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홍이 만난사람> 글로벌 종합패션 도약 꿈꾸는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

간혹 중소기업 오너와 대기업 전문경영인(CEO)을 두고 누가 내공이 더 센지를 이야기 한다 그럴 때마다 결론은 하나다. 오너는 사업의 성패를 걸고, 때론 인생 전체를 걸어서라도 승부를 낸다. 규모가 크든 작든 그 결단은 고독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CEO는 그렇지 않다. 아무리 대기업 CEO라도 비빌 언덕이 있다. 오너다. 손해 보는 결단을 내릴 수 없다. 그게 오너와 CEO의 차이다.

지금까지 제주를 대표하는 경영인을 꼽으라면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 김창희 전 현대건설 부회장, 허영호 전 LG이노텍 대표이사 등 이름이 술술 나온다. 삼성 현대 LG그룹 간판스타였다. 이들의 공통점은 전문경영인이다. 그렇다면 오너를 포함한 대표 경제인은 누굴까.

지난 3월 회사 창립40년을 맞은 강태선 ㈜블랙야크 회장은 역대 제주출신 경제인 중 단연 군계일학이다. 고향 제주에서 고등학교를 마치자마자 빈손으로 상경, 동대문시장에서 청바지 산악용품 영업을 배운 후 스스로 회사를 차린 지 40년, 이제 그가 만든 블랙야크는 연 매출 7000억원을 넘는 대한민국 아웃도어 톱 브랜드가 됐다.

성공스토리 자체도 그렇지만, 변변한 기업체가 없는 제주에서 7000억 매출 규모는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는다. 역대 감귤조수입 최대치가 2012년 7600억 수준이었으니, 제주감귤산업 전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이제 그는 그의 혼이 담긴 블랙야크를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정상에 우뚝 세우겠다고 자신한다. 2015년 매출 2조원이 결코 꿈이 아니라고 웃음을 짓는다. 이미 시장 점유율 3위를 차지한 중국시장, 그리고 세계 아웃도어 시장 본토인 유럽에 국내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진술하기 때문이다. 단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웃도어를 넘어 종합의류업체로 성장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해 2015년쯤 블랙야크를 주식시장에 상장하겠다고 한다. 매출 1조원이 넘어설 블랙야크 기업공개는 엄청난 화제를 몰고 올 게 분명하다. 강 회장의 자산 규모는 계산하기 힘들어진다. 

어느 정도 성공기반을 다진 지금 이제 고향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 생각한다. 제일 먼저가 블랙야크 연수원과 컨벤션센터다. 패션 전문 컨벤션센터를 짓고 국내 유명브랜드 회의를 제주에 유치하겠다는 게 그의 첫 꿈이다. 땅도 사 놨고, 설계 컨셉도 나왔다. 빠르면 내년 초 쯤 공사에 들어간다.

지난 4.11총선 때 그의 성공스토리와 경영능력을 이유로 정가에 ‘강태선’이름이 나 돌았다.
그에게 “정치할 생각은 없나”고 물었다. 몇 차례 물고 늘었지만 “정치이야기는 하지 말자. 난 경제인이다. 아직도 할 일이 많다”며 손사래를 친다.  

지난 3일 업무차 제주에 온 그를 만난 1시간30분 가량 인터뷰를 했다. 강 회장은 “아직도 부족한 게 많다. 외형만 갖출 게 아니라 고객과 사회, 환경에 대한 기업의 책임은 아직도 부족하다”며 블랙야크 나눔재단 설립이유를 말했다.

 

▲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제주출신 (주)블랙야크 강태선 회장. 1971년 빈손으로 상경해 산악용품 제조에 뛰어든 그는 40년만에 국내 아웃도로 1위 업체로 성장하는 성공신화를 썼다. ⓒ 제주의소리
# 블랙야크 매출 이미 국내 1위, 단일브랜드 1분기 매출도 노스페이스 제쳐 '정상' 등극   

- 1973년 동진산악으로 출발한 블랙야크가 40년이 됐다. 지난해 매출기준 6250억원으로 국내 토종 아웃도어 산증인이다.
 
“40년이 적은 기간이 아니지만 돌이켜보면 짧은 시간이다. 과연 40년 성과에 만족할 수 있냐고 한다면 아무래도 부족한 점이 없지 않다. 외형만 갖출 게 기업의 가치, 환경에 대한 책임, 고객에 대한 추구를 기업으로서 다 했느냐고 물었을 때 아쉬운 점이 없지 않다.”

