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칼럼> 미얀마 개발현장에서 본 제주(중)- 국제자유도시와 신공항   

 최근 미얀마는 21세기 서세동점(西勢東漸) 요충지로 각광을 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얀마 정부는 국제정세를 활용한 국토개발과 국가개조를 서둘고 있다. 

하나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으로부터 후진국개발원조 지원을 기꺼이 받아들여 낙후된 농촌을 개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은 다소 걸음마단계이긴 하지만, 외국 자본을 끌어 들여 국가산업구조를 개선하려는 것이다. 

현지에 체류하는 동안 미얀마 개발상황이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개발’이라는 점에서  역시 특정지역 개발인 제주개발정황과 비교해 유사점과 차이점을 음미할 수 있었다.

제주와 미얀마개발의 정황적 유사점으로는 최근 군사적 요충지로 급부상되고 있다는 점, 나름 세계적인 부존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 외부자본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개발이 필요하다는 점, 개발행정이 지나치게 관료화되어 있다는 점, 가장 경제적인 개발정책들이 지나치게 행정ㆍ정치적 판단에 좌지우지 되고 있다는 점, 주요개발정책 결정이 타협과 조정과정을 거치기보다는 특정 리더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특수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점 등을 연상할 수 있었다.

반면 정황적 차이점으로는 제주도와 미얀마의 개발여건과 환경이 전혀 다르다는 점, 부존자원의 질과 정도가 확연히 다르다는 점, 투자자의 투자욕구가 전적으로 다르다는 점, 개발목표가 다르다는 점 등을 연상할 수 있었다. (이하에서는 이런 점에 착안하여 기술하고자 한다).

# 국책사업으로 개발하는 미얀마 내피도...특정지역개발은 국가역량이 투입돼야

현실적으로 외관상 누구도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미얀마는 외국자본에 의한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한 지역개발사업을 도처에서 벌여 나가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중부지역에 위치한 내피도 지역 신도시개발현장이다.

민선 미얀마정부는 외국과의 선린우호관계를 강화하며 이들 나라로부터 유입되는 투자재원을 새로운 국가개조를 위한 밑천으로 사용하려 하고 있다. (구)수도양곤에서 비행시간 1시간(일반차량으로 5시간 정도)거리의 중부내륙지역에 위치한 인구 99만명의 내피도지역을 기점으로 하는 국가책략을 구사하고 있다.

내피도 지역은 앞으로 미얀마의 정치행정 중심지뿐만 아니라 경제중심지로 집중 개발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1차적으로 미얀마 정부는 2006년2월 양곤에서 내피도로 국가기간시설들을 이전 해 이 지역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내피도가 당초 계획대로 개발되고 제 기능을 다하고 있는지 여부는 자세히 알 수 없었다. 그렇지만 현장에 보고 들은 바로는 신도시답게  중앙정부 청사들이 집중 배치되어 있고 이들을 중심으로 9차선 고속도로가 연결되어 있었다. 고속도로주변엔 관공서건물, 현대식 고층건물이 즐비하게 들어서고 있었다.

특히 고속도로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외국 관광객 특수를 위해 개발되고 있는 호텔 개발지구에는 고급호텔, 음식점, 고급쇼핑점 등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다. 아직 신축공사가 한창 진행 것들도 있었다. 고속도로 주변풍경은 마치 서울 고속도로 터미널을 빠져 나와 경부고속도로를 타는 느낌을 받기에 충분했다. 게다가 내피도 신도시 주거지역은 서울 뉴타운을 연상케 하였다. 

# 미국·일본 자본 투자 외면하는 섬...특혜에 의존해야 하는 ‘매력 덩어리(?)’ 제주 

미얀마 내피도신도시 개발현장을 들러보면서 특정지역개발인 제주는 개발기간이 10여년 이상 지났음에도 도대체 왜 어떤 문제들 때문에 개발이 더딘지를 비교해 다음 몇 가지를 중심으로 반문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째 제주도정이 항상 강변하듯 제주가 세계7대 자연경관 지역이고, 유네스코 3관왕지역인 점 등 세계적 관광자원으로써 전혀 손색없고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면 왜 미국이나 일본 여타 외국 자본이 제주를 투자최적지로 꼽고 과감하게 투자하려 하지 않은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왜 우리나라 유수자본이나 외국 자본들은 제주자치도가 투자진흥지구지정이나 제한적 토지수용제도 등 특혜적 제도를 넌지시 제시하는 경우에만 슬며시 투자하는 채하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왜 제주자치도는 개발이익 상당부분을 도민에게 돌아가도록 투자 자본에 대해 가능하다면 공과금 등을 적정하게 부담지우면서 자본을 끌어 모을 수는 없는지 지금의 상황은 이해하기 힘들다. 

