 그 풍토에 열심히 자기가 갖고 있는 것들을 개발하고 창작해내는...자기들의 실력이나 예술적인 면을 성숙시켜내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그들의 생활이 지속이 되려면 예술인들 스스로가 자신이 갖고 있는 예술적인 성향, 내공들이 분명히 존재하고 있어야 하구요.

- 인프라 조성, 붐 조성 이런 얘기인가요?

네. 물론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죠. 그래도 계속적인 노력들을 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너무 일회성 행사가 많다. 그걸 떠나서 예술인들이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창작공간이 더 중요하죠. 이것에 사람들이 먼저 찾아오고 볼 수 있게끔 하는 부분도 해 주면 좋지 않을까 봐요. 소극장, 공연장, 전시장 자체가 늘어나고 활성화 시킬 수 있는 방안에 도움을 주면 좋지 않을까 봐요.  <제주의소리>

<문준영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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