- 올해 매출 8700억원(국내 7650억원, 해외 1050억원) 잡았다. 2015년 매출 2조원, 2020년 매출4조원. ‘글로벌 넘버원 브랜드’를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내 놓았다.

“지난 2011년에 글로벌 탑5를 하겠다고 했을 때 직원이나 주위에서 믿지 않았다. 사실 탑5라고 했지만 궁극적으론 2020 글로벌 넘버원이 비전이다. 그럼 왜 2015년까지 탑5가 목표라고 했느냐. 2020 글로벌 넘버원이라고 말하면 더 믿지 않으니 그 과정에 베이스캠프를 쳐야겠다고 한거나. 직원들도 처음엔 내 이야기가 자기들 독려 차원 아니냐고 생각했는데, 작년 말부터 국내에서 탑1이 되고, 중국에서 매장 250개 이상, 전년대비 150% 성장하고 특히 유럽에서 100개나라 2000업체가 모인 가운데 패션쇼를 하고 그들이 열광하는 걸 직원들이 직접 보고 나니 탑5는 보인다고 했다. 오히려 내가 말 한 것보다 1년 앞당길 수 있겠다는 이야기가 직원들 사이에서 나왔다. 그럼 그 다음은 뭐냐. 그래서 2020년 글로벌 넘버원이 돼야 한다는 비전을 올해 심었다.”

- 현재 국내 시장에서 블랙야크 성적은 어떤가.

“지난해 국내에서 단일브랜드로 매출규모는 3위다. 우리 회사 브랜드가 4개다. 블랙야크로만 따지면 3위고 회사 매출 규모를 놓고 보면 1등이다. 아웃도어 외형만을 놓고 보면 노스페이스보다 높다. 지난해 국내 매출 6250억원, 중국법인까지 합치면 7100억원이다. 블랙야크만 놔도 한국 중국 합치면 노스페이스를 이긴다. 아직까지 국내 브랜드 1위는 노스페이스 2위는 코롱스포츠인데 블랙야크와 차이가 그렇게 많지 않다.”

- 그럼 단일 브랜드로는 언제 1위가 될 것으로 보나.

“올해다. 올해는 회사로도 단일 브랜드로도 노스페이스와 코오롱스포츠를 이기고 정상에 설 것이다. 1/4분기는 벌써 탑이다. 국내는 이미 정상이다.”

- 1998년 국내 아웃도어 업체론 중국을 통해 해외로 눈을 돌렸다. 지금까지 중국시장 성과는 어떤가.

“중국서 매출론 4위다. 전체 브랜드가 300개가 있는데 그 중 4위다. 브랜드가치론 2등이다. 1위는 아직까지 노스페이스다.”

# 아웃도어 종가 유럽서 블랙야크 열광...직원들 “글로벌 Top5 눈에 보인다” 자신

▲ 매출 7천억원을 넘어선 강 회장. 그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 2015년 글로벌 Top 5, 2020년 Top1이 목표다. ⓒ 제주의소리
- 중국에서 목표는?

“궁극적으로 1등하자고 하는데 2위까지는 가자, 1~2위 경쟁구도로 가자고 말을 한다.

- 마치 삼성전자가 소니 도시바에서 TV나 반도체, 핸드폰을 배우다가 이제는 그들을 훨씬 앞지르는 것과 비슷하다.

“직원들도 지난해 최첨단 물류센터 짓고, 제주에 연수원을 짓기 위해 부지를 사고 또 유럽에서 패션쇼를 하면서 현지에서 열광하는 걸 직원들이 눈으로 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지난핸 32명, 올해는 50명 직원들을 직접 보라고 유럽에 보냈다. 작년엔 사내 분위기가 ‘정말 그랬냐?’ 반반이었는데 올해는 ‘정말 맞다’는 자신감으로 차 있다.”

- 올 2월엔 세계 최대 스포츠용품박람회인 뮌헨 ISPO에서 ‘아시아 최고의 제품’에  선정됐다. 가을엔 블랙야크 1호점이 뮌헨에 연다. 아웃도어시장에서 유럽은 난공불락이었다.

“아웃도어 본은 히말라야, 유럽은 종가다. 블랙야크는 본이 히말라야다. 히말라야 정신과 컬러, 한국의 소재와 디자인으로 종가인 유럽에 도전한 것이다. 유럽의 풍습과 히말라야 혼은 상반된다. 지금까지는 유럽에서 여태 지켜온 아웃도어 문화가 있었는데 히말라야 혼과 컬러를 가진 촌놈이 치고 들어온 거다. ‘이런 것도 있었네?’ ‘저게 뭐지?’ 놀라고 환장하는거다.그래서 유럽 제품에 종가 상을 주고 아시아 상을 따로 주자고 해서 블랙야크가 최고 품질상을 받은 것이다.”