아마 제주에 대한 투자매력이 미국이나 일본 자본가들의 구미를 댕길 만큼 매력적이지 못하기 때문에 그런 거 아닌지 반문해 볼 뿐이다. 오히려 ‘투자해달라’고 제주도정이 굽신 거리며 나서는 게 어쩌면 당연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럼에도 제주도정이 ‘투자처로서 제주의 매력은 세계적’이라고 강변하는 것과 비교하면 관점에 따라 짜증을 유발할 수 있다. 

물론 경우에 따라 투자매력은 있지만 약아 빠진 투자자들을 구워 삼는 역량이 모자라 제주자치도가 저자세를 보이는 건 아니지 측은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상식적으로 볼 마르고 달도록 하는 제주도정의 그럴싸한 강변이 과연 진실이고 설득력 있는 주장인지 헷갈리게 한다. 

둘째로 제주개발에 따른 인적ㆍ물적 수단은 당연히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또는 배려가 전제되는 상황에서 조달되는 것이 지역개발의 요체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제주개발 현장상황은 중앙정치 또는 중앙행정과 지방행정 또는 지방정치권과의 기대 가능한 인적 네트워크가 충분히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보기에는 아예 그런 네트워크가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다는 감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이율배반적으로 제주자치도는 ‘중앙권한 지방이전만이 제주개발을 앞당길 것’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도지사 권한 집중에 목을 매고 있는 것이다. 권한행사에는 반드시 예산이 수반돼야 한다는 기본을 알고 있다면 이런 일은 매우 조심하고 신중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제주개발이 일개 광역자치단체 수준의 지역개발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명운이 걸려 있는, 국제적 기준이 적용되고 고도화된 자본주의 질서가 유지되는 ‘국제자유도시’개발이라는 점에서 중앙정부의 지원 또는 배려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필수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셋째로 제주개발에 관한 한 중앙정부 못지않게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도지사가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데 열중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현장행정’이라는 미명 하에 치적 쌓기에 집중하는 행태가 지역 언론을 통해 감지되고 있다. 제주개발을 스스로 포기하거나 축소 지향적으로 가는 행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말하자면 제주자치도 존재이유로서의 ‘미션’과 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비전’이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다. 대의(大義)를 버리고 소의(少義)를 위해 도지사 직을 활용하는 위세만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을 뿐이다. 

넷째로 제주는 한라산과 그 주변경관을 제외하고 뚜렷하게 내세울 자원이 부족하다.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부존자원이 없는 현실에 대한 제주자치도의 소극적 대처 또한 중앙정부의 제주개발 명분을 크게 축소시키는 건 아닌가 한다.

더욱이 미얀마처럼 중앙정부 주도하의 투자가 잘 이뤄지는 것도 아니다. 중앙권한을 대폭 이양 받았다는 도지사가 중앙정부를 대신해 주도적으로 국내외 투자를 이끌어 내는 수완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럼에도 역대 도지사들은 고루하게 관광산업만이 유일한 대안처럼 주창하면서 ‘제주 땅을 파는(selling)’ 개발행정이 제주개발 권한의 전체인양 하고 있다. 제주도지사의 이런 오인된 행정행태 결과, 지금은 어떻게 비쳐질지 모르나 미래 제주의 자력갱생을 위한 차원에서는 위험천만한 전략부재로 비쳐질 수 있다.

설령 현재의 국제자유도시 조성이라는 비전 실현을 포기하는 한이 있더라도, 특히 미래 도민에게 제주개발에 따른 편익을 최대한 보장하는 차원에서 제주개발을 새롭게 하려는 정책적 의지를 갖고 있다면, 새로운 비전을 내세운 제주개발 모델을 도민에게 제시하는 것도 제주도지사의 대안적 책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2류 지방공항’ 전락한 내피도신공항, 지금처럼 간다면 제주신공항 운명은?
 
미얀마 신행정수도 관문은 새로 건설한 내피도 국제공항이다. 멀리서 보기엔 그 위용이 대단해 보였다. 양곤에서 신공항이 들어선 내피도까지 비행거리는 약 한 시간 정도. 제주에서 김포 또는 인천공항까지 거리와 비슷했다. 