- 유럽제품과 블랙야크 제품엔 어떤 차이가 있나,

“유럽은 솔리드다. 컬러도 단색이 많고 패턴도 정통신사복 식이다. 우리는 컬러풀하다. 익스트림이라는 스타일로 칼질을 많이 한다. 유럽에선 겁나서 잘하지 못한다. 비뚤어지면 누가 입느냐는 거다. 우리는 조각내는 데 힘을 실었다. 유럽의 스타일을 뒤집어버렸다. ‘저렇게 만드니 이쁘구나’ ‘저렇게 해도 팔리겠구나’ 한다.”

- 우리나라 아웃브랜드, 또 블랙야크도 사실은 외국제품을 베끼던 때가 있었는데.

“유럽이나 미국에서 사다가 본뜨고 만들었다. 2008년부터 ‘이건 아니다, 베끼지 말자, 블랙야크에 걸맞은 걸 만들자’고 했다. 그게 2010년에 히트치기 시작했다.”

 # 2008년 유럽 모방 중단, 히말리야 혼 담은 제품출시...블랙야크는 ‘창조경영’ 정신

- 자기만의 컬러, 제품을 만드는 게 결코 쉽지 않는 일인데. 

“디자인팀을 데리고 미국 유럽에 가면 박물관엘 먼저 간다. 피카소 그림 보여주고 조각공원에 간다. 직원들은 ‘옷 보러 다니기도 바쁜데...’라고 불만이다. 패션이 르네상스 때 나왔다. 그 문화를 이해하라고 한거다. 인체 조각을 봐야만 어떻게 익스트림하게 잘라낼지 안다. 그 래도 제대로 작품이 안 나와서 히말라야에 데리고 갔다. 거기엔 우리나라로 따지면 무당 같은 컬러도 많다. 그걸 보고 나서야 뭔가 되기 시작했다. 이걸 2년동안 했다. 이렇게 해서  2010년부터 내 놓으니 ‘우리나라도 이런 옷도 있네?’하며 폭발적으로 팔리기 시작했다. 2010~12년 매년 50% 이상 신장했다. 이제는 고객들이 블랙야크를 한다.”

- 안전한 모방, 불안한 창조, 경영인으로써 참 고민될 것 같다.  

“모방하는 제 편하다. 쫓아만 가면 되니까. 실패 확률도 적다. 지난 연말 마케팅학회에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창조경영을 이야기하는데, 창조경영은 이전부터 써온 말이다. 기업엔 두 가지 길이 있다. 창조 경영과 장사다. 창조경영은 없는 시장에 없는 상품에 없는 소비자를 만들어내서 판다. 탐험가와 같다. 장사는 시장에 있는 걸 파는 거다. 지금 우리나라 재벌들이 문제가 되는 것도 창조경영은 하지 않고 한다. 과자 빵 식당과 같이 쉽게 돈 벌 수 있는 장사만 하기 때문이다. 기업이라고 다 같이 보지 말라. 이젠 창조경영할건지 장사할 건지 기업 스스로가 선택해야 한다. 장사는 골목상권이 하도록 놔둬야 한다. 블랙야크는 없는 시장에 도전하고 없는 상품을 만들어 내고자 한다. 그래서 살아남으면 100년 기업, 200년 기업 되는 거다. 돈을 벌고 안 버는 건 운명의 장난이다.”

- 2013년 한국경영혁신 100인에 올랐다. 블랙야크, 강태선 회장이 생각하는 혁신의 요체는 뭔가.

“있는 것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걸 찾아다니는 거다. 기업은 잘 될 때 가장 위험하다. 만족을 느껴버리면 해이해 질 수 있다. 오너는 기업이 성장할 때 새로운 걸 찾아내고 비전을 제시해줘야 한다. 이게 창조경영이고 개혁이다. 보통 대기업은 직원들에게 잘 대해준다. 우리도 3년 동안 1500% 성과급을 줬다. 직원들이 차도 바꾸고 빚도 갚고 나니 돈의 가치를 못 느끼고, 업무 외의 것을 생각하다보면 문제가 생긴다. 그럼 어떻게 되겠나. 지탱하기에 급급하고 결국엔 부도날 수도 있다. 성장기일 때에 오너가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계속 내야 한다.”

- 창립 40주년을 맞아 블랙야크 나눔재단을 설립했다. 어떻게 운영되나.

“40주년을 맞아 세 가지 책임을 하자고 했다. 고객이 주인이니 고객의 만족과 행복을 추구하는데 최선을 다하자. 두 번째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다하자,  세 번째는 환경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로 하는 게 아니라 재단을 만들어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을 단계적으로 하고자 한다. 신청은 이달안에 허가가 나올 것 같다. 가장 먼저 요즘 오토캠핑이 유행인데 폐교 100개에 장비를 공급해서 소외계층, 다문화가정, 새터민, 장애인들이 이용하도록 하고 있다. 오는 5월 26일에는 이들이 참여하는 나눔 캠핑대회를 한다. 두 번째는 네팔 빈민촌에 학교를 지어준다. 재작년에 병원도 짓고 다리도 놔줬다. 산악운동을 하다 불의의 사고로 떠난 자제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주변 어려운 학생들에게 우리 회사에서 보답해줄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하자고 한다. 궁극적으로 재단기금을 500억까지 만들 생각이다”

 

▲ 주변에선 블랙야크 왜 주식상장 하지 않느냐고 한다. 그러나 그에겐 다른 생각이 있다. 블랙야크를 아웃도어가 아닌 종합패션의류업체로 성장시키기 위한 글로벌 도약이 필요할 때 상장할 예정이다. 그는 2015년쯤이라고 귀뜸한다. ⓒ 제주의소리
# 글로벌 종합의류업체 설계 끝나면 주식상장...“2세 경영? 그들이 알아서...”

- 직원 1200명에 올해 매출 목표가 8700억원인데, 이 정도면 중견기업을 넘어 대기업 수준이다. 이제 기업공개-주식상장 할 때도 됐다고 보는데.

“3년 전부터 증권회사에서 상장 제안이 많이 왔다. 요즘은 펀드회사나 해외 자금회사에서 투자하겠다하고, 영국 사법펀드에선 조건 없이 3000억 투자하겠다고 한다. 지금은 상장하지 않더라도 자금은 유치할 수 있다. 상장을 하려면 뚜렷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상장도 생각하고는 있다. 미래 설계가 잘 돼 본격적인 글로벌 브랜드로 나갈 때 상장할 것이다. 조만간 좋은 소식이 있을 것이다. 2015년까지는 결판이 날 것이다.”

- 제2의 블랙야크,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성장동력을 만드는 구상으로 들린다. 

“유럽이나 미국을 보면 옷이 정장과 활동복 두 갈래로 나뉜다. 우리나라는 스포츠, 캐주얼, 골프, 아웃도어로 나뉘는데 각 브랜드에서 다 다룬다. 종합의류브랜드다. 미래 가치 있는 브랜드, 즉 종합적인 브랜드 가치가 있는 사업을 해야 한다.”

- 쉽게 말하면 종합의류업체-브랜드인 제일모직을 하겠다?

“그렇게 봐도 좋다.”

- 2세들은 어떻게 되나. 경영에 참여하나.

“1남 2녀로 두 딸은 결혼해서 가정주부다. 아들이 과장으로 회사에 있다.”

- 해외 출장시 아들(34살)이 수행하는데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경영수업은 스스로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 친구가 미국에서 대학 나와 직장생활 한 경험이 있어서 서양 생리를 잘 안다. 현재 글로벌팀을 맡아 파트너 선정하고 마케팅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 나름 해외 CEO나 오너들이 어떻게 하는지도 살펴보고 있을 거다. 한국에 와선 자기만의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 2009년에 기업을 블랙야크와 동진레저로 분할했다. 또 별도법인 아우트로도 설립했다. 2세 경영을 위한 준비로 봐도 되나.

“밖에서 그런 이야길 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만든 법인은 아니다. 블랙야크는 너무 커서 분할할 수밖에 없다. 동진레저를 가지고 글로벌로 가기는 어렵다. 블랙야크는 다 알지만 동진레저를 설명하기가 쉽지가 않다. 블랙야크는 글로벌 회사로 나가고 모체인 동진레저는 국내 브랜드로 간다. 아우트로는 수입브랜드를 관리한다.”

- 강 회장은 ‘내 롤 모델은 제주도 내 고향이다. 제주도는 내게 미래를 향해 더 열심히 도전하는 동기를 준다’고 했다.

“나의 롤 모델은 한라산이다. 제주의 젊은 후배들이 느낄 필요가 있다. 제주도에선 산만 보이니 제주도가 산으로 보인다. 산 밖에 없다. 백록담에서 보면 바다밖에 보이는 게 없다. 그런데 섬으로 보면 작다. 제주 섬에서 산다고 하면 꿈과 희망이 적어진다. 생각 자체가 적게  입력된다.  ‘나 한라산에 살아’라고 생각하면 대한민국 최고다. 원대한 꿈과 희망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그보다 더 높은 산이 어디 있나.”