외형상 위용에도 불구하고 내피도신공항은 개항 2년이 지났음에도 주로 양곤을 연결하는 국내선 취항만 한가하게 이뤄지고 있었다. 얼마나 한가했으면 공항직원이 여행객을 쫓아다니며 커피 한 잔을 권할 정도였다. 내부시설 치장 또한 화려했으나 들러보는 곳마다 공허하기 그지없었다.

특히 국제공항으로 개발되었으나 현지에서 느끼기에는 우리나라 2류 지방공항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어려운 나라살림에 신공항건설에 엄청난 재원이 투자되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직 그 용도가 다양하지 못한 점은 무거운 짐으로 다가왔다.

필자는 귀국 비행기 안에서 제주신공항건설과 관련한 지난 2012년 6월1일 제주지역 한 방송사 시사토론회를 떠올렸다. 필자와 함께 참석한 패널들은 “2019년을 기점으로 제주를 찾게 될 관광객규모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정부가 예상하는 기준을 크게 벗어날 것”이라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필자는 이들 주장에 나름 이유를 대면 반박하기도 했다.

이들은 “조만간 제주국제공항 기능이 마비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시급히 예산 10억원을 지원해 줘야 한다”고 했다. 2012년 정부예산에 10억원을 책정하면 제주관광객 폭주에 대비한 신공항 건설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날 이후 제주자치도가 요구한 예산에 의한 타당성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다. 새로운 정부는 제주신공항건설 보다는 전반적인 전국공항 이용객 실태를 조사하는 두루뭉술한 새로운 공항정책을 제시하고 나섰을 뿐이다.

그날 토론회에서 필자가 얻은 사실은 제주자치도가 신공항건설의 당위성과 조기착공 필요성은 소신 있게 제기하면서도 그 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마스터플랜(masterplan)을 가지고 체계적으로 대처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제주신공항건설이 내피도신공항이 되지 말란 법은 없다. 앞으로 시시각각 변할 수 있는 중국의 정치ㆍ경제ㆍ외교적 돌발 상황 등 외생변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수치만을 평가기준으로 삼아서 신공항추진을 기정사실화 할 경우 더욱 난감한 상황에 직면할 지 모른다. 

최근 중국관광객 상황만을 제주신공항건설을 위한 성공 가능한 판단기준으로 삼으려는 제주도정의 안이한 현실인식은 반드시 제고될 필요가 있다. 더욱이 기존 제주국제공항의 용도변경 또는 동시사용 등에 대한 구체적 정책 대안을 준비하지 않은 채 ‘정치적 힘’으로 신공항건설을 밀어 붙이려는 속 좁은 생각도 버려야 한다.

제주신공항을 완료했을 때 내피도국제공항 문제점이 그대로 드러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와 충분한 검토가 이뤄진 후 대안을 제시하고 실현하는 수순을 밟는 게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신공항건설의 정도라고 할 것이다.  
 
#  제주개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으나 뾰쪽한 대안은 드러나 있지 않다.

제주가 국제자유도시 비전을 내건 이후 세 번의 정부가 들어섰고 각 정부가 지향하는 경제정책이나 국토개발 정책기조는 확연히 달랐다. 그럼에도 제주자치도의 미션과 비전, 그리고 전략도 2002년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제주도정이 개발여건과 환경 변화에 순응하는 가시적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진정으로 제주개발을 성공시키려는 도정의 정책적 의지가 없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특히 변화에 부응 해 중요한 정책목표나 정책결정기준의 충족가능성 여부를 분석하려는 참모습을 보여주는 것에도 매우 인색하다. 임시방편적으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불만을 잠재우는  모호한 개발정책만 내 놓는 악순환이 반복될 뿐이다. 그 결과 특혜시비-환경파괴 논란은 영(零)일 없이 계속되고 그 도(度)를 점점 더하고 있다.

▲ 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 소장
지금 세계자본주의 경제질서가 요동치고 있다. 관광산업 또한 예측을 불허한다. 특히 아시아 관광산업의 동남아 쏠림현상도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제주자치도 구성원 누구도 심각하게 제주개발경제를 검토해 도민에게 대안을 제시하려 하지 않고 있다.

새로운 정부가 국토개발 또는 지역개발정책을 새롭게 제시했지만 대안 제시 없이 눈치만 보고 있다. 그 대안을 준비했다는 소식 또한 전혀 들리지 않고 있다. 어떻든 지금 제주개발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한마디로 기로(岐路)에 서있다.  백승주 C&C 국토개발행정연구 소장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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