- 고향 제주에 연수원을 짓는 것으로 안다. 어떻게 되고 있나.

“회사 입장에선 연수원을 멀리 짓는 게 좋지는 않다. 그런데 내 고향이 제주이니 제주에 뭘 해야겠고 생각했는데  그 중 제일 쉬운 게 연수원이었다. 중문 인근에 3만평 대지에 600억원을 들여 연수원과 컨벤션센터, 콘도를 지을 계획이다.”

- 컨벤션시설에 콘도까지 들어서나?

“연수원만 지으면 제주도에 도움이 안 된다. 우리나라 패션산업이 커지면서 업체마다 1년에 두 세 번 수주회의를 연다. 우리도 한번 할 때마다 500~1000명 규모인데 서울에는 할 데가 없다. 포화상태다. 지금까진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2박3일 하는데 8억에서 10억이 든다. 이걸 제주에 유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짓는다. 블랙야크 뿐만 아니라 다른 브랜드 수주회의도 제주에 유치해, 보통 2박3일을 하니 하루는 관광을 한다든지, 잘 재우고 먹어야 하니까 연수원 근처 동네 식당이 동이 나게 팔리지 않겠나. 컨벤션이 800명 수용 규모다.” 

 # “정치 한다 안한다? 미래는 하늘만 안다. 지금은 할 일이 많다”

▲ 정치? 그냥 웃기만 한다. 정치이야기는 하지 말자고 한다. 그래도 물으니 이렇게 답한다. "미래는 하늘만 안다. 한다 안한다 어떻게 아느냐. 지금은 할 일이 많다"고. ⓒ제주의소리
- 강 회장이 고향을 떠나던 1971년만해도 개천에서 용이 나던 시절이었다. 지금도 그런 성
공신화를 이룰 수 있는지, 제2, 제3의 강태선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들려줄 조언은.

“서울에서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빈손으로 온 사람들이다. 제주도에서 부모 재산 물려받아서 성공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 도전 정신이나 목적의식이 뚜렷해야 한다. 사람은 높이 갈수록 멀리 볼 수 있다. 높이 가지 않으면 멀리 볼 수 없다. 한라산과 제주도를 생각하되 고리를 끊으라고 말하고 싶다. 회사에서도 보면 제주도 직원들이 2년을 못 버틴다. 서울에서 제주 친구들 만나면 농담을 많이 하는데 서울 사람들 앞에선 벙어리가 되고 섞이지를 못한다. 제주도에 대한 집착이 많은 거다. 1953년에 5월 29일 에드먼드 힐러리가 에베레스트산에 처음 올라갔다. 당시만 해도 미지의 세계였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는구나 하는 표현을 썼다. 기자가 ‘어떻게 에베레스트를 올랐냐’고 물으니 힐러리가 ‘내 두 다리로 한 발 자국씩 걸어서 갔다왔다’고 말했다. 유명한 이야기다. 중요한 이야기다. 기업은 누가 도와주는 사람이 없다. 내 두 다리로 한 발자국씩 가야 한다. 남의 발에 의지해서 갈 생각 하면 안된다.”

- 대한민국은 성공하고 입신양명하면 정치권에서 탐낸다. 지난 4.11 총선을 전 후 해서 강 회장 이름도 정가에 스쳐 나왔다. 

“정치 이야기는 하지 말자.”

- 그래도 궁금해 하는 이가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는 한다. 나는 아직 경제인이다.”

- 혹시 나중에라도 할 생각이 들 수 있지 않겠나.

“미래는 하늘만이 안다.”

- 지금은 아니다? 그럼 언젠가는 한다? 

“내가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하겠다, 안 하겠다고 할 수 없다. 지금 할 일이 많다.”
 
- 서비스업을 하면서 부정적인 언어를 쓰지 말자고 당부하는 걸로 유명하다.

“내가 매장에서 쓰지 말라는 말이 세 가지가 있다. 그런데 이걸 많이 쓴다.  ‘없습니다, 모릅니다, 안됩니다’ 그럼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 이 세 가지를 해결하기 위해 매장이 있는 건데, 이 세가지를 못하면 매장이 있을 필요가 없다. 이 세 개 단어를 없애면 모든 게 긍정으로 돌아간다. 뇌에서 긍정적인 생각만 하도록 만들어준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 세 단어를 잊어버리면 좋겠다.” <제주의소리>

<이재홍 기자 / 저작권자ⓒ제주의소리. 무단전재_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